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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구장심(獨具匠心)
기교나 기술 따위가 독자적인 경지에 이르다 또는 독창성을 띠다는 뜻으로, 홀로 창의적인 발상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獨 : 홀로 독(犭/13)
具 : 갖출 구(八/6)
匠 : 공인 장(匚/4)
心 : 마음 심(心/0)
중국은 현재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가다. 우리나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지난 1993년부터 30년 동안 중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올해 5월부터 연속 3개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도시 봉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등이 큰 요인이 있지만, 대중 무역이 계속 적자이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동안 중국의 기술이 우리나라를 따라와 중국 사람들이 더 이상 한국 제품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장기적인 큰 문제다.
필자는 1994년부터 1년 반 동안 중국 북경에 살았는데, 괜찮은 건물에 달린 에어컨은 거의 전부 LG 제품이었고 거리의 택시는 전부 현대차였다. 2007년에 다시 1년 북경에 살았는데, 대형 전자상가의 맨 앞줄에는 LG, 삼성의 TV, 컴퓨터 등을 전시해 놓았고, 휴대폰 가게에도 삼성과 LG 제품이 따로 코너를 만들어 특별히 진열돼 있었다. 중국 아이들이 부모님을 졸라서 한국산 TV, 한국산 스마트폰 사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세계 제일의 삼성전자의 중국 TV시장 점유율은 4.1%로 9위에 그쳤고, LG는 0.1%에 그쳤다. 2009년 LG 점유율이 5.6%였던 것을 감안하면 거의 전멸 상태다. 2013년 삼성 스마트폰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9.7%였는데, 지난해는 1.3%로 추락했다. 한국의 현대, 기아자동차도 2016년 이후 중국시장 점유율이 계속 떨어져 올해 초 1.7%까지 추락했다.
지금 중국시장에서 한국 상품이 이렇게 급속도로 추락하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중국의 자체 기술이 발전한 것인데, 중국 정부가 중국 내수시장을 강화하기 위해서 자국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줘 육성하기 때문이다.
지금 대중 수출에서 가장 큰 이익을 내는 것이 반도체이다. 수출액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 정부는 막대한 지원금을 퍼부어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한국이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에 추격 당하면 대중 무역 적자를 다시는 회복할 길이 없다.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우리나라 기술을 추격해 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국제적 무역 환경이 이러한데도 그동안 대통령이나 정부가 기업을 많이 괴롭혀 왔다. 다행히 반도체의 중요성을 인식한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발전에 관심을 두고, 각 대학에 반도체 인재 양성을 요청했다. 요즘 유행하는 대체불가(代替不可) 기술을 개발해 중국이 영원히 따라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에서 두뇌가 가장 명석하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발명국이었다. 세종대왕 때까지 독자적으로 천체를 관측해 달력을 제작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 아랍, 조선뿐이었다. 우리나라만이 가진 독창적인 과학기술을 얼마든지 창조해 나갈 수 있다.
■ 창조성 / 지식 기술 타성 독창성 유용성 인지활동 창조성검사
우리가 기능적인 고착과 지속적인 습관에 젖어들어 하루하루의 일상적 생활을 영위하는 것도 우리의 생활에 도움을 주지만 기존의 지식, 기술, 타성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벗어나 이 세상의 사물과 현상을 조믁 더 새로운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파악하여 새로운 것을 낳는 능력은 더욱 필요하다. 창조성이란 이와 같이 주어진 상황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독창성과 사회적인 유용성을 띈 인지활동을 말한다.
(1) 창조성의 개념
창조성은 지능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학자마다 서로 달리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창조성은 '문제사태의 해결을 위한 사회적 유능성 및 독창성을 띈 사고와 물건을 만들어내는 인지능력'으로 정의된다. Guilford는 요인분석 방법을 통하여 창조성의 요인을 추출하였는 데 여기에는 유창성, 독창성, 융통성이 포함된다.
(2) 창조적인 사람의 특성
창조적인 사람은 보통 사람과는 다른 몇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창조적인 사람의 특징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사람의 자서전이나 과거경험을 분석하거나 창조적인 과학자, 예술가와 덜 창조적인 과학자, 예술가를 대상으로 성격검사를 실시하고 두 집단의 특성을 비교한다.
창조적인 사람의 특성은 정열적이고 자신감이 있으며 성취동기가 높다. 복잡하고 비대칭적이고 생동적인 과제를 좋아하며 성공과 실패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직관적인 형태의 사고를 하며 성격능 내향적이고, 인내심이 강하고 노력형이다.
(3) 지능과 창조성과의 관계
훌륭한 창조적인 작품을 남긴 사람이 모두 지능점수가 높은 것은 아니다. 지능이 높다고 창조적인 작품을 많이 만드는 것도 아니다. 일부에서는 창조성이 지능의 한 측면이라고 강조하지만 대부분의 지능검사에서 창조성은 측정하지 않고 있다.
(4) 창조성 검사
창조성은 지능과 다르므로 표준지능검사인 Binet 지능검사나 Wechsler 지능검사로 창조성을 밝혀내지는 못하며 창조성을 예언할 수도 없다. 창조적인 사람을 선별하고 그들의 재능을 키우기 위해서는 창조성 검사가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지난 몇 십년간 창조성 검사도구를 제작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렇게 하여 만든 창조성 검섬사는 창조성을 예언할 수 있다.
