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일본대표팀 관련 글을 포스팅 할때
예고 했듯이
이번주는 ' 한국산 플레이메이커의 계보' 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했지만,
쓰다보면 시간이 꽤 걸리는 글이라,
평일에는 엄두를 못내고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던 와중, 그 '한국산 플메 계보'에 관한 글을 쓸때
한자리를 차지할 윤빛가람의
어제 ACL 16강전 에서의 고무적인 활약을 보고,
어제 성남의 경기 리뷰를 쓸겸
윤빛가람을 주인공으로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비록 어제 성남이 안타깝게 패배의 쓴잔을 마시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빛가람의 매혹적인 플레이가 그만큼 눈부셨기 때문이고,
둘째는, 윤빛가람이 성남으로 이적한 이후 슬럼프에 빠진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편견을 벗게해주고 싶어서이고,
(물론, 어제 경기를 통해 그 편견이 많이들 벗겨졌으리라 본다.)
셋째는, 올림픽 대표팀에서 홍명보 감독이
윤빛가람의 활용도를 좀더 다각화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다들 알다시피, 성남의 신태용 감독은
경기전 언론을 통해
분요드와의 16강전에서는
제로톱 전술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요반치치가 경고누적으로 출장을 할수 없기에,
어쩔수 없는 고육지책 이었다.
일단, 어제 성남의 공격 4인방의 배치는
최전방에 에벨찡요,
좌-우에 홍철과 한상운
그리고, 쉐도우에 윤빛가람이 배치 되었다.
경기가 시작된 후,
감독의 예고대로 이들 4인방은
끊임없이 자리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를 교란하였다.
더불어 볼란치에 위치한 김성준까지도
적극적으로 올라와 위협적인 장면들을 만들어 내는데에 일조하며
감독이 원하는 '그 것'을 잘 표현해냈다.
사실 경기력만 놓고보면
어제 경기에서 성남은 분명 질 경기가 아니었다.
허나, 상대 수문장인 네스테로프의
미친 선방에 가로막혀
결국 골문을 열어재끼지 못하고
고베를 마셨다.
더불어, 한상운의 움직임에도 분명 아쉬움이 있었다.
한상운 혼자, 겉도는 듯한 인상을 지울수 없었다.
필자가 1년가까이 빨고 빠는
김성환, 김성준, 박진포에 관한 이야기는 오늘은 하지 않을것이다.
뭐 그들은 평소하던대로 어제 역시도 좋은플레이를 보였다.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홍철이 제 페이스를 찾은 것은 올림픽대표팀 입장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홍철은 이제 풀백에 대한 미련은 접고
측면 윙포워도 혹은 공격형미들로 자리를 굳히는것이
본인에게 더 맞는 옷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윤빛가람의 말도 안되는
90분간의 퍼포먼스가 어제 경기 최고의 백미였으며,
성남이 탈락한 아쉬움 속에서도 건질수 있었던
찬란한 희망의 빛이었다.
사실, 일부 사람들이
윤빛가람이 성남으로 이적한 후 "영 맛이갔다" 라는 이야기들을
시즌이 개막한 이후
근 3개월 동안 하고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물론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횟수가
뜨문뜨문 해졌기에,
경기를 들여다 보지않고
시트지만 보는 이들에겐
그렇게 다가갈수도 있겠으나,
윤빛가람은 시즌 개막전이던 전북전 부터 지금까지
꽤나 좋은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으며,
특히나,
윤빛가람이 공미로 올라가고
후방에 김성환-김성준이 볼란치로 배치되었던
지난달 수원전부터
최근 한달동안 보여주는 윤빛가람의 플레이는
최고조에 달해있다.
일단 어제 ACL 16강전에서의 윤빛가람은
감독이 원하는 전술에 알맞은 움직임을 보여주며
단순히 중앙에서만 플레이 메이킹을 하는것이 아니라
좌-우 측면과 심지어 최전방까지 올라가서도 찬스를 만들어냈다.
더불어 볼란치의 김성준이 공격에 가담하면,
윤빛가람이 밑으로 내려가 김성준이 올라간 빈 공간까지 커버해주는 모습들을 선보였다.
또한, 측면에서 상대수비를 벗겨낸 후
위협적인 슛팅을 만들어 냈으며
1선에서 동료들과 원-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날카로운 슛팅찬스도 만들어냈다.
후반 종반, 김덕일이 내준 패스를 논스톱 슛팅으로 이어갔으나
골키퍼 발에 걸린것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더불어 후반 중반 무렵,
후방에서 김성환이 길게 피딩해준 볼을
상대진영 페널티 박스안에서 단독찬스를 잡은 이 또한
다름 아닌 윤빛가람 이었다.
비록 퍼스트터치 미스를 범하여
그 찬스를 날리긴 했지만
감독이 원하는 전술적인 움직임을
윤빛가람은 훌륭하게 보여준 것이었다.
더불어, 경남시절 윤빛가람의 단점 중 하나로 꼽힌것이 바로,
동료에게 패스를 넣어준 후,
마치 자신의 패스에 심취한듯한 모습을 보이며
더이상 뛰지 않는 것이 가장 고쳐야할 점으로 지적받던 부분인데
어제의 윤빛가람은
'패스 앤 무브' 의 정석을 보여주며
동료에게 볼을 내주고 다시금 볼을 받기 위한 2차 움직임을
쉴새없이 가져가 주었다.
