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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견종정(一見鍾情)
한 번 마주치니 마음에 종이 울리다는 뜻으로, 첫눈에 반하다 특히 생면부지의 사람이 찰나의 순간에 사랑의 감정에 빠지는 경우를 의미하는 말이다.
一 : 한 일(一/0)
見 : 볼 견(見/0)
鍾 : 쇠북 종(金/9)
情 : 뜻 정(忄/8)
트롯 왕자 안성훈과 트롯 공주 김희진의 '홀딱'은 남녀가 첫눈에 사랑의 강물에 퐁당 빠지는 '추입애하(墜入愛河; 사랑의 강물에 빠지다)'의 과정을 노래한 댄스 트롯 곡이다. 이 곡은 박정현, 소향, 이영현의 '디바 프로젝트' 프로듀서 이규낙과 황정기가 작곡하고 고재경이 작사에 참여하였다.
또한 화수분처럼 넘치는 매력적인 보컬을 지닌 안성훈의 맛깔스러운 가창력과 호소력 짙은 마법의 보이스를 지닌 김희진의 뛰어난 곡 해석력이 압권이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가슴을 녹이는 노랫말이 일품인 '홀딱'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곡으로서 듣는 이들에게 맛과 멋과 흥을 극대화 시킨다.
이들이 부른 '홀딱'이라는 노랫말에는 일견종정(一見鍾情)의 예가 확연히 드러난다. 1절 도입부에서 남성 화자는 상대방에게 '한눈에' 빠진 자신을 발견한다. 처음 보자마자 정신이 혼미해진다. 어안이 벙벙해서 말문도 막히고 심장이 두 근 반 세 근 반 뛴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신대륙 첫 발견에 버금갈 정도로 화자는 첫눈에 반한다. 그가 사랑에 빠져버린 시간은 눈 깜짝할 순간이다. 첫눈에 반한 그는 상대방의 모든 것이 좋고 아름다워 보인다. 또한 '미칠 것' 같은 심정을 격렬히 토로한다.
한눈에 반했어 내가 미칠 것 같아
왜 이리 다 좋을까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
이와 같은 남성 화자의 일견종정(一見鍾情)은 여성 화자에게도 동일한 느낌으로 이어진다. 여성 화자도 남성 화자와 '찌리릿 찌릿'한 눈빛을 교환함으로써 애정의 감정을 표출한다. 눈빛뿐만이 아니다. 사랑의 상징인 심장조차 '콩닥닥' 마구 뛴다.
눈빛이 찌~리릿 찌릿 자기가 좋아
심장이 콩~닥닥 콩닥 뛰잖아
이제 두 화자는 이른바 '사랑의 포로화'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에 놓여있다.
내 맘을 흔든 자기 자기야
내 맘을 홀린 자기 자기야
내 가슴 속에 불 지핀 자기
나 어떡해.
누구든지 자신의 이상형 인물에 의해 마음이 흔들리고 매혹될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의 심장에 불을 지핀다면 어떻게 처신할까. 아마 자기의 가슴에 '불 지핀' 상대방을 사랑의 특급 방화범으로 규정하지 않을까 싶다. 누구든 인생에서 자신의 심장에 불을 지핀 사랑을 한두 번쯤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랑의 경험은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동시에 첫눈에 반한 두 화자는 이제는 상대방에게 '홀딱' 빠져버리고 취해버려서 더 이상 어찌할 바를 모른다. 주변에 두 사람 이외는 그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곁에 있는 상대방만이 보일 뿐이다. 누군가와 사랑의 불길에 휩싸이게 되면 홀딱 사로잡혀 '넋'이 나갈 정도로 심취하기 마련이다:
홀딱 빠져버린 나란 말이야
홀딱 취한 나야 나
아무도 안보여
자기만 보일뿐야
홀딱 넋이 나간 나란 말이야
홀딱 사로잡힌 나
이제 나는
자기밖에 아 몰라 몰라 몰라.
