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 파견받은 이들의 축복된 삶 “회개, 찬미, 순종”
2024.7.14.연중 제15주일 아모7,12-15 에페1,3-14 마르6,7-13
“주님, 저는 의로움으로
당신 얼굴 뵈옵고,
당신 영광 드러날 때 흡족하오리다.”(시편17,15)
오늘 옛 어른의 지혜도 참 좋습니다.
“주변을 챙길줄 아는 사람이 백성을 다스릴 지혜도 얻는다.”<다산>
사랑 실천의 구원은 바로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섭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대답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기뻐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
참 멋진 진리 말씀입니다. 천리향, 만리향 꽃같은 사랑의 행복한 수도공동체라면 성소자는 물론 목마른 영혼도 끊임없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찾아 올 것입니다.
어제와 자고 난 지금의 감동을 나누고 싶습니다. 요셉수도원 설립 37주년 및, 75년 제 생애 최초의 역사적 사건입니다. 참으로 생전 처음 침실에 아담한 50만원짜리 침대를 놓았고 그 느낌이 얼마나 각별했는지 그 소감을 나눔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사치스러운 고가의 침대가 아니라 안도했습니다. 돌침대가 아닌 흙침대입니다. 순전히 참 좋은 분의 사랑과 원장수사의 분별의 결단으로 이뤄진 쾌거입니다. 물론 사랑의 성령님께서 개입하셨음이 분명합니다.
저와 두분의 친애하는 도반 70대 노수사들에 대한 수도공동체의 각별한 배려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평생 무소유의 비워가는 단순한 삶을 추구해온 저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었습니다만, 겸손히 순종하는 마음으로 침대 놓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마침 어제 강론 제목에서 강조했다시피 노쇠해가는 삶과 더불어 겸손과 순종 수행을 통한 영적 면역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참으로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원장수사에 전한 메시지입니다.
“그런대로 잘 어울리고 멋집니다! 감사합니다! 동네 경노 잔치라도 열린 듯, 신기한 구경거리나 있는 것처럼, 수도형제들 내 일처럼 기뻐하며 싱글벙글 웃으며 흥분된 모습들로 다녀갑니다.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는 듯 신선한 분위기입니다. 평생 방바닥에 붙어 자다가 높은 침대를 사용하니 내 존재가 격상된듯한 고귀한 느낌도 선물처럼 받았습니다!”
업무차 어제 오전 10시에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13시간 37분만에 뉴욕공항에 도착한 원장수사의 답신입니다.
“설치가 잘 되어서 제 일처럼 기뻐요. 저는 지금 막 착륙했어요.”
이어 맨먼저 침대 놓는 아이디어와 성금을 후원한 분으로부터 받은 답신입니다.
“어머나! 벌써 들어왔군요. 너무너무 보기 좋고 깔끔합니다. 오랫동안 궁리 끝에 말했던 것이 일사천리로 성사되어 기쁩니다. 아마 낼은 매트레스가 들어오겠군요. 세분 노수사님들 건강하시기만 빌겠어요!”
또 어제 오후 고백성사차 방문했던 분은 제 면역질환으로 피부에 뚜렷한 흔적을 보고 자기가 잘 아는 한방병원에 예약하고 모시고 가겠다 하니 그 사랑에 감동했습니다. 하느님을 찾는 일에 전력투구하다 생긴 면역질환이기에 “부끄러워할 상처”가 아닌 “영적전투의 훈장勳章”처럼 자부하니 당당한 느낌도 들고 주님께서 알아서 조처해 주시리라 믿는 마음도 있습니다.
정말 부끄러워할 것은 “죄짓는 일”이지 결코 “피부병의 흔적”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저런 깨달음이 남은 생애 더욱 기본에 충실한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아야 하겠다는 각오를 새로이 하게 됩니다. 주님께 파견받은 삶을 어떻게 충실히 살아낼 수 있을까? 오늘 말씀을 바탕으로 묵상중 떠오른 세항목입니다.
첫째, “회개하라!”
주님께 파견받은 이들에게 우선적 자질은 회개입니다. 회개은총입니다. 하느님안 제자리로 돌아와 제정신으로 제대로 복음 선포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무지에 대한 궁극의 답도 참된 회개뿐입니다. 파견에 앞서 제자들은 회개와 더불어 그 텅빈 자리에 주님은 더러운 영들의 대한 권능을 가득 넣어 주셨고, 제자들은 주님의 명령에 따라 무소유의 홀가분 차림으로 떠나니 이 또한 소유의 삶이 아닌 존재의 삶을 택한 회개의 믿음을 표현합니다. 말그대로 이런 회개를 통한 자유는 복음 선포를 위한 자유이겠습니다.
