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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민족의 성산, 후지산.
그 후지산의 정상 부근에서 초록색 옷을 입은 작은 생명이 열심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세상에 등장한 지 이제 겨우 1년밖에 안 된, 그렇지만 그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파급력으로 사람들에게서 욕을 먹음과 동시에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신비함을 가진 덕분에 애완동물로 인기를 얻게 된 동물.
그것은 바로 실장석이었다.
「데스-.」
실장석은 산의 구석구석을 뒤지며 나무열매라던지 먹을 수 있는 뿌리 식물을 수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실장석은 인간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연에, 특히 산속에 들어가 살아남은 실장석, 즉 산실장이었다.
그것도 보통의 산이 아니라 높은 고지 때문에 살기가 몇 배는 어려운 후지산 정상 부근에서 살아남은 실장석이었다.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끈질긴 생명력 때문이었을까. 그 산실장의 크기는 범상치 않았다.
평균 들실장의 성체 크기인 35cm.
갓 태어났을 시절부터 인간에게 영양가가 풍부한 음식을 잔뜩 받은 성체 사육실장의 최고 기록인 45cm.
그리고 가장 큰 실장석이 50cm가 조금 안 되었던 것과는 다르게, 이 후지산실장의 크기는 무려 60cm였다.
말이 좋아 60cm지, 그정도 크기면 어지간한 성인의 무릎을 넘어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크기였다.
180cm의 인간의 3분의 1이나 되는 크기.
어떻게 지금껏 수많은 등산객들과 관광객에게 들키지 않고 살아남았는지 용할 정도였다.
그 거대한 산실장의 손에는 비닐봉투가 하나 쥐어져 있었다.
공원에서 사는 평균 크기 35cm 실장석들은 질질 끌려 들 엄두도 못 내는, 사람들이 흔히 쓰는 사이즈의 봉투였다.
그러나 60cm의 이 실장석은 그 봉투를 손에 들고도 지면에서 10cm 넘게 떨어뜨릴 수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기적적으로 사람들과 동물들을 피해 자신이 흙을 파서 만든 집에 들어간 실장석은 즐겁게 비닐봉투에서 음식을 하나 둘 씩 꺼내었다.
인간이 버린 사과 심지부터 자연에서 얻은 도토리, 나무열매, 심지어 인간들도 그리 귀하게 여기며 먹고 싶어하는 한약 소재의 뿌리식물이 우루루 쏟아져 내렸다.
「데챱챱챱-♬ 뎃스우우웅~.」
옆니가 없이 아랫니와 윗니만 있는 실장석 특유의 구강구조 때문에 먹는 음식보다는 흘리는 음식이 더 많았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장석들이 흔히 취하는 방법은 음식을 팔로 감싸 안은 후 바닥에 엎드려 개처럼 먹는 방법이었다.
그건 이 산실장도 다르지 않아, 실장석은 음식을 이빨로 물어 흘리고, 씹어 삼키고, 다시 흘린 음식을 먹기 위해 고개를 처박기를 반복하였다.
산실장이 행복하게 식사를 먹고 있을 때, 돌연 바람을 타고 이전에 맡아본 적 없는 향기가 산실장의 코에 들어왔다.
어찌나 향이 좋은지 먹고 있던 소중한 밥을 먹다 말고 고개를 번쩍 들 정도였다.
입에는 밥을 먹을 때도 나오지 않았던 군침이 길게 늘어져, 거미줄처럼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데에에에-?!」
산실장은 코를 벌름거렸다.
그 향기를 코로 제대로 흡입하자, 머리가 번개에 맞은 것 마냥 전율하고 눈이 번쩍 뜨였다.
산실장은 자신이 하루종일 열심히 구한 밥도 내팽개치며 밖으로 허둥지둥 나갔다.
「데에에?!」
자신의 집 앞에는 왠 작은 별들이 떨어져 있었다.
하나도, 둘도 아니고 무려 15개.
