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장을 보내준 이벤트 주관자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내가 유부남이며, 말이 명예퇴직이지 눈총에 밀려 마지못해서
직장을 그만 둔지 채 1달도 안 지났건만, 실직했음을 어떻게 알았
을까? 나라는 사람을 알고 초대장을 보냈다는 것인데...
그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이 사람이 미치지 않고서는, 이러한 제안을 할 수가 없다는 강한
의문이 들었다.
100일이라면 그리 긴 기간도 아닌데, 이벤트 성과 사례금을 500만
원도 아니고, 무려 5000만원이나 제공하는 저의가 무엇일까?
게다가 무인도에서 심심할까봐 남자와 같은 수로 여자까지 초대하
지 않았는가?
처음에는 초대장에 인쇄된 액수에서 ‘0’하나가 잘못 인쇄된 줄
알았다. 당시에는 그것만도 감지덕지 했다. 하지만, 그들이 오리엔
테이션 겸 계약서를 쓸 때는 그 금액이 맞았음을 확인해 주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세상에 벼락돈
은 극히 드물다. 하다못해 로또 복권 5등, 5,000원짜리가 당첨되기
위해서도 1000원짜리를 80회 정도 사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례금이 5000만원이라니...
중간마다 약간 까다로운 규칙들은 있으나, 숙식이 제공되고 모르는
여자들까지 묶어서 동행시킨다는 조건이면, 도시락 싸들고 공짜라
도 가겠다는 남자들이 줄을 설 터인데... 사실 나조차도 이러한 조
건이면 사례금 없이 초대장을 받았어도 갈까 말까 하고 한참을 망설
였을 것 같다.
3조 1항, 이벤트에 참여한 남,여는 30일내에 정을 통해서는 아니된
다. 만약, 그 사실이 발각될 시에는 사례금 없이 동시에 섬에서 추
방된다. 무척 크게 압박감을 주는 문구였다.
계약서 작성 시에 보았던 문구였지만, 나는 혼자 콧방귀를 뀌었다.
섬 으슥한 곳에 들어가 쥐도 새도 모르게 정을 통하면 당신들이 어
떻게 알겠느냐는 심사였지만, 섬에 들어와서는 그 생각이 달라졌
다. 요소요소마다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코고는 소리는 다양해졌고, 몸을 뒤척이는 소
리는 적어졌다. 나 혼자만이 긴 밤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휴! 하는 작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운이 좋아서 30일
이후에는 짝을 찾는다 쳐도, 아직은 가끔 아침 하늘을 향해 화를
내는 이놈을 1달 동안 방사(房事)도 안 시키고 어찌 달랠 수가 있
겠는가? 그렇다고 체면이 있지, 혼자서 남몰래 마스터베이션을 하
기도 내키지는 않을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생각들을 뚫고 나온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중의
생각 하나가 지금까지의 의문을 정리하라고 보챘다.
결론은 100일 동안의 무인도 생활 중에서, 금욕 자체만 놓고 볼 때
도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님을 감지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고, 번개와 천둥이 번갈아 쳤기에 방안의 분
위기는 무거웠다.
“이리 와서 소주 한 잔씩들 합시다!”
사이비라는 사람이 파리대왕, 핫팬티와 더불어 술추렴을 하다가 생
각난 듯 주위를 둘러보며 청했다.
나와 오천만원, 이브가 동참하면서 분위기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상 앞에 모인 어색한 광경에 내가 피식 웃자, 사람들이
그 의미를 감지하고 따라 웃었다. 파리대왕은 박장대소하며 웃었
다. 나는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싸구려 색시집이나 룸싸롱 같은
곳에서의 마지막 분위기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남자 4명 여자2명이
모두 홀딱 벗고 술 마시는 분위기가 연상되었다.
술좌석 분위기가 화기 애애 하자, 막내딸도 뒤늦게 합석했다.
“그건 그렇고, 먹을 것과 놀 것은 다 주면서 그 흔한 시계 하나
안 걸어 놓는 이유를 모르것슈! ”
사이비가 답답하다는 어투로 말을 던졌다.
“그러게나 말이유! 시계, 라디오도 없고, 이렇게 심심할 때 휴대
폰이라도 있다면 수다라도 떨 텐데요.”
