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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버[부제 : 청림고교 밴드부 '타임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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텁텁하고 축축한 이 곳에서 들리는 소리들은 굉장히 끔찍한 상황을 보여주듯 합니다.
땀냄새와 뒤섞여 이상한 냄새를 흩날리고 있는 공터에는 족히 10명은 넘어 보이는 남학생들이
한바탕 뒹굴고 있었습니다. 그 광경은 흡사 호랑이들이 싸우는 것 같습니다.
한시간은 걸릴 것 같은 싸움이 끝난건 오토바이를 타고 빠르게 달려온 한 남학생으로부터 끝이 났습
니다. 매섭게 생긴 눈매와 오똑한 콧날이 강한 인상으로 확 와닿은거죠.
" 죽고 싶지 않으면, 빨랑 꺼지는게 좋을텐데. "
오토바이에서 내린 반도는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가네요. 그러자 반도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행동을 멈추는 남학생들입니다. 그 말 한마디에도 남학생들이 가지 않자 피식 웃어보입니다.
그러고는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남학생에게 빠르게 주먹을 꽂음으로써 싸움이 시작됬습니다.
하지만 그 싸움은 십분만에 게임 종료가 되었지만요. 10명이 싸울땐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싸움이
단 한명으로 인해 깔끔하게 반도의 승리로 돌아가게 되었지요. 그리고 다시 오토바이로 향한 반도는
헬맷을 쓰며 말합니다.
" 그러니까 좋게 말할때 꺼지면 다칠일도 없잖아. "
큰 엔진소리를 내며 빠르게 그 열댓명앞에서 사라지는 반도.
한동안 남학생들은 반도가 지나간 자리만 지켜보고 있을 뿐 아무런 말도 오고가지 않았습니다.
" 넌 어딜 갔다온거야. 연습은 안하고. "
" 그럴일이 있었어. "
" 그럴일은 무슨. 또 싸움하고 왔나보네. "
그 곳을 빠져나온 반도가 향한 곳은 청림학교에 '타임오버'라는 밴드부실이었습니다.
밴드부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제일먼저 반도를 반긴건 지후였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지후는 뒤에서 비꼬는 말투를 가진 청아를 말립니다.
" 간청아는 좀 닥치시지. "
" 내가 뭐 없는 말 했냐. 매번 어딜 갔다오면 싸움터잖아. 넌. "
" 간청아. "
청아는 매섭게 자신을 노려보는 반도를 무시한채 밴드부실을 나갑니다.
그런 청아와 반도를 지켜보던 지후는 낮은 한숨을 내뱉고는 피아노 앞에 앉아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맑고 고운 미성을 가진 지후의 노래에 반도는 청아가 나간 문을 바라보다
지후에게로 시선이 향하죠. 자신이 들어도 무척이나 듣기 좋은 목소리를 가진 지후였으니까요.
한참을 노래를 부르던 지후가 노래를 멈추고 악보를 들고 눈을 감고서 듣고 있는 반도에게로 향합니다.
탁-
지후의 손에 들려 있던 악보가 반도의 앞에 놓여지네요. 그 소리에 눈을 뜬 반도가 악보를 바라보며
지후에게 묻습니다.
" 이게 뭐냐. "
악보를 보며 뭐냐고 묻는 반도에게 지후는 눈짓으로 악보를 가리킵니다. 그 악보에는 낯선 단어들이
보이죠. 삐뚤빼뚤하게 써져 있는 악보에는 가사들이 하나하나 붙어 있습니다. 손글씨로 쓴 것 같은
노랫말에는 무언가에 번진듯한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 벌써 며칠째인지 너 알지? "
" 뭘? "
" 이 악보를 하루도 빼지 않고 우리 연습실로 보내오는 누군가 말야. "
" ............ "
" 한달째야. 하루는 장난인줄 알았지만, 벌써 그 악보들만 수십장은 된다고. "
지후의 말에 다시 한번 그 악보를 들여다보는 반도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죠.
" 그래서 뭐. "
반도의 낮은 목소리에 한숨을 쉬던 지후가 다시 설명을 해나갑니다.
" 이건 누군가의 장난이 아니라는 거지. "
" 장난? "
" 너한테 온것도 있고, 나한테 온것도 있고, 또 청아한테 온것도 있다는 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
지후의 말에도 한참을 생각하던 반도는 정말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젓습니다.
지후는 다시 그 악보를 들고가 피아노 앞에 앉아 그 악보를 보며 칩니다.
아름다운 선율에 다시 눈을 감는 반도입니다. 한참을 치던 지후가 피아노 치는 것을 멈췄고, 다시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자 눈을 뜨는 반도였습니다.
" 이제 알겠지. 계속 똑같은 멜로디잖아. "
반도는 이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아까 보여줬던 악보를 바라봅니다.
며칠째 이어진 누군가가 적어놓은 악보. 그 악보들은 끊임없이 청아와 반도와 지후가 있는 밴드부실로
오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장난인줄로만 알고 그 악보는 벌써 청아의 손에 찢겨졌죠.
그러나 그것이 하루 이틀 계속 이어져 오늘인 한달째가 되었고 말입니다. 분명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밴드부실에 이 악보를 두고 간것이겠구요. 반도는 그 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지후가 건네준 악보만을 뚫어져라 바라볼뿐이었죠. 지후는 그런 반도를 바라보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피아노 앞에 앉아 다시금 진짜 연습을 시작합니다.