알록달록, 갖가지 색이 입혀진 채 달콤한 향을 내는 그것은 콘페이토였지만, 이 산실장은 태어난 이래로 산 아래로 간 적이 없어서 그것이 콘페이토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침을 줄줄 흘리던 산실장은 돌연 경계하는 눈초리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떤 동물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나 함정은 아닐까 긴장하고 있던 산실장은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곧 콘페이토를 향해 달려갔다.
애당초 30초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아무런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실장석이 콘페이토를 눈앞에 두고 달려가지 않았다는 것은 그 실장석의 지능과 인내심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서둘러 콘페이토를 집어든 실장석은 양손 가득 콘페이토를 쥐고 집으로 돌아갔다.
보통의 실장석이라면 키도 작은만큼 보폭도 짧아서 달려봤자 거의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지만, 이 실장석은 키가 큰 만큼 어지간한 유치원생이 달리는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데데데데데~.」
집에 들어온 실장석이 손에 쥔 콘페이토를 보며 행복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실장석은 양손에 있던 콘페이토를 한 번에 입에 가득 털어넣었다.
그리고.
「데에에에에?! 데아아아아!!」
전율했다.
이렇게나 맛있는 것이 세상에 존재하다니!
과일인가? 도토리의 일종인가? 꽃인가?
너무너무 맛있다!
「데햐아아아-.」
입에 가득 퍼지는 단맛에 산실장의 표정이 녹아내렸다.
그 맛이 어찌나 강렬하고 달콤한지, 산실장은 산이 무너지듯 쏟아지는 졸음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그대로 풀썩 가로 쓰러져 잠들었다.
잠시후.
잠들어 있는 친실장의 집앞으로 뚜벅뚜벅, 그림자가 다가왔다.
그 그림자는 잠시 산실장 집 근처를 두리번거리며 콘페이토가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산실장의 집 안으로 손을 쑥 넣었다.
큰 손이 자신의 몸을 쥐고 집 밖으로 끌어내었지만, 네무리에 절여진 콘페이토 15개를 한 번에 털어 먹은 산실장은 그저 코를 골며 잠들어 있을 뿐이었다.
“좋아. 일단 1단계 진입.”
60cm라는, 자신의 어깨부터 손끝까지 닿을 정도의 산실장을 가방에 넣은 남자가 걸음을 돌려 산을 내려갔다.
남자의 가방에는 낡은 천에 기워진 그의 이름, ‘쥰’이라는 이름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이 달랑거리고 있었다.
*
쥰은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무개」는 한국인으로써, 쥰이라는 한 창작 스크립트에 빙의된 사람이었다.
「아무개」는 실장석, 영어로는 짓소우세키라는 가상의 동물로 갖가지 설정을 만들고 이야기를 창작하는 카페, 두루마리 카페에서 스크를 읽고 만화를 보며 즐거워하는 평범한 백수였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 때와 같이 새로이 올라온 스크립트를 읽던 중, 탁아 시리즈를 올린 적이 있던 카페 회원인 닉네임 ‘레훼에에’의 신작 스크립트를 다 읽고 인터넷을 끄려던 도중, 이변이 일어났다.
눈을 뜨자 보이는 낡고 곰팡이 냄새에 쩔어 있는 지하방.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서 벌벌 떨고있는 살색의 작은 생물을 본 순간, 남자는 모든 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은 ‘레훼에에’가 쓴 글에 빙의되어 버린 것이었다.
빙의가 시작되어 눈을 뜬 시간으로부터 1년 후인 지금.
남자는 이제 훌륭하게 이 참피가 있는 세계에 적응해 있었다.
“읏차. 꽤나 무겁네. 한 12kg정도 되려나.”
「아무개」, 아니 쥰은 집에 도착하여 잠들어 있는 산실장을 가방에서 꺼내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산실장 스스로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이미 이 세계의 스크립트를 읽은 쥰은 이 산실장이 후에 갖을 이름과, 이 실장석이 이 세계에서 얼마나 특수한 개체인지 알고 있었다.
사상 최강의 실장석이자, 이 스크립트의 메인 빌런. 이 산실장의 이름은 미도리였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쥰이 잡아오지 않고, 이 세계가 스크립트가 짜여진 방향으로 갔을 때의 이야기.