■ 브랜드는 국가의 은유적 상징
대한민국 문화 경쟁력을 키우는 88개 아이디어
권영걸 서울대 교수 ‘국가디자인전략’ 제안, 어떤 내용 담았나
'공공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서울을 세계디자인수도에 선정되는데 기여했던 권영걸 서울대 미대 교수가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격상시킬 88개의 아이디어를 담은 '나의 국가디자인전략'을 출간했다.
전 세계 혁신도시를 누비며 경험하고 축적한 지식과 이론을 토대로 중장기적 국가 발전 액션플랜을 제시한 것이다.
디자인을 '목적 지향의 문제 해결 활동'으로 이해하는 권 교수는 그간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와 인력풀을 총동원해 우리 사회가 또는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백 가지의 아이디어와 논제를 설정해 이 가운데 우선적으로 88개 아이디어를 선별했다.
이를 가리켜 권 교수는 '코리아 브랜딩 액션플랜'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가 말하는 '코리아 브랜딩 액션플랜'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경쟁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그의 글 '국가종합상징체계'를 읽어본다.
한국은 과연 이미지가 없는 나라인가. 국가상징을 발굴하고 시스템화해, 상징의 나라 대한민국을 세계인에게 각인시키자.
대한민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세계를 움직이는 기업가의 한 사람인 크리스토퍼 그레이브즈는 "한국에는 세계인의 기억 속에 남을 만한 특별한 국가 이미지나 브랜드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꽤 오래 살았으며 한국에 대해 많이 안다고 자부하는 외국인들도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뭐냐는 질문에 딱히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이다. 프랑스의 문화비평가 기 소르망도 한국이 외환위기에 처하자 "한국이 겪은 위기는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라, 세계에 내세울 만한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가 없다는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 유럽 등지에서, 중국이나 일본과 비슷한 동북아 권역의 한 나라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이나 기호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과 이미지가 없다는 것은 곧 국가브랜드 가치가 심히 취약하다는 뜻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이미지는 조사대상 55개국 중 평균 28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국가경쟁력의 중심이 '소프트 파워'로 이동했다고 주장하는 조지프 나이 교수가 한국문화에는 상당한 매력이 있으며, 한국이 내부에 소프트 파워를 창출하는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서 그나마 위안을 찾을 수 있다.
국가브랜드 연구의 권위자인 사이몬 안홀트는 브랜드를 '한 국가의 은유적 상징'이라고 정의하면서, 책의 내용 전부를 읽을 시간이 없을 때 흔히 책 표지로 판단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한다. 한 국가와 도시를 대변하는 상징은 오랜 전통과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표면으로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풍부한 문화자산과 오랜 역사를 지닌 l국가와 도시라고 해서 모두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 대표 상징과 도시 브랜딩
프랑스는 세계 최대의 항공기 개발국이자 세계 최초로 공학학교가 세워진 나라이다. 기술 강국임을 아무리 역설해도 사람들은 프랑스를 문화와 예술의 나라라고 일컫는다. 와인과 격조 높은 음식, 노트르담과 루브르박물관, 에펠탑과 퐁피두센터 같은 가시적 상징물이 강한 이상으로 남아, 다른 방식의 설명에 대해서는 귀를 닫게 만든다.
사람들은 한 나라의 전역을 돌아보고 국가이미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그 나라의 대표 도시를 보고, 그것도 대표적인 일부 건물과 경관, 상징적인 거리와 광장만을 보고, 그 나라라고 믿어 버린다. 그래서 국가 상징은 그 나라 대표도시의 이미지 아이덴티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빅벤, 여왕, 빨간 더블데커(2층 버스) 등은 오랫동안 런던을 상징해 온 이미지이다. 하지만 21세기의 런던은 도시경쟁력을 키워 나가기 위해 문화 지형을 바꿔가며 도시 이미지를 재편해 나가고 있다. 세기 초에 건설된 밀레니엄 돔, 런던 아이, 테이트 모던과 그 밖의 혁신적인 도시계획과 건축들은 전통 가치를 수호하던 런던의 현대적 상징으로 새로이 떠오르고 있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에 대해서는 플라맹고와 투우를 연상하는 한편 빌바오의 구겐하임뮤지엄을 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천안문, 만리장성, 용, 모택동은 중국이라는 이미지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다. 판다 등은 그 하위에 위치하는 요소들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호주의 캥거루, 브라질의 축구와 리우카니발 등 다양한 유무형의 상징들이 각 나라를 대표한다.
뉴욕은 세계 문화수도답게, 도시이면서도 국가 수준을 넘어서는 상징물로 가득하다. 자유의 여신상과 거대한 마천루, 전위적 현대미술과 뮤지엄, 미국의 부와 자본주의의 상징인 월스트리트, 빅애플과 아이러브뉴욕 로고까지. 뉴욕은 상호 관련 없는 것들이 나열돼 있는 도시 같지만, 그들은 결국 뉴욕이라는 도시가 표상하는 자유와 기회, 부와 성공, 문화적 다양성과 역동성을 표상하는 기호들이다.
자유의 여신상이 뉴욕의 상징이기보다 미국의 상징인 것처럼, 위의 사례들은 각국의 대표도시이기에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도시 상징과 그들이 구사하는 시티브랜딩 기법이 국가 상징체계와 국가브랜드 활동에 중첩돼 있는 것이다.
국가종합 상징체계와 브랜드 아키텍쳐
국가상징 체계는 그 나라에 존재하는 두드러진 자연물과 인공물, 사람, 그리고 그 나라의 유무형 문화유산 등과 같은 실체적 요소들이, 그 나라와 관련해 떠오르느 추상적 이미지들과 결합해 나타나는 체계이다.