핫팬티가 답답하다는 어투로 푸념하는 사이비의 말을 냉큼 받았다.
“음...시계쯤은 만들어서 쓸 수도 있겠는데...”
나는 입속에 있는 안주를 빨리 삼키고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아...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시계 만듭시다!”
오천만원이 탁자를 내리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영문을 모른는 사
람들은 눈만 꾸벅거렸다.
“시계 수리방 하셨수? 그런데 재료도 없이 어찌 만든다우?”
“아니요! 시계 수리는 무슨....”
파리대왕의 퉁명스런 대꾸에 오천만원은 기분 나쁘다는 투로 말끝
을 삼켰다.
“해시계를 만든다는 의미죠?”
“맞아요! 형씨와는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군요.”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고 던진 나의 말에 오천만원이 반색하며 좋아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비오거나 저녁에는 시간을 알 수가 없잖아요.”
“음...그렇기는 하지만...”
이브가 오천만원의 말을 거스르자, 그는 생각에 잠시 잠겼다.
“그것도 해결 될 수 있을 겁니다. 해가 있을 때 원을 크게 그려놓
고 정확히 12등분해서 중앙에 막대기를 꼽아 넣으면 해시계가 되
죠. 그리고 그 옆에서는 모래시계를 만드는 겁니다. 한 시간 동안
떨어지는 모래의 양에다 24배를 더하면 하루가 되니까요.”
“와! 박수!!! 대단하다. 대단해요. 아담의 고독님! 크크! 고독
속에서 그런 지혜가 나오나 보죠?”
“... 허허, 글쎄요!....”
내가 시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브가 큰 박
수로 화답 해주었고, 모두는 좋다는 의미의 열띤 박수로 응대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했다.
남녀노소, 심지어는 인간과 미물인 하루살이까지.
그러나 이 공간에서는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 그것은 감옥에서 형
기 끝나기를 학수고대하는 수형자나 국방의무를 지키는 군인들에게
도 같은 느낌을 가질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역시 있다. 수술실
에서 분초를 다투는 의사나 환자, 급한 용무에 초조하게 시계를 보
는 사람들, 인생이 덧없음에 한탄하며 저승사자를 기다리는 사람들
에게는 정 반대일 것이다.
“아담의 고독 회장님! 무전 왔어요. 받아보세요.”
비바리가 한 손으로는 길게 양쪽 젖가슴을 받치고 달려와, 테라스
에 앉아 해풍으로 곱게 단장한 단풍에 몰입하고 있는 내게 무전기
를 쥐어주었다.
회장 소리를 들으니 어색했다. 섬에 들어온 지 7일째인 오늘은 내
가 회장이 되는 날이었고, 처음 듣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들리면 대답하세요!”
“예, 잘 들립니다. 말씀하세요.”
마치 옆에서 듣는 것처럼 감도가 무척 좋았다.
“여보세요. 여기는 본붑니다. 오늘, 첫 번째 과제물이 나갑니다.
적으셔야 되는데... 준비됐습니까?”
“예?... 아니요. 안에 들어가서 적을 테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나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최신 무
전기라 할지라도 송수신거리가 평지를 기준으로 10Km 전후임을 감
안한다면, 본부의 위치는 가까운 섬에 있거나 우리들이 머물고 있
는 섬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보세요? 받아쓸 준비 됐습니다. 말씀하세요!”
“아, 예! 제가 불러드리는 내용을 적으시고, 정서해서 복사본을
거기 계신 분들께 배부함과 동시에 설명해 주십시오. 그리고 다 적
은 레포트는 건물 뒤 절벽 입구에 회색 플라스틱 파이프 홈통이 있
으니 고무줄로 묶어서 넣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러면, 불러드릴 테니, 적어보세요.”
첫댓글 흠......... 인제사 뭔가 슬슬 시작이 되는건가요??
