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에 어느분이 국내중계의 화질을 개탄하는 글을 올리셨는데.. 예전에 제가 모 사이트에 올렸던 글이 생각나서 좀 수정해서 올려봅니다.
제 기억으로 우리나라엔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HD방송이 시작되었고, 남아공 월드컵전후로 해서는 케이블에서 K리그 중계를 HD로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 이후로도 국가대표 경기나 되어야 공중파에서 가끔 HD화질로 축구경기를 볼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많은 발전이죠.
우리나라의 최초 HD방송 도입 시기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서 많이 차이나지 않지만, 10년동안 제자리 걸음만 한 결과 현재 우리 HD방송의 품질은 선진국들에 비해 한참 떨어집니다.
음악방송 좋아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수들 뒤에 LED전광판이 현란하게 돌아가거나, 조명이 번쩍이는 장면에서는 항상 깍두기가 난무합니다. 축구중계를 봐도 빠른 장면 전환에서 여지없이 깍두기님 등장해 주시고, 클로즈업시에 선수들 피부질감이라든지 잔디결 같은 디테일은 죄다 뭉개져 있죠.
반면에 현재 유럽이나 미국, 일본에서 방송되는 HD스트림을 구해서 보게 되면 입이 떡 벌어집니다. 저는 주로 축구중계를 구해서 보는데 말 그대로 선수들 땀구멍, 잔털을 셀정도이죠.
5년전쯤 해외 트래커에서 처음 SKYSPORTS 영상 스트림(방송국에서 원본영상이 압축되어 댁내의 수신기에 전달된 데이터) 을 접했을 때는 좀 과장하면 SD에서 HD로 넘어올 때 정도의 충격을 느꼈습니다.
아래는 SKYSPORTS 영상 스트림의 비트레이트를 1/3정도로 낮추어 6Mbps로 인코딩한 영상인데,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거의 원본 화질이 보전되어 있습니다.
한눈에 봐도 우리나라 HD방송보다 표현력이 월등하다는 느낌이 오죠..
<아래 영상들은 모두 1080p 영상입니다. 문단 너비 조정하느라 576p로 줄여 놓았으니 꼭 전체화면으로 보세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 화질 차이가 큰가? 단지 촬영기술이 딸려서인가? 방송장비가 후져서인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HD방송이 90년대에 개발된 구닥다리 MPEG2 코덱을 아직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덱을 이야기 하기 전에 먼저 큰 그림을 그려보면..
동영상이란 기본적으로 정지된 이미지 여러장을 빠르게 전환시키면서 사람의 눈에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고, 1080i HD환경에선 1920x1080짜리 날 이미지가 1초에 30장씩 필요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데이터를 그대로 전송하게 되면 엄청나게 큰 대역폭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동영상을 압축(인코딩)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죠.
만약 방송국에서 압축하기 전 원본영상의 화질이 비슷하다면 우리가 집에서 받는 영상 스트림의 화질은 단 두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이 됩니다.
첫번째는 영상의 비트레이트이고, 두번재가 압축방식입니다.
다시 말해 영상 데이터의 사이즈가 얼마나 큰가, 그 데이터 사이즈 안에 원본영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압축해서 집어넣는가, 이 두가지 조건이 우리집에 전달되는 영상 데이터의 화질을 결정하게 됩니다.
첫번째 비트레이트(데이터크기)는 필연적으로 그 채널에 부여된 대역폭에 제한을 받게 되므로 기술적인 문제라기 보단 정책적인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공중파 HD에 약 19Mbps정도를 할당하고 있고, 따라서 가정에 들어오는 HD 스트림의 비트레이트도 19Mbps정도입니다. 이정도 대역폭은 미국 ESPN, 영국 SKYSPORTS등과 차이가 없고, 오히려 11Mbps정도로 낮은 영국 BBC보다 거의 두배나 높은 수준입니다. (이 수치는 케이블채널이나 위성방송채널의 경우 다릅니다.)
두번째 압축방식 문제인데 바로 이부분이 결정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HD방송 초창기부터 여지껏 사용하고 있는 MPEG-2 코덱은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H264/MPEG4-AVC 코덱에 비해 효율이 엄청나게 떨어집니다. 그도 그럴것이 MPEG-2 코덱은 90년대에 개발된 코덱이고 H264는 이를 기반으로 2000년대에 개발된 코덱이죠.
H264코덱의 효율이 MPEG-2보다 2.5배 정도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비슷한 대역폭으로 비슷한 비트레이트(크기)의 영상 스트림을 받고 있지만 한국인들은 여타 방송선진국보다 2.5배 비효율적인 코덱으로 압축된 낮은 화질의 영상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촬영 장비, 촬영부터 송출에 이르는 시스템 효율, 방송 인력수준의 차이는 둘째치더라두요.