국가의 개별 상징들은 종합 상징 체계 속에서 軸, 核, 意로 얽혀 있다. '축(軸)'은 국가상징 체계라는 시스템의 물리적 및 이념적 연쇄에 관한 것이며, '핵(核)'은 시스템 컴포넌트로서의 상징요소를 말한다. 그리고 '의(意)'는 국가이미지 복합의 의미론적 체계를 이룬다.
한 국가가 종합적 상징체계를 가짐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는 무형적 효과와 유형적 효과로 나눠볼 수 있다. 전자는 국민들로 하여금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며, 외국인들에게는 그 나라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준다.
후자는 각인된 국가 이미지를 통해 관광객 증대와 외국 기업의 유치를 꾀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부가가치 창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즉 내부적으로는 국민 통합에 기여하고, 외부적으로는 외교와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국가를 하나의 브랜드라고 상정할 때 한국이라는 브랜드는 다시 사람, 공간, 이미지 등으로 확장된다. 브랜드 아키텍처와 같은 방법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가상징 체계와 위계 구조를 그려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최상위 상징브랜드, 서브 상징브랜드, 범주별 대표상징, 상징요소로 피라미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구축된 국가상징 체계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문화를 원천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문화가 경제의 견인차가 되도록 컬처노믹스를 지향해야 한다. 국가 종합상징 체계는 양날의 칼이다. 잘 활용하면 국가브랜딩의 근간이 되지만, 부실한 체계와 무분별한 적용은 오히려 국가이미지를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상징체계의 탄탄한 설계와 효과적인 운용만이 한국을 이미지가 있는 나라로 세계인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 그 결과 국민들과 해외겨주 교민들의 자긍심과 공동체 의식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또 다른 측면은 상징체계가 국가브랜드 구축의 기초가 돼 관광산업 육성, 해외시장 개척, 해외자본 유치 등에 전략적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국가종합상징체계는 체계로만 존재하지 않고, 디자인을 매개로 해 다차원으로 시각화돼야 한다. 모든 개념은 결국 디자이너에 의해 실체화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인문지리, 역사, 경영, 예술, 공학이 디자인과 제휴해야 한다.
■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과학기술정책 제안
"과학은 국가 경쟁력의 기본이다!"
수많은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이 때만 되면 어김없이 되풀이 하는 소리이며, 일반 국민 누구나 숱하게 들어왔던 매우 귀에 익숙한 슬로건이다. 특히 요즘처럼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첨단 정보화 사회에서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형식적으론 단 한번도 경시된 적이 없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다. 20세기 말부터 21세기 초입에 걸쳐서 살아온 우리 과학 세대는 지금의 현 상황이 과학기술인 들에게 결코 녹록치 않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으며, 미래의 과학기술을 이끌어나갈 10~20대 젊은이들이 과학기술 분야 특히 기초과학 분야로 지원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고학위인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인력들조차 안정된 연구 환경에 흡수되지 못한 채 비정규직으로 떠돌고 있고, 고등학교의 우수한 학생들은 과학 기술인보다 안정된 삶의 질을 보장해 주리라 믿으며 의학 계열에 지원하고 있다. 그것도 기초 의과학은 거의 제로에 가깝고, 치료전문의로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에서 기초과학의 미래는 매년 어두워져 가는 게 현실이다. 일본은 꾸준히 기초과학 분야 노벨상을 수상하고 있다. 일본의 백년에 걸친 과학의 전통은 1948년 첫 노벨물리학상을 배출한 이래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미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일본은 한국보다 십년 이상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기초과학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본의 앞선 과학문화 전통 및 이에 대한 국가적 존중이 그 주요 원인으로 언급된다. 미국 유럽을 오히려 앞서기도 하는 과학정책 및 인재에 대한 지원은 우리가 반드시 본받아야만 할 것이다.
특히 과학 기술의 방향과 목표의 설정, 단기 목표에 치중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 과학 안목, 그리고 국가 차원의 적극적 인재 양성 지원 등 일본 과학기술 정책의 장점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정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 대한 문제 인식과 지적은 항상 있어왔지만, 문제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는 4대 핵심요인
1. 현재 및 미래 과학기술 동향을 따라가는 정부 조직이 없다.
과학기술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세부예산까지 정하는 현재의 방식을 탈피해야 헌다.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야만 효율적인 국가 과학기술연구개발 예산의 분배 및 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
2. 급변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규제가 늘고 있다.
효율적인 R&D 예산 집행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론, 한국 연구 환경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 규제를 위한 규제가 더해지고 있다. 매년 개정되는 규정과 규칙이 늘어나고 있으며, 세부적인 연구비 집행에 관한 세부규칙이 증가하있는 실정이다. 투명한 연구비 집행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조치라고 하지만, 규제에 의한 투명성 제고보다는 선진외국처럼 사업평가의 전문화 및 연구비집행 절차 전문화에 따른 투명성 제고가 훨씬 효율적임을 인지해야만 한다.
3. 과학기술 종사 인력 또는 종사하려는 미래인력에 대한 국가적 장려 정책이 없다.
과학기술 발전의 핵심은 전문과학인력 보존 및 양성이다. 20세기 중반에 일어난 이차세계대전은 과학기술 역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차세계대전 이전 국제 과학기술 발전의 중심은 미국이 아니라 영국과 독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이었다.