실제로 어제 경기에서 윤빛가람이
필드에 발을 붙이고 걸어다니는 시간은 극히 적었다.
윤빛가람은 엄청난 활동량을 선보이며
본인의 단점으로 지적받던 부분까지도 말끔히 해소시켰다.
더불어 유연한 발놀림을 통해
섬세하게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능력 또한 선보였으며,
비록 윤빛가람이 발이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꽤 괜찮은 기동력 또한 어제경기에서 선보였다.
(윤빛가람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빠르지 않음은 여러번 인정했던 부분이다.)
특히나. 어제 경기를 가장 눈여겨 봤어야할 인물은
다름 아닌
올림픽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다.
다들 알다시피,
홍명보 감독은 4-2-3-1의 기본 틀을
3년간 꾸준히 써왔다.
원톱 포지션은 언제나 제공권에 능한 '빅 맨' 들이 섰고,
(김현성, 김동섭, 박희성과 같은.)
그 밑 자리는 언제나
키는 작으나, 발이 빠르고 침투에 능한 쉐도우 스트라이커들이 주로 섰다.
따라서, 중앙미들의 성향을 보이는 윤빛가람 같은 선수들은
그 쉐도우 자리에 배치 된적이 없다.
대부분 그 자리는
김민우, 윤일록, 김보경, 백성동 등의 선수들이 배치되었다.
따라서, 사실상 4-4-2 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한 전술이다.
중앙 미들인 윤빛가람을 올려서 공격형 미들로 사용해 본적은 단한번도 없다는것이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윤빛가람이 뛸수있는 자리는
언제나 볼란치 였다.
허나. 어제 윤빛가람의 모습을 보왔다면
윤빛가람을 쉐도우 자리와 측면에 배치시켜서도
효율적으로 사용할수 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그만큼 윤빛가람은 본인의 다재다능함을
마음껏 뽐냈다.
스페인 대표팀에서 이니에스타가
중앙이 아닌
측면에 배치되는것도 그런 맥락이고,
(중앙에는 부스케츠-알론소-사비가 배치되기에.)
물론, 측면에 위치하여
중앙 쪽으로 꺾어 들어오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어제 윤빛가람이 보여준 부분들 처럼.
더불어 과거 일본대표팀이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 무수한 중앙미들 자원때문에
오노 신지와 나나미 히로시, 나카무라 슌스케 등의 선수들을
중앙이 아닌 측면에 배치시켜
측면 에서도 플레이 메이킹을 담당할수 있게 했던것도 그의 일환이다.
올림픽 본선에 가서
한가지 전술 만으로는 버티기가 힘든데,
플랜 B를 준비하는 홍명보감독의 구상에
윤빛가람 같은 중앙미들을
측면이나 쉐도우에 배치시켜서
새로운 전술을 시험해 볼수도 있음을 염두해 두길 바라는 마음이다.
암튼, ACL 16강전에서
90분간 쉴새없이 필드를 누빈 윤빛가람의
활동량과 경기력은 실로 대단했다.
그의 팬이 아닌 이들도,
어제 그의 퍼포먼스를 봤다면
분명 매혹 되었을 것이다.
현역시절, K리그 최고의
미들라이커로 통하며
무수히 많은 스탯과 훌륭한 경기력을 뽐낸
신태용 감독 밑에서
윤빛가람은 점점 더
다재다능하고 무서운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
과연 이 기세를 이어가
런던 까지 갈수 있을지
남은 기간동안의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주, 시리아 와의
올대 평가전에서는
윤빛가람이 볼란치가 아닌
다른 위치에서 뛰는것을 볼수 있으면 좋겠다.
by. 주휘민.
첫댓글 좋은 글입니다^^
어제 경기에서 성남이 지긴 했지만 윤빛가람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이제 슈팅의 날카로움만 더 장착하면 될듯, 요새 뛰는거리도 엄청많은건 간간히 봤는데,,,근데 한상운은 언제 살아날지...드리블치고 꺾어들어온다음 슛할때말고 잘안보이는..
좋은글...추천...윤비트도 윤비트지만 박진포 탐나요....이제 2년차인거 같은데...다음에 국대 차출되는거 기대해 봅니다...
정말 동감 패스앤무브... 어 저거 윤빛가람 맞나 이런생각들었음ㅋㅋㅋ
근데 결정적 찬스 놓친것때문에 활약이 묻혀서 .... 쩝....
성남의 미드필더들은 전체적으로 국대에서 한번쯤 보고싶은 선수들이 많은것 같아요.
김성환, 김성준, 윤빛가람은 물론 부상으로 아웃된 전성찬도 좋은 선수같고..
음 .. 윤비트가 지금 성남이라는 옷이랑 잘 어울리나요..? 저의 개인적 의견이지만 은근 성남하곤 어울리지않는 ㅠㅜㅜ
이전에도 윤빛가람을 아르테타처럼 측면으로 뛰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거든요 윤빛가람이 공미, 측면에서 뛰는게 상당히 위력적인 선수인데 정작 홍감독은 답답합니다.
대구전 퇴장으로 동료들에게 지게했던 짐을 다 갚아주려는듯 열심히 뛰었슴
신감독이 선수들 잘 키워냄
전술에 무지한 제가 읽어도 정말 이해가 잘되네요.. 잘읽고갑니다!!
오랫만에 주휘민님식의 글 잘보고갑니다ㅎㅎ 어제정말잘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