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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반려동물과 행복하게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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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밥의 일상 스크랩 가난한 1인출판사의 불법 사재기 마케팅
더불어밥 추천 0 조회 1,135 11.01.07 13:00 댓글 8
게시글 본문내용

사재기도 마케팅인가?

지난 해 출판계는 불법 사재기 논란으로 한때 시끌시끌했다. 사재기. 사재기란 품목의 가격이 오르거나 품귀 현상이 있을 때, 사회 불안의 요소가 있을 때나 쓰이는 단어인줄 알았는데 출판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뜻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 사재기를 통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는 방법을 사재기 마케팅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그리고 일부 출판사의 오래된 관행이라는 것을. 그런데 그걸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몇 년 전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술자리가 있었고 영업자 출신인 한 출판사의 대표가 출판계의 사재기 방법에 대한 갖가지 사례를 들려주었다. 막 출판을 시작해 관련 용어도 잘 모르는 상태였고, 안다한들 돈 없는 출판사가 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니 그저 남의 집 이야기 듣듯 들었다. 말솜씨 좋은 대표는 사실 반, 농담 반으로 출판사들의 사재기 방법을 폭로했고 모여 있던 초보 출판사 대표들은 배꼽을 잡았다.

 

그렇게까지 해서 책을 팔아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오죽하면 그럴까 싶기도 해서 씁쓸했다. 불법을 떠나 어느 편집자가 자기가 만든 책을 그렇게 팔고 싶겠는가. 그나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야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이니 어떤 방법을 쓰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 위해 애쓰는 것이리라.

 

얼마 전 새로 출판을 시작하는 분과 “책도 찾아서 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맛 집만 찾아다니지 말고.” 하며 자조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게 독자들이 집요하게 맛 집 찾듯이 책 찾는 재미를 갖게 만드는 것이 책 만드는 사람들의 일이지 싶다.

 

 

 

(* 언젠가 찾은 서점에서 우리 책 두권이 나란히 판매대에 있는 걸 보고 쾌재를 불렀다. 동물 관련 서적을 모아서 판매대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운 좋게 두 자리나 차지한 것이다.)

 

 

부모님이 서점에서 만나다!

그런데 그런 ‘불법’ 사재기 마케팅을 우리 출판사도 했었다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돈도, 영업력도, 조직력도 없는 가난한 1인출판사의 사재기 마케팅 방법을 들어보시라.

 

2006년 10월 위풍당당하게 첫 책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를 냈지만 책이 창고에 쌓이자 그전에 가졌던 자신감은 눈 녹듯 사라졌다. 도대체 2,000부를 무슨 수로 팔지? 끙끙 앓다가 ‘믿는 구석’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믿는 구석이란 일단 가족. 이럴 땐 5형제나 되는 대가족이 얼마나 고마운지.

 

가족에게 특명을 내렸다. 2~3일 간격으로 대형 서점에 가서 우리 책을 살 것. 한 번에 여러 권 사는 것은 집계에 소용이 없으니 한 권씩 살 것. 서점에 갈 때마다 우리 책이 판매대에 있는지 서가에 꽂혀 있는지 확인할 것.

 

신간이 나오면 며칠 간은 판매대에 올려지지만 판매가 없으면 바로 서가에 꽂히기 때문에 꾸준히 하루에 한권씩이라도 책이 팔리는 게 중요했다. 서가에 꽂히고 나면 책의 운명은 끝이다. 새로운 독자를 만날 확률은 제로에 가까워지니까. 책이 반응이 좀 있어야 서점 담당자들도 관심을 갖고 판매대에 비치하거나 사이트에 노출을 시켜주기 때문에 초반 반응은 중요하다.

 

특명을 받은 가족들이 성실하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지인들에게 문자를 돌렸다. ‘책 나왔다. 한 권씩 사라.’ 그간 사회생활을 잘해왔는지 강요에 가까운 문자를 받은 지인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덕분인지 첫 책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는 꽤 오래 판매대를 지키고 있는데 성공했고 아마 그 사이 새로운 독자를 많이 만났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모임에 갔던 엄마가 들어오면서 “내가 오늘 서점가서 누구 봤는지 아니?” 한다. 엄마가 내 책을 한 권 사서 서점을 나오는데 아빠가 저 멀리서 친구들이랑 서점으로 들어오더란다. 아빠가 친구들 몰고 가서 책을 한 권씩 사도록 강권했을 게 눈에 보였다. 어느 출판사가 사재기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고용한들 이처럼 성실할 수 있을까?

 

 

 

(* 어떤 출판사는 저 곳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싶어서 사재기 마케팅을 하지만 우리 출판사는 판매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사재기를 한다.) 

 

 

찾는 사람이 있어야 책을 진열하지요?

이렇게 시작된 불법 사재기 마케팅은 책이 4권 나올 때까지 이어졌다. 광고 한 번을 안 하면서 질기게도 판매대 위에서 버티는 녀석들을 보면서 늘 뿌듯했다. 그리고 마침내 다섯 번째 책이 나오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한 나는 ‘불법’ 마케팅을 그만 두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5번째 책인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은 미디어의 사랑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해서 다룬 책이어서인지, 아마존닷컴이 선정한 올해의 책이라는 타이틀이 어필한 덕인지 거의 모든 매체에서 주요하게 서평을 실어 주었다.

