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트리아, 비엔나 도심에서의 한 대학 등록금과 관련 된 시위 현장 >
한 학기에 80만원 정도의 등록금을 내게 되었다고 빈 대학 학생들이 시위하는 장면이다. 나는 그날 빈의 시내에 나왔다가 차도의 한 쪽을 당당하게 걸어가며 시끌벅적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학생들의 뒤를 쫒아갔다. 사진에서처럼 시위 학생과 경찰은 함께 걷고 있었고, 경찰차는 그 뒤를 조용히 따라가고 있었다. 구호가 적힌 팻말이나 시위자들이 대충 학생인것을 감안해 내가 그 중 한 경찰에게 이들의 시위가 혹시 등록금과 연관이 있는 것, 혹시 독일처럼 그나마의 등록금도 안 내고자 하는 시위인지를 묻자. 그가 "그렇다는 " 대답을 해주었다. 그 경찰이 하도 힘없이 대답하길래, 같이 싸우지 않고 왜 뒤를 쫒아가는 것인지는 나중에 한국인 이민자에게 묻자. 그런 시위에서 경찰은 그저 학생들이 다칠것, 시위가 크게 번지게 될 것에 대해 대비하기 위해 따라갈 뿐이라는 말을 들었다. 한국과는 진실로 다른 풍경이다.
한국 대학의 등록금은 이제 한 학기에 400~ 700 만원을 넘나든다. 물론 국립대학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지만 일반 사립대의 경우는 거의 이 정도의 수준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대학원을 고려한다면 가히 박사가 되기 위해 드는 등록금만해도 1억을 훨씬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에도 한국의 대학생의 수는 인구대비 가히 세계 최고의 비율을 자랑한다. 대학 졸업장의 유무가 아직까지도 한국사회에서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업을 위해서는 거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대학 졸업은 기본이고 그 외에 공교육에서 부족했던 영어와 기타의 적지 않은 조건들이 또 충족되어주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나이가 25 혹은 30이 다 되어가도록 때로는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는 몰라도 독일(오스트리아를 포함) 은 다르다고 한다. 일단 그들은 학비가 한 학기에 100만원도 되지 않는다. 또한 그나마도 무료이었던 것이 근래에 들어와 학생신분이라면 주어지는 각종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사람들이 자꾸만 대학에 남아있으려 하기에 사회에 고급의 인력이 투입되지 못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 수백만원에 해당하는 학비를 대느라 알바에 치일 필요도 없으며 또 부모에게 크게 의지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나이가 20살이 넘어가면 이들은 자신들이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독립성을 일찌감치 배운듯이 보였다. 실제 그곳에 거주하는 분들로 부터 들은 바로는 부모가 아무리 부자여도 자식에게 아르바이트를 시킨다는 것이다. 이건 부모 돈이지 너의 돈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아주 어릴때부터 각인 시킨다는 것, 또한 부모와 자식은 엄연히 별개의 존재라는 것을 당연시 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들에게도 꽤 부유한 집 중에, 과외나 상류층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가르치기 위해 학교 교육 이외의 많은 돈을 들이는 사람들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 통념과 실제 사회적 system 어느 쪽이나, 대학을 꼭 나와야 할 절박한 이유는 없다. 대학은 공부를 하기 위해 가는 곳인 만큼 실제로 공부에 관심이 없는 이들은 다른 쪽으로 자신의 진로를 개책해도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을 나온 이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이의 월급의 차이가 우리나라 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대학을 나와서 많은 돈을 번다 하더라도 세금에 민감한 독일 정부가 번 만큼 거두어 들인다는 원칙을 비교적 철저히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독일아니 오스트리아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적어도 세금에 있어서는 그곳이 자본주의 보다는 사회주의 시스템에 훨씬 가깝다고 했다. > 결국엔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주 자연스럽게 반드시 대학 교육은 필요로 하는 자들에게로 집중 될 수 있다. (이러한 물리적, 환경적 상황이 고려되지 못하면서 독일은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부모가 안보내 라는 식으로, 머리와 꼬리 다 잘라 접근하는 말들은 사실 현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것일 뿐이다)