이 차이를 잘 알 수 있는 경우가 월드컵같은 국제대회 중계방송입니다.
대회 주관방송사에서 같은 원본 영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각국의 방송국에서 가정으로 송출하는 스트림을 비교해본다면 나라별 방송 화질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에 BBC와 국내 공중파에서 송출하는 2010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영상을 비교해봤습니다.
댁내로 들어오는 스트림단계에서 추출된 소스를 x264 라이브러리를 사용해 1080p, 6Mbps의 비트레이트로 압축한 것입니다.
위의 SKYSPORTS영상보다 화질이 많이 떨어져 보이는 이유는 비교가 쉽도록 일부러 화질 저하가 심한 장면을 골랐기 때문인데,
LED전광판이나 휘날리는 꽃가루처럼 화면 안의 미세한 움직임이 심하면 압축과정에서 화면 내의 비트 배분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화면 전반에서 화질저하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소스 비교
BBC : 1080i, 비트레이트: 약11Mbps, 코덱: H264(AVC) MBAFF
SBS : 1080i, 비트레이트: 약19Mbps, 코덱: MPEG2,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스트림의 비트레이트는 국내 공중파가 BBC의 거의 두배 수준으로 더 높습니다.
같은 코덱을 사용한다면 국내 공중파가 두배 높은 화질을 보여주겠지만, 아래에 보듯이 결과는 처참합니다..
1. 복잡한 LED 전광판 배경에서 화질저하현상
2. 작은 입자들이 마구 흩날리는 장면에서 화질 저하 현상
첫댓글 SBS HD 방송이 저질인 건 분명한데요... HD로 촬영된 우리나라 드라마들은 화질이 훌륭하던데요. 특히 MBC HD 방송은 화질 좋기로 유명하지 않나요?
드라마들은 정적인 장면들이 많아서 mpeg2 로도 근근히 버틸 수 있어요 하지만 동적인 장면이나 미세한 움직임이 많은 씬에서는 여지없이 깍두기 크리..
방송사간 화질차이는 속설과 달리 거의 없다고 봅니다 기껏해야 색감정도?
외국 화면과 비교할 기회가 없으니 국내화면만 가지고 어디가 더 낫다는 말이 나오는데 근본적으로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이상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할 것 같네요
결국은 출력을 하는 비트값이 낮아서 그런거녀요.
위에도 썼지만 비트레이트는 차이가 없고 오히려 bbc라든지 스페인 러시아 채널들은 우리보다 낮습니다
같은 비트레이트를 써도 애초에 효율적인 압축이 안되니 차이가 납니다..
코덱에서 이러한 차이가 나는 것이라면 왜 국내 방송사는 그것을 바꾸지 않는 것일까요? 중계에 대해서 괸심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되는 걸까나..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런 이슈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리더십의 부재라든지 비용문제 등등이 생각나네요
시청자 쪽에서 수요가 크지 않은 탓도 있겠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보는 프로그램이 시사프로나 드라마 위주이다 보니 화질이슈가 그렇게 와닿지 않고 외국 화질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점도 있구요..
비싼 티비 사면 화질이 좋다는 기술적인 무지도 한몫할듯..
예전에학교에서 데이터통신시간에 배운내용들인데 다시보니 재밌네요ㅋㅋ 야구와비교해도 화질이 많이떨어져보이고 중계기술이 덜한듯한 느낌을 받곤하는데 이것은 왜그런가요...?방송사들은 압축방식 차이에서 오는 문제란걸 알면서 안바꾸는건가요??
야구는 정적이고 클로즈업된 장면이 많아서 빡신 압축이 필요치 않습니다 중계기술은 순전히 성의문제구요
이번에 뉴스보니까 4k방송 시범실시한다던데 아마 코덱도 더 나은 것 쓰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좋은 글이네요!!
감사해요 ^^
일본 HD가 갑인거 같아요
과거에는 주로 일본 쪽과 비교되면서 더미프레임, DMB 등의 이슈가 부각되었다면, 유럽에게는 압축기술 차이로 또 발리네요. 기 보급된 수상기 등의 문제 때문에 현 세대에선 해결 불가능하고, 먼날의 4K나 기대해봐야죠.
하지만 <구라HD>를 상기시키면서 방송사 등에 강력하게 푸쉬하지 않는 한, 4K도 <구라화질>로 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려할 사항이 많은 결정권자 양반들에게, 우리 같은 화질중시층이 두텁다는 걸 보여줘야죠.
네 이런 현실에 대한 목소리가 더 많아져야 할텐데 말이죠
제가 일전에 고화질 플짤 자꾸 올린 것도 국내방송에 불만 가지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해서였는데 항상 소수의 목소리로 그치는 것 같아 아쉽더라는..
