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는 수다쟁이인 우리아이, 학교가서는 말을 한마디도 안해요.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이런 것도 실어증이라고 하나요?
말을 하지 않는 아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증상을 보면 드라마 장면에서 흔히 나오는 교통사고 후 갑자기 말을 잃는, 소위 말하는 실어증이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그러나 집에서는 가족과 평소와 다름없이 대화를 하는 아이가 특정한 상황에서만 입을 닫는 경우는 실어증이 아닙니다.
말을 하지 않는 증상을 보인다?
1. 실어증
실어증은 입으로 소리를 내는 구음 기관의 뚜렷한 기능 부전이나 의식의 혼탁이 없이, 언어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흔히 뇌의 병적인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언어장애로, 가끔 섬망이나 혼돈, 치매 등에서 전반적인 언어 기능의 장애가 나타나는데, 이 경우는 뇌졸중이나 뇌종양 등 국소적인 뇌의 병적인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언어 장애인 실어증과는 다소 다른 형태를 보입니다. 고전적인 실어증의 경우에는 주로 우성대뇌반구(오른손잡이 경우 대개 좌측 대뇌 반구) 주위에 있는 언어 영역의 병적인 변화에 의해 발생합니다.
2. 무언증
무언증에는 전혀 소리를 내지 않는 철저한 무언증으로부터, 의미 있는 발화는 없으나 발성은 가능한 경우, 그리고 몇 개의 낱말을 산출할 수 있으나 이를 기능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까지가 모두 포함됩니다. 무언증은 여러 의사소통 장애인에게서 관찰되나 특히, 자폐범주성 장애 아동에게서 자주 관찰되는 편입니다. 또한 이중 상당수는 초기에 무언증을 보이다가 언어를 습득하는 경우도 있으나, 평생 무언증의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5~6세가 지난 후에도 무언증을 보이는 경우 구어 습득의 예후가 좋지 않다고 보고됩니다.
3. 함묵증
말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장소, 조건이나 상황에서는 말을 하지 않거나 극히 제한된 단어만을 사용하는 증상이 최소한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함묵증은 선택적 함묵증 혹은 선택적 함구증이라고 지칭합니다.
따라서 위의 사례는 실어증, 무언증과는 다른 특성을 보이는 선택적 함구증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택적 함구증(selective mutism)이란 다른 상황에서는 말을 하면서도 다른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서는 말을 개시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의 말에 언어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을 일컫습니다. 과거에는 선택적 함구증을 소아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기타 정신 장애로 분류했으나, 최근에는 불안장애의 한 범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선택적 함구증, 기준이 뭔가요?
선택적 함구증의 핵심 특징은 말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사회적 상호작용 상황에서 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먼저 말을 시작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말에 언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데, 이러한 함구 행동이 1개월 이상 지속되어 교육적, 직업적 성취나 사회적 의사소통을 방해할 때 선택적 함구증으로 진단합니다.
DSM-5 선택적 함구증 진단기준
A. 다른 상황에서는 말을 할 수 있으면서도 말하는 것이 기대되는 특정한 사회적 상황(예: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말을 하지 못한다.
B. 장해가 학업적, 직업적 성취나 사회적 의사소통을 저해한다.
C. 장해의 기간이 적어도 1개월 지속된다(입학 후 처음 1개월에 한정되지 않는다).
D.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사회생활에서 요구되는 언어에 대한 지식이 없거나 그 언어에 대한 불편한 관계가 아니다.
E. 장해가 의사소통 장애(예: 아동기 발병형 유창성 장애, 즉 말 더듬기)에 의해 설명되지 않으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 조현병, 또는 다른 정신증적 장애의 기간 중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주로 어떤 증상을 보이나요?
선택적 함구증을 보이는 아이들은 주로 가족들 앞에서는 말을 무리 없이 하지만, 자주 보는 친구들에서부터 조부모님같이 가까운 친척들 앞에서조차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이러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책 읽기, 발표 등과 같이 말하기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말하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에 교사는 아동의 읽기 능력 등을 평가하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또한 학업 성취나 교육 프로그램, 대외활동 등의 참여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되곤 합니다. 함구 행동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선택적 함구증 아동들 중에는 단순히 말만 하지 않을 뿐, 고개 끄덕이기 혹은 가로젓기,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등의 제스처나 글씨 쓰기와 같은 비언어적 수단을 사용해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기도 하며, 말을 요구하지 않는 사회적 활동이나 역할(예: 청소, 공놀이 등)에는 기꺼이 참여하기도 합니다.
함구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어 학업적, 직업적 성취나 사회적 의사소통에 지장을 초래할 때 선택적 함구증으로 진단한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입학 직후 1개월 정도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진단을 유보합니다. 이는 낯가림이 있거나 수줍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의 경우 입학 직후와 같은 낯선 상황에서는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해 일시적으로 이러한 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입학 또는 전학 등으로 새로운 환경에 처해 1개월 이상 적응 기간이 지났는데도 이러한 함구 행동이 지속되어 학교생활에 지장이 초래된다면 선택적 함구증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선택적 함구증은 불안장애의 한 범주로 분류되는데, 극도의 수줍음, 사회적으로 당황스러운 상황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고립과 철수, 징징거리며 매달리기, 강박적 특성 등 불안 관련 특성과 관련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한 선택적 함구증 아동들이 특정 의사소통 장애에 해당하지는 않으며 정상적인 언어 기술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는 있으나 또래에 비해 의사소통 기술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사회적 상황에 대한 두려움,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도 흔한 편입니다. 선택적 함구증은 다른 불안장애와 함께 진단할 때가 많은데, 특히 사회 불안 장애(사회공포증)와 공병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며, 그 밖에도 거부증, 분노 발작, 경미한 반항적 행동 등도 선택적 함구증에 흔히 동반되는 행동 특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날까요?
선택적 함구증의 경우 명확한 원인이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불안장애로 분류된 만큼 불안 증상과 연관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특정 상황이나 사람에 한정되어 함구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두려움, 공포, 불안감을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선택적 함구증을 보이는 아동들은 종종 양육 과정에서 수줍음, 사회적인 고립, 사회 불안을 경험하거나 신경증, 부정적 정서성이 높은 경우, 행동 억제를 많이 하는 성격 특성 등이 보고되고 있어 선택적 함구증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과묵함, 차분함, 조용함 등 사회적인 억제를 중요시하거나 과잉보호, 통제적인 부모의 양육 태도 등이 선택적 함묵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다른 언어권에서 이민을 오거나 유학을 간 경우 현재 속한 사회의 문화와 언어가 낯설고 불편해서 말하기를 꺼릴 수 있습니다.
선택적 함구증 치료는 어떻게?
선택적 함구증의 증상이 극심할 경우에는 병원을 통한 약물치료가 병행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황의 선택적 함구증의 치료에는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효율적입니다. 함구 증상이 일어나지 않는 편안하고 안정된 상황에서부터 말하기 연습을 시작하여 점차 아이가 어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상황으로 확장해가며 차근히 적응해나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아이 내면의 심리상태 및 불안감에 대해 상담을 통해 파악하여 이를 해소하거나 전환시킬 수 있도록 언어상담이나 인지놀이치료, 사회성집단프로그램 등의 상담치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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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Charles Wenar, Patricia Kerig (2011), 『 발달정신병리학 』, 박학사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27372&cid=51007&categoryId=51007)
특수교육학 용어사전, 2009., 국립특수교육원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83564&cid=42128&categoryId=42128)
심리학용어사전, 2014, 한국심리학회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94299&cid=41991&categoryId=41991)
사진출처: pixabay
작성자: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김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