그러나 이차세계대전을 전후해서 급속한 과학기술 인력의 미국 유입이 시작되었고 이는 60년대 이후 미국이 세계 과학기술의 중심지가 되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으로 불리는 고급인력 유입 현상은 비단 과학기술 뿐 아니라 사회 인문 및 경영 경제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일어났지만, 그중에서 과학기술 인력은 다른 분야를 압도했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독일의 중심 물리학자들이 미국으로 유입되었고, 영국의 물리학자, 화학자, 의학자까지 미국으로 갔다. 그 현상은 21세기인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과연 기초과학 연구자로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이 어느 정도 국가와 사회에 의해서 보장이 되는가? 이 화두에 대한 대답이 현재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인식을 알려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매년 전국의 대학교에선 많은 수의 과학기술 인력, 특히 석박사 학위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취업난의 시대에 자신의 전공 분야에 안정된 자리를 잡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과 정부기관에선 기존의 스펙을 통한 인재 채용 방식을 버리고 직무능력 중심의 현장형 인재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갓 학위를 받은 사람보다 실무적 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채용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최종 박사학위를 마친 한국 과학전문 인력들도 귀국을 하기보다 선진 외국에 남아서 연구 활동을 지속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교육받은 토종 과학자들도 선진외국으로 빠져나가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단기적 목표와 갖가지 규제 강화, 연구비 조달의 어려움, 그리고 과학기술자 처우 개선에 대한 정부 조치의 부재가 전문인력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4.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장기적 안목이 없다.
거버넌스의 잦은 변화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만 하는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할 수 없게 만든다. 세계 최고의 정부연구조직인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1948년 전후 독일 정부에 의해서 수립된 이후 현재까지 거버넌스 변화를 단 두 번만 시행했고, 그 결과로 지속적이고 확고한 정책을 꾸준히 유지하고 수행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1970년 이래 현재까지 거버넌스의 틀이 십 여차례 바뀌었고, 현재도 거버넌스 변경 논의가 진행 중이다. 특히 정부가 바뀔 적마다 정부의 아젠다에 맞춰서 과학기술 정책의 목표 및 사업도 변경된다는 것은 십년 이십년, 아니 그 이후를 바라보는 과학의 특성과는 반대되는 행태다.
5년 이내의 단기적 성과에만 과학기술 자원을 몰입할 수 밖에 없고, 과학의 발전을 오히려 가로막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독일이나 일본과 같이 정부가 바뀌어도 과학기술 정책의 근본은 변하지 않는, 단기적 목표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목표와 미래를 바라보는 정책을 세울 수 있는 강하고 견고한 거버넌스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 전략적 정책 제안
위에 열거한 문제점 4개 요소를 해소하는 미래 전략을 위한 정책적 제안은 다음과 같다.
1. 융합과 통섭을 정부조직으로 흡수한 강력하고 독립적인 국가 R&D 기획관리조직을 부활시켜야 한다.
위에서 보듯 R&D 컨트롤타워의 위상은 점점 격하되고 하락하는 추세이다. 2009년까지의 과학경쟁력 향상은 부총리급 R&D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컸다. 우리나라 R&D의 혁신역량은 이후 급감하였으나, R&D 예산의 확장에 따른 양적 지표(논문수 등)의 증가로 그나마 6~7위권을 유지했다. 컨트롤타워 부재 상태에서 R&D 예산 증가세도 정체될 경우, 향후 과학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 그러므로 국가 R&D 연구개발 통합 컨트럴 타워가 부활해 미래과학기술 정책의 견고한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2. 창의적 R&D의 시대에 기초과학 및 관련 학문 그리고 첨단기술 분야가 국가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자유롭고 이성적 합의에 근거해서, 과학기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부처간 장벽을 허물고 소통을 원활히 하는 융복합 연구 및 연구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
개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동 집단에서 수용하고, 이에 특화된 클러스터를 조성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연구클러스터 조성안을 마련해야한다. 연구 클러스터는 현재 급변하는 국제 과학기술계의 발전과 국제 경쟁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특히 전문 분야의 세계적 과학자가 경쟁국에 비해서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반드시 취해야만 할 대응 방법이다.
유럽의 경우 EU에서 운영하는 여러 과학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에라스무스(Erasmus) 과학 기금과 EU 프론티어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개인 연구보다 공동연구를 장려하고 국가간 이동 및 일년 이상 장기체류를 통한 연구교류를 적극 지원한다. 이를 기반으로 유럽의 여러 명문 대학들이 유기적으로 공동연구를 수행함으로서 연구 클러스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21세기 기초연구는 한 분야 안에서 전문가 협업 형태의 연구를 통해 사회적 과학적 국가적 파급효과가 있는 결과물을 도출하는 형태로 이미 변화했다. 이번에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중력파 검출 실험은 좋은 예이다. 하나의 목표를 가진 세계의 과학자들이 미국과 유럽의 검출 장치 및 검출된 신호를 검증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에 클러스터를 조성해 연구를 진행했다. 결국 100년 만에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유럽과 일본은 대학 뿐 아니라 대학과 국가 연구소의 코어 그룹들과 연계해서 연구 클러스터를 만들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부출연 연구원은 50주년을 맞이한 KIST를 필두로, 첨단 연구장비 공동 활용을 위한 KBSI, 국가표준화를 주도하는 KRISS, 전자 통신 분야의 산업화기술을 개발하는 ETRI 등 특화된 정부연구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인프라는 다른 경쟁국가보다 오히려 우수한 기반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시스템을 대학과 연계해서 연구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게 미래전략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정부 부처가 서로 소통하고 예산을 통합한다면, 융합과 통섭이 이뤄지게 되고 효율적인 예산집행이 가능한 융합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그래핀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미래부에서 그래핀의 기초연구를 지원하고, 산업자원부에서 그래핀의 활용산업을 찾아서 실용화 사업을 지원하고, 두 부처가 기초부터 응용ㆍ산업기술 실용화까지 전 단계를 포괄허는 중장기 지원 프로젝트를 융합해서 만들어야한다.
