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1일 이전에 입사한 사내하청 노동자가 2년 이상 근무했다면 원청회사가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노동계가 제조업산업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를 수년전부터 제기한 이래 나온 유의미한 첫 대법판례다.
지난 22일 대법원 3부는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조합원이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 관련 2008년 2월 12일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하는 결정을 내렸다.
최 조합원은 지난 2002년 3월 13일 현대차울산공장의 한 사내하청 업체에 입사한 뒤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2005년 2월 2일 업체로부터 해고됐다. 이에 최 조합원은 그해 5월부터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 등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의 소를 제기해왔다. 특히 최 조합원은 2006년 12월 21일 개정되어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기 이전의 옛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아래 옛 파견법) 6조 3항 ‘직접고용간주 규정’에 근거해 현대자동차가 직접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 현대차 울산공장의 작업풍경. 22일 대법원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 하의 하청노동자를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직접 노무지휘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
하지만 노동위원회와 각 법원은 그 동안 위와 같은 최 조합원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2일 서울고등법원까지의 원심이 잘못됐다며 최 조합원의 상고가 이유가 있으므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날 “현대자동차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 2년 기간 만료 다음날부터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본다”며 “최 조합원은 2004년 3월 13일부터 현대자동차에 의해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 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본 사건은 현대자동차가 최 조합원을 직접 고용한 것을 전제로 하급 법원에서 다시 다루어야 합니다. 최 조합원은 현재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법원, “현대차가 하청노동자 직접 노무지휘”
특히 이날 대법원 판결문에는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 노무지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현대자동차와 도급계약이 체결된 사내하청노동자의 생산작업이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으로 진행되는 점 △현대차 소유 시설 및 부품을 사용해 현대자동차가 교부한 각종 작업지시서에 의해 업무를 수행한 점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작업배치와 변경결정권을 갖고 있는 점 △현대자동차가 노동 및 휴게시간, 근무교대와 작업속도를 결정한다는 점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태 및 인원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점 등을 들며 “최 조합원은 현대자동차로부터 직접 노무지휘를 받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법원은 옛 파견법의 직접고용간주 규정에 대해 “적법한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축소 해석할 수 없다”며 불법파견을 이유로 직접고용간주 규정이 담긴 옛 파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하급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현대자동차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는 최 조합원의 ‘위장도급’ 주장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 대해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불성립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원청회사에 의해 직접 노무지휘 받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유의미한 판례”라고 평가했다. 김형우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이번 대법판결에 해당하는 노동자는 지난 2004년 9월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1만 여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 중 2년 이상 근무자 모두가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이상우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도 “기아자동차, GM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대우버스, 타타대우상용차 등 모든 완성차는 물론 컨베이어벨트 자동흐름방식으로 일하고 있는 자동차부품회사 등에 종사하는 사내하청노동자 대다수에게까지 적용되는 판결”이라고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는 26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통해 △본 판결의 의미 △대법판결에 해당되는 비정규 노동자 규모 △대법판례에 따른 후속 법적 대응방안 △금속노조 차원의 향후 교섭 및 투쟁계획 등을 조목조목 밝힐 계획이다.
기사제공/ 금속노동자 ilab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