본질적 가치는 외면이 아닌 내면으로 아름다운 내면보다 더 신성하고 지속 가능한 것은 없다.
2절 도입부는 여성 화자에 대한 남성 화자의 일방적인 구애를 보여 준다.
로또야 로또야 로또
자기는 로또
대박야 대박이야
완전히 대박이야 대박.
첫눈에 반한 그가 이제는 홀딱 빠져서 홀딱 사랑에 젖어 있다. 마치 로또 일등에 당첨되어 대박을 터뜨린 것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그는 상대방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로 생각하며 환호한다. 여성 화자도 '몸짱'과 '얼짱'인 남성 화자에게 '한 방에 훅' 간 사실을 토로한다. 이제 두 화자는 서로에게 달콤한 고백을 교환한다:
자기는 너무 사랑스러워
거짓말처럼 달달스러워
내 가슴 속에 불 지른 자기 나 어떡해
두 화자의 눈에 비쳐진 상대방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눈이 부신 자기야'로 정의된다.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것은 서로의 가치를 훌륭한 예술 작품으로 평가하는 고차원적 심미안의 발로이다.
명작의 가치는 시공을 초월한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이다. 미켈란젤로가 4년 동안 그린 로마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 벽화가 그 예이다. 곡명 '홀딱'의 두 화자는 눈부신 상대방이라는 예술 명작을 만난 셈이다.
처음 상대방을 볼 때 한눈에 반하는 순간은 8초 전후이다. 안데르센 명작 '인어공주'에서 인어공주가 바다 위를 항해 중인 왕자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 시간도 불과 순식간이다.
서도 지방의 대표적 굿 놀이 중 하나인 '배뱅이굿'은 잘 알려진 창극이다. 등장인물인 배뱅이도 자신의 집에 시주받으러 온 수행 스님에게 첫눈에 반한다.
이같은 일견종정(一見鍾情)은 나이와 성별과 신분을 초월한다. 첫눈에 반하는 것은 대체로 상대방 겉모습을 보고 판단한다. 하지만 일견종정(一見鍾情)의 본질적 가치는 외면이 아니라 내면이다. 아름다운 내면보다 더 신성하고 숭고하고 지속 가능한 것은 없다.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첫눈에 반했다'는 그 말
어릴적 나는 육지에서 3시간 넘게 배를 타야 도착할 수 있는 작은 섬마을에 살았다. 8살이던 4월의 어느 날, 육지에서 남자아이가 전학을 왔다. 시골 마을의 까무잡잡하고, 지저분하고, 욕설을 잘 쓰는 거친 남자아이들과 지내다가 유독 하얀 피부에 깨끗한 셔츠와 바지를 입고 심지어 목소리마저 사근사근한 그 아이를 본 순간 나는 금세 반해버렸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첫눈에 반한 최초의 이성이 아니었나 싶다.
표준말을 쓰던 곱상한 그 아이는 시골 남자아이들과 어느덧 친해지더니 금세 욕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 친구들과 순식간에 동화되고 말았다. 그 아이가 좋았던 건 섬마을 남자아이들과 다르게 '신사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 같은 첫인상 때문이었는데 그런 기대감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짝사랑이 끝난 순간이었다.
'첫눈에 반하게 되는' 순간은 사춘기 시절에도, 대학생 시절에도 계속 되었다. 중학생 시절에는 첫눈에 반한 사회 선생님을 2년간 짝사랑했고, 고등학교 시절에도 첫눈에 반한 남학생을 혼자 좋아했다. 대학생이 되었지만 혼자 반하고 혼자 고민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사랑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졌고 많은 책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여러 책을 탐독하던 중 사랑이나 연애는 현상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인간의 본성이나 심리를 알아야 한다고 깨달았던 것 같다. 요즘은 유튜브에만 접속해도 연애를 상담해주는 채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젊은 친구들에게 유튜브와 블로그 연애전문가의 코칭을 받기 전에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이나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 자끄 라깡의 '욕망이론',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와 같은 심리, 철학과 문화인류학 분야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기 자신을 포함한 인간에 대한 이해는 연인이라는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에서 보다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토대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욕망인가 사랑인가
그중에서도 프랑스 철학자 자끄 라깡이 쓴 '욕망이론'은 나 자신을 포함한 인간의 내면과 본성을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도와준 고마운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제일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첫눈에 반하다' 만큼 세상에서 위험한 말은 없다고...
