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강서물류도시 "모텔이 먼저 입주할라"
이주단지 주민들 트라우마…명지·신호주거단지 조성 경험, 상업용지에 분양 반대 나서
- 인근 학교 아이들에 비교육적
- 혐오시설 인식, 발전 저해 이유
부산 강서구 주민은 모텔에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있다. 과거 명지와 신호주거단지가 조성될 때 제일 먼저 자리 잡은 것이 모텔이다. 황량한 주택용지에 모텔만 덩그러니 들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후 주거단지가 개발되면서 아파트 숲에 가렸지만, 이곳에 사는 아이는 낯뜨거운 모습을 보며 자랐다. 강서구 주민은 이제 모텔에 대한 학습효과가 생겼다.
강서구 범방동 국제산업물류도시 이주단지(6만9220㎡)에 입주할 주민이 1일 도시공사가 추진하는 국제산업물류도시 상업용지(2만2000㎡)에 모텔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해당 상업용지는 이주단지 예정지 건너편에 있다. 이주단지 부근에는 초등학교도 들어선다. 경마장 건너편인 이주단지는 국제산업물류도시가 조성되면서 터전을 잃은 이들이 거주할 공간이다. 237가구가 오는 11월 단독주택을 지어 살게 된다.
상업용지는 조만강 지류를 사이에 두고 이주단지와 마주 보고 있다. 주민 김재균 씨는 "과거 명지와 신호주거단지를 조성할 때 가장 먼저 건립된 것이 모텔이었다. 상업용지가 있으면 언제든지 모텔이 들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 노철수 씨 역시 "부산시와 도시공사가 국제산업물류도시 조성 계획에서 상업용지에 숙박시설이 못 들어서게 사전에 막지 않으면 모텔부터 들어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강서구 주민은 '모텔 트라우마'로 관광호텔마저 불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신호동 주민 500여 명은 최근 S사가 신호동 215의 3에 지상 10층 67실 규모의 관광호텔 건립을 추진하자 이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에 냈고, 지난달 25일 설명회를 무산시켰다.
강서구와 구의회도 모텔 건립에 반대하고 나섰다. 강서구는 최근 사업 시행자인 도시공사에 공문을 보내 상업용지 중 가락대로와 접하는 4개 필지에 모텔이 못 들어서게 조성 계획을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강서구의회 전태섭 의원은 "모텔이 들어선 주변은 이미지가 나빠지고 낙후된다. 도시공사가 일부 지역에 숙박시설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조성 계획을 변경하고 있지만, 상업용지 전체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공사는 민원이 제기되자 상업용지 18개 필지 중 조만강 지류와 접한 4필지에 숙박시설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하는 조성계획 변경안을 시에 제출했다. 이달 열리는 산업단지 심의위가 변경안을 심사한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이주단지가 보이는 곳에는 모텔이 들어서지 못하게 했다. 강서구가 요청한 가락대로 구역도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 하지만 전체 상업용지에 숙박시설이 들어서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분양성에 문제가 있어 무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