또한 널리 알려진바대로 독일에서 학위를 받기는 결코 쉽지 않아서 대학이 그저 등록금만 내고 어느정도의 학점만 따면 졸업할 수 있는, 실속없는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곳으로 전락하기에는 애당초 불가능 하다는 것 또한 우리 보다 훨씬 잘 사는 국가임에도 대학생이 인구의 비율상 많이 낮다는 것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실제 내가 독일 북부의 한 도시에서 묵었던 집의 딸과 사위는 모두 독일에서 의사의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건 명예직이지 한국처럼 (물론 요즘 한국 의사들도 돈 벌기 쉽지는 않다고들 하지만 ) 빈부의 격차가 엄청 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의식이 변해야 한다고 쉽게 말하지만 사실 내가 보고 느낀 바로는 의식은 현실이라는 물리적 조건이 그에 상응하지 못하면 결코 그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의식적으로만 대학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한들 실제 졸업의 유무가 그 이후의 삶에 치명타를 가져다 주는 한국과 같은 시스템이라면 오히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세상 물정을 모르는 바보가 되기 싶기 때문이다.
배움이 장사가 되지 않는 곳, 지식과 더불어 무엇보다 생각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는 곳, 새로운 성인 세대가 20세 물리적 나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성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곳, 대학 졸업장의 유무가 빈부의 차이를 따라잡기 힘들만큼 벌려놓지 않는 곳, 돈은 버는 만큼 세금으로 나가지만 그만큼 사회보장도 보다 철저하게 관리 될 수 있는 곳, 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 한 방송사 프로그램의 '미녀들의 수다'라는 곳에서 독일인 처자 미르야(Mirja Maletzki)씨가 "한국 젊은이들은 부모님의 등골을 다 빼먹는다" 라고 발언 한 것이 잠깐 도마위에 올랐었나 보다. 하지만 왜 그녀가 비난받아야 되는지 나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실제로 그녀의 말은 옳기 때문이다. 아니 옳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에 비하면,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 태어나 자란 이의 눈을 감안하면 더욱이. 하지만 (미르야씨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 )이 문제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만 그 화살이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은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도 내 부모의 등골을 빼먹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학기 80 민원 등록금이면, 대학의 졸업장의 유무가<물론 요즘은 졸업을 해도 문제지만> 치명적이지 않다면, 또한 설사 교육비라도 부모가 대줄 수 밖에 없다는 의식이 자리잡지 못하는 사회의 분위기라면 우리의 사정도 사뭇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우와~ 평소에 글 쓰시는 게 남다르다 생각했는데 신문사에 기고도 하시고 그러시나봐요. 멋집니다. ^^ 80만원이 비싼 등록금... 쓴웃음만 나오네요. 비싼 돈 내고 전공 공부는 뒷전이고 1학년때부터 취업공부에만 매달려야 하는 현실이 참 씁쓸합니다. 분명 잘못되었다는 건 아는 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이런 기사 접할때마다 답답한 기분만 더해지는 듯 합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조금씩은 나아지겠죠?..
그러게요. 아래 피안의 세계님 말씀도 그렇고 이요르님 말씀도 그렇구요. 언젠가는 나아지겟지요? 저 80만원도 낼 수 없다고 시위하는 사람들 보고 저도 참 씁씁해지더라구요.. ^^이요르님......
우리는 미국을 벤치마킹합니다. 유럽적 사고방식 가치 시스템이 우리에게는 부족하다죠. 유럽은 사회주의 색체가 강합니다. 미국은 그반대이지요. 그치만 미국은 기부문화가 잘되어 있습니다. 우리와 또다른 분위기가 있구요. 우린 이래저래 어렵습니다. 생각이 바뀌는건 혁명이 아니면 서서히 진행되겠죠. 조금씩 나아진다에 희망을 걸어야 하나 봅니다. 핀란드는 백만원씩 준다는데... 저의 지인이 저에게 늘하던 말입니다 그저 부러울뿐^^
그 사회주의라는게요. 피안의 세계님, 공산주의와 다르다는 것 그리고 북한은 사회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일인독재국가일 뿐이라는 걸 아직도 정확히 구분짓지 않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는게 속상합니다.