'첫눈에 반했다'를 자끄 라깡 식으로 바꾸어 말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욕망에 정확히 부합하는 이미지를 찾았어'.
사람의 취향은 주위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환경과 자신의 다양한 욕구가 어우러져 형성되는 것이기에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내 머리속에 새겨진 취향을 충족시키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내가 저 상대에게 첫눈에 반한 것은 오롯이 나의 문제이지 상대의 문제가 아닐수도 있다'라는 자각에 있다. 저 사람이 너무나 근사하고 멋있어서 내가 첫눈에 반한 것은 맞지만, 저 사람이 너무나 근사하고 멋있어 보이게 하는 느낌의 근원은 바로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롤랑 바르트는 '사랑의 단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대상에 대한 자신의 욕망의 특이함을 이름 짓지 못하여 그저 '근사해(adorable)'라는 말로 귀착한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자신이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에 빠진 감정에만 매몰되어 스스로를 객관화하기 어렵게 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자신이 반한 상대의 매력을 그저 '근사해' 혹은 '멋있어' 라는 단어로 두루뭉술 넘어가지 말고 자신의 욕망의 특이함에 하나하나 이름표를 달아줄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생각한다면, 나를 왜 사랑하는가에 대한 상대의 답변은 내가 저 사람의 사랑을 과연 받아들여도 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된다. 만일 당신이 연인에게 '나를 왜 사랑하느냐'고 질문했을 때,
'사랑하는데 이유가 어디 있어, 그냥 사랑하는 거지'라고 말하는 사람과 '비 온 다음날 아스팔트 위에서 길을 잃은 지렁이를 징그러워하면서도 기어이 풀밭으로 보내주던 너의 착한 심성과 결단력에서 말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느꼈어'라고 답하는 사람 중에서 누구의 답변에 더 신뢰가 갈까.
누군가에게 반해 사랑에 빠졌으나 그 이유를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도, 자신의 내면 상태를 깊게 들여다볼 줄도 모르는 것일 수 있다. 이런 사람은 훗날 갑작스럽게 식은 자신의 감정- 왜 내가 연인에게 왜 실망하는지, 왜 사랑이 식어가는지- 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첫눈에 반해 급격하게 감정이 불타올랐다가 불과 몇 달 만에 식어버리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시키고, 투영된 타자, 즉 타자의 몸을 빌려 내가 되고자 하는 완벽한 또 다른 나에게 빠진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 신화 속 나르키소스처럼 말이다. 진짜로 사랑해야 할 타인은 허수아비로 만든 채 내가 만든 허상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만든 이미지에서 타인이 벗어나는 순간 사랑은 금세 식어버린다.
섬마을의 꾀죄죄한 시골뜨기였던 나는 8살 첫 짝사랑 아이에게서 육지의 환상을 덧입혀 보았던 것 같다. 나는 그 아이 자체를 좋아했다기 보다 내가 가져보지 못한 그리고 나와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청결함과 도회적인 이미지를 좋아했던 것 같다. 사람은 원래 내가 갖지 못하거나 내가 더욱 가지고 싶어하는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 타자에게 끌리는 법이니까...