지금의 이 미도리는, 그저 이름도 없는, 덩치만 커다란 산실장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쥰이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최고의 대책을 마련해 줄 녀석이기도 하였다.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미도리, 아니, 산실장의 눈꺼풀을 손가락으로 연 쥰은 적록의 눈동자 중 빨간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100엔만 있으면 동네 어디서던 구할 수 있는 뽑기 플라스틱 볼 하나에 진한 녹색의 물감을 가득 채우고는 그 테두리에 본드를 발랐다.
녹색 물감이 넘칠 정도로 차고, 본드로 반쪽의 플라스틱 볼 테두리를 바른 남자는 조심히 산실장의 적색의 눈덩이 부근에 플라스틱 볼을 붙였다.
「데···.」
잠들어 있는 상태에서도 몸의 이상을 느낀 것인지 편히 잠들어 있던 산실장의 눈이 꿈틀였다.
동시에 산실장의 배 안에 있을 분대에서 꾸득꾸득, 살이 응집하는 소리가 들리며 그 배가 눈에 띄게 부풀었다.
적록의 눈동자 색깔이 모두 녹색이 되면 임신을 하는 실장석의 특성을 활용한 수태 방법이었다.
이상 없이 임신이 완료되자, 그 이후의 쥰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A자로 생겨서 제대로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오므려 본드로 고정하고, 그럼에도 다물어지지 않아 남은 작은 공간에 튜브를 삽입하였다.
팔다리는 모두 제거하여 불로 지져 재생을 억제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몸통을 움직이지 못하게 노끈으로 단단히 묶어, 푹신한 방석 위에 올린 뒤, 분대 부근에 이어폰을 붙이는 것으로 30분 가량의 쥰의 작업이 끝났다.
이제는 기다리기만 하면 될 뿐.
쥰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아직 스마트폰이 등장하지 않아 폴더폰인 그의 핸드폰 액정에는, 배경화면으로 99라는 숫자 위로 아침 11시 30분이라는 시간이 보였다.
*
무려 3일이 지나고 나서야, 산실장은 잠에서 깨어났다.
아슬아슬하게 치사량에 못 미칠 정도의 네무리를 먹였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너무 오래 자서 머리가 지끈거리던 산실장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기 위해 팔을 움직였다.
아니, 움직이려 했다.
데에에?
자연스럽게 움직여져야 할 자신의 팔에서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놀라서 소리를 내려던 것도 어째서인지, 입이 열리지 않아 소리도 낼 수 없었다.
문득 혀를 움직이던 산실장은 자신의 입에 물려있는 작고 긴 줄을 통해 달콤한 액체가 끊임없이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 행복과 불길함이 뒤섞인 혼돈에 당황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쥰이 들어왔다.
데에에에엑!!!
만약 입을 열 수 있었다면 산실장은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그러나 입이 막힌 산실장은 그럴 수 없었다.
죽는다.
죽어버린다.
닝겐은 무섭다.
닝겐은 강하다.
언제나 자신의 동족을 재미를 위해서 죽여버린다.
공포로 산실장의 눈이 진동하듯 떨릴 때, 쥰이 부드럽고 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이제 일어났구나. 다행이야. 산에서 쓰러진 널 구해왔어. 아직 몸이 낫지 않아서 보호하고 있던 중이야.”
이 신박한 개소리에 산실장의 눈이 휘둥그렇게 뜨였다.
그러고보니 등이 푹신푹신하고 따뜻하며, 입에는 달콤한 것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이, 확실히 자신을 위한 행동으로 보였다.
쥰이 팔다리가 안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는 그저 너무 심하게 다쳐서 붕대로 압박해서 그렇다고 얼버무렸지만, 산실장은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확인할 방법도 없었을뿐더러,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지능도 없었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넌 임신했더군. 그런데 입을 다쳐서 태교를 못하기에, 내가 대신 태교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어.”
그 말을 들은 산실장은 그제야 자신의 분대에서 꼬물거리는 생명이, 그리고 작게나마 들리는 태교의 노래가 들려왔다.
너무 작은 소리여서 뭐라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데로게~. ···로게~.」라는 소리가 파리 한숨만큼은 들려온다.
