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에 가입한지는 5년이 넘은거 같은데 이번이 첫 정기답사 참석이다.
더구나 구룡령옛길은 작년 봄부터 걷고 싶어했던 곳이라 꼭 가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의 염려도 뒷전으로 한채 참새언니에게 부탁해서 어려운 신청의 벽을 넘었다.
압구정 버스에 탑승하니 아는 회원들은 꽤 있었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스스로 어색했다.
더구나 짧은 머리에 잘 못 알아보니 난감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공연히 왔나부다...... 좀더 시간이 흘러야 되나부다......
하지만 서석으로 빠지는 56번 국도로 접어들면서 익숙한 풍경들이 펼쳐지고 단풍에 물든 산자락이 버스창밖으로
펼쳐지니 그런 맘이 어디론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잘 왔어. 참 좋구나. 살아있으니 이런 시간도 갖게 되는구나.
구룡령 정상에서 버스에서 내려 옛길을 오르니 첨에는 계단과 가파른 길을 오르느라 주변이 보이지 않다가 점심을 먹고
옛길로 하산하면서 아름다운 산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절정을 약간 지난듯한 단풍의 물결이 애잔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화려하기만했더라면 멋지구나 감탄하면서 좀 슬프기도 했을텐데 노랗게 물든 낙엽과 바삭하게 말라 좁은 길위로
수북하게 쌓인 낙엽들이 우리의 삶을 생각하게 하면서 맘을 차분하게 했다.
누구나 다 봄과 같은 유년기를 지나 격정의 여름과 같은 젊음을 보낸뒤 인생의 참 삶과 깊이를 이해할 이런 가을을
지나가는 것이라고, 그리고 깊은 동면의 겨울을 만나 영혼을 쉬게 할 거라고....
참새언니는 단풍이 빨갛기 보다 노란빛이라 외려 처연하니 좋다고 한다. 감성쟁이......
회원들에게 조금이라도 알려주고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대장님을 보면서 참 열심히 사는분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최진실이 자살했다는 뉴스를 남편과 함께 아침밥을 먹다가 접했다.
그때 떠오른 것은 나는 이렇게 살려고 애를 쓰는데 만인의 연인인 당신이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라는 허탈함이다.
그녀가 느꼈을 외로움, 상처 이런게 모두 사치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최진실이 차라리 나처럼 암환자였더라면 결코 자살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나는 단언할 수있다.
정말로 죽음을 가까이서 느끼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런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지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기고 함부로 떠날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룡령 옛길을 걸으면서 내가 이 아름다운 길을 걸을수 있음에 감사했다.
옛길을 구비구비 돌아설때 마다 황금빛 단풍이 잘 그려진 수채화처럼 깜짝 놀래키면서 새로이 나타나면 살아서
이 아름다운 가을을 이렇게 가슴 찐하게 느낄수 있음에 전율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옛길에서 보내는 바람에 미천골의 선림원지도 못가고, 일정이 조금 바뀌었지만
그런 것들은 옛길속에서 보낸 시간들에 비하면 정말 기꺼이 희생되어도 아깝지 않은 것들이다.
긴 방학에 들어간듯 쓸쓸한 폐교인 갈천분교도 오후의 고즈넉한 가을햇살아래서 아름다웠다.
작년 가을 수술날짜를 잡아놓고 이곳으로 여행을 왔었다.
그때 가파른 운두령고개를 넘기전의 어떤 모퉁이 빈 터에 누군가가 집짓기 기초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소박한 기와집을 완성하고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버스가 아니라면 내려서 그 집에 들러 주인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작년 이맘때 내가 이 집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말하면서 오지랍 넓은 수다스런 여편네처럼
그 살림을 참견하고 싶었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고... 앞으로 그렇게 살려고 지금 찾고 있다고...
마치 오래된 지기처럼 이야기하고 싶었다.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 용바우식당은 가보니 남편과 내가 맛있는 식당 발견했다고 좋아했던 곳이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근처의 유명한 송어횟집못지않게 친절하고 맛있는 식당이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갔을때 동네사람들도 많이 왔던 것 같다.
역시 모놀 대장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이런 알짜배기 식당도 척척 알아내고.
이번에 우리모놀팀은 비싼 송어회를 먹었지만 그 집의 막국수와 두부전골도 저렴하고 참 맛있다.
암에 걸렸다고 무조건 나쁘고 불행하기만 한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건강하면 못 느꼈을 사랑도 많이 느끼고, 매사에 감사함도 많아지고, 가족이나 인생을 생각하는 눈도 달라진다.
더구나 주변에 고마운 사람들 때문에 삶이 더풍성하고 풍요로워지기도 한다.
