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진
홍다미
올려다본다 구름
사다리
한 번도 건너본 적 없는
매달리면 흩어지던
운동장 한쪽에는 구름사다리가 있고 건너간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높이를 가늠해본다
봉을 밟고 올라서서 매달려보는 사다리
뻗어 있는 곳은 귀가의 방향
내 두 다리는 바닥을 벗어난다
왼팔로 견디며 흔들거리며 오른팔을 뻗는 동안 머리 위 구름의 자세로 손을 내미는 사다리
순간 놓아버릴 것 같은
미끄럽고
차가운,
모래놀이 오징어 시소 타이어는
바닥에 놓여있고
나는 공중에 매달려 있고
매달린 손바닥이 뜨거워진다
저 건너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고
한 칸씩 나아갈수록 길어지는 사다리
두 팔을 두고 온다
종일 카페에 앉아 동작을 연습해보는데 한 팔로 매달려 버둥거리며 왼팔 오른팔을 옮겨가는 연습 긴팔원숭이가 되어 정글을 날아다니는 연습 나뭇가지를 타고 둥글게 휘어지며
매달린 동작이 흘러가는 감각으로 변할 때까지
쓰고 지우고 손을 바꿔가며 고쳐 쓰며
나는 구름과 사다리를 분리해본다
구름과 사다리는 구름, 사다리, 비, 사다리,
나를 건너가고
뻗어야지 놓아야지 붙잡아야지
젖고 미끄러지면서
운동장의 몸이 길어진다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4년 2월호 공시사의 시선
홍다미(본명 홍계숙)
-2024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
[출처] 타진 / 홍다미|작성자 마경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