“아무 걱정말고 쉬고 있어. 나을 때까지 보살펴 줄게.”
쥰의 한껏 차분하고 다소곳한 말에, 놀람의 연속이어서 동그랗게 뜨여있던 산실장의 눈꼬리가 서서히 휘었다.
초승달처럼 굽어진 눈.
그건 분명, 남자를 비웃는, 혹은 자신의 우월감에 젖은 감정표현이었다.
그 눈동자를 본 쥰도 빙긋, 눈을 초승달처럼 휘며 마주 웃어주었다.
“쉬고 있어.”
그 말을 끝으로, 쥰은 방을 나섰고, 산실장은 푹신한 쿠션에 마음 편히 기대 누우며 얼떨결에 생긴 호화로운 대우와 노예닝겐에 행복해하며 데프프, 웃었다.
*
그로부터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이 산실장에게 매일 꿈만 같은 시간이었냐하면, 그건 아니었다.
이유는 자신의 자와, (산실장 스스로가 그렇게 믿는) 무능한 노예닝겐 쥰 때문이었다.
먼저 자의 경우, 어째서인지 분대에서는 계속해서 파킨사하는 자의 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순간, 배에서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격통이 찾아온다 싶으면, 그게 바로 자신의 자가 분대에서 파킨사 한 것이었다.
여기에서 두 번째 이유인 무능한 노예닝겐이 또 문제였는데, 이 무능한 노예닝겐은 정말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자신의 자가 파킨사 하고 있으니까 영양분이 더 필요하다.
먹을 걸 더 제대로 된 걸 가져오게 해야 했다.
스시와 스테이크, 콘페이토를 가져오라고 시키고 싶었다.
물론 산실장 자신도 모르는 단어와 모르는 음식이지만, 실장석의 원시격이자 시초의 존재로부터 내려온 유전자 내의 정보는 이 세 개의 음식이 최고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은 입을 열 수 없었고, 이 무능한 닝겐은 자신의 깊은 뜻을 헤아릴 지능이 없었다.
다행히 파킨사를 하면 그만큼 새로운 자들이 생기는 것이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도 한계에 달하였다.
파킨사 하는 자들과 새로이 태어난 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기존에 파킨사 하지 않고 산실장의 분대 안에서 쑥쑥 자라고 있는 자들 때문에, 산실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괴물과 같이 되어있었다.
산실장의 자들은 배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분대에 머무르며 산실장의 영양분을 쭉쭉 흡수해 자랐다.
일반 실장석이라면 임신을 한 후, 평균 5일에서 일주일, 늦어도 2주 안에 태어나는 것에 비해, 이 산실장은 그에 2배가 넘는 시간동안 자를 분대에 담고 있는 것이었다.
혼자서 운치를 싸듯, 자를 낳으려고 끙끙거린 적도 많았지만, 언제나 나오는 것은 운치 뿐이었다.
아니, 그 운치마저도 제대로 된 고형체의 음식을 먹지 못해, 걸쭉한 액체로 되어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 데스?
와타시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 데스?
어째서 와타시의 자들은 나올 때가 한참 지나도록 나오지 않는 데스?
어째서 와타시의 팔다리와 눈은 아직도 낫지 않는 데스?
그럼 의구심이 한겨울에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점점 커지고 커져, 거대한 스트레스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오늘따라 늦게 돌아온 쓰잘데기 없는 닝겐 노예 쥰이 온몸을 비닐로 감싸고 온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산실장은 분노가 폭발했다.
「부부부우우-!! 부부, 부부-!!!.」
입이 본드로 붙여지고 영양액이 공급되는 튜브가 입에 꽂힌 채, 산실장이 분노의 울음을 터뜨렸다.
자연의 녹색 눈동자와, 아직도 치료라는 명목하에 녹색 물감에 잠겨있는 눈동자로 핏줄이 터질 듯 불거져 있었다.
그러나 쥰은 산실장이 아닌,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을 재듯 고개를 까딱이며 혼잣말을 하던 그는 어느 순간, 시간이 되었는지 몸을 움직였다.