3. 대학과 출연연들을 연계한 안정적 과학기술인력 양성 체제를 구축해야만 한다.
대기업에선 현장 실무 경험이 있는 인재를 선발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발표하고 있고 그동안 스펙 쌓기에 열중했던 대학생들은 다시 한 번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대학교에서 학위 과정을 하면서 과연 얼마나 현장경험을 쌓을 수 있을까? 기업에선 경력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는데, 학위를 갓 마친 지원자가 어디서 실무경험을 취득할 수 있을까?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필요한 첨단 장비와 기술을 실제로 체험하고 스스로 실적을 낼 수 있는 현장경험을 졸업 이후에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그나마 상대적으로 재원이 탄탄하고 국가 지원을 많이 받는 수도권 소재 명문대학이나 지방에 있는 과학기술 특화 대학을 제외하고, 지방 대학의 실험실에서 학위과정을 수행하는 학생들은 더욱 불리한 위치이며, 졸업 후에도 유학을 가거나 대기업에 취업할 확률도 상대적으로 적은 게 현실이다. 이런 총체적인 어려움과 문제점들이 결국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을 감소시키고, 다시 한 번 교육의 질 저하에 따른 연쇄적인 과학기술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비롯한 과학기술 관련 대학교 산업체 정부출연연구소에 대한 인력충원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다른 공공기관과 똑같은 정부 대책 방안에 따라야만 한다.
그러나 과학기술연구인력은 세계적으로도 다른 분야와 다를 수 밖에 없으며 연구의 특수성을 인정해주어야만 한다. 일방적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논리는 과학기술계에선 전 세계 어디에서도 사용되지 않는 법인데 우리나라에선 강제로 이를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과학기술 전문인력의 질을 떨어뜨리고 과학기술 발전을 오히려 퇴보시키는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대학에서 배출하는 과학기술 인력을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연수시키고 훈련시키는 체제를 정부에서 장려하는 제도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대학교 사이에 성립되어 있는 학연학생 프로그램의 특징을 보면 공통적인 면은, 대부분의 실험 실습은 대학교보다는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연구소에서 진행을 한다는 점이다. 물론 대학교에서도 공동실습관이 개선되어가고 있으며, 인프라도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출연연구원의 다양한 분야 인프라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또한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학교에서는 체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경험을 쌓아 훗날 산업계에 진출할 때 엄청난 유무형 자산을 갖출 수 있다.
4. 장기적 안목의 과학기술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총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기초과학 진흥을 위한 중장기적 연구개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초과학 분야에서 정부의 집권 기간 내에 이뤄질 수 있는 단기 연구성과를 보기란 쉽지 않다. 인류의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으로 적어도 십년 이십년을 내다봐야만 한다. 이번 미국의 중력파 검출 실험 역시 미국의 연구재단인 NSF에서 지난 30년간 십조원이 넘는 예산을 꾸준히 투입해 온 결과이다.
국가 대형 연구장비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미 국가거대장비 로드맵은 구축되어있지만 다시 검토해서 수정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산업적 측면도 고려할 수 있는 대형연구시설 장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권과 연구 이기주의에 의해서 평가되고 결정하게 된다면 국가적 손실이 너무 크므로, 국가의 경제 규모와 국가적 이익에 부합되고 기초과학 및 관련 산업계에도 임팩트가 큰 국가적 대형 연구장비 구축을 정부 차원에서 주도해야만 한다.
과학기술의 유행만 좇아가는 유행추격형 연구과제는 지양해야 한다. 기초과학을 중심으로 대분류-중분류-소분류로 나뉘어진 과학기술 그룹을 분류만 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분류에 따른 지속적인 연구비 및 연구인력 지원을 추진해야만 한다. 유행에 빠른 사업 분야만 지원이 집중되는 구조를 연구 분야 전반에 걸쳐서 지원이 배분되는 구조로 전환해야만 한다. 비록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감소할 수 있지만, 장기적 안목에서는 반드시 국가 미래에 해를 끼치기보다는 이익을 가져다 줌을 유념하고 전반적 과학기술에 고루 연구비가 배분될 수 있어야만 한다.
● 향후 전망 및 결론
그리스가 국가 파산위기에 빠지고 결국 채무불이행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강력한 경제력을 지닌 채권국가 독일은 현재 그리스를 압박하고 있고, 그리스는 EU를 탈퇴하고 국제적인 파산국가가 될 굴욕적 처지에 빠져있다. 지금 유럽에서 경제 위기를 맞이한 국가는 그리스, 포루투갈, 스페인 그리고 이태리다. 이들을 압박하는 국가는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그리고 북유럽의 국가들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종합적 국력과 그 나라의 과학기술이 의외로 매칭이 잘된다는 점이다. 현재 유럽에서 최고의 과학기술을 가진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의 과학기술은 제조업과 잘 연결되어서 지금 독일은 이차대전 종전 이후 최고의 경제부흥을 누리고 있다.
