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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같은 이야기
-식당에 새로 들어온 아줌마 굉장히 예쁘던데 -
- 그래 맞아 정말 미인이드라 ! 그런데 그리 예쁜 미인이 우째 식당에서 일하지 -
- 마 정말 쥑여 주게 생겼드라 늘씬하고 섹시하게 생긴게 딱 내 깜이야 -
- 느그들 괜히 쓸데없는 군침 생키지마라 내가 먼저 침바를 거니까 -
점심을 먹고나온 직원들이 휴게실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입방아들이다
한쪽에서는 누구가 뭐라고 하든 아랑곳없이 바둑에 빠저있고 주위에 하나둘 구경꾼이 몰려있다
- 아따 쓸데 없는 소리좀 작작들하구 조용히 좀해라 정신없다 -
- 지는 모양이구먼 내가 훈수해줄가 -
80여평 되는 휴게실에는 담배 연기도 자욱하다
휴게실은 금연실로 되여 있건만 금연이란 말이 무색하다
KG 회사 구내식당에는 400 여명이 넘는 종업원이 이용하고있다
일하는 아줌마도 십여명이 넘는다
점심먹고 나오는 이들이마다 한결같은 아줌마 이야기는 대단한 뉴스 특보처럼 번지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예쁘고 멋있길래 이리들 수다를 피우며 야단들인지 궁금도하다
- 늦었네요 배식시간이 지났는데요 -
- 제가 게으른 탓이네요 미안합니다 -
- 아뇨 잠시 기다리세요 -
바쁜일이 있어 끝내다 보니 배식 시간이 끝나는 줄도 몰랐다 내 탓이려니 하고 그냥 나오려는데 아줌마 한분이 부른다 자기네 몫으로 남겨놓은것이 충분하니 불편해도 같이먹잰다
이거야 말로 고급 특식이나 다름없다
아줌마의 온갖 정성과 맛있는 양념이 듬뿍 들어간 평소 내가 좋아하는 비빔밥이다
아주 푸짐하고 맛있게 잘먹었다 이것도 발복이라고 해야 할가 ! 동가홍상同價紅裳이 따로없다
대단하다고 난리법석인 미인 아줌마와 마주 앉아 먹으니 분위기 좋고 또한 더욱 꿀맛이다
게으른 놈도 한몫 본다더니 이래서 한말인가 보다
163cm 가량의 시원스레한 키에 계란같이 예쁘장한 얼굴이며 성격까지 시원시원하니 가히 칭찬 받기에 족하다
나이는 아마도 서른은 조금 넘었을것 같고 기혼여성이 아닐가 싶다
가즈런히 동여맨 앞치마 아래로 쭉뻣은 각선미가 아름답다
서른을 넘나드는 노총각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것도 지나침이 아닌것같다
한달여 지났을가 화창한 일요일이다
여의도에서 친구와의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도 그녀를 만나게 되였고 마침 점심시간이라
가까운 음식점에 들어가 마주 앉았다
자기의 동생과 비슷한 또래라며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막내 외삼촌과도 너무도 닮았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같이 비빔밥 식사를 하며 본 얼굴이 너무 호감이 들었다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대해준다
나보다 다섯살이나 연상이다
점심식사후 다방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나와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활짝핀 벗꽃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윤중로
거리를 걸었다
한창 만개한 벗꽃 그늘아래에서 환하게 미소지으며 조용히 걷는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남편은 유명 일간지 경제부 기자인데 얼마전에 헤여지고 마음의 갈피를 못잡아 하고있을때 누군가의 소개로 식당에서 일하게 되였다며 이렇게 만나는것도 또한 인연이 아니냐며 살짜기 미소를 짓는다
출중한 외모에다 사통팔달 사교에 능한 그가 대기업 회장님 취재차 나갔다가 그집 외동딸을 만나게되였다
돈많은 재벌집 외동딸에다 외국 유학까지 마친 햇병아리 변호사 규수와 눈이 맞아 예쁜 아내를 버리고 떠난것이다
- 남자가 너무 잘생기면 아마도 바람을 피우는가 봐 -
글쎄 얼마나 잘생겼기에 미워도 할법한데 ! 그래도 떠나간 사람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 것일가
- 남자 뿐이겠어요 여자도 예쁘면 바람 많이 피운다고 하던데요 -
긍정도 부정도 없이 그저 빙그레 웃을뿐 말이없다
웃는 양볼 사이로 보조개가 살짝 드러나는것 또한 매력적이다