언제 가져온 것인지, 싸구려 플라스틱의 어항을 꺼내어 산실장을 그 안에 집어넣었다.
그 어항의 크기는 산실장이 들어가자 남는 공간 없이 딱 들어맞았다.
다음으로는 산실장의 배에 붙여진 이어폰에 연결된 워크맨의 음량버튼을 조절했다.
음량을 올리면 올릴수록 산실장의 분노와 스트레스는 커져, 산실장이 고함을 질렀지만 쥰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워크맨의 음량이 최대로 맞춰진 순간.
분노하던 산실장은 순식간에 얼어버렸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보에보에-!!! 뎃데로게-!!」
그것은, 이 노예닝겐이 자신에게 말한, 말 못하는 자신을 위해 준비한 태교의 노래였다.
거기까지는 문제 없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문제였다.
「뎃데로게-!!(자들은 들어라.)」
「뎃데, 뎃데로게-!!(너희는 닝겐사마의 노예이며, 닝겐사마의 말에 절대복종해야 한다.)」
「보에보에-!!(닝겐사마에게 저항하면 너희들은 죽는다.)」
「뎃데로게-!!!(닝겐사마의 말을 따르면 행복하지만, 저항하면 불행해진다.)」
「보에보에-!!!(만약, 이게 싫다면 스스로 파킨해 죽어버려라.)」
「뎃데로게!!!(아니면, 태어나도 더 고통스럽게 학대받다가 죽을 뿐이다.)」
「보에에, 보에-!!!(죽고싶지 않다면, 세상에 나오자마자 닝겐사마님께 도게자하며 인사드려라.)」
「부, 부부우우우우우-!!!!」
산실장은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다.
이게 대체 무슨 태교란 말인가.
그동안 태교의 노래가 너무 작게 들려서 몰랐다.
자신은 당연히 콘페이토의 산과, 스시와 스테이크, 그리고 마마에게 복종하라는 쓸모 있고 도덕적인 태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닝겐 노예에게 복종하라니?
거기까지만 하더라도 이미 너무나 충격적이었지만, 더욱 소름끼치는 사실이 있었다.
이 태교를 부른 목소리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멍청한 노예닝겐의 것이었다.
「부··· 부부···?」
산실장이 좌우로 떨리는 동공으로 쥰을 바라보았다.
그런 산실장은 내려다보던 쥰은 피식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뎃데로게-.(자들은 이제 빨리 나와라.)”
「!!!!!」
너무나 정확하고 확실하게, 쥰은 태교의 노래를 입으로 불렀다.
그리고 분대에 있던 자들은, 그 목소리가 자신들이 분대에서 24시간, 한 달 내내 듣고 있던 태교의 목소리와 일치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시작했다.
「부부-우!!! 부부부부-우!!!」
복어처럼 나와있던 산실장의 배가 꾸물꾸물 요동쳤다.
마치 피막을 찢고 나오려는 알 속의 새처럼, 손이 산실장의 뱃가죽을 밀어내며 쭈욱 나왔다가 다시 안으로 내려갔다.
산실장이 고통으로 몸부림 칠 때.
쥰은 산실장의 눈에 붙여놓았던 물감이 가득 들어있던 플라스틱 볼을 떼어냈다.
「부-갸아아아아아아아!!!!」
순간, ‘찌지지직’이라는 소리와 함께 산실장의 눈꺼풀이 플라스틱 볼과 함께 찢겨 떨어졌다.
그 고통에 벌려지지 않은 입을 한껏 열자, 본드로 붙여져 있던 입도 살째로 찢어지며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데갸아아아아-!!! 데갸아아스-!!!!」
어째서 이러는 거냐.
내게 왜 이러는 거냐.
감히 너따위가!
자신의 총구나 핥으며 살아가야 할 노예 주제에!!!!
산실장은 열심히 비명을 질렀지만, 쥰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아무리 소리질러도 모른다. 링갈이 나오는 건, 앞으로 일주일 뒤거든.”
링갈?
갑자기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하는 노예닝겐에게 다시 화를 내려던 순간, 무려 한 달간 밀려있던 출산이 시작되었다.
