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33년 소련, 러시아 제국 시절부터 극동 내 북극권 민족들을 연구해온 소련의 민족지학자이자 작가 '블라디미르 보고라스В. Г. Богораз'는 한 기묘하게 생긴 그림들이 새겨진 물건 하나를 어느 극지 탐험가로부터 전달받게 된다
보고라스가 시간이 들여 그 기묘한 그림에 대해 좀더 확인해보니 물건에 새겨진 것의 정체는,
최근까지 부족사회 외엔 제대로 된 문명 따위 없던 추코트카에서 외부의 영향없이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문자였다.
해당 문자는 1927~1928년 사이 우스트-벨라야라는 조그만 촌동네이자 집단농장에 살던 축치인 남성 '테네빌Теневиль'이 처음 발명해낸 문자로,
그는 러시아가 도래한지 한참 지났음에도 문자 개념이라는 것이 없던 축치어를 표기하기 위해서 만든 것인데,
더욱 놀라운 것은 로마자와 그리스 문자 등에서 문자 체계의 영향을 받은 북아메리카의 체로키 문자와 달리 테네빌 문자는 자세한 건 알 수 없으나, 초창기 인류가 만든 상형문자들처럼 오로지 자연물에서 영감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테네빌 본인이 해당 문자에 대해서 외부인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 그가 발명해낸 문자는 표어문자에 속하는지, 음절문자에 속하는지, 아니면 픽토그램과 같은 종류의 그림문자에 속하는지 아직까지도 정확히 판별되지 않은 상태이다.
테네빌 문자는 외부와 고립된 곳에서 처음 만들어졌기 때문에 추코트카 전역이 아닌 오직 우스트-벨라야에서 살던 테네빌 본인과 그의 아들들만이 사용했는데,
테네빌의 가족들은 문자를 판자와 바다코끼리 엄니 또는 뼈에다 새겨넣어 주로 순록을 방목할 때 교대근무를 위한 메세지를 교환하는 식으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테네빌 문자는 고립된 곳에서만 극히 한정적으로 쓰이던 문자이다보니 외부로 퍼져나가질 못했으며, 축치어는 1937년부터 키릴문자로 공식 표기되던 상황이라 더더욱 알려지지 못했다.
더군다나 1940년대 초반쯤 테네빌이 세상을 떠나면서 문자소 수가 1,000여개에 달하는 테네빌 문자는 오랜 세월 동안 세상에서 거의 잊혀진 탓에 현재 해독이 불가능해졌으나 언어학자들 사이에서 초기 인류의 문자 형성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 중 하나로 남게 된다.
첫댓글 싱기방기...
와신기해
신기하당
사람 같기도 하고 뭔가 기묘하다
이미지같기도하고 알파벳닮아보이기도해
간만에 완전 흥미돋 게시글이다… 러시아 세종대왕 될 뻔 했네…
오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