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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출신 가수들은 다른 지역 출신보다 음의 높낮이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노래를 더 잘 할 수 있다고 한다. 왼쪽부터 나훈아 현철 설운도 강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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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훈아 문주란 설운도 현철 최백호 김태우(지오디) 배기성(캔) 장우혁(에치오티) 김재덕(잭키) 원미연 이한철 강산에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경상도 출신의 가수라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노래를 잘하며 예전에 인기 있는 가수였거나 요즘도 인기 있는 가수이다. 더러는 경상도 가수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도 많겠지만, 많은 연예인 중에서도 경상도 출신의 가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경상도 출신의 아나운서가 드물고 힘든 것처럼, 경상도 출신의 가수도 발음을 교정해서 정확한 발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경상도 출신의 가수가 적은 것 같기도 하다.
경상도 출신 가수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쓸쓸히 사랑하게 된거야"를 "썰써리 싸랑하게 댄거야"로 부르거나 "흙에 살리라"를 "헐게 살리라"로 부르는 등 경상도 발음이 그대로 노래에 녹아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의 가수는 경상도 사투리 하나 없이 잘 불러 경상도 가수인줄 모르고 있다가 인터뷰할 때 사투리가 나온 것을 보고 '아 저 사람은 경상도 가수구나' 하고 짐작하는 경우도 있다.
경상도 출신의 가수들은 노래를 잘 부를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경상도 가수들은 다른 지역 출신의 가수와는 달리 높낮이를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노래의 본질은 음정과 박자에 있다. 박자의 경우, 노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만, 음정의 높이는 늘 일상적인 언어 속에 높이가 녹아 있는 경상도 사람들이 유리하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음악가 중에서 바하, 요요마, 마일스 데이비스, 잉베이 맘스틴, 스티비 원더와 같은 사람들은 시대와 장르는 다르지만 절대 음감의 소유자라는 점이 공통적이라고 한다. 다른 음과 비교하지 않고도, 음높이를 즉석에서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절대 음감인데 이들은 인구 2000명당 1명도 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절대 음감을 가진 천재들이란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절대 음감이 유전적으로 부여받는 재능이라 여겼지만 요즘엔 음악 교육을 시작한 시기와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절대 음감을 지닌 사람들은 대개 6세 이전에 음악 교육을 시작했으며, 음악 교육을 받기 시작한 시기가 빠를수록 절대 음감을 갖게 될 확률도 더 높았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절대 음감이 모국어의 특성과도 관계 있다는 점이다. 뉴욕의 음악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아시아계 학생 32%, 비아시아계 학생 7%가 절대 음감을 보였으며, 아시아 학생 중에서는 중국인이나 베트남인에게서 절대음감이 쉽게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그들의 모국어가 음높이나 억양에 따라 말의 의미가 달라지는 성조 언어이기 때문에 그들이 말을 배우면서 음높이에 의미를 부여하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절대 음감을 쉽게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 이들 과학자들의 연구가 믿을 만한 것이라면 우리 경상도 사람들은 쉽게 절대 음감을 갖출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이는 경상도 언어는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게 높낮이로 뜻을 구분하는 언어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그 예로 경상도 사람들은 "(개가) 마- 죽었다"는 첫어절을 높게 하고 뒷 어절을 낮게 하면 개가 그냥(마) 이유도 없이 죽은 것이고, 반대로 첫어절을 낮게하고 뒷어절을 높게 발음하면 개가 몽둥이에 맞아(마) 죽은 것이 된다는 것을 안다.
또한 '가가 가가 가가 가가 가가 가가'의 단순한 연결도, 높낮이에 따라 '아까 그 아이가 가씨 성을 가진 그 아이냐, 아니면 다른 그 아이가 가씨 성을 가진 그 아이냐?'로 암호 해독하듯 해석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경상도 사람들은 높낮이가 뜻을 구별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언어이다.
경상도 사람들의 이러한 특성을 높낮이 언어, 성조 언어라고 한다. 경상도 높낮이는 소리를 단순히 크게 하고 작게 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경상도 높낮이의 본질은 특정한 소리가 다른 소리와의 상대적으로 높거나 낮게 들리는 데 있다.
이 높낮이는 음악의 음계와 유사하다. 음악의 음계는 절대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 있지만 경상도의 높낮이는 상대적인 높이라 특정한 기준의 음계로 표시하기 어렵다. 그래서 고도로 훈련된 사람이 아니면 발음으로는 쉽게 알아 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서면'의 '서'가 높은 음이나 아니면 낮은 음인가를 쉽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서면'과 '부전동'을 비교해 보면 상대적인 높낮이를 알 수 있다. 발음으로 비교해 보면 '서면[3-3]'의 '서'[3]가 '부전동[2-3-3]'의'부'[2]보다 약간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경상도의 높낮이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기에 같은 경상도라도 높낮이가 지역에 따라 다르다. 부산은 고, 중, 저 등의 3단으로 나타나지만 대구를 비롯한 경북지역은 고, 저 2단에다 길이가 있어 높낮이의 느낌이 다르다.
부산보다 대구쪽이 좀더 높낮이의 차이가 많이 느껴지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전화왔어요'의 발음의 경우 부산 사람들은 높낮이의 변화가 많이 보이지 않는데, 대구 사람들은 '전(젖)-나왔어요(?)'처럼 들린다. 높낮이의 변화가 심한 편이다.
또한 광주나 전라도 지역에서도 약간의 높낮이가 나타나는데 이쪽 사람들은 길이를 주로 쓰면서도 세게 들리는 소리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키다리'의 경우, 첫음절 '키'가 센소리가 있기 때문에 크게 들리고 또한 높이도 높게 발음 한다.
더러는 경상도 높낮이와 중국의 성조를 비교하기도 하지만 경상도의 높낮이는 중국의 성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국의 성조는 4성으로 모든 낱말의 높낮이가 고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三[se]'의 경우, 제1성으로 고음을 높고 평평하게 힘을 빼지 않고 높이를 유지해서 발음하면 된다. 이러한 '三[se]'의 발음은 문장 어디서나 변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중국의 성조는 낱말 단위로 익히면 되니까 발음하기 쉽다.
그러나 경상도 말은 언어의 특성상 낱말이 가만히 있지 않고 뒤에 조사가 붙거나 어미가 붙어서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원래 가지고 있던 낱말의 높이를 유지하지 못한다. 뒤에 따라오는 조사나 어미에 의해 높낮이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말(馬)'은 '말보다, 말부터'는 [1-3-1]로 나타나지만 '말이다, 말에서'는 [3-1-1]로 발음된다. 그래서 경상도의 높낮이는 쉽게 발음하더라도 다른 지역사람들이 높낮이는 느끼지만 자세하게 드러내기는 어렵다.
이처럼 경상도 말은 높낮이가 중요한 언어라 기본적으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힘들여 높낮이를 연습하지 않더라도 평소의 말에 높낮이를 얹고 있어 학습하기 쉽다.
게다가 이러한 높낮이 특성을 잘 살리면서 가사까지도 경상도 말로 나타낸다면 경상도 사람들이 굳이 발음의 제약을 받으면서 어렵게 가수가 될 필요는 없어 진다.
강산에(강영걸) 노래 "와그라노"를 들으며 경상도 높낮이의 오묘함을 감상해 보자. 경상도 사람들 중에 바하, 요요마, 마일스 데이비스, 잉베이 맘스틴, 스티비 원더와 같은 절대 음감을 가진 음악가가 나올 때를 기대해 본다.
/ 부경대 국문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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