적색의 눈을 초록 물감에 담궈, 내내 임신상태를 고정하고 있던 것이, 초록색 물감이 없어지자, 서둘러 뒤늦은 출산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느새 산실장의 눈동자는 피처럼 새빨갛게 변하였다.
안 그래도 고통스러울 산통이, 미뤄진 시간만큼 곱절로 돌아와 산실장을 괴롭혔다.
「데갸아아아스!!! 데갸갸갸갸!!!! 끄갸갸갸갸!!!!」
뿌직, 소리가 나며 총구에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미 분대의 자실장은, 그 움직임으로 미루어 봐도 산실장의 총구보다 배는 큰 상태였다.
그 사실을 알고있던 쥰은 느긋하게, 옆에 놓아뒀던 플라스틱 어항 뚜껑을 닫았다.
또각, 또각 소리를 내며 뚜껑의 이음새가 폐쇄되었다.
이제 어항을 거꾸로 뒤집는다 하여도 물 한 방울도 새어나가지 않으리라.
「끄갸갸갸갸갸!!! 끼갸갸갸갸!!!」
이제는 실장석이 낼 수 없을 비명을 지르며, 산실장이 몸부림을 쳤다.
그리고 그 몸부림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뻐어어어어어어엉!!!!
마치 타이어가 터지는 소리가 나며,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였던 어항이 일순간에 적녹색 액체로 젖어버렸다.
적녹색 액체가 묻은 어항은 더 이상 내부가 보이지 않았기에, 쥰은 고글을 쓰고, 마스크를 다섯 겹이나 덧쓴 채, 어항의 뚜껑을 열었다.
「테스, 테스-!」
「테에에? 테스-!!」
「테치-!! 테치, 테츄-!」
「테에에-?! 테치치-!!」
「레치치, 레츄-.」
수조 안을 들여다보자, 중실장 두 마리와 자실장 두 마리, 그리고 엄지실장 한 마리가 보였다.
산실장의 육체는 이미 터져 조각만 남은 상태였다.
위석조차도 같이 박살이 난 것인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섯 마리의 자들은 쥰을 보자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으나, 곧 그들의 행동은 하나로 단결되었다.
머리를 바닥에 박은 채, 몸을 절하듯 한껏 낮춘 자세.
도게자.
갓 태어난 녀석들이었지만, 두 녀석은 분대에서 중실장으로 자랄만큼 오랜 시간 살아있던 녀석들이었기에 당연했다.
그 오랜 시간을, 분대에 갇혀 쥰의 태교만 듣고 살아온 것이니, 도게자를 하지 않았다면 그건 그거대로 엄청난 일이었을 것이리라.
게다가 가장 늦게 태어난, 실장생을 부여받은 지 얼마 되어보이지도 않는 엄지실장조차 도게자를 할 만큼, 태교의 목소리는 강한 힘을 갖고 있었다.
거기에 더불어 태교를 부르던 목소리와 완전 일치하는 목소리를 가진 닝겐사마.
다섯의 실장석들은 쥰을 닝겐사마이면서 동시에 자신들을 만들어준 ‘마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섯 실장석들의 도게자 한 머리를 내려다보며, 쥰은 마스크 안에서 미소지었다.
첫 단추는, 이상 없이 채워졌다.
결국 장편에 도전하는 레후웨에에엥.
근데 연재 주기도, 길이도 미정인 상태인 레후-.
시간이 날 때, 내킬 때 틈틈이 써서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많이 늦어질 수도 있는 레후!!
첫댓글 뭘 만든겁니까..
주, 중실장이 둘이나 되는 레히엥...!!!
우마우마한 갓띵작의 냄새가 나는 레후!!!
고마운 프니프니인 레후!!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됩니다!
고마운 레후!! 펑크쨩도 어서 우마우마한 스크를 쪄 내오는 레휘엥!!
이 오네사마가 크흡 갓띵작을..
고뢰 이모토쨩 반가운 레후!!
앞으로 잘 부탁하는 레휑~
이런 글만 보아도 흥미 진진해지는 갓작을 지금에서라도 보게 되어 기분좋은 레후
좋은 프니프니인 레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