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훈(39회) 화가는 춘천 출생으로 1971년 춘천 한일은행 별관에서 첫 개인전, '유병훈 작품전'을 연 이래 1996년 숲, 바람一默’(갤러리가인 초대전), 2019년 ‘숲, 바람一默’(영은미술관 초대전) 등 30여 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뿐만 아니라 제1회 강원미술상, 제4회 강원미술대전 최고상, MBC 강원문화대상(현대예술 부문), 강원도 문화상(현대예술 부문) 등을 수상하였으며, 강원현대작가회 창립(1981년)회원인 유병훈 화가는 강원대 미술학과 교수,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박수근 미술관 운영위원장 및 명예관장 등을 역임한 화가이다.
어떤 환경이 주어지든, 해내고 완성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저는 어떤 환경이 주어지든 그걸 해내고 완성해 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려야겠다라는 명확한 진로를 가지게 됐어요.
한번은 실기대회를 나가 입선 했는데 신문에 제 얼굴이 나왔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신문을 봤는데 유명훈 外 12명 이렇게 나온 거예요. 그 신문을 너무 가지고 싶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신문을 보기 위해 매일 도서관에 갔던 것 같아요. 그게 그렇게 신기했고 그 이상의 흥분을 시킨다고 해야 할까? '앞으로는 입선이 아니고 수상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장르 '만화'에 눈을 뜨다
저는 만화를 그려보진 않았습니다. 일부러 만화에 거리를 둔 것은 아니고, 어린 시절 만화가게에 대한 이미지가 남아있었어요. 어른들이 가지 말라고 하는 곳, 교육과는 거리가 먼 곳이라고 느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만화를 보았는데 그냥 캐리커처가 아닌, 형태감이라든지 원근, 형상이 너무 좋은 거에요. 그래서 그걸 빌려 보기로 했습니다. 제 기억엔 <김종래> 선생님인데 이분을 아시나요? 그 분이 말하는 만화를 보고 따라 그린 적도 있습니다.
그 만화를 보고 이렇게 근사한 그림도 만화가 되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만화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하지 않았습니다.
응용과 변형 그리고 성장
제가 그림 그리는 것을 이렇게 좋아하다 보니 아버지가 어느 날 제 앞에 캘린더를 하나 구해다 주셨어요. 캘린더 안에는 고흐 그림이 있고 여러 유명한 작가의 그림들이 있었어요. 그걸 이제 책상에 놓고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이렇게 그리는구나~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춘천에는 미술학원이 없어서 춘천에서 그림을 좀 그린다고 하면 미술 선생님들께서 지도를 해주셨습니다. 제가 중학교 미술부였을 때, 그림 그리는 일이 즐거웠고 칭찬받으니까 좋았어요. 또 실기 대회에 나간 것을 교장선생님이 전교생 조회 시간에 말을 하면 괜히 흥미로운 거예요. 저는 칭찬에 약한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극장에 갈 때마다 간판을 보면서 '내가 그래도 저것보단 낫겠다'란 생각도 들고 집에 와서 똑같이 그려보며 정밀 묘사가 늘고 응용도 하게 됐어요. 응용이라고 하는 게 변형을 할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때 스스로 많이 성장했던 것 같아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 스스로 하려고 했다는 것.
노력은 끊임없이 하는 것
제가 고등학교에 갔을 때, 다른 친구들과 실력 차이를 좁히기 위해 '친구들이 한 장 그릴 때 나는 열 장 그려야 해' 이렇게 스스로를 타일렀어요. 그 사이에서 살아남고 견뎌야 하니까요. 작가는 작업량이 말해줍니다. 또 노력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매번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그림을 그리다 보니, 경비 아저씨들이 내쫓았어요. 시간이 지나니 그 아저씨들이랑도 친해졌고, 어느 날은 대학원장님이 지나가시다 항상 늦게까지 남아있는 저를 보고 반가워하시는 거예요. 그분 따라 대학원장실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미국을 보내준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지 못했습니다.
모든 기초는 대상에서 오는데 기초가 있어야 응용이 됩니다. 기초가 없는 분들은 틈틈이 시간 내서 크로키를 그려보세요. 그래야 변형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아이디어가 또 다른 아이디어를 낳는 안목이 생겨요.
보통 어떤 형태를 재현할 때는 연필로 밑그림을 그려보세요. 작가가 작품에 대한 영감은 머릿속에서 보는 것도 있지만 사실 다가가면서 관찰하여 발견하는 것도 있습니다. 창조하고, 발견하고, 관찰하는 그런 눈들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