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SK 경기가 진행된 지난 9일 잠실구장. 지난해 새롭게 조성된 익사이팅존에 빈자리가 많아 보인다.
2014 시즌 개막 후 잠실구장은 환경 개선 공사를 통해 확 달라진 모습을 드러냈다. 안전 펜스가 설치되고, 3층 내야석 좌석이 교체됐다. 특히 1, 3루 불펜 뒤쪽에 설치된 '익사이팅존'이 눈길을 끌었다. 익사이팅존은 팬들이 경기를 좀 더 가까이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지정 좌석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사직과 문학 구장과 광주 챔피언스필드 신축 구장에 익사이팅존이 설치돼 있다. 그렇다면 잠실 ‘익사이팅존’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잠실야구장 익사이팅존 뒷편 내야석 1,2열은 익사이팅존 좌석의 높이때문에 시야가 가려 야구관람하기가 쉽지 않다.
위치 상으로 보면 황금자리. 그러나 일조권이 침해당한 아파트 1층 마냥 이 곳에선 야구를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서울시 '청책사업' 일환으로 기획
서울시는 지난 2012년 6월 4일 '야구 발전을 위한 청책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을 연고로 하는 LG, 두산, 넥센의 관계자 및 야구계 인사, 일반 팬들이 참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 자리에서는 잠실 구장의 환경 개선에 대한 의견이 쏟아졌다. 특히 서울시가 잠실 구장의 임대료를 높이 책정하고, 광고 수익을 독점한다는 비난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열린 자리인 만큼 서울시는 적극적인 자세로 의견을 수용했다. 야구계와 팬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2012년 10월 서울시는 6월 워크숍에서 나온 의견과 현장 조사 내용을 종합해 '2020 중장기 체육진흥 기본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에는 잠실종합운동장의 전반적인 시설 개•보수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고, ‘생생한 야구체험을 위한 400석 규모의 익사이팅존 설치’에 대한 내용도 여기에 들어갔다.
서울시의 당초 계획은 익사이팅존 설치 공사를 2013시즌 전 완료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사 담당자인 서울특별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이하 관리사업소) 오상호 주임은 "2012년 말 기초 시공을 하려고 땅을 파보니 하수관 등 지작물이 많아 공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잠실구장 구장관리팀 관계자 역시 "잠실야구장은 1982년 건축된 터라 제대로 된 설계도면이 남아 있지 않아 기초 시공부터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2013년 2월 2억 86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된 익사이팅존 설치 공사는 해를 넘겼고, 2013년 12월 지중 매설물인 하수관, 스프링쿨러의 이설비용을 추가로 편성해 총 3억 5300만원이 드는 공사를 착공했다.
잠실야구장 익사이팅존 뒷편 내야석 1,2열. 1열 좌석에 앉아서 본 경기장
만원 관중 발표 뒤 텅빈 1·2열
익사이팅존 뿐만아니라 외야펜스, 관중석 의자 교체 등 잠실구장의 전반적인 환경 개선 공사가 동시에 진행됐다. 익사이팅존은 당초 계획보다 축소된 200석 규모로 탄생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LG와 두산의 개막전에 맞춰 일반 팬들에게 공개됐다. 2만원에 판매된 좌석은 개막 2연전동안 모두 매진됐다. 180도 회전하는 의자와 넓은 좌석 간격으로 팬들의 호응이 높았다.
하지만 문제가 발견됐다. 익사이팅존의 가장 뒷 편인 3열의 좌석 높이가 뒷 구역 내야석(레드석) 1, 2열의 시야를 가리는 문제였다. 구장관리팀 관계자는 '1, 3루 포함 약 80여석의 자리만 문제'라고 했지만, 실제 익사이팅존으로 인해 1루 레드석 101블럭~105블럭, 3루 레드석 118블럭~122블럭 1, 2열 좌석에 걸쳐 시야를 방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약 220석 정도다. 홈팀인 두산은 개막 2연전 모두 만원 관중이 들어찬 것으로 발표했지만, 익사이팅존 뒷 편 좌석은 이틀 연속 텅 빈 채로 방치됐다. 이후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익사이팅존 설치 공사는 시작부터 무리가 있었다. 관리사업소 오상호 주임은 "익사이팅존을 만들기 위해서는 문학과 사직처럼 땅을 깊숙히 파야되지만, 잠실의 경우 도저히 땅을 깊게 팔 수 없었다. 일부 좌석의 시야를 가린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며 “현재 잠실구장의 구조상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잠실 구장관리팀 관계자는 " 1, 3루 내야석(레드석) 1열은 익사이팅존이 설치되기 전부터 시야 확보가 어려워 판매를 하지 않았던 자리"라며 "2열의 경우에도 관중들에게 미리 '시야 확보가 어렵다'는 양해를 구하면서 판매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개막 2연전의 경우에는 팬들과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2열 좌석도 판매하지 않았다"고 했다. 관리사업소 오상호 주임은 "익사이팅존 설치 과정에서 두산, LG 관계자들과 협의를 했고, 구단 관계자들도 인지하고 있던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티켓을 판매하는 구단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서울시가 주도한 익사이팅존 설치로 레드석 1~2열은 물론 4열까지 판매가 어렵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