" 대체 누굴까? 그 사람. "
지후의 말에 악보에서 지후로 시선을 옮기는 반도입니다. 반도는 지후의 말에 탁자에 악보를 내려놓고
이 말과 함께 나가버리죠.
"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다. 괜한거에 신경쓰지말고 연습이나 해. "
그 말과 함께 밴드부실을 나가는 반도. 지후는 반도가 나간 문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한숨섞인 목소리로
말합니다.
" 진짜 우리랑 상관없는 일일까? "
연습실을 나온 반도는 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향합니다. 옥상 문이 열리자 제일먼저 보이는건 걸상에
누워 이어폰을 꽂고 잠을 자고 있는 청아였습니다. 반도는 그런 청아의 발을 툭툭 건드려봅니다.
그러자 인상을 찡그리며 반도를 쳐다보죠. 반도의 얼굴을 봤으면서도 일어나지는 않네요.
반도는 그런 청아의 옆에 같이 드러누워 버립니다. 둘다 그런 모습은 신경도 쓰지 않은채로 말이에요.
" 신문 봤냐. "
둘이 나란히 누워서 한참을 있다가 말문을 연건 다름아닌 청아였습니다. 반도는 그저 청아의 말을
듣고만 있습니다.
" 한국 왔다더라. 이해리 말이야. "
청아의 입에서 나온 이해리라는 말을 듣고서야 일어나는 반도입니다. 반도는 그런 청아의 말에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려 합니다. 그러자 벌떡 일어나 나가려는 반도의 뒤에서 말합니다.
" 너 보고 싶댔어. 해리누나가. "
청아의 누나라는 말에 발끈한 반도는 다시금 뒤를 돌아 청아에게 말합니다.
" 누가 누나래. "
" 한반도. "
" 누가 누나냐고. 너한텐 아직도 이해리가 누나냐. "
" ................ "
" 너한텐 이해리가 누나일지 모르지만, 나한텐 이해리는 아무것도 아니야. "
" 반도야. "
" 다시는 내 앞에서 이해리 꺼내지도마. "
그 말을 끝으로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립니다. 옥상에 다시 혼자 남겨진 청아는 복잡하다는 듯 인상을
쓰다가 다시 누워버리네요. 옥상을 나온 반도는 소리나게 벽을 주먹으로 쳐버립니다. 많이 괴롭다는
뜻이겠죠. 청아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에도 해리라는 이름이 나오자 불같이 화가 나버린 반도였습
니다. 그만큼 이해리라는 여자는 반도에게 상처로 남은 여자가 아닐까요?
" 씨발. "
그 한마디가 지금 얼마나 괴로운지를 잘 알려주네요. 반도는 상처가 난 주먹을 꼭 쥐고서 계단을
내려갑니다. 그렇게 그곳을 빠져나온 반도는 밴드부실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합니다. 주먹에는 피가
흐르지만 아랑곳 않고서 학교 건물 앞에 세워둔 오토바이에 앉아버리네요. 헬맷을 꼭 쓰고서 출발
하려는 그때, 어디선가 들리는 바이올린 소리가 반도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아름다운 선율에 가슴이
요동치는 것을 느낀 반도는 쓰고 있던 헬맷을 벗어버립니다. 조금이라도 더 듣고 싶은 마음에서겠죠.
그리고 반도는 이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이 바이올린을 치는 누군가가 보고 싶어
서겠죠. 천천히 걸음을 옮긴 쪽은 밴드부실과는 정반대 방향인 학교 뒤 건물이었습니다. 2-3반이라는
팻말 앞에 선 반도는 그 안을 들여다봅니다. 그 안에는 어떤 소녀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갈색 머리카락이 너무나 아름다운 소녀는 반도가 지금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체로 자신의
연주에 몰입하고 있네요. 반도는 그런 소녀의 연주에 행복하다는 것보다는 가슴이 아프다라는 것을
느낍니다. 좀 더 가까이서 보고싶은 마음에 더 다가가려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에 소녀가 연주를 멈추
고 뒤를 돌아 반도를 바라보네요. 아까전과의 연주와는 다른 눈빛을 가진 소녀입니다. 반도는 순간
멈춰버렸고, 그 상태로 정지상태가 되어버렸어요. 차가운 눈빛의 소녀를 본 순간 가슴이 철렁하는
반도였습니다. 소녀는 아무런 말도 없이 바이올린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려합니다. 그 순간 반도가
소녀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자 소녀는 반도의 눈을 차갑게 바라보네요.
" 이거 놔. "
" ........... "
" 난 네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이런 식의 인사는 좀 그렇지 않아? "
그 말에도 꿈쩍도 하지 않은 반도는 그저 시린 눈동자를 가진 소녀의 손을 꼭 잡고만 있네요.
하지만 소녀는 아프다는 듯이 팍- 손을 쳐내버렸고, 그와 동시에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반도는 소녀가 나가고 바닥에 떨어진 이름표를 바라봅니다.
" 이온새...... "
소녀의 이름인가봅니다. 반도는 한참동안이나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질 못했죠. 이온새라는 이름이
너무나 따뜻해서였나봅니다. 이름과는 정반대의 눈빛을 가진 소녀를 반도는 가슴 속 깊이 새기는 듯
보였습니다.
첫댓글 너무 재미있어요!! 담편도 빨리 보고싶어요><
다음편 기대영 ㅠㅠ
잼있어 담편이 기대되
담편~ 기대할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