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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fmkorea.com/7303987594
올림픽은 어떻게 운영될까요?
먼저, 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기구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있습니다.
개최 도시나 종목 선정 같은 중요한 일들이 여기에서 결정됩니다.
그리고 개최지의 조직위원회도 있죠?
조직위는 IOC와 맺은 개최도시협약에 따라, 대회의 기획, 조직, 자금 조달, 시행 등을 담당합니다.
그렇다면... 대회 각 종목의 운영은 누가 담당할까요?
이번 파리 올림픽의 종목 수는 32개이며, 세부종목은 총 329개입니다. 이걸 IOC나 조직위가 전부 파악하고 관리하는건 현실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전문가들이 있으니까요.
개막식 하기도 전에 이번 올림픽 사건 사고에 이름을 올린 캐나다 여자축구대표팀의 드론 스파이 스캔들의 징계 수위를 결정한 것은 IOC나 조직위가 아니라 FIFA였습니다.
이걸 FIFA가 결정한 이유는, 관련 포텐글에 달렸던 몇몇 댓글처럼 올림픽의 흥행에 축구가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IOC가 FIFA 한테 설설 기어서가 아니라, 올림픽 각 종목의 운영은 IOC의 승인을 받은 국제스포츠연맹(IFs)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파리 올림픽 공식 사이트에서 세부 종목 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이런식으로 해당 종목의 국제스포츠연맹의 로고가 붙어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한 종목은 다릅니다.
IOC가 직접 주관한다고 되어 있거든요.
이 종목은...
복싱입니다.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아마추어 복싱(프로 선수는 올림픽 출전 불가)도 국제적인 연맹체가 있습니다.
1946년에 창립된 '국제복싱협회'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 조직 대신 IOC가 직접 종목 관리를 맡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최근 몇년간 있었던 일을 봐야합니다.
2006년에 국제복싱협회장에 당선된 우칭궈는 여자 종목을 올림픽에 추가했고 남자 복싱에서는 헤드기어를 벗기는 등 몇몇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재임기간 동안 부채 규모가 폭증하면서 협회는 파산에 직면했고, 무엇보다도 예전부터 계속 지적되었던 심판 판정과 관련된 부패가 더욱 뿌리깊어진게 문제였습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밴텀급(56kg) 8강전에서 블라디미르 니키틴(러시아)에게 전원일치 판정패한 마이클 콘란(아일랜드)은 심판들에게 중지를 치켜들면서 판정에 불복했고, 며칠 뒤 또 다른 러시아인인 예브게니 티슈첸코는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의아해하는 가운데 헤비급 결승전에서 판정승을 거둡니다.
이후, 독립적인 조사에서 리우 올림픽 복싱 경기 중 11경기가 조직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저 2경기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죠.
처음에 우칭궈 회장은 감히 심판들을 모욕했다면서 마이클 콘란을 징계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리고 심판 판정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부패의 증거를 내놓으라고 했죠.
하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AIBA는 부랴부랴 36명의 심판들의 자격을 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고, "중대한 과실과 재정관리 소홀'을 이유로 우칭궈 회장을 내쫓습니다.
IOC가 조직을 제대로 개혁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협회장이 새롭게 선출됩니다.
새 회장이 된 가푸르 라히모프는 오랫동안 AIBA의 부회장직을 역임했고, 우칭궈 사임 후에는 임시 회장직을 수행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승계는 자연스러워보였으나...
미국 재무부의 주요 국제 범죄 네트워크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인물이란게 문제였습니다.
당사자는 결백을 주장하긴 했지만, 분명히 경고했음에도 마약 범죄 혐의자를 회장으로 선출한 것이 결정타가 되어 IOC는....
복싱을 도쿄 올림픽 종목으로 유지하긴 하겠지만, AIBA 를 배제하고 IOC가 복싱 종목을 직접 운영할 것이라고 발표합니다.
그리고 AIBA에게 근본적인 개혁을 주문하면서, 해당 종목을 대표하는 세계조직으로 계속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는 도쿄 올림픽 이후에 판단하겠다고 결정합니다.
이는 올림픽 근본 종목이기에 주어진 "예외적인 기회(provide AIBA with an exceptional opportunity)"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인 우마르 크렘레프는 2020년에 라히모프의 잔여임기를 수행할 회장으로 당선된 이후 수익다각화, 재정 투명성 강화, 경기 공정성 보장, 조직 개혁 등 여러가지 개혁 로드맵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미로 협회의 약칭을 AIBA에서 IBA로 바꾸었죠.
하지만, 전부터 푸틴과의 미심쩍은 관계가 논란이 되었던 크렘레프가 2022년에 경쟁자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임기를 연장한 것을 시작으로 온갖 논란이 터집니다.
스위스 로잔에 있는 IBA 본부의 조직들이 회장실이 있는 모스크바로 옮겨졌고, 가즈프롬 없이는 협회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는 등, IBA는 러시아에 종속되어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국제 스포츠계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대회 참여를 금지하는 쪽으로 움직였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일단은 전쟁과 직접 관련 없는 선수들의 개인참여만 허용되고 있죠.