영화 '브리짓 존스의 다이어리'에서 여주인공 브리짓은 두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받는다. 매력적인 바람둥이 다니엘 클래버는 브리짓에게 '당신과 잘되지 않으면 어느 누구와도 잘될 것 같지 않다'고 말하고, 다소 오만하지만 정직한 마크 다시는 '당신에게는 가끔 바보스러운 면도 있고, 당신 어머님도 특이하시고, 눈에 띄게 연설도 못하고, 상황과 상관없이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모습 그대로의 당신을 좋아해요'라고 말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브리짓은 두 사람의 고백에 주저 없이 마크를 선택한다.
'첫눈에 반하다'라는 말이 풍기는 로맨틱한 이면에는 타자에게서 내 취향과 욕망을 읽어 내리는 기호도 함께 숨겨져 있다. 첫눈에 반했던 상대가 시간이 흘러 비록 내 욕구에 정확하게 부합하지 아니하였던 사람으로 판명이 나게 될 지라도 내 욕망의 프레임을 상대방으로부터(정확히는 내 눈에서) 한 꺼풀 벗겨 내도록 노력해보자.
이미 눈에 씌인 콩깍지가 벗겨지고 있다면 그때야말로 비로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진정한 의미로서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절호의 찬스이리라.
▶️ 一(한 일)은 ❶지사문자로 한 손가락을 옆으로 펴거나 나무젓가락 하나를 옆으로 뉘어 놓은 모양을 나타내어 하나를 뜻한다. 一(일), 二(이), 三(삼)을 弌(일), 弍(이), 弎(삼)으로도 썼으나 주살익(弋; 줄 달린 화살)部는 안표인 막대기이며 한 자루, 두 자루라 세는 것이었다. ❷상형문자로 一자는 '하나'나 '첫째', '오로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一자는 막대기를 옆으로 눕혀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막대기 하나를 눕혀 숫자 '하나'라 했고 두 개는 '둘'이라는 식으로 표기를 했다. 이렇게 수를 세는 것을 '산가지(算木)'라 한다. 그래서 一자는 숫자 '하나'를 뜻하지만 하나만 있는 것은 유일한 것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오로지'나 '모든'이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一자가 부수로 지정된 글자들은 숫자와는 관계없이 모양자만을 빌려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一(일)은 (1)하나 (2)한-의 뜻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하나, 일 ②첫째, 첫번째 ③오로지 ④온, 전, 모든 ⑤하나의, 한결같은 ⑥다른, 또 하나의 ⑦잠시(暫時), 한번 ⑧좀, 약간(若干) ⑨만일(萬一) ⑩혹시(或時) ⑪어느 ⑫같다, 동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한가지 공(共), 한가지 동(同),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무리 등(等)이다. 용례로는 전체의 한 부분을 일부(一部), 한 모양이나 같은 모양을 일반(一般), 한번이나 우선 또는 잠깐을 일단(一旦), 하나로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음을 고정(一定), 어긋남이 없이 한결같게 서로 맞음을 일치(一致), 어느 지역의 전부를 일대(一帶), 한데 묶음이나 한데 아우르는 일을 일괄(一括), 모든 것 또는 온갖 것을 일체(一切), 한 종류나 어떤 종류를 일종(一種), 한집안이나 한가족을 일가(一家), 하나로 연계된 것을 일련(一連), 모조리 쓸어버림이나 죄다 없애 버림을 일소(一掃), 한바탕의 봄꿈처럼 헛된 영화나 덧없는 일이란 뜻으로 인생의 허무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일장춘몽(一場春夢), 한 번 닿기만 하여도 곧 폭발한다는 뜻으로 조그만 자극에도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태를 이르는 말을 일촉즉발(一觸卽發), 한 개의 돌을 던져 두 마리의 새를 맞추어 떨어뜨린다는 뜻으로 한 가지 일을 해서 두 가지 이익을 얻음을 이르는 말을 