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사론(統辭論) / 박상천
주어와 서술어만 있으면 문장은 성립되지만
그것은 위기와 절정이 빠져버린 플롯같다.
'그는 우두커니 그녀를 바라보았다.'라는 문장에서
부사어 '우두커니'와 목적어 '그녀를' 제외해버려도
'그는 바라보았다.'는 문장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 삶에서 '그는 바라보았다.'는 행위가
뭐 그리 중요한가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주어나 서술어가 아니라
차라리 부사어가 아닐까
주어와 서술어만으로 이루어진 문장에는
눈물도 보이지 않고
가슴 설레임도 없고
한바탕 웃음도 없고
고뇌도 없다.
우리 삶은 그처럼
결말만 있는 플롯은 아니지 않은가.
'그는 힘없이 밥을 먹었다.'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밥을 먹은 사실이 아니라
'힘없이' 먹었다는 것이다.
역사는 주어와 서술어만으로도 이루어지지만
시는 부사어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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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역사는 주어와 서술어만으로도 이루어지지만
시는 부사어를 사랑한다."
크아~~~
정말 멋진 표현 아니니?
시는 부사어를 사랑한다는 표현~!!
엄마는 감수성 뚝뚝 묻어나는 시도 좋고
로맨틱하고 달달한 연애시도 물론 사랑하지만
이렇게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울림을 주는 지적인 시도 참 좋아한단다.
내가 지난번 편지에도 썼었지?
세상은 넓고 좋은시는 참 많다고~!^^
남은 군 생활 동안 다양한 시를 많이많이 소개할테니 기대하렴
시인은 건조한 서술형 문체로 얘기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시(삶)에 감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네.
탁이는 현재 부사어가 풍부한 삶을 살고 있니?
엄마가 보기에 너는 시적 감수성이 매우 풍부하고
넘치는 부사어가 가슴 한가득 숨어 있는 감성남이란다.^^
인간관계에서 '분석'과 '비판' 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감응'과 '공감'이면 충분할 때도 많더라.
함께 생활하고 훈련 받는 동료들의 눈물, 설레임, 웃음, 고뇌를 읽고 있니?
완성된 문장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말과 표정, 몸짓에서
미처 표현되지 못한 부사어를 제대로 읽어낼줄 아는 속깊은 동료가 되어주길!
엄마는 탁이에게 편지를 쓴다.
엄마는 사랑하는 탁이에게 편지를 쓴다.
엄마는 사랑하는 탁이에게 기도하듯 간절히 편지를 쓴다.^^
첫댓글 하하하하하하하하!굉장한 아들 사랑입니다.
<인간관계는 '감응'과 '공감'이면 충분할 때도 많더라.>
저도 공감입니다. 요즘은 군대가기도 하늘의 별 따기랍니다.
그 군대생활을 멋지게 보내야 비로서 사나이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 보리님의 아들이 엄마의 사랑으로 최고의 인물로 성장할 것입니다.
감응과 공감으로! 하하하하하하하하!
돌이켜보니 아이를 키우며 잘못한게 너무 많아
사죄하는 마음을 담아 시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지나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아이를 부처로 알고 불공하려고요.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화만발에서 탁이에게 보내는 글을 보니 더 반갑고만~ 부사어가 풍요로운 삶을 살아야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