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는 젊은 시절 파가니니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현란한 기교의 격정적인 연주에 완전히 넋을 빼앗긴다.
이후 그는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기로 마음먹고, 단정하고 우아한 스타일 대신 화려하고 기교적인
연주를 추구하게 된다. 따라서 파가니니로부터 받은 영향은, 그의 스승인 ‘체르니’로부터 받은 연주 스타일
에서 탈피하여, 이른바 名技主義인 파가니니 스타일로 전환하는 모델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화려한
연주스타일을 지향했던 리스트는 ‘피아노 독주회’라는 공연시스템을 만들어, 대중들의 기호를 유도했을 뿐
아니라, 협주곡에 있어서도 관현악의 반주에 비해 자신의 피아노 실력을 맘껏 뽐낼 수 있는
화려한 협주곡을 작곡했던 것이다.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1849년에 일단 완성했다. 그러나 이 곡의 최초의 스케치는 1830년
그의 나이 19세 때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리스트가 연주 활동 등으로 바쁜 나머지 이 곡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훗날 제자인 라프(Joseph Joachim Raff, 1822-1882)가 관현악 파트를 맡아
1852년에 가서야 겨우 완성하였다.
초연은 1852년 2월 빈의 바이마르 궁정 연주회에서 리스트 자신의 피아노 독주와 베를리오즈의 지휘로
연주되었다. 그러나 초연 이후에도 계속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1853년과 1856년 각각 수정과 보필을
더해 1861년에 가서야 최종적으로 완성을 본다.
리스트는 이 곡을 작곡할 시기에 ‘주제변형’이라는 기법을 선보였다. 따라서 이 곡에서는 처음 나오는
주제가 곡이 진행되면서 계속 변주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 협주곡은 그가 이룬 교향시에서의
표제음악의 확립과 함께 매우 중요한 공적으로 평가받는데, 그 이유는 이 곡의 진행이 그가 창안한
단악장 교향시의 구조와 같다는 점이다. 협주곡의 특성상 표제적인 내용으로 분류할 수는 없지만,
곡의 도입부에서는 마치 교향시처럼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로 시작되고 화려한 변주를 끊임없이
이어가는 등 유사한 부분이 많다. 그리고 각 악장의 주제 악상들은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갖고 움직이다가
끝악장에서 종합적으로 재현되기 때문에, 이 4개의 악장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악장의 구성은 매우 자유롭다는 점도 리스트적인 특징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협주곡은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전 악장이 계속해서 연주하도록 지시되어 있다.
여기서 피아노는 리스트 특유의 피아니즘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거장적인 면모가 보일뿐 아니라,
오히려 오케스트라를 압도할 만큼 힘이 넘치고 있다. 그리고 독주 부분에서는 실내악적인 선율도
가지고 있는 등 그야말로 장대한 악상과 더불어 화려한 기교를 두루 뽐내는 다채로운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