일석이조(一石二鳥), 한 번 들어 둘을 얻음 또는 한 가지의 일로 두 가지의 이익을 보는 것을 이르는 말을 일거양득(一擧兩得), 한 사람을 벌주어 백 사람을 경계한다는 뜻으로 한 가지 죄와 또는 한 사람을 벌줌으로써 여러 사람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킴을 일컫는 말을 일벌백계(一罰百戒), 한 조각의 붉은 마음이란 뜻으로 한결같은 참된 정성과 변치 않는 참된 마음을 일컫는 말을 일편단심(一片丹心), 한 글자도 알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일자무식(一字無識), 한꺼번에 많은 돈을 얻는다는 뜻으로 노력함이 없이 벼락부자가 되는 것을 이르는 말을 일확천금(一攫千金), 한 번 돌아보고도 성을 기울게 한다는 뜻으로 요염한 여자 곧 절세의 미인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일고경성(一顧傾城), 옷의 띠와 같은 물이라는 뜻으로 좁은 강이나 해협 또는 그와 같은 강을 사이에 두고 가까이 접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일의대수(一衣帶水), 밥 지을 동안의 꿈이라는 뜻으로 세상의 부귀영화가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일취지몽(一炊之夢), 화살 하나로 수리 두 마리를 떨어 뜨린다는 뜻으로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득을 취함을 이르는 말을 일전쌍조(一箭雙鵰), 한 오라기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질서나 체계 따위가 잘 잡혀 있어서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일사불란(一絲不亂), 하루가 천 년 같다는 뜻으로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함을 이르는 말을 일일천추(一日千秋), 그물을 한번 쳐서 물고기를 모조리 잡는다는 뜻으로 한꺼번에 죄다 잡는다는 말을 일망타진(一網打盡), 생각과 성질과 처지 등이 어느 면에서 한 가지로 서로 통함이나 서로 비슷함을 일컫는 말을 일맥상통(一脈相通), 한 번 던져서 하늘이냐 땅이냐를 결정한다는 뜻으로 운명과 흥망을 걸고 단판으로 승부를 겨룸을 일컫는 말을 일척건곤(一擲乾坤), 강물이 쏟아져 단번에 천리를 간다는 뜻으로 조금도 거침없이 빨리 진행됨 또는 문장이나 글이 명쾌함을 일컫는 말을 일사천리(一瀉千里), 하나로써 그것을 꿰뚫었다는 뜻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음 또는 막힘 없이 끝까지 밀고 나감을 일컫는 말을 일이관지(一以貫之), 기쁜 일과 슬픈 일이 번갈아 일어남이나 한편 기쁘고 한편 슬픔을 일컫는 말을 일희일비(一喜一悲), 한 입으로 두 말을 한다는 뜻으로 말을 이랬다 저랬다 함을 이르는 말을 일구이언(一口二言) 등에 쓰인다.
▶️ 見(볼 견, 뵈올 현)은 ❶회의문자로 见(견)은 간자(簡字)이다. 안석궤(几; 책상)部는 사람을, 目(목)은 눈을 뜻한다. 見(견)은 눈의 기능으로, 보는 일을 말하는데, 이쪽으로 부터 보는 것을 視(시), 저쪽으로 부터 나타나 보이는 것을 見(견)으로 나누어 썼다. ❷회의문자로 見자는 '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見자는 目(눈 목)자와 儿(어진사람 인)자가 결합한 것이다. 見자의 갑골문을 보면 人(사람 인)자에 큰 눈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물을 보는 눈을 강조해 그린 것으로 '보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다만 한자에서는 目자가 주로 '눈'과 관련된 뜻으로 쓰이고 있다면 見자는 '보다'와 같이 보는 행위에 주로 쓰이고 있으니 차이점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 또 예전에는 見자가 現(나타날 현)자 대신 쓰인 적이 있기에 '나타나다'나 '보이다'와 같은 의미도 있다. 이때는 '현'으로 발음한다. 