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야 너는 좋겠네. 길 없는 길이 없어서,
새 길을 닦거나 포장을 하지 않아도,
가다가 서다가 하지 않아도 되니, 정말 좋겠네.
높이 날아오를 때만 잠시 하늘을 빌렸다가
되돌려주기만 하니까, 정말 좋겠네.……
옥빛 하늘 멀리 날아오르는 네가 부럽네.
길 없는 길이 너무 많은 네가 정말 부럽네.
-『중앙일보/시(詩)와 사색』2025.03.08. -
새라는 말 속에는 이미 날개가 돋아 있는 것 같습니다. 새라는 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뒤꿈치를 들어 까치발을 딛듯 마음이 한결 사뿐해지니까요. 새라고 소리내어 발음해보는 순간에는 눈앞이 환해지고 또 자유로워지는 듯합니다. 하늘을 나는 새든 새로움을 뜻하는 관형사의 새든 정해진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는 곳이 곧 길이 되는 덕분입니다. 새 옷, 새 신발, 새 학기, 새 친구, 새봄. 우리는 또 어떤 것에 새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까요. 며칠 전에는 동네를 지나다 입학식을 마치고 교문을 빠져나오는 초등학생들을 보았습니다. 새 세상을 살아갈 새 같은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