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은 이번 브라질 월드컵 때, 박지성과 박주영을 국가대표로 불러들이려 하고 있다. 사진출처 일간스포츠)
박지성-박주영을 국가대표로 불러들이려 하는 홍명보 감독
최근 대한민국 축구계에서 핫이슈로 떠오르는 키워드 2개가 있다. 바로 '박지성'과 '박주영' 이다. 2013년 7월부터 공식적으로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는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기 전에 박지성과 박주영을 다시 한 번 국가대표로 불러들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주영의 국가대표 복귀설은 홍명보 감독이 부임한 이후부터 줄곧 나왔으며, 실제로 박주영과 몇차례 접촉하면서 현 소속팀인 아스날 내에서 상황과 몸 상태 등을 체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 1월 8일, 홍명보는 박지성에게 현 대표팀에 뛸 수 있는지 물어보겠다는 깜짝스러운 발언을 한 뒤에 9일에는 처음부터 박지성을 국가대표팀 복귀할 것을 염두해두고 있었으며 갑작스런 이야기가 아니라고 밝혔다. 3월에 있을 그리스와의 친선경기 이후, 홍명보 감독은 박지성과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지성은 지난 2011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하였고, 그동안 끊임없이 나왔던 국가대표 복귀설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대표팀 복귀는 없을 것" 이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국내에 들어왔을 당시, 박지성은 "홍명보 감독님이 대표팀으로 부른다 할지라도 대표팀에 복귀할 생각이 없다" 면서 못박아두었다. 하지만 홍명보의 인터뷰로 인해 벌써부터 여론은 박지성 대표팀 복귀론을 조성하면서 그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 박지성-박주영을 필요로 하는가?
박지성과 박주영, 분명 이 두 사람은 지난 월드컵 때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박지성은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지난 2011년 아시안컵까지 대한민국 축구계의 영웅으로 손꼽히는 절대적인 인물이었고, 결정적인 순간에 그의 발에 터져 나왔던 골이 국민들을 웃게 하고 울게 만들었다. 박주영 또한 월드컵과 올림픽을 넘나들면서 한국 대표팀의 위상을 크게 끌어올린 바가 크다. 그랬던 과거의 영웅들을 왜 지금 홍명보 감독은 필요로 하는 것일까?
사실, 박지성과 박주영의 복귀론이 나오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스러운 수순이었다고 볼 수 있다. 홍명보는 브라질 월드컵을 딱 1년 앞둔 상태에서 최강희 감독에게 바통을 이어받아서 국가대표 감독이 되었다. 그렇다보니 1년 만에 월드컵 대표팀을 완성시키기엔 다소 촉박한 시간이 될 수 밖에 없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을 10개월 앞두고 딕 아드보가트를 감독으로 선임했을 때와 지난 7월에 홍명보를 선임했던 것이 상당히 유사하게 보이는 것도 크게 이상한 것이 아니다. 특히나 홍명보 감독은 기존 자원으로 최선의 전략을 구축하기보단, 자신의 색깔을 앞세워서 새 판을 짜는 스타일에 가깝기에 더욱 더 시간이 걸리는 것이며, 다가오는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압박은 강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자신만의 국가대표팀 스타일을 만들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1년 앞두고 새로운 판을 짜기 때문에 팀 케미스트리 또한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박지성-박주영이 국가대표팀에 필요로 하는 것은 아무래도 두 명의 베테랑을 불러들이면서 팀 케미스트리를 하나로 모으기 위함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 감독이 박지성-박주영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무너진 팀 케미스트리를 모으는 데 있을 것이다.)
홍명보가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간단하다. 박지성은 현재 현역선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메이저대회(2002년 월드컵, 2006년 월드컵, 2010년 월드컵, 2011년 아시안컵)를 경험하고 득점도 기록했으며, 거기다가 주장이 되어서 팀을 이끌어나갔던 경력이 있다. 물론 현재 박지성말고도 메이저대회를 경험해본 이청용, 구자철, 기성용, 정성룡 등이 있긴 하지만, 현재 국가대표팀 평균연령층이 상당히 낮고, 발탁되고 있는 선수들 대부분이 메이저대회 경험이 전무하다. 박주영 또한 2010년 남아공월드컵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했고, 특히나 런던올림픽에서 어린 선수들을 독려하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었고, 3,4위전이었던 한일전에서 결정적인 골을 터뜨림으로 동메달을 선사하기도 했다. 현재 국가대표팀 구성원들 절반 이상이 올림픽대표팀으로 활약했던 이들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박지성-박주영 두 사람의 합류가 국가대표팀의 심리적인 안정에 상당히 기여할 것을 물론이고, 무너진 팀 케미스트리를 끌어올려 최대치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불러들이기 전에 문제가 되고 있는 사항들
1) 현 클럽 소속팀 내에서의 박주영의 상태
(현재 박주영은 아스날에서 한경기조차 제대로 뛰지 못했고, 그에 따라 기량도 최악이나 다름없다.)
