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절에 2] 정병경.
ㅡ단오제ㅡ
강릉 남대천 하늘엔 뭉게 구름이 단오제 축하 퍼포먼스를 벌인다. 90여 명의 광주문화원 회원을 태운 버스가 출발 지점인 광주를 향해 달린다. 오죽헌과 허난설헌 생가와 강릉단오제 행사를 당일에 마치고 떠나기에는 바쁜 일정이다.
정기성 박사의 조카인 S그룹 정*한 부장과 저녁 무렵 함께 만나 단오제 행사장으로 향한다. 낮 시간보다 많아진 인파로 발걸음이 자유롭지 못하다. 해가 저물수록 행사장은 절정이다.
KBS 사장기 '농악 경연대회'가 단오장 아리마당에서 펼쳐진다.
2019년 38회 때 '성덕동농악대'가 우승을 한 이후 코로나로 인해 멈추었다. 3년 만에 이어지는 행사여서 열정의 도가니다.
단오제 전수교육관에서 펼쳐지는 강릉단오제 《다노네 다노세》 행사(6월25일)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축제다. 예술성을 인정받아( 2005년 11월 25일)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되었다. 강릉에서는 행사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의 전통 예술이 맥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2023년 7월엔 강릉 세계합창대회 (11일간)도 펼쳐진다. 자못 기대가 된다.
야외 돼지 바베큐점엔 식객들로 만석이다. 맛과 멋을 겸한 만찬이다. 활기가 넘치고 즐거움이 만배다. 동심으로 돌아간 우리 일행은 밤이 깊어짐을 잊는다.
정박사 댁에서 새벽 두 시까지 세 사람은 한담이 오고간다.
ㅡ하조대로ㅡ
아침에 해장국집으로 나선다. 정박사는 인천 와이즈맨 행사가 있어 오전에 고속버스로 출발이다. 정부장과 함께 양양襄陽 하조대河趙臺로 향한다. 하조대는 국가 지정 명승 제 68호다. 잘 보존하여 후세에 물려주어야 한다.
언덕의 하얀 '무인등대'는 우뚝 솟아 멀리에서도 눈에 잡힌다.
육각정 아래에는 푸른 파도가 넘실댄다. 화강암 기암괴석은 도포 자락이 바람에 날리는 형상이다. 쉼터로 손꼽힌 하조대가 마치 개선 장군이 성 위에서 포효하는 형국이다. 우람한 바위에서 자수성가로 기품氣稟을 자랑하는 해송이 일품이다. 내삶의 선배인 노송 앞에 고개가 숙여진다. 하조대 송림 숲에서 동해를 바라볼 만하다.
조선의 개국공신 4인방 중 두 사람인 하륜河崙과 조준趙浚이 결의를 다짐하며 우정을 나눈 절벽이다. 후대에 증표로 남기기 위해 성씨姓氏 한 자씩 넣어 바위에 '河趙臺'라고 새겨 놓았다. 조선 숙종 때 참판을 지낸 이세근李世瑾이 음각으로 새긴 명필이다.
동해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기氣를 충전하느라 시간을 지체한다.
ㅡ울림ㅡ
소리백화점 휴휴암休休菴으로 핸들을 돌린다. 동해의 일출로 하루를 여는 법당과 일몰을 바라보는 지혜(해수)관음상이 웅장하다. 파도와 갈매기 소리가 하루도 쉴 날 없다. 아무나 수시로 치는 범종이 끼어들면 조화롭다. 소리의 흔적 남기며 세월 보내는 사찰에서 잠시 마음을 쉬어본다.
갈매기와 물고기는 부처의 마음이다. 물 반 고기 반을 휴휴암 앞 바닷가에서 본다. 양식장으로 착각할 정도다. 매번 보아도 기이한 일이다.
"숭어 떼 바라보며
마음 비운 갈매기
미물도 공생 공존
세상은 풍요 바다
하늘이
양심에 맏겨
평화롭게 쉬라고."
물고기에 관심 밖인 갈매기와 청둥오리를 바라보며 생명 존중의 의미를 되새긴다.
해수관음상을 의식하는 새들이 아닐까!
누구라도 낚싯대를 드리울 마음이 사라진다.
정부장 가정에 2세 탄생의 간절한 소원을 외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슴에 새긴다.
"갈매기 끼룩끼룩
파도는 철석철석
숭어는 팔닥팔닥
세월은 쉬엄쉬엄
천만 년
이어온 소리
금세기의 명연주."
일정을 마치고 고속도로에 접어든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내린천 휴게소에 들어선다. 휴식 인파로 붐벼도 질서를 지키는 성숙한 모습에 마음이 풍요롭다. 내년 단오제를 기약하며 서울로 달린다.
2022.06.04.
첫댓글 강릉의 행사 일정과 더블어
동해를 돌아오셨네요
하조대 송림이 그리워 집니다
숭어의 팔딱임에 가슴을 두드리신
작가님의 감성을 부러워 합니다
여정 단오제 풍문으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