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국무총리(79)가 탄핵 후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강한 톤으로 비판하면서 능력이 안 되는 그를 간판으로 내세워 대통령으로 만든 보수 정치권에도 일침을 가했다.
고 전 총리는 1일 공개한 ‘고건 회고록 : 공인의 길’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정말 답답했다. 오만, 불통, 무능…. 하시지 말았어야 했다. 아버지 기념사업이나 하셨어야 한다”고 깎아내렸다. 고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에서 보수가 스스로 궤멸했다고 진단하면서 “물론 그 당사자(박 전 대통령)가 제일 큰 책임이 있겠지만 그 사람을 뽑고 추동하면서 진영대결에 앞장선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근혜를 검증 안 하고 대통령 후보로 뽑은 거 아니냐”며 “보수진영이 이기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진영대결의 논리이고 결과다. 중도실용을 안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 전 총리는 지난해 본격적인 촛불 정국 도래 직전 청와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나 진언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2016년 10월 30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사회원로 몇 명과 함께 차를 마시며 ‘국민의 의혹과 분노는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성역없는 수사를 표명하고, 국정시스템을 혁신해서 새로운 국정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진언했다”며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촛불집회가 일어나고 탄핵안이 발의, 가결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해 “공과 과가 있지만 제일 큰 공은 한국전쟁이 났을 때에 미국을 비롯한 유엔(UN)의 참전을 유도한 것”이라며 “국가건설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한국전쟁을 수행하고 수습한 그 공로는 정말 크다”고 평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빈곤탈출을 위한 산업화 과정은 마침 그때의 국제정세, 국제경제 질서와 맞아떨어졌다”며 “그것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선 “북방정책은 인정해 줘야 한다”고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금융실명제와 문민화 등 민주화 개혁,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수습의 공이 있었다고 각각 평가했다. 다만 그는 “노무현 대통령 이후부터는 앞으로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