다만 見자의 기본 의미는 '보다'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보는 것'이나 '보이는 것'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그래서 見(견, 현)은 ①보다 ②보이다 ③당하다 ④견해 그리고 ⓐ뵙다(현) ⓑ나타나다(현) ⓒ드러나다(현) ⓓ보이다(현) ⓔ소개하다(현) ⓕ만나다(현) ⓖ현재(현) ⓗ지금(현) 등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나타날 현(現), 볼 시(視), 뵐 근(覲), 볼 관(觀), 뵐 알(謁), 나타날 현(顯),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숨을 은(隱)이다. 용례로는 보고서 깨달아 앎을 견해(見解), 듣거나 보거나 하여 깨달아 얻은 지식을 견문(見聞), 남에게 거절을 당함을 견각(見却), 실지로 보고 학식을 넓힘을 견학(見學), 남의 일을 보고 배워서 실지로 연습하는 것을 견습(見習), 사물을 관찰하는 입장을 견지(見地), 남에게 미움을 받음을 견오(見忤), 얼른 스쳐 봄을 별견(瞥見), 분실이나 유실을 당함을 견실(見失), 책망을 당함을 견책(見責), 마음에 생각하는 점을 의견(意見),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알려지지 아니한 것을 찾아냄을 발견(發見),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편견(偏見), 서로 다른 의견을 이견(異見), 남의 일에 간섭함을 참견(參見), 사물을 식별하고 관찰하는 능력을 식견(識見), 무슨 일이 있기 전에 미리 짐작함을 예견(豫見), 보고 헤아리는 생각이나 올바로 인식하거나 올바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소견(所見), 신분이 높은 사람이 공식적으로 손님을 만남을 접견(接見), 지체 높은 사람을 찾아 뵙는 일을 알현(謁見), 임금께 나아가 뵈옴을 진현(進見),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한다는 뜻에서 지나친 욕심을 절제함 또는 대의를 위해서 부귀영화를 돌보지 않는다는 의미의 말을 견금여석(見金如石), 눈앞에 이익을 보거든 먼저 그것을 취함이 의리에 합당한 지를 생각하라는 말을 견리사의(見利思義), 모기를 보고 칼을 뺀다는 뜻으로 보잘것없는 작은 일에 지나치게 큰 대책을 세움 또는 조그만 일에 화를 내는 소견이 좁은 사람을 이르는 말을 견문발검(見蚊拔劍), 위험을 보면 목숨을 바친다는 뜻으로 나라의 위태로운 지경을 보고 목숨을 바쳐 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을 이르는 말을 견위수명(見危授命), 항상 잊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견요어장(見堯於墻), 물건을 보면 욕심이 생긴다는 말을 견물생심(見物生心), 나라의 위급함을 보고 몸을 바친다는 말을 견위치명(見危致命), 눈앞의 이익을 보면 탐내어 의리를 저버림을 일컫는 말을 견리망의(見利忘義), 보고 들은 바가 꼭 같음을 일컫는 말을 견문일치(見聞一致), 착한 일을 보기를 마치 목마른 것같이 하라는 뜻의 말을 견선여갈(見善如渴), 착한 일이나 착한 사람을 보면 그것을 따르라는 뜻의 말을 견선종지(見善從之), 토끼를 발견한 후에 사냥개를 놓아서 잡게 하여도 늦지 않다는 뜻으로 사태의 진전을 관망한 후에 응하여도 좋다는 말을 견토방구(見兔放狗), 보고도 못 먹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탐나는 것이 있더라도 이용할 수 없거나 차지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견이불식(見而不食), 달걀을 보고 닭이 되어 울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지나치게 성급한 것을 이르는 말을 견란구계(見卵求鷄), 눈으로 직접 보니 들었던 것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헛된 명성을 비유하는데 사용되는 말을 견불체문(見不逮聞), 보는 것이 탈이란 뜻으로 보지 않아서 모르고 있으면 그만인데 눈으로 보면 무엇인가 문제가 생겨 우환이 있게 됨을 이르는 말을 견물우환(見物憂患), 사냥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기쁘다는 뜻으로 어렸을 때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하는 말을 견렵심희(見獵心喜) 등에 쓰인다.