프랑스 역시 과학기술이 뛰어나다. 특히 이 나라는 농업 기반이 훌륭해서 생명과학, 농업, 기초과학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영국은 전통적인 과학기술 강국이지만 약간 묘한 나라이기는 하다. 이 나라는 금융공학이 너무 발달해서 제조업을 다른 나라에 넘기고 금융으로 쉽게 돈 버는 법을 터득하는 바람에 막강한 과학기술이 자기네 산업과 따로 놀고 있어서 현재 강국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강한 과학기술력을 갖고 있다.
반면에 그리스와 스페인은 과학기술 기반이 약하고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의 투자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 훨씬 적다. 그래서 그런지 국가의 기반 산업도 거의 없다.
이태리는 과학기술의 뿌리가 깊고 훌륭한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베를로스코니 정부 시절 정부의 과학기술투자예산을 절반 이상 삭감한 부작용을 톡톡히 경험하고 있다.
독일 영국 프랑스는 과학기술과 더불어 금융기술도 최고 수준이다. 이런 강국에게 약자는 당할 수 밖에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독일에 가까울까 아니면 그리스 스페인 이태리에 가까울까? 게다가 우리는 그리스나 이태리보다 관광자원도 매우 부족하다. 결국 우리에겐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첨단산업과 제조업 그리고 미래형 동력엔진 사업을 발굴해서 육성하는 방법 외엔 없다.
우리는 중국 러시아 일본이라는 거대한 자원과 자본을 지닌 강국들 사이에 끼어있는 처지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인 아젠다를 설정하고 경쟁력 있는 기간산업이 육성되도록 과학기술에 투자하고 고급인력을 양성하고 사회에서 흡수해서 경쟁력을 키워야만 한다.
청소년들이 연예인, 의사, 변호사만 되려고 한다면 강국들 사이에서 과연 우리가 생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랜 대학문화가 잘 정착이 되어있고, 정부출연연구기관 역시 20~30년의 역사를 통해서 좋은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교와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더 효율적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학연 협력 프로그램을 만들고 개선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청소년들이 과학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게 할 수 있다. "과학을 공부하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란 명제를 시범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용해야만 한다.
▶️ 獨(홀로 독)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개사슴록변(犭=犬; 개)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蜀(촉, 독)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蜀(촉, 독)과 개(犬)는 모이면 싸우므로 한 마리씩 떼어 놓은 데서 홀로를 뜻한다. ❷형성문자로 獨자는 '홀로'나 '혼자', '외로운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獨자는 犬(개 견)자와 蜀(애벌레 촉)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蜀자는 나비의 애벌레를 그린 것으로 '애벌레'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런데 애벌레와 개의 조합이 왜 '홀로'나 '혼자'라는 뜻을 갖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해 개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지만, 의미가 명확히 전달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獨자에 쓰인 蜀자는 단순히 '촉, 독' 으로의 발음역할만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獨(독)은 (1)다른 말 위에 붙어서 혼자, 홀로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성(姓)의 하나 (3)독일(獨逸) 등의 뜻으로 ①홀로, 혼자 ②어찌 ③다만, 오직 ④장차(將次) ⑤어느 ⑥그 ⑦홀몸, 홀어미 ⑧외로운 사람 ⑨외발 사람, 월형(刖刑: 발꿈치를 베는 형벌)을 받은 사람 ⑩외롭다 ⑪전단(專斷)하다(혼자 마음대로 결정하고 단행하다), 독재(獨裁)하다 ⑫개가 싸우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홑 단(單), 외로울 고(孤)이다. 용례로는 남의 힘을 입지 않고 홀로 섬을 독립(獨立), 다른 것과 견줄 것이 없을 만큼 특별하게 다름을 독특(獨特), 혼자서 중얼거림을 독백(獨白), 혼자서 모두 가지거나 누리는 것을 독점(獨占), 남과 의논하지 아니하고 자기 혼자의 의견대로 결단함을 독단(獨斷), 모방하지 아니하고 자기 혼자 힘으로 처음으로 생각해 내거나 만들어 냄을 독창(獨創), 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믿고 객관성을 생각지 아니하고 행동하는 일을 독선(獨善), 저 혼자 또는 자기의 한 몸을 독자(獨自), 혼자서 먹음 또는 이익을 독차지 함을 독식(獨食), 제 마음대로 쥐고 흔듦을 독천(獨擅), 외짝 다리나 하나 뿐인 다리를 독각(獨脚), 혼자서 거처하는 방을 독방(獨房), 혼자서 거처하는 방을 독실(獨室), 혼자서 노래함을 독창(獨唱), 혼자서 삶 또는 홀로 지냄을 독거(獨居), 형제 자매가 없는 사람 흔히 독자를 이름 또는 배우자가 없는 사람을 독신(獨身), 스승이 없이 또는 학교에 다니지 아니하고 혼자서 배움을 