어느날 식당에서 점심먹고 나오는데 그녀가 나를 부른다
누군가 라도 보지 않을가 하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드니 조용히 앞으로 다가온다
다음 일요일 자기와 데이트 하자며 들릴듯 말듯 말을 건넨다
그러면서 같이 동행할곳이 있으니 꼭 같이 가자는 것이다
무슨 할말이 있기에 그리도 진지한 모습으로 만나자는걸가
약간은 후덥지근한 일요일이다
특별히 볼일도 없으려니와 년상의 이혼녀라지만 미인이 데이트 하자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어 약속장소에 일찌기 나갔다
화사한 옷차림에 곱게 화장한 그녀는 식당에서 보는 그녀와는 너무 다른게 오늘따라 더욱 환해 보인다
중매가 들어 왔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면 인생을 이모작 해보겠다는 것이다
호기심에 한껏 부푼 기대가 슬며시 배신당한 느낌이든다
그렇게 예쁘게 차려입고 나와서 다른남자를 만나는데 왜 나를 끌어다 붙이려고 하는것일가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아 어리둥절하는 나에게 눈치빠른 그녀가 살짜기 미소를 짓는다
그래 어차피 왔으니 너그러히 받아주자 아마도 혼자만이 말못할 사정이 있지 않을가
중매장이를 앞세우고 따라간곳은 어마어마한 저택이다
양지바른 낮은 산언덕을 등지고 비스듬한곳에 넓게 자리한 정원에는 많은 꽃들이 한데 어울려 장관을 이루고 주인따라 이층에 올라가니 햇빛이 따뜻하게 들어오는 넓은 화랑이다
서예와 사군자 특히 문인화를 좋아하고 골동품과 수석에도 흥미가 있어 틈틈이 모은 것이라고 한다
좋은 서예작품과 그림 그리고 골동품들이 한데 어울려 진열되어 있어 이집 주인의 품격을 더해주는것 같다
어떻게 이런 호화주택속에서 살면서 좋은 취미까지 가지고 있을가
제법 잘나가는 회사 사장이라고 중매장이가 살짝 귀뜀한다 집 주인답게 제법 풍채가 잡히고 품위있어 보인다
- 동생이라구 ? 우리 잘 지내보자구! -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반갑게 손을 내민다
중매쟁이가 동생이라고 둘러댄 모양이다
우리 처남매부가 될지 누가 알아 !
설합에서 두둑한 봉투를 꺼내드니 내호주머니에 찔러준다 아마도 돈으로 매수하자는 모양이다
중매장이가 눈을 찡긋하며 모르는척 받아넣으라는 눈치이다
그는 예쁘고 젊은 여자를 보니 기분이 절로 나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자기의 신상을 장황하게 늘어 놓는다
S대 공대를 나와 유명회사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시중에서 잘나가는 알뜰한 공장을 꾸리에 제법 많은 매상을 올리고
있으며 2년전에 아내와 사별하고 딸만 둘이 있다고 한다
-자기 어떻게 생각해 -
호화스러우리 만큼 웅장한 집과 나이차이는 있을망정 호탕하게 생긴것이 아마도 마음이 동요 되는것같다
- 글쎄요 ! 다 좋은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네요 -
- 그렇지! 나도그리 생각했어 -
왠지 마음이 내키지도 않을뿐 아니라 너무도 호화스러운 환경을 보니 나 자신이 그리 초라할수가 없다
과연 어느세월이 지나야 나도 이런 집을 가질수 있을가 호탕하게 웃던 그의 얼굴이 자꾸떠오른다
- 자기 생각엔 별로지 ? 그렇지 ? -
기분이 썩좋아 보이지 않는 나를 보며 의중을 떠보듯 야릇한 미소를 짖는다
- 그냥 눈딱감고 화끈하게 대답할가 - 혹시나 나에게서 어떤 대답이 나오려나 기다리는듯 싶다
- 후회 없겠어요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으면 그렇게 하세요 -
-글쎄 - 그녀는 조금은 아쉬운지 뒤돌아 웅장하게 버티고있는 집을 다시한번 바라본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저 호화로운 궁궐속에서 세상 부러울게 없이 호강하면서 떵떵거리면서 살수도 있지 않을가
나이차이 쯤이야 극복하면서 나름대로 살아나가는 법을 터득하는것도 한 방법이 아닐가
인간은 역시 속물인가 싶다 누구나 돈의 매력에는 어쩔수없는 모양이다
어쩌면 예쁜 아내를 버리고 돈의 매력에 빠저 떠나간 그사람이 조금은 이해가 될것같다
어느새 발 아래로 석양의 그늘이 드리운다
그녀가 끄는대로 큰길가 골목으로 들어가 조용한 음식점 에서 식탁을 마주하였다
조명 등불아래 비치는 그녀는 차분하고 볼수록 예쁘고 정감이 든다
나무랄데가 전혀없는 천사같이 곱고 어여쁜 여인을 두고 떠나는 그는 어떤 사람일가 !
