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
김숙영
귀신들이 다녀갈 시간
열두 달 내내 밤은 환하다
실눈을 뜨고 자정의 표정을 살핀다
저 어두운 귀퉁이
무너지지 않으려는 엄마의 자세
수백 번 본 것만 같다
기름 냄새가 내 이불 속까지 스미면
꿈속까지 느끼하다
종갓집 며느리의 기분도 넓게 펴서 튀기면
귀신들이 맛있게 먹어 줄까
깨나 튀밥 대신
고명으로 올려진 한숨
고소한 것과 메케한 기분의
차이를 난 너무 일찍 알았다
폭우가 와도 폭설이 내려도
단 한 끼의 식사를 위해
귀신들은 집요하게 내려온다
이방인 같은 친족들이 날벌레처럼 몰려들고
호명된 귀신들의 대답을
어른들은 듣는 척을 한다
죽은 자가 허락한 음복의 시간
한과*는 산 자들의 입에서
바삭거리면서 무너진다
쌀알이 튀겨질 때마다
엄마의 심장은 곪아 점점 부풀어 오른다
다 돌아간 후에도 엄마는 끝까지 울지 않았다
밤과 딸이 내내 아렸다
웹진 『시인광장』 2024년 2월호 발표
김숙영 시인
2019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별들이 노크해도 난 창문을 열 수 없고」가 있음. 2021년 제15회 바다문학상 대상 수상. 2022년 제1회 천태문학상 대상 수상.
[출처] 산자 - 김숙영 ■ 웹진 시인광장 2024년 2월호 신작시ㅣNewly Written Poem 2024, February l 통호 178호 Vol 178|작성자 웹진 시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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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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