이런 글에 추천이 없다니....에잇 꾸~~~욱!! 잘보고갑니다^^
부탁이 있다면 ...화면은 어쩔 수 없이 이리지리 커서를 움직이면서 본다 쳐도 ... 글은 줄바꾸기 좀 해주셨으면... ㅋㅋㅋㅋ
폰에서 원격으로 올린거라 미처 확인을 못했네요 ㅠ
이따 고쳐야겠어요
지적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방송국도 방송국인데 코덱문제는 제도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국내 표준에 손을 대는 문제니까요 관련 장비도 모두 교체해야하고..
최근 몇년간 정통부 없어지고 방통위는 쓸데없는 짓이나 하고 있으니 갑갑하죠
다행히 곧 4k방송 실시된다고 하니 기대해 봐야 겠어요
아 제도적 문제였군요.. 충분히 바뀔 수 있는 문제 인데 이런 영상관련해서 관심 많으신 분이 방통위에서 한자리 하시거나 국회의원이 되야 바뀔 수 있는 문제인건가.. 사실 생각해보면 어디에 건의 한다고 해서 먹힐 것 같지 않아요ㅠ 윗사람들이 생각하면 정말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그래서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커져야 합니다~
음악방송 깍두기문제야 초창기부터 꾸준히 나오는 말이고... 스포츠 팬들이라든지.. 시청자들 중심으로 개선에 대한 요구가 더 커져야 해요.
정책입안자들 입장에서도 소비자들에게 미디어품질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었어요. 혁신을 통한 수요창출 측면에서도 중요한 부분이죠.. 그런데 무조건 채널만 늘리면 만사 오케이라며 화질 저하 감수하고 대역폭 나눠서 채널 수를 늘리겠다질 않나, 무리하고 종편 추진해서 말아먹질 않나 답답하죠..
결국 미디어산업에 대한 총체적인 무관심에 정치적 이해가 짬뽕되어 이런 현실을 불러온게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많이 배우네요 ^^
헐 ㅋㅋㅋ 이런건 닥추!! ㅋㅋㅋ
좋은글 추천!!!
근데 bbc가 h264코덱을 쓴다는 근거가 있나요? 아무리 인터넷 찾아봐도 없네요... 유럽국가 방송은 전부 DVB방식인데 찾아보니까 DVB방식은 엠펙투를 쓴다던데..
과제 때매 그러는데 댓글 부탁드려요 ㅠ 아 그리고 저 사진 좀 써도되나요?
제발 답좀.... 인터넷 다 뒤져봐도 h264코덱 쓴다는 근거가 없는데 어디서 보신건지..
위에 mediainfo 캡쳐가 근거죠.. 제가 직접 구한 BBC 소스파일들을 직접 만져보고 작성한 글입니다. 위에 보듯이 H264/MPEG-4 AVC 방식.. 1080MBAFF입니다.
DVB는 총칭이고 여러 하위카테고리가 존재합니다. BBC HD의 경우 DVB-T2가 되겠네요
http://en.wikipedia.org/wiki/DVB-T
이 링크 밑에 보면 국가별 스펙이 나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Digital_terrestrial_television_in_the_United_Kingdom
http://en.wikipedia.org/wiki/DVB-T2
여기도 참고하세요
사진은 쓰셔도 됩니다.
정보 감사한데 네이버 지식백과 가보면 어디에도 유럽방송이 H264쓴다는 말이 없네요 그리고 링크는 영문이라 뭔소린질 모르겠고... 까다로운 교수라 확실히 하고 가야되는데
그리고 유럽방송은 SD라는 말이 있는데 이건 또 뭔소린가요 ?
네이버지식백과 같은데는 내용도 허접할 뿐 아니라 몇년 몇십년 지난 얘기도 업데이트가 안되니 별로 추천하지 않구요. 영문 위키보시는 방법 외에는 잘 모르겠네요
첫번째 링크에 맨밑에 국가별로 정리된 자료는 해석할 필요 없으니 보시면 되구요.
두번째 세번째 한줄로 요약하면 DVB-T2규격인 BBC HD가 AVC(H.264)코덱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다 읽을 필요 없이 Ctrl+F눌러서 BBC, avc, h.264 등으로 검색해서 보시거나
영어가 어려우면 구글번역기로 일본어로 번역한다음에 한국어로 번역해서 보세요
정보 감사합니다. 방송쪽에서 일하시나봐요... 정말 정말 감사해요
아닙니다. 학부에서 전자과 영상처리 수업들은게 전부고 현업 종사자는 아니에요.
틀린 내용도 있을 수 있으니 감안하시고 숙제 잘하세요~
넵 새벽까지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