말없이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그녀의 얼굴에 잠시 망서림의 고뇌가 스치는것같다
구중궁궐속에서 남부러울것 없이 떵떵거리며 한번 여봐란듯이 살고 싶은 마음이야 왜없으랴
떠나간 사람을 보란듯이 그리하고싶은 마음이 왜 없을가
- 그런데 왜 이런 자리에 나와같이 오려고 생각 했어요 ? -
- 그래 그럴거야 사실은 혼자 오려고 했어 많이 생각하고서 부탁한거야 실망했다면 미안해 -
-아니 나는 예쁜 여동생이라도 소개해줄가 하고 많은 기대를했죠 -
말꼬리를 돌렸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마음을 털어 놓으니 후련하기도 하다
어둠이 깔리고 흐미한 가로등이 지켜보는 녹슬은 철뚝길 따라 말없이 한참을 걸었다
아무 말없이 뒤따라오는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슬며시 다가와서 손을 잡는다
마주 잡은 손이 따뜻하고 부드럽다 섬섬옥수란 이런손을 가리켜 나온말이 아닐가
누나같고 애인같은 여인 ! 손이 따뜻하고 눈물이 많을것 같으며 속이 깊을것 같은 여인 !
그녀는 지금 모진 바람앞에서 의지할곳이 없어 나에게 기대어 위로받고 싶은것이 아닐가
과연 그녀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는 것일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보이지 않는 그녀의 마력에 끌려가는 자신을 생각한다
버림받은 여인의 텅빈 방은 침침하고 초상집 같아 들어가기가 싫다며 하얀이를 슬며시 보이며 쓸쓸히 미소를
짓는다 쓸쓸해 보여 더욱 안타깝다
어스름 달빛이 거리를 비추는 공원에서 마주 앉아 그녀의 입맛따라 맞장구 처주는것 이외엔 어떤 위로의 말이 있을가
정말 돈이 그리도 좋은걸가
밥세끼만 마음대로 먹을수 있다면 사랑하는 이와 아담한 방한칸이면 족하지 않을가
더이상은 희망이고 욕심이건만 그사람은 더큰 욕심 때문에 눈이 멀어 떠나간것은 아닐가
언젠가는 후회하면서 지난날이 다시 오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어느날 갑자기 식당에서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고 수군거린다
예쁜여자 바라보며 점심 먹는게 유일한 낙이라며 지껄이든 노총각 하나가 맥이 빠진다며 투덜댄다
식당가는 재미가 없어젓다며 여기저기 두런두런이다 한사람 없는 자리가 그리도 큰것일가
- 자기야 나 어떻게하면 좋을가 그사람이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겠다며 만나자는데 그래도 되는거야
그까짓 더러운돈 몇푼으로 내인생을 보상해주겠다는 것인데 받아야 되느냐구 -
어느날 나를 찾아왔다
하소연일가 아니면 의지할곳 없어 나를 찾아 하소연이라도 하고픈것일가
- 더러운돈 ! 돈이란 어차피 더러운게 아닌가요 여기저기서 굴러 다니다가 돌아오는 돈이 깨끗할수 있어요
땀흘려 번돈은 땀이 묻어더럽고 거짓말해서 번돈은 거짓말이 묻어더럽고 더러운짓해서 번돈은 더러운게 묻어더러운
그런돈이 돌고돌아 때묻고 침묻고 티묻고 더러운것 묻고 이리저리 딩굴다 오는돈이 어찌 더럽지 않겠어요 -
- 그래 맞아 사람들은 왜그리도 더러운돈에 유혹당하고 매달리는걸가 -
결국은 남편을 던지고 아담한 꽃가게가 딸린 고급주택이 생기었다
- 결국 이꽃집하고 그사람하고 바꾸었어- 꽃에 물주며 쓸쓸하게 웃는 그녀의 양볼에 보조개가 선명하다
- 자주좀 나와서 리본좀 써줘야겠어 아니 시간나는대로 매일이라도 좋아 -
그후 나는 시간이 있을때마다 찾아가 리본이나 써주고 대신 그녀의 미소를 챙기는 꼭두깍시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나의 맞장구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역시 그녀가 필요할 때마다 맞장구 놀음에 빠젓다
그럴때마다 언제나 그녀가 좋아하는 외삼촌이 되어주고 손을 마주잡는 동생이 되어주었다
아니 어느새 그녀의 올가미에 갇힌 노예가 되어 가고 있었다
많은 세월이 지났다
어쩌다 벗꽃이 만개한 여의도를 지나노라면 박속같은 하얀이를 드러내며 미소짓던 그녀의 양볼의 보조개가 선명하게 생각난다 그녀와의 거닐든 길이 생각나기에 오던길을 다시 걷는다
지금도 그녀는 떠나간 사람과 꽃집을 바꾼것을 후회하지는 않을가
소설속 같은 여인은 여전히 누나같고 애인같은 젊은 이혼녀이다
창밖 너머로 청자빛 하늘에서 두둥실 구름이 면사포 두른 여인처럼 조용히 흐른다
지금도 그녀는 여전히 설흔살의 꿈많고 어여쁜 여자로 내머리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예쁜 여자는 삼년이고 지혜있는 여자는 삼십년이며 예쁘고 지혜있는 여자는 평생을 같이해도 후회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는 예쁘고 지혜있는 소설속 공주같은 여자였다
첫댓글 픽션인지 넌픽션인지 모르겠으나 글을 구성지게 엮어 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