▶️ 鍾(쇠북 종/술병 종)은 형성문자로 鐘(종)과 통자(通字), 锺(종)은 간자(簡字), 钟(종)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쇠 금(金; 광물, 금속, 날붙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重(중)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鍾(종)은 (1)예전 술 그릇의 한 가지 (2)예전의 양(量)의 한 단위, 곡식(穀食) 따위를 되는 휘로 8개를 단위로 이르는 물 팔곡(八斛)들이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쇠북 ②술잔 ③술병 ④되(분량을 헤아리는 데 쓰는 그릇 또는 부피의 단위) 이름 ⑤부피의 단위 ⑥시부모 ⑦모으다, 모이다 ⑧거듭하다, 늘리다 ⑨당하다 ⑩주다, 부여하다 ⑪한결같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쇠북 용(鏞)이다. 용례로는 애정을 한 데로 모음을 종애(鍾愛), 간장이나 고추장 따위를 담아 상에 놓는 작은 그릇을 종자(鍾子), 한데 모이어 어울러짐을 종결(鍾結), 영기靈氣가 한데 모임을 종령(鍾靈), 종지를 받치는 반을 종반(鍾盤), 영명英明한 기운을 모음을 종영(鍾英), 매우 사랑함을 종정(鍾情), 작은 밥그릇의 한 가지를 종발(鍾鉢), 종을 침을 타종(打鍾), 차를 따라 마시는 종지를 차종(茶鍾), 술잔을 전하여 건네 줌 또는 그 술잔을 전종(傳鍾), 사기로 만든 종지를 사종(沙鍾), 통행 금지의 종이 난 뒤에 함부로 다님을 범종(犯鍾), 흙으로 빚어서 구워 만든 종을 와종(瓦鍾), 그림을 그려 넣어 만든 종지를 화종(畫鍾), 흰 빛깔의 종지를 백종(白鍾), 돌로 만든 종을 석종(石鍾), 독이 모이어 뭉침을 석종(螫鍾), 종이 울리고 물시계가 다했다는 뜻으로 노년에 벼슬을 사양하여 이르는 말을 종명루진(鍾鳴漏盡) 등에 쓰인다.
▶️ 情(뜻 정)은 ❶형성문자로 음(音)을 나타내는 靑(청, 정)과 마음속의(心) 따뜻한 감정이라는 뜻이 합(合)하여 정(情)을 뜻한다. 情(정)은 순수한 타고난 성질대로의 사람의 마음, 靑(청)은 生(생)에서 생겨났다. 情(정)도 본디는 性(성)과 같은 글자였으나, 나중에 타고난 성질쪽을 性(성), 밖으로부터 자극(刺戟)을 받아 일어나는 마음의 움직임이다. 욕심(慾心)에 연결되는 감정(感情)쪽을 情(정)이라 하여 구별(區別)하게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情자는 '뜻'이나 '사랑', '인정'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情자는 心(마음 심)자와 靑(푸를 청)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靑자는 우물 주위로 푸른 초목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맑다'나 '푸르다'는 뜻을 갖고 있다. '사랑'이나 '인정'은 사람의 가장 순수한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情자는 이렇게 순수하고 맑음을 뜻하는 靑자에 心자를 결합해 '순수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情자가 워낙 순수함을 뜻하다 보니 '사실'이나 '진상'과 같이 거짓이 없는 사실 그대로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그래서 情(정)은 (1)느끼어 일어나는 생각이나 마음 (2)사랑을 느끼는 마음 (3)혼탁한 망념, 등의 뜻으로 ①뜻 ②마음의 작용(作用) ③사랑 ④인정 ⑤본성(本性) ⑥정성(情性) ⑦사정 ⑧실상, 사실, 진상 ⑨이치(理致), 진리(眞理) ⑩사정, 형편(形便), 상태 ⑪멋, 정취(情趣) ⑫욕망 ⑬진심(眞心), 성심(誠心; 정성스러운 마음), 참마음 ⑭참으로, 진실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뜻 지(志), 뜻 의(意), 뜻 지(旨), 뜻 취(趣)이다. 