독학(獨學), 혼자서 추는 춤을 독무(獨舞), 단 하나 또는 단 한 사람을 단독(單獨), 오직 홀로를 유독(唯獨), 주위에 마음을 함께 할 사람이 없어 혼자 동떨어져 있음을 느끼는 상태를 고독(孤獨),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삼감을 독(愼獨),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혼자 하는 것을 독자적(獨自的),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따로 자립하려고 하는 성향이나 성질을 독립성(獨立性), 자기 혼자의 힘만으로 생각해 내거나 처음으로 만들어 내는 모양을 독창적(獨創的), 남에게 의존하지 아니하고 따로 제 힘으로 해 나가는 모양을 독립적(獨立的), 절대 권력을 가지고 독재 정치를 하는 사람을 독재자(獨裁者), 혼자서 찍은 사진을 독사진(獨寫眞), 남이 따를 수 없을 만큼 홀로 뛰는 모양을 독보적(獨步的), 남을 배척하고 혼자 독차지하고 있는 모양을 독점적(獨占的), 독자적으로 창조하거나 창안할 수 있는 재주나 능력을 독창력(獨創力), 혼자서는 장군을 못한다는 뜻으로 남의 의견을 무시하고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독불장군(獨不將軍), 빈방에서 혼자 잠이란 뜻으로 부부가 서로 별거하여 여자가 남편없이 혼자 지냄을 이르는 말을 독수공방(獨守空房), 홀로 푸르다는 뜻으로 홀로 높은 절개를 지켜 늘 변함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독야청청(獨也靑靑),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이 깨닫지 못하는 것을 깨닫는 총명을 일컫는 말을 독견지명(獨見之明), 외손뼉이 올랴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맞서는 이가 없으면 싸움이 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독장불명(獨掌不鳴), 혼자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듯이 반드시 상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독양불생(獨陽不生), 자기 혼자만의 판단으로 멋대로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독단전행(獨斷專行), 어지럽고 더러운 세상에서 다만 홀로 깨끗하고 정신이 맑음을 이르는 말을 독청독성(獨淸獨醒), 스승이 없이 혼자 배운 사람은 식견이 좁아 몹시 고루함을 이르는 말을 독학고루(獨學孤陋), 멀리 떨어진 낯선 고장에서 혼자 쓸슬히 지낸다는 뜻으로 의지할 곳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천애고독(天涯孤獨), 아들이 없는 집안의 외딸을 일컫는 말을 무남독녀(無男獨女), 남에게 의지하지 아니하고 자기 소신대로 나감을 이르는 말을 특립독행(特立獨行) 등에 쓰인다.
▶️ 具(갖출 구)는 ❶회의문자로 두 손으로 물건을 바치는 모양의 글자와 貝(패; 물건이나 돈)의 합자(合字)이다. 물건을 공급(供給)하여 모자라지 않도록 하다, 갖추다, 갖추어짐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具자는 '갖추다'나 '구비하다', '온전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具자는 鼎(솥 정)자와 廾(받들 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금문에 나온 具자를 보면 양손에 솥을 받쳐 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솥은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것이다. 여기에 廾자가 더해진 것은 솥을 양손으로 받들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신에게 제사를 지낼 준비가 완료됐다는 뜻이다. 그래서 具자는 모든 것이 준비됐다는 의미에서 '갖추다'나 '구비하다'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具(구)는 (1)일부 명사(名詞) 뒤에 붙어 기구(器具), 용구의 뜻을 나타냄 (2)시체(屍體)의 수효(數爻)를 세는 단위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갖추다, 갖추어지다 ②구비하다 ③온전하다, 족하다 ④모두 ⑤일일이 ⑥자세히, 상세히 ⑦함께, 다 같이 ⑧차림 ⑨그릇, 연장(어떠한 일을 하는 데에 사용하는 도구) ⑩설비, 준비 ⑪힘, 기량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갖출 비(備), 갖출 해(該)이다. 용례로는 빠짐없이 차림이나 고루 갖추어 있음을 구비(具備), 실제로 나타냄 또는 나타난 그것을 구현(具現), 전체를 구비함을 구체(具體), 형상을 갖추어 가진 것을 구상(具象), 양친이 다 살아 계시어 경사스러움을 구경(具慶), 본전과 이자를 합함을 구리(具利), 격식에 맞음을 구격(具格), 구체적으로 말함을 구술(具述), 서류의 형식을 갖춤을 구문(具文), 충분히 갖추어 있음을 구족(具足), 갖추어서 빠짐이 없이 적음을 구록(具錄), 일에 쓰이는 여러 가지 연장을 도구(道具), 그릇이나 도구 따위를 통틀어 일컬음을 기구(器具), 차에 관한 여러 가지 기물을 다구(茶具), 몸의 어느 부분이 제 기능을 못 하거나 기형인 상태를 불구(不具), 살림살이에 쓰는 온갖 기구를 자구(資具), 장난감으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여러 가지 물건을 완구(玩具), 물건을 만들거나 고치는 데 쓰는 기구나 연장을 공구(工具), 고기잡이에 쓰이는 제구를 어구(漁具), 무엇을 하거나 만드는데 쓰는 제구를 용구(用具), 몸을 단장하는 데 쓰는 여러 가지 도구를 장구(裝具), 이부자리와 베개를 침구(寢具), 구체적으로 열거하여 기록함을 개구(開具), 반찬을 갖추고 밥을 먹음을 이르는 말을 구선손반(具膳飱飯), 각 방면의 사람과 널리 사귀는 친구를 일컫는 말을 구색친구(具色親舊), 형체는 갖추었으나 보잘것 없음을 일컫는 말을 구체이미(具體而微), 온갖 아름다운 자태가 다 갖추어져 있음을 이르는 말을 백태구비(百態具備) 등에 쓰인다.