나같으면 2달 쯤 뜸을 들이겠습니다. 요요님 궁굼해하시라구
ㅎㅎㅎㅎ 모~궁금할거이야 있겠습니? 저처럼 직설적으로다강 야하게동 못쓰는디유.... 괜스리 날도 추운디, 벌게벗겨만 놓구설라무니......ㅋㅋㅋㅋ
으29! 저도 샘터방 마당 청소하는 게시판지기만 아니었다면, 홀딱 벗기고, 꽈배기도 만들공, 참기름도 짜고, 송편, 가래떡....^^*
무신,... 홀딱은 어차피 처음부터 벗긴건디, 새삼.....ㅎㅎㅎ 여그 게시판지기로 부담스러우시면,... 서경방에서는 다~ 풀어놓아동 되는디,....쩝.
글쎄요. 다음 번에는 전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새로운 유형의 글쓰기를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모냐구여?.....비밀!^^* 서경방에요? 샘터방에서만 놀아도 금방 해지고 컴컴해지거든요. 늦게 들어가면 마눌에게 혼나요. ^^*
츠암내.... 서경방도 가끔 들려봐유.... 지는 샘터방에도 자주 놀러오건만,..칫...거시기 손가락 한번만 가딱 함 되는디,...
ㅎㅎㅎ 예, 마님! 뉘 분부시라고...그리하겠습니다. ^^*
중년이 서글퍼 지려 하네여......
훌찌럭! 왜 그러실까요? 제가 좀 침울하게 쓴 모양이죠? ㅎ 여러가지 삶 중에서 가상적이고 극히 일부분입니다. ^^*
착각은 자율워야 허거덩여...^^*
상상의 나래를 펴시는 시간여행님이 웬지 존경스러울 뿐입니다...에고 머리야..ㅎㅎ
ㅎㅎㅎ 존경까지요? 그냥 이렇게 퍼질러 앉아서 샘터님들과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로만도 참 좋지요. 혜미님, 칭찬 감사합니다.^^*
연속극 처럼 예고편도 살알짝 비춰 주시면 좋으련만 ㅎㅎ...다음편 기대합니다~~~~~~
에효! 죄송합니다. 매일마다 틈틈히 전 날 쓴 것에 이어서 작성하기에 예고가 힘듭니다. 굽어살피오소서!ㅠㅠㅠ
아고 궁금해라...! ㅋㅋㅋㅋㅋ
아고 머리 흔들려라! 어쩔 때는 머리에 병목현상이 생깁니다. ^^*
휴~불러준다는데 왜 끝내는건지 적고 끝내면 난리라도 나나요... 답답혀서 죽깐네... 5탄은 언제 나오는가 그거라도 알려주시면 안되나요 곤란하시면 쪽지라도 보내주삼 ^^*
ㅎㅎㅎ 써서 올리는 것은 큰 사정이 없는 한 매일 올리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나래옷님 답글에 대한 꼬리처럼 미리 생각해놓은 것은 아니어서요. ^^*
나도 남자였으면 좋겠다. 나도 룸싸롱이랑 싸구려 색시집에 가보고 싶다
있다던데요?....호스트바~ 어디선가 봤는데...ㅋㅋㅋ그들을 다꾸앙(단무지) 장사라고 하더군요. 함, 가보세여~~~~^^*
우와 진짜 대단하셔유 존경합니다...실력 좋아요....감탄.....
아29! 여름님께서도...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오늘처럼, 답글 달기 힘든 날이 별로 없었습니다. 칭찬이 과분해서요. ^^*
칭찬을 하면 답글 달기 힘들다 하시니 그럼 걍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꾸우벅~~ㅎ
그 섬의 분위기에 이제 서서히 젖어 드는가 봅니다. 그 여인들 중 하나로 나를 내세워 이 글의 중심부로 뛰어 들어 보렵니다.
저두 칭찬하면 힘들다하시니... 재밌게 웃으며 읽었습니다.... 감사~~!! *^.^*
꼬리글 괜찮응께.. 빨리빨리~ 기다리는 팬들 많잖아유~~~ ^^
인간 본연의 실체(?)를 파헤치는 작업인가요? ㅎㅎ 이성,감성,영성이 함께 존재하는 인간실존의 모습이 특별한 상황에 놓여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사람에 대해서 평소 생각을 많이 하시나봅니다!..
시간여행님글두 재미있지만 달린 꼬리글두 너무 재미있어요ㅎㅎㅎㅎ
ㅎㅎㅎ 특히 요요 꼬랑지글이 더 잼나지라....ㅎㅎㅎ
궁금하네요.. 그 과제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