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평판(Reputation)`은 아는 사람들만 아는 입소문에 가까웠다. 하지만 인터넷이 생활필수품이
되고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면서 평판은 단순한 입소문 이상이 됐다. 한 사람이 트위터에 무심코
올린 회사에 대한 평판이 기업 가치를 순식간에 떨어뜨릴 수도 있는 세상이다.
이렇다 보니 기업이 알려주지 않는 정보와 사람들이
기업에 대해 내리는 평판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회사들이 2000년대를 기점으로 속속 등장했다. 한국의 잡코리아 같은 회사들이 좋은 예.
하지만 미국의 글래스도어(Glassdoor)는 그중에서도 발군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2007년 로버트 호먼(Robert
Hohman)이 창업한 이 기업은 그 어느 경쟁사보다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사이트에 접속해 자기가 다니는, 혹은
다녔던 기업에 대해 평가를 내린 사람만 600만명이 넘는다.
매일경제 MBA팀은 글래스도어의 스콧 도브로스키 커뮤니티 최고책임자와
이메일 대화를 통해 다른 커리어 커뮤니티 사이트와 차별되는 글래스도어의 특징 세 가지를 뽑았다.
기존 기업들이 주로 평가를
`하는` 쪽 입장에만 치우쳐 있었다면 글래스도어는 평가를 `받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커뮤니티에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 글래스도어 스스로도 평가의
시험대에 올려놓는다는 점, 그리고 연봉과 같은 숫자로 나오는 정량적 정보는 물론 기업문화나 분위기 같은 정성적 정보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 양쪽 이해관계자를 다 플랫폼으로 끌어들여라
평판 형성에는 평가를 내리는 사람과 평가를 받는 사람이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대부분의 평판 커뮤니티는 평가를 내리는 사람, 즉 사용자에게만 초점을 맞췄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잡 커뮤니티 사이트나
구인구직 사이트 역시 평가를 내리는 사람, 즉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주축이다. 평가를 받는 쪽은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애써
무시해버린다.
글래스도어는 이런 기존의 관습 아닌 관습을 깼다. 평가를 받는 기업의 `항변` 내지는 `해명`을 평가와 함께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 `이 기업의 기업문화는 너무 별로예요. 칼퇴근은 꿈도 꿀 수 없어요`라고 평가를 내렸다면 이 회사의 CEO나
인사책임자는 "이런 평가에 대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특정 부서에서 그런 경우가 발생하는데 시정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댓글을 달 수 있다(물론 이런 댓글을 다는 건 기업의 자유인 만큼 의무는 아니다). 도브로스키 커뮤니티 최고책임자는 "우리는 사명(글래스도어)과
같이 유리문처럼 투명한 평가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양쪽 이해관계자를 모두 포섭하는 것은 수익성 측면에서도 득이다. 수익은 채용을
하는 쪽, 즉 기업을 통해 얻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글래스도어의 경우 이들을 적극적으로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에 수익 내기가 수월하다.
광고 한 건당, 구인 한 프로필당 무조건 기업에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글래스도어의 서비스를 통해 성과를 냈을 때 비용을 청구하는
`성과별 지급 시스템`을 채택하는 자신감도 있다. 더 많은 기업을 끌어들이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용자도 끌어들인다. 현재 글래스도어에 정보를
올리는 사람은 600만명에 달한다.
◆ 스스로의 평판을 공개하라
글래스도어는 자기 자신도 평가의 도마에 올려놨다.
글래스도어 직원들도 글래스도어에 대한 평가를 올릴 수 있는 것. 글래스도어에 대한 평가 중 `스타트업이라 그런지 초과근무가 너무 많다` `일과
가정생활의 영위는 상당히 어렵다` `지금 일하는 사무실이 너무 좁아 힘들다` 등의 부정적 평가도 쉽게 볼 수 있다.
한 사용자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보고를 해야 할 적절한 사람을 찾는 게 어렵다"는 내용의 리뷰를 올렸고 이에 대해 로버트
호먼 최고경영자(CEO)는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내가 가장 최우선 순위에 두는 부분이다. 나도 이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더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 숫자로 나오지 않는 정보에 집중해라
통상 이런 사이트에서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정보는
`연봉`이다. 글래스도어는 이 같은 정보를 전ㆍ현직 모두에게 수집해 제공한다. 물론 이 정보의 신뢰성(Credibility)은 글래스도어
직원들에 의해 필터링 작업을 거친다. 하지만 글래스도어는 연봉 외 중요한 정보도 많다고 주장한다. 정량적 정보도 중요하지만 정성적인 정보도 그
못지않게 (때로는 더) 중요하다는 것. 글래스도어는 기업문화나 면접 분위기, 작업환경, 근무강도 등에 대한 평가관리에 열심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한국 기업의 경우에도 연봉이 아니라 글래스도어에 기재된 수직적 기업문화와 퇴근을 가로막는 강압적 분위기 때문에 도마에 올랐다.
글래스도어는 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좋은 이야기 혹은 나쁜 이야기만 입력하는 것을 막기 위해 `PROS(긍정적 측면)`와
`CONS(부정적 측면)`를 모두 입력하게끔 해놨다. 또한 링크만 달랑 거는 성의 없는 방식도 걸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