▶️ 匠(장인 장)은 회의문자로 匞은 본자이다. '곱자'를 뜻하는 튼입구 몸(匚; 그릇, 모진 상자)部와 큰 자귀를 뜻하는 斤(근)으로 이루어졌다. 둘 다 목수의 연장이므로 목수를 뜻하였다가 바뀌어 기능공(技能工)을 말함이다. 그래서 匠(장)은 ①장인(匠人), 장색(匠色), 바치(물건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 ②기술자(技術者) ③고안(考案), 궁리(窮理) ④우두머리 ⑤가르침 따위의 뜻이 있다. 유의어로는 工(장인 공) 등이다. 용례로는 손재주를 가지고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드는 것으로 업을 삼거나 또는 건축 따위 일에 불려 다니면서 벌이를 하는 사람으로 목수나 미장이 같은 사람을 장색(匠色), 공방에서 연장을 가지고 물품 만드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공장(工匠), 이름난 장색 또는 기술이 뛰어난 장인을 명장(名匠), 문학 예술 과학 따위의 어느 일정한 분야에서 특별히 뛰어난 재능을 나타내어 일반에게 인정되고 있는 사람을 거장(巨匠), 물품에 외관상의 미감을 주기 위하여 그 형상 색채 맵시 또는 그들의 결합 등을 여구하여 거기에 응용한 장식적인 고안을 의장(意匠), 물품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공장(工匠), 금 은 구리 따위의 세공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은장(銀匠), 초 만드는 일을 맡아 하던 사람을 촉장(燭匠), 회화나 시문 등의 제작에 골몰하여 무척 애씀을 이르는 말을 의장참담(意匠慘憺) 등에 쓰인다.
▶️ 心(마음 심)은 ❶상형문자로 忄(심)은 동자(同字)이다. 사람의 심장의 모양, 마음, 물건의 중심의, 뜻으로 옛날 사람은 심장이 몸의 한가운데 있고 사물을 생각하는 곳으로 알았다. 말로서도 心(심)은 身(신; 몸)이나 神(신; 정신)과 관계가 깊다. 부수로 쓸 때는 심방변(忄=心; 마음, 심장)部로 쓰이는 일이 많다. ❷상형문자로 心자는 '마음'이나 '생각', '심장', '중앙'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心자는 사람이나 동물의 심장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心자를 보면 심장이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심장은 신체의 중앙에 있으므로 心자는 '중심'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옛사람들은 감정과 관련된 기능은 머리가 아닌 심장이 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心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마음이나 감정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참고로 心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위치에 따라 忄자나 㣺자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心(심)은 (1)종기(腫氣) 구멍이나 수술한 구멍에 집어넣는 약을 바른 종이나 가제 조각 (2)나무 줄기 한 복판에 있는 연한 부분 (3)무, 배추 따위의 뿌리 속에 박인 질긴 부분 (4)양복(洋服)의 어깨나 깃 따위를 빳빳하게 하려고 받쳐 놓는 헝겊(천) (5)초의 심지 (6)팥죽에 섞인 새알심 (7)촉심(燭心) (8)심성(心星) (9)연필 따위의 한복판에 들어 있는 빛깔을 내는 부분 (10)어떤 명사 다음에 붙이어 그 명사가 뜻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마음, 뜻, 의지(意志) ②생각 ③염통, 심장(心臟) ④가슴 ⑤근본(根本), 본성(本性) ⑥가운데, 중앙(中央), 중심(中心) ⑦도(道)의 본원(本源) ⑧꽃술, 꽃수염 ⑨별자리의 이름 ⑩진수(眞修: 보살이 행하는 관법(觀法) 수행) ⑪고갱이, 알맹이 ⑫생각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물건 물(物), 몸 신(身), 몸 체(體)이다. 용례로는 마음과 몸을 심신(心身), 마음이 움직이는 상태를 심리(心理), 마음에 품은 생각과 감정을 심정(心情), 마음의 상태를 심경(心境), 마음 속을 심중(心中), 마음속에 떠오르는 직관적 인상을 심상(心象), 어떤 일에 깊이 빠져 마음을 빼앗기는 일을 심취(心醉), 마음에 관한 것을 심적(心的), 마음의 속을 심리(心裏), 가슴과 배 또는 썩 가까워 마음놓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심복(心腹), 본디부터 타고난 마음씨를 심성(心性), 마음의 본바탕을 심지(心地), 마음으로 사귄 벗을 심우(心友),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다는 뜻으로 묵묵한 가운데 서로 마음이 통함을 이르는 말을 심심상인(心心相印), 어떠한 동기에 의하여 이제까지의 먹었던 마음을 바꿈을 일컫는 말을 심기일전(心機一轉), 충심으로 기뻐하며 성심을 다하여 순종함을 일컫는 말을 심열성복(心悅誠服), 마음이 너그러워서 몸에 살이 오름을 일컫는 말을 심광체반(心廣體胖), 썩 가까워 마음놓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심복지인(心腹之人), 높은 산속의 깊은 골짜기를 이르는 말을 심산계곡(心山溪谷), 심술꾸러기는 복을 받지 못한다를 이르는 말을 심술거복(心術去福), 마음이 번거롭고 뜻이 어지럽다는 뜻으로 의지가 뒤흔들려 마음이 안정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심번의란(心煩意亂),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심심풀이로 어떤 일을 함 또는 그 일을 일컫는 말을 심심소일(心心消日), 마음이 움직이면 신기가 피곤하니 마음이 불안하면 신기가 불편하다를 이르는 말을 심동신피(心動神疲), 심두 즉 마음을 멸각하면 불 또한 시원하다라는 뜻으로 잡념을 버리고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면 불 속에서도 오히려 시원함을 느낀다를 이르는 말을 심두멸각(心頭滅却), 마음은 원숭이 같고 생각은 말과 같다는 뜻으로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생각을 집중할 수 없다를 이르는 말을 심원의마(心猿意馬)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