용례로는 사정이나 정황의 보고를 정보(情報), 어떤 사물 또는 경우에 부딪쳐 일어나는 갖가지 감정이나 상념 또는 그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기분이나 분위기를 정서(情緖), 사정과 상황으로 인정상 딱한 처지에 있는 상황을 정황(情況), 사정과 형세를 정세(情勢), 사사로운 인정에 얽힌 사실을 정실(情實), 심정이 밖에 드러난 형편을 정형(情形), 마음에 감흥을 불러 일으킬 만한 경치나 장면을 정경(情景), 다정한 이야기나 속에서 우러나는 이야기 또는 남녀가 애정을 주고받는 이야기를 정담(情談), 정이 넘치는 따뜻한 마음을 정분(情分), 정신의 활동에 따라 일어나는 복잡하고 고상한 감정을 정조(情操), 정분이 두텁고 친숙함을 정숙(情熟), 사물에 느끼어 일어나는 심정을 감정(感情), 일의 형편이나 까닭을 사정(事情), 진실하여 애틋한 마음을 진정(眞情), 친구와의 정을 우정(友情), 심중의 감정으로 정서를 외모에 드러내어 나타냄 또는 그 변화를 표정(表情), 따뜻한 정이 없이 매정하고 쌀쌀한 마음을 냉정(冷情), 마음에 품은 생각과 감정을 심정(心情), 사정을 진술함 또는 사정을 아뢰어 부탁함을 진정(陳情), 실제의 사정이나 정세를 실정(實情), 사랑하는 마음으로 남녀 사이에 서로 그리워하는 정을 애정(愛情),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는 성질과 심정을 성정(性情),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는 온갖 욕망을 인정(人情), 객지에서 품게 되는 울적한 느낌을 여정(旅情), 사물을 보고 자기가 느낀 감정을 나타냄을 서정(抒情), 남의 불행을 가엾게 여기어 따뜻한 마음을 씀을 동정(同情), 세상의 이러저러한 실정이나 형편을 물정(物情), 남녀 사이에 서로 그리워하는 정을 연정(戀情), 애정과 원한이 실같이 얼크러짐을 정사원서(情絲怨緖), 마음이 깊게 얽히고 감겨 떨어지기 어려움 곧 헤어지기 어려운 남녀의 정을 이르는 말을 정서전면(情緖纏綿), 따뜻한 정과 뜻이 서로 잘 맞음 또는 남녀 사이에 어떤 관계가 이루어짐을 일컫는 말을 정의투합(情意投合), 잘못이 있으면 온정으로 참고 이치에 비추어 용서함을 일컫는 말을 정서이견(情恕理遣), 구름을 바라보며 그리워한다는 뜻으로 타향에서 고향에 계신 부모를 생각함을 일컫는 말을 망운지정(望雲之情), 정이 많고 느낌이 많다는 뜻으로 생각과 느낌이 섬세하고 풍부함을 이르는 말을 다정다감(多情多感), 까마귀가 새끼 적에 어미가 길러 준 은혜를 갚는 사사로운 애정이라는 뜻으로 자식이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려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오조사정(烏鳥私情),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 주는 정이라는 뜻으로 자기의 자녀에게 대한 사랑이나 부하에게 대한 사랑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연독지정(吮犢之情), 옛것을 살피고 생각하여 그리는 정을 온고지정(溫故之情), 고향에 있는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척호지정(陟岵之情), 자녀가 돌아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일컫는 말을 의려지정(倚閭之情),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인정 또는 생각을 일컫는 말을 인지상정(人之常情)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