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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갇힌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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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아뜨리에,.. 애송시 스크랩 종(種)의 기원 - 행성의 아이들 / 김추인
동산 추천 0 조회 31 12.10.08 22:3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종(種)의 기원 - 행성의 아이들 / 김추인                    

 

 

난초와 각시붓꽃 사이를 누가 다녀가셨을까

얼마나 오래 시원을 달려와

보이지 않는 경계를 세우셨을까

저 같음 혹은 닮음 사이에 누가 검지를 들어

종(種)을 살짝 틀고

몇 개의 기호 위치를 바꿔 얹으셨을까               

 

가재와 새우 사이를 농게와 칠게 사이를 굴뚝새와 휘파람새 사이를

누가 발자국도 없이 지나갔는지 누가 낯을 바꾸고 밥 먹고 둥지 짓는

법 노래하는 법을 일각씩 틀어 변이의 게놈지도를 엮어놨는지

 

내 아기도 암늑대의 아기도

태중의 첫 모습은 허리 꼬부라진 새우만 같아서

머리에 꼬리뿐인 순한 벌레 한 마리

수억 년 분화의 길을 따라 얼마나 멀리 걸어 나왔던지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네

한 어미세포(母細胞)의 가지였음을

 

누가 너와 나 사이를 또 지나가시는가

누가 저 컴컴한 생사의

길이와 깊이를 달리한 프로젝트 뭉치를

목숨의 벌판에 툭 던져두고 돌아서 가시는가

 

함박눈 자북히 쌓이는 너와 나, 이 쓸쓸함 사이를

 

 

 

 

 

 

*******************************

 

김추인 시인

 

1947년 경남 함양 출생

1986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

 

시집

< 온 몸을 흔들어 넋을 깨우고 >

< 모든 하루는 낯설다 >

< 프렌치키스의 암호 >

< 전갈의 땅 >

 

 

 

 

[自序]


나는 지금, 어느 전생의 기억을 들고 여기
서 있는 것일까

모래의 세상에 발이 지워진 채 달리는
고집 센 당나귀이며 땀내 나는 당나귀인 나는
아직도 낯선 일상의 하루하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등짐은 백합향 한 짐의
눈이 부신 착각이라니
그리하여 또 이 완벽한 뒤죽박죽을 싣고 갈 나는
밤배이며 구름 잡는 영혼이라 먼 데서 오는
헤헤대는 소리까지도 마저 싣고 싶어 하는
꿈꾸는 당나귀인 것이냐


[차례]

I  이미지의 고집
사유반가상   ────   13
늘보의 특강   ────   14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   15
singing man   ────   17
오브제의 나날들에 설핏 보이는   ────   19
문 밖을 훔쳐보다   ────   21
주머니 속의 현악 4중주   ────   23
프리다 칼로   ────   25
고독은 커다란 귀   ────   26
장자의 미로를 다녀오다   ────   28
요강꽃의 긴 정사   ────   30
길   ────   32
나의 기호를 엿보다   ────   33
퍼포먼스에 오신 부처님   ────   34
역마살   ────   36
속수무책입니다   ────   38
기호 세우기   ────   39
동거    ────   41
오래된 미래 쪽으로   ────   42
그녀의 빈방   ────   45

II  오브제의 나날들
대기자들   ────   49
마지막 엔터   ────   51
제품명 : 김추인   ────   52
틈새에서 구겨지다   ────   53
수인번호   ────   55
독산동 천칠 번지   ────   58
우리가 주렁주렁 열리며 숨쉬며   ────   60
부메랑을 던지다   ────   62
물방울 속의 염소떼   ────   64
틈새에서 내다보다   ────   67
깊은 우물   ────   68
나는 빈칸을 보면   ────   70
구두 닦는 날   ────   71
델리 카트슨 가의 시   ────   73
주문형 시대   ────   75

III  오래된 밑그림
생가   ────   790
먼 것들이 선명하다   ────   800
묵언수행 중입니다   ────   820
오래된 밑그림 1   ────   840
아침은 어떻게 오는가   ────   850
서해에 와서   ────   860
사는 법   ────   870
첫 차   ────   890
크로 혹은 백생 대평원   ────   900
어느 생명공학도의 보고서   ────   920
자기만의 방   ────   940
멀리서 들리는 히히덕거리는 소리   ────   960
나는 빨래예요 4   ────   102
나는 빨래예요 7   ────   103

IV  누가 지워지고 있다
벗어 놓은 그의 생을 보았다   ────   107
임종의 집   ────   108
임종의 집 2   ────   109
아버지 맛있습니다   ────   111
염소똥과 눈물은 둥글다   ────   113
삐에로의 아침   ────   115
희망사항이 문제다   ────   116
전갈의 땅   ────   118
소멸의 아름다움 읽으며   ────   120
부재(不在)   ────   122
그곳에 커튼콜은 없다   ────   125
네 개의 실루엣, 그림자놀이   ────   128

■ 해   설
시간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는 법 | 이승하   ────   132


[추천글]
김추인 시인은 선하고 천진하다. 이 선한 정조와 천진한

심성이 현대 사회에서 시적 재능을 보장해주는 일은

드물지만, 이 시인에게서 그 창조적 역량의 토대가 되는

것은 그것들이 윤리의 형식이 아니라 감수성의 형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인이 자신의 마음의 풍경에 관해 ‘어둡고 아프고

쓸쓸하다’고 말하면, 마음이 처음부터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것보다 더 먼저 어두워지고 아픈 사람보다

더 먼저 아프고 슬픈 이야기보다 더 먼저 슬퍼지는 그

비상한 마음의 능력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이 감광도가 높은 정조와 심성이 그 가 지닌 많은 주제의

시에 통일성을 부여한다.


/ 황현산(문학평론가)


김추인의 시에는 비관적인 삶의 인식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시에는 고독과 허무, 우울과 비애가

물결치고 있으며, 사라져가는 것들과 사라져갈 것들에

대한 연민이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의 시에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관심과

탐구도 드러나며, 때로는 잠깐잠깐 꽃무늬처럼 스쳐가는

삶의 행복과 관능도 아롱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어

관심을 환기한다. 그의 시에서 하나의 상징체계를 이루고

있는 門지향성이나 열림지향성이 바로 그러한 비관적인

생의 인식을 뛰어넘고자 하는 안간힘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실존의 슬픔과 아픔너머 존재의 초월과 극복을 꿈꾸는

시인의 애달픈 희망과 절망이 아로새겨져 있다는 뜻이다.

 

/ 김재홍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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