 

급상승한 자신감. 가족들은 물론 지인들에게도 이젠 ‘사주지’ 않아도 나 혼자 알아서 하겠다고 큰소리를 땅땅 쳤다. 그리고 목에 힘을 주고 강남에서 가장 큰 대형 서점 나들이에 나섰다. 지난 주 모든 언론에서 주요하게 다뤄줬으니 당연히 판매대에 있으리라는 자신감이었다. 그런데 그 넓은 매장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우리 책이 보이지를 않는 거다. 책이 속한 분야는 물론, 신간 소개 코너, 지난 주 일간지 서평책 모음 코너까지 아무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주눅들은 목소리로 담당 MD에게 물었다.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이 매대에 없네요. 어디 있나요? 지난 주에 각 일간지에 크게 서평이 실렸었는데....”

 

말끝을 흐리는 나에게 MD는 서가에 꽂힌 우리 책을 보여주며 말했다.

“찾는 분이 있어야 매대에 진열하죠.”

 

 

(* 서가에 꽂혀 있는 우리 출판사 책들. 한 번 이렇게 판매대에서 쫓겨나면 컴백하기는 쉽지 않다.)

아, 그렇구나. 찾는 사람이 없으니까 판매대에서 쫓겨난 거구나. 그래서 서가에 꽂힌 거구나. 나는 착하게 “네, 그러네요. 알겠습니다.”하고 서점을 나왔다. 맞는 말이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나오다 생각을 보니 그게 이상했다.

판매대에 있어야 사람들이 보고 찾는 게 아닌가? 신간인데 사람들이 찾는 게 먼저가 아니고, 진열되는 게 먼저가 아닌가?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아, 네....” 어버버 하고 나온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머리를 쿵쿵 찧었다.

 

 

 

(* 가장 최근에 나왔던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는 인터넷 서점에서 분야 1위를 '며칠 간' 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다시 사재기를 결심하다!

그 후로 꽤 여러 권의 책이 나왔다. 곧 9번째 책이 나올 예정이니 출판사 문을 열며 ‘망하지 말자.’로 잡았던 나의 목표는 잘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그날 서점 MD와 대화를 마치고 서점을 나서며 나는 결심을 했다. ‘역시 이래서 사재기가 필요한 거야.’ 되뇌며 다시 가족과 지인들을 총동원하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우리 출판사가 동물 관련 책만 내는 전문 출판사고 그 후 나왔던 책들이 유난히 전문서다 보니 지인들에게 강매하기가 좀 미안했다. 반려동물과 살지도 않는 사람에게 개랑 고양이 자연식 만드는 법, 임신하면서 개, 고양이 버리는 문제 등에 관한 책을 사서 읽으라는 것은 좀 심하지 싶어서.

 

실제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쓴 국내 첫 책이었던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의 경우 책을 많이 읽는 친구도 반려인이 아니다보니 잘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주변인들을 덜 괴롭혔더니 그 사이 나온 책들이 꽤 빠르게 판매대에서 사라지는 것을 아프게 지켜봐야 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나오는 책은 다시 사재기 마케팅을 하기로 다짐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주변인을 괴롭히며 구멍가게처럼 출판사를 운영할 거냐고 타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뭐 어쩌랴 지금은 살아남는 게 우선이니까. 그리고 이번 책은 지금까지 우리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대중성을 갖춘 책이니 덜 미안해 괜찮다. 이래서 출판사들이 사재기 마케팅의 유혹에서 떨쳐나지 못하나보다, 흐흐.

 

 

(* 사재기 마케팅 덕분이었을까? 우리 출판사의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는 지금도 스테디셀러 목록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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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1.07 13:41

    첫댓글 찡이언니 출판사 성공의 비하인드 스토리 잘 읽었습니다. 가족들의 전폭적인 사랑이 큰 몫을 한 것도 알았습니다. 처음 노견만세에서 아버님을 뵈었는데 무뚝뚝한 느낌(그 시대의 아버님이라면 다대다수 그러셨듯이...)이었는데 동물과 함께 하시면서 다정한 그 속내가 드러나시던데 딸래미 책 까지 강매(?)하시는 열혈 아버님이 되신거네요. 우리모두 행복한 내일을 위해, 아자아자!!!

  • 작성자 11.01.10 08:33

    그러게요 가족들의 지지와 애정이 망하지 않는 비결일듯...그런데 딱 보고서도 무뚝뚝함이 느껴지시나요? ㅎㅎㅎ

  • 11.01.07 20:02

    ㅎㅎㅎ

  • 작성자 11.01.10 08:33

    ^^*

  • 11.01.08 11:03

    밥님의 사재기출판의 비밀이 이거였군요..가족 특히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이 있어서 얼마나 좋으시겠습니까? 이번책은 대중성이 있다고하니 은근 기대가 되는군요..^^

  • 작성자 11.01.10 08:34

    대중성은 있는데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는.....^^; 기다려주세요~~

  • 11.01.12 09:19

    ㅎㅎㅎㅎ. 찡하네요. 반려동물들과 사는 사람들 많은데....몰라서 못사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힘내세요 ㅎㅎㅎ

  • 11.01.12 10:02

    신간을 기대하며... 저도 사재기에 협력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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