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 중에서도 분명히 자본주의 체제안에서 사회주의를 믹스하는 국가들이 ..그리고 그중에는 잘 사는 국가들이 아주 많은데 말이지요. ㅠㅠ
성장과 복지가 같이 이루어지기는 힘들다라는 말도 안되는 이데올로기 안에 <그렇다면 성장만 강조하는 한국 같은 나라들은 더 잘살아야겠지요,,> 적자생존의 논리에 신음하는 사회를 보면 안타깝습니다. 나아지겠지요.. 그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
68년 프랑스 낭테르대학에서의 시위. 기존의 시위가 보여주는 자본주의 타도나 사회주의 건설이란 단어 없이 미래전망없이 그들은 우리는 단지 점검한다. 지루함은 반혁명이다를 슬로건으로 학교밖을 뛰쳐나왔다 합니다 .옛날 아버지 시대보다는 더부요한 오늘이지만 행복과 역사의 발전만을 약속하는 허구와 낡은 세계를 비판했다하네요. 실패냐 성공이냐 말은 많지만 안일한 체제에 대한, 성장과 허구에 대한 비판을 가한 운동 그리고 이런 운동을 겪은 그들입니다. 우리도 우리의 성숙된 가치, 명철한 비판의식을 바랄뿐입니다. 여행사이트에서 넘 부거운 얘길 했네요^^
baula님의 말에 공감합니다. 저또한 안타까움 가득합니다. 우리현실이요ㅠㅠㅠ
네..피안의 세계님.. 너무 무거운 말을 저또한 ..해버렸습니다. ㅠㅠ 여긴 여행 싸이트인데요.. ㅠ ㅠ
피안의 세계님 말씀처럼 그렇게 되면 참 좋겠습니다. 여행 다니면서 저들의 단점, 장점을 보면서 생가했던 것들이 여기 저기 답글 주신 분들에 의해 더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습니다. 피안의 세계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적자생존,승자독식의 정글자본주의가 가장 강한 곳이 대한민국이 아닐까하는 세상 잘 모르는 좁은 생각을 해봅니다.세금내고 군대다녀와도 국가로부터 보장받는 것보다 개인의 능력으로 풀어가야하는 문제가 더많은 나라..개인적으로 유럽 사회가 가장 부러운건 무상교육,무상의료 그리고 보장된 노후라고 생각합니다.위의 시위가 발생하는건 그중 한가지가 무너지는데 대한 반발이겠지만..그런 사회를 만들어 가려면 세금도 많이 내야겠죠?전..유럽처럼 세금 50~70%떼간다 해도 그런 사회만 만들어 준다면 세금낼 의사가 있습니다만.. 현시창..'나만 아니면 돼'가 1박2일의 우스게 소리가 아니라.. 날마다 부딪혀야하는 냉혹한 현실ㅠㅠ
케언스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되려 조심스럽습니다. 세상 잘 알지도 못하시다니요.. ㅠㅠ 케언스님 말씀처럼 서유럽도 점차 사회주의의 사회안전망 정책들에서 퇴색해 가는 움직임들이 뚜렷하고 또 정치에 있어서도 그런 당들이 실권을 잡아가는 겨향이 두드러지지요. 그래도 지금처럼 미래도 너무나 불안정하고 세금이 저들 처럼 많지는 않아도 먹고 살기 빠듯한게 보통 사람들의 삶인 한국 보다는 분명 잘사는 나라, 선국국임은 분명한 듯 했습니다. 냉혹한 현실 정말.. 그래요. 케언스님.. 더불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도록 깊은 답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