처음에 IBA도 이런 움직임을 따랐으나, 갑작스럽게 우크라이나복싱연맹의 자격을 박탈하고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유니폼에 국기를 달아서는 안된다는 결정을 내립니다. 이에 반발한 유럽 청소년 대회에 출전한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경기를 거부합니다.
엄청난 반발에 직면하자,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국기를 써도 된다고 말을 바꾼 IBA는 그와 동시에 "스포츠와 선수를 정치와 분리해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라면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을 전면적으로 복귀시키고 국기 사용도 완전히 허가합니다. IOC의 결정을 완전히 뒤집는 일이었죠.
이 상황에서 심판과 심판배정을 별도의 독립 기구에 부여하는 것을 거부하는 등 제출했던 로드맵도 준수하지 않자, IOC는 결단을 내립니다.
2023년, IOC는 IBA의 복싱을 대표하는 국제스포츠연맹으로서의 승인을 철회했습니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IBA는 즉각 CAS에 제소했지만, CAS는 IOC의 손을 듭니다.
CAS 판결이 나온 뒤에 발표한 성명에서 IOC는 2025년초까지 복싱을 관할할 새로운 국제기구가 나오지 않는다면, LA 올림픽에 복싱은 없을거라고 말했습니다.
근대 올림픽에는 제3회 대회(1904)부터(1912년 대회의 경우 당시 스웨덴 법률상 금지라 일시적으로 제외), 고대 올림픽에는 기원전 688년부터 종목으로 편입되었을 정도로 유서깊은 이 스포츠가 정말로 올림픽에서 퇴출될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IBA에 대한 결정을 내린 직후, IOC 회장은 협회가 문제지 복싱은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 것만 봐도 그렇죠.
그리고 실제로 대체 조직도 얼추 모양새를 갖춘 상태입니다. 영국과 미국 주도로 2023년에 출범한 '월드복싱(WB)'이 그 조직입니다.
아직 IBA에 비하면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 회원국이 적다는게 문제인데, CAS 판결 이후 IBA의 올림픽 복귀가 불가능해진게 확실해짐에따라 점점 회원국이 늘어가고 있다는 모양입니다.
참고로 대한복싱협회는 이번달에 월드복싱에 가입했습니다.
IOC가 WB를 밀어주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좀더 봐야겠죠.
잘모르니 댓펌
역도도 맨날 도핑 터지는거 관리 못해서 파리, la올림픽에 들어갈 수 있냐 마냐 말 나오다가 역도협회가 도게자 쳐박고 도핑 검사, 처분권을 외부기관에 넘기고 종목 축소하는 조건으로 살아남았고, 한국으로 축소하면 보디빌딩이 맨날 약물터져서 결국 전국체전에서 추방됨.
올림픽 복싱에서 메달따고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들이 프로에 간뒤에 레전드가 된 경우가 꽤 많음
1960 라이트헤비급 금메달 무하마드 알리
1964 헤비급 금메달 조 프레이저
1968 헤비급 금메달 조지 포먼
1976 라이트웰터급 금메달 슈거레이 레너드
1984 라이트급 금메달 퍼넬 휘태커
1988 슈퍼헤비급 금메달 레녹스 루이스
1992 페더급 금메달 오스카 델라 호야
1996 슈퍼헤비급 금메달 블라디미르 클리츠코
심지어 AIBA가 우칭궈때부터 말아먹은 것도 아님. 그 전 회장인 초드리도 부패했었던 역사 깊은 부실 협회임 ㅋㅋㅋ
하지만 IOC나 WB도 대회 운영서 평이 영 좋지 않아서 어케될지는 모르겄음.
아직 국가들 대부분은 IBA에 남아있기도 하고...
참고자료
https://www.bbc.com/sport/boxing/58749983
https://www.rferl.org/a/kazakhstan-boxer-olympics-tishchenko-levit-compensation/27928726.html
https://www.bbc.com/sport/boxing/58749983
https://www.theguardian.com/sport/2018/oct/29/gafur-rakhimov-boxing-aiba-olympic
https://home.treasury.gov/news/press-releases/tg1430
https://olympics.com/en/news/thomas-bach-casts-doubt-over-boxing-s-olympic-future
https://www.bbc.com/sport/boxing/63038533
https://www.washingtonpost.com/sports/olympics/2022/09/27/umar-kremlev-russia-olympic-box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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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흥미돋... 근데 왜 프로복싱선수는 참가 못할까?
우와 찐 흥미돋이다 고마워 여시야 재밌게 읽었어~!
대한복싱협회는 이제 아이바랑 완전 끝인건가?? 관련시험 있으면 이제 wb규정을 봐야겟네..
참 난리다 정말.. 눈에 보이는 기록점수 결고 ㅏ말고 심판이 관여할수 있는 경기는 문제가 다 있을수 밖에 없는듯.. (덜 하려고 해야겠지만)
와 이번에 복싱 퇴출되는거 보류됐다길래 근본종목인데 왜그러나했더니 이런이유가있구나.. wb가 잘나서주면 좋겠네
와 신기하다 너무 재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