수술하고 항암치료 들어갔는데 참새언니가 나 사는 아파트로 찾아왔다.
쇠고기 한근을 신문지에 둘둘 싸서 검정봉다리에 담아들고 찾아왔다. 그거 먹고 힘내라고.
언니가 아팠을때 친구가 그렇게 고기를 사왔는데 얼마나 정겹고 고마왔는지 모른다면서 내밀던 그 검정봉다리엔
사랑이 꽉 차 있었다.
얼마전 요양원에 들어갔다 나오니 작은사랑님께 쪽지가 와 있었다.
여름내내 사과를 돌보면서 아픈사람들 위해 기도했는데 그 중 나에 대한 기도도 있었다고 하시면서 기도가 담긴
사과 한 상자를 보내주셨다.
작은 사랑님은 달새님 결혼식때 첨 만나서 옆자리에 앉았고 지난 겨울, 날 돌봐준 사람들에게 사과선물하느라 사과 2상자
산거 밖에 없는 사이다.
사과를 받아서 식탁에 앉아 껍질째 와삭 베어 한입 먹는데 갑자기 목이 메었다.
이런 사랑들을 어떻게 갚나......
아침녘의 어색함도 사라지고 맛있는거 많이 먹어 배도 부르니 돌아오는 길은 그야말로
만고강산 유람할제와 같은 기분이다.
단잠을 쬠씩 자고나서 참새언니의 입담과 재주있는 모놀회원들의 끼 있는 노래를 들으며 신나게 웃으니
엔돌핀이 팍팍 솟는것 같다.
그래 인생 뭐 별거 있나.
이렇게 가는 거야 즐겁게 쭈욱~~~~~~
계수야 난 가까이서 있을때마다 네가 생각나는지.... 에서 첨 만나 살갑게 다가왔던 그 모습이 얼마나 이쁘던지 압구정 나이스 관광 올라 타면서 계수나무라고 했을때 변한 모습에 깜짝 놀랐지. 그래 너를 힘들게 했던 그 넘을 친구처럼 잘 래가며 우리 오랜 만남을 가지자구나 나도 어머님 수술 받고 항암치료 과정 거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단다. 힘내자 홧팅
언니 나는 언니가 귀여워요^^;; 근데 항상 친언니 같고 자주 못봤어도 친근함이 한결같아요. 이젠 벙개에도 자주 갈 수 있으니 불러만 주세용~~
계수나무님 처음 보았지만 너무 친근하고 귀여운 여인이었어요... 어쩜 그리도 귀엽고 밝을 수가... 그대에게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도 드려요...^^
아이구 감사합니다. 저는 단지님의 시골생활이 너무 궁금하고 부러워서 많이 물어보고 싶었지만 첨이라서 선뜻 입이 안열리더라구요. 담에 뵈면 많이 알려주세요^^
결국 우리는 서로 기대며 살 때 행복해지나 봅니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힘이 돼주는 거지요. 모놀은 그런 모임같습니다. 팝송 'If I needed you'의 가사 중 'If I needed you, would you come to me. Would you come to me for to ease my pain? If you needed me, I would come to you, I would swim the sea for to ease your pain'이 가슴을 울립니다. "내가 당신을 필요로 할 때 제게 와주실 건가요? 와서 아픔을 덜어주실 건가요?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할 때 바다를 헤엄쳐서라도 당신께 가드릴게요. 가서 당신의 아픔을 덜어드릴게요" 우리 참새님은 재미만 있으신 게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해요. 계수나무님, 행복하세요.
네 고맙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필요하고 힘들때 도움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계수나무님 처음 뵙지만 얼굴두 밝구 건강하신거 같아서 전혀 환자라는 생각이 안듭니다. 나역시 그런 과정을 거쳤지만 지금은 그런 과정은 잊을라구 애쓰구 있습니다. 건강하시구 자주자주 뵈요.~~행복하시기 를~~
우리는 각자 사선을 넘은 동지네요^^ 정말 두번 다시 겪고 싶지않은 과정이었지요. 앞으로도 자주 답사에서 뵙도록 해요~
큰일을 겪고 나면 여유도 너그러움도 많아지는것 같지? 그럼~~ 인생 뭐 별건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들... 즐겁게 좋은것만 생각하고 사랑하며 삽시다. 나 자신을 위해서... 웃으면서... 짧은 머리가 더 깜찍하고 귀여웠어~~
고마워요. 언니. 전 야구모자 쓴 언니의 모습이 더 귀엽고 깜찍했어요^^ 첨 만났을때보다 되려 젊어진것 같았어요. 진심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