어디에 가든 환대를 고맙게 받아들이되 최대한 민폐를 끼치지 말고, 제자들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발밑의 먼지를 털어버리고 미련없이 떠나라 합니다. 다만 주어진 선교사명에 최선을 다할뿐 결과는 하느님께 맡기는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는 그대로 참된 회개의 열매인 믿음의 자세이기도 합니다. 파견의 궁극 목표가 다음 대목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떠나가,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
하느님의 나라를 맞이하기 위한 회개요, 회개의 선포와 더불어 많은 마귀는 쫓겨나고 많은 병자는 기름부음을 받아 병이 치유되니 영육의 치유와 건강에 회개가 단연코 우선임을 깨닫습니다. 매사 겪게 되는 힘든 일들을 회개의 계기로, 비움의 계기로, 겸손의 계기로, 즉 자아초월의 계기로 삼을 때 상처나 짐은 영적성장과 성숙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회개해야 삽니다. 죽을 때가지 끊임없는 회개요 회개의 여정에 결코 지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둘째, “순종하라!”
즉각적인, 지체없는 순종입니다. 산다는 것은 순종하는 것입니다. 삶은 지상명령의 순종입니다. 순종의 길을 통해 하느님께 갑니다. 이런 깨달음이 있다면 자살은 꿈도 꾸지 못할 것입니다. 끝까지 살아내는 순종일 때 구원입니다. 순종의 사랑, 순종의 믿음, 순종의 인내, 순종의 겸손, 순종의 지혜입니다. 하느님께, 진리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형제들간 상호순종도 물론입니다.
순종이야 말로 영적성숙의 잣대입니다. 공동체의 일치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순종입니다. 억지로가 아닌 자발적 사랑의 순종입니다. 단번에 순종은 없습니다. 순종의 여정입니다. 순종의 여정을 살아가면서 날로 깊어 익어가는 순종입니다. 이런저런 크고 작은 순종에 충실할 때 마지막 거룩한 죽음의 순종입니다. 순종할 때 배웁니다. 순종하지 못하면 배우지도 못합니다.
순종의 훈련, 순종의 습관입니다. 봄철 배꼭지는 아무리 당겨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가을 열매 익었을 때 잘 떨어지는 배꼭지처럼 사람도 영성이 잘 익어야 이런 자발적 지체없는 순종입니다. 참으로 눈밝은 주님은 정확히 아모스를 주목했고 때가 되었을 때 그를 불렀고 그는 지체없이 순종했음이 다음 그의 고백에서 잘 드러납니다.
“나는 예언자도 예언자의 제자도 아니다. 나는 그저 가축을 키우고 돌무화과나무를 가꾸는 사람이다. 그런데 주님께서 양떼를 몰고 가던 나를 붙잡으셨다. 그러고 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가서 내 백성 이스라엘에게 예언하여라.”
저는 초등학교 8년동안 교사생활하다가 주님께 붙잡혀 34세 늦깍기로 수도원에 들어왔고 올해로 수도생활 42년째입니다. 다시 산다 해도 이렇게 주님께 붙잡혀 올 것 같고, 또 이렇게 살 수 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셋째, “찬미하라!”
하느님 찬미의 기쁨으로, 맛으로, 재미로 살아가는 여기 찬미의 수도자들입니다. 찬미의 기쁨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회개의 열매가, 순종의 열매가 찬미입니다. 오늘 제2독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총의 찬미입니다.
우리 수도자들이 매주간 월요일마다 바치는 찬미입니다. 그리스말 본문에는 3절에서 14절까지가 한 문장입니다. 그야말로 숨을 멈추지 않고,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을 내리 노래하는 것입니다. 이 찬미에서는 자연히 하느님께서 거의 모든 동사의 주어로 등장합니다. 어느 한 대목도 생략하기가 아깝지만 전반부 만 인용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찬미받으시길 빕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우리에게 내리셨습니다.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시어, 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
사랑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 자녀로 삼으시기로 미리 정하셨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그 좋으신 뜻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랑하시는 아드님 안에서 우리에게 베푸신 그 은총의 영광을 찬양하게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은총을 우리에게 넘치도록 베푸셨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이미 그리스도께 희망을 둔 우리가 당신의 영광을 찬양하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우리 존재를 끊임없이 격상시키는, 날로 주님을 닮아 존엄한 품위의 하느님 자녀가 되게 하는, 그리스도 안에서 전 우주와 인류의 구원이 망라된 참 웅대하고 아름다운 찬미가입니다. 이런 끊임없는 하느님 찬미의 축복 선물은 끝이 없습니다.
예수님 늘 함께 하시기에 살만한 세상입니다. 주님께 파견받은 우리들의 축복이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참으로 거룩하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회개의 삶에, 순종의 삶에, 찬미의 삶에 항구하는 것입니다. 참행복의 비결입니다. 이런 삶자체보다 더 좋은 복음선포도 없습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런 축복된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온누리에 미치는 찬미의 축복 선물입니다.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리라.
진실이 땅에서 돋아나고, 정의가 하늘에서 굽어보리라.”(시편85,11-12). 아멘.
- 이수철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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