박지성과 박주영이 국가대표팀에 합류하기 이전에, 문제시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할 것은 박주영의 현재 상태다. 박주영의 현재 기량이나 폼은 매번 기사나 팬들의 입에서 입으로 최근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다. 박주영은 아스날로 이적한 이후, 제대로 출전했던 경기 수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경기력을 끌어올릴 겸해서 지난시즌에 라리가의 셀타 비고로 임대가서 제법 많은 경기를 소화했지만, 기대보단 우려할 부분이 많았었다. 그당시 팀내 최고 연봉자였음에도 저조한 득점기록과 예전같지 않게 화려한 드리블과 감각적인 패스능력이 사라져버린 상태였다(막판에 좋지 않게 셀타 비고와 이별한 것으로 인해 미운 털까지 박혀있다). 아스날로 복귀한 이후에도 박주영에게는 고통의 연속이다. 올리비에 지루가 아스날에 녹아들면서 자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최근 아스날의 공격수들이 줄부상을 당하고 있는데 아르센 벵거 감독은 외부에서 공격수를 영입할 것이라고 못박아둔 상태다.
겨울이적시장이 열린 현 시점에서 박주영은 아직까지 아스날을 떠날 생각이 없어보인다. 월드컵에 나가려면 팀이 어디든 간에 경기를 뛰어야하고, 그렇게 경기감각을 유지하여야하는데 박주영은 무슨생각인지 몰라도 전혀 미동조차 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이적시장에서 그가 취하고 있는 입장이나, 요근래 폼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연 그가 국가대표팀의 취약점이라 할 수 있는 공격진을 메꿔줄 수 있는 절대옵션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상당히 부정적이다. 현재 공격수 자리에는 김신욱이 자리잡아가기 시작했고, 기타옵션으로는 이근호를 앞세워서 일종의 제로톱 형태로 가는 플랜B 또한 만들어가고 있다. 오히려 남은 6개월동안 박주영의 폼이 2010년 때처럼 다시 살아나길 바라기보단, 차라리 다른 방도를 강구하여 대체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의 폼이 예전같지 않은 이상, 그를 국가대표로 뽑는 것은 오히려 전력에 마이너스가 될 뿐이다.
2) 박지성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를 압박하는 언론들
(박지성의 의사와 상관없이 벌써부터 여론은 그가 돌아와야한다는 일종의 압박을 하기 시작했다)
또 하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홍명보 감독의 박지성 발언 이후에 여론이 벌써부터 박지성이 국가대표팀에 복귀해야한다는 식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지성이라는 존재가 대한민국에 어느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잘 알고, 그가 21세기에 한국축구의 영웅이나 다름없다. 항상 한국대표팀이 경기에서 힘들 때마다 입버릇처럼 나오는 말도 "박지성이 국가대표팀에 복귀했으면 좋겠다" 였으니, 홍명보의 발언이 어느정도 파장을 불러일으켰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정작 당사자인 박지성의 의견과 상관없이 여론은 그가 반드시 돌아와야만 하고, 그가 있어야 한국축구가 살아난다는 식으로 그에게 상당한 부담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10년 가까이 태극마크를 달고 100경기에 달하는 A매치 경기를 소화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주었고, 그렇게 박수칠 때 떠나 클럽팀 경기에 몰두하고 있는데 굳이 다시 불러들어야 할까?
박주영과 달리 박지성이 합류하게 된다면, 분명 플러스 요인도 있을 것이고, 마이너스 요인도 있을 것이다. 장점으로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경험과 리더쉽이겠지만, 월드컵에서 실패할 시에는 그가 쌓아왔던 영웅, 우상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몰락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즉, 위험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바로 홍명보의 입장 변화다. 그가 취임할 당시였던 2013년 6월에 그는 분명히 박지성의 의사를 존중한다고 밝혔으나, 지난 8일에는 입장을 바꿔 박지성의 축구경력에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고, 은퇴 여부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식으로 감독부터 그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복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식의 늬앙스로 비춰지기도 한다. 선택은 분명히 박지성 본인이 해야하는 것이 맞는데, 홍명보 감독을 비롯하여 여론이 그의 선택권에 쥐락펴락하려는 모양새가 보기 좋지 않고, 나중의 결과책임도 위험하다.
프랑스 대표팀이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위기에 쳐해있을 때, 프랑스의 영웅이었던 지네딘 지단이 국가대표팀 은퇴를 번복하고 극적으로 복귀하여 독일월드컵 때 프랑스를 월드컵 결승까지 이끌고 갔던 사례도 있지만, 박지성 또한 지단처럼 해야할 필요는 없다. 그는 더이상 국가대표팀에 책임감을 가질 필요도 없는 것이다. 다른 이들의 의견과 바람, 욕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홍명보 감독이 생각하고 있는 박지성-박주영 카드를 뽑아든 타이밍이 어찌보면 적절한 때에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도움이 될지, 아니면 해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며 결과물이 나와봐야 아는 법이다.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지나치게 이 두 선수가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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