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은 태양계의 행성들중에서 지구와 가장 가까운 환경을 가진 행성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건 표면의 기온과 대기압등과 같은 몇몇 단편적인 사실들을 기초로 한 이야기 이긴 하지만 많은 SF물이나 다큐멘터리 등에서 화성을 지구와 유사한 환경으로 바꾸는 이른바 테라포밍(Terra는 라틴어로 대지를 뜻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이러한 테라포밍이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어떤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화성은 처음 형성되었을 당시 원시지구나 원시금성처럼 수증기와 일산화탄소및 이산화탄소로 구성된 두꺼운 대기를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구의경우 400기압 가까이 되었던 엄청난 양의 수증기는 모두 비가 되어 내리면서 바다를 형성하였고 금성의 경우는 지구의 2배가 넘는 태양 복사 때문에 대기의 수증기들이 바다를 이루지 못하고 수억년 이상 대기중에 머물면서 수소와 산소로 분해, 수소는 우주공간으로 날아가고 산소는 대기중의 일산화탄소와 지표면의 광물들은 산화시키면서 소모되어 결국 현재와 같은 약 90기압의 이산화탄소 주성분의 대기가 만들어졌습니다.
화성은 중력이 약해서 이산화탄소나 질소 같은 분자량 50이하의 가벼운 기체들을 쉽게 잡아둘 수 없었으며 대기는 서서히 행성간 공간으로 유출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계산에 의하면 화성으로부터 우주공간으로 분자의 운동에 의해서 유출되는 속도로는 현재와 같은 수준의 희박한 대기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게다가 태양풍에 의한 대기 상층부의 침식도 그리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화성이 형성된 이후에도 6억년간 계속해서 이루어진 운석충돌들에 의해서 대기가 우주로 날아가 버렸다는 가설로 이러한 현재의 지나치게 희박한 화성의 대기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운석이 행성의 표면에 충돌하면 그 운동에너지가 한꺼번에 열에너지로 변환되면서 주로 규산염으로 이루진 운석을 기체상태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 고온의 규산염 증기가 빠르게 팽창하면서 이들 중 일부가 화성의 중력을 이겨내고 우주로 날아가 버렸으며, 이 과정에서 대기중 일부도 같이 우주공간으로 밀려 날아가 버렸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화성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작은 크기를 가진 행성에서는 가능한 현상으로 반면에 지구나 금성에서는 혜성이 초속 70킬로미터 이상으로 충돌하는 상황에서도 충돌파면 및 기체들은 거의 대부분 중력에 의해서 다시 떨어지게 됩니다.
또한 운석충돌에 의해서 화성으로부터 날아왔을 거라 추측되는 운석이 몇개 있지만(그중에서 미생물의 화석과 유사한 구조가 발견되어 세계를 놀라게 한 것도 있죠) 지구나 금성에서는 운석충돌시 이러한 암석이 고체상태로 온전히 다른 행성까지 날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어찌되었든 현재 화성에는 6hpa의, 지구의 20km이상의 고도에서와 비슷한 수준의 희박한 대기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화성의 극관과 지하에 화성 천제를 수미터 깊이로 뒤덮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물의 얼음과 드라이아이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균깊이가 3800미터나 되는 지구의 바다와 비교하면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음)
그러나 이 드라이아이스가 모두 기체상태로 존재했을 과거에도 화성의 평균기온은 너무 낮았으며, 그때문에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는 서서히 얼어붙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화성의 드라이아이스들을 모두 인공적으로 증발시킨다 한들 충분한 온실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 입니다.
과거 모 다큐멘터리에서도 방영된 내용이지만 화성의 궤도에 거대한 반사경을 띄워 화성표면으로의 태양광의 입사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화성은 달이나 수성만큼은 아니지만 일교차가 상당히 심해서 적도의 경우 낮에는 기온이 영상으로 살짝 올라오지만 밤에는 영하 100도 까지 떨어집니다.
화성표면의 온도를 영하 50도, 223K이라고 하고, 이것을 273K 까지 50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표면에 복사되는 태양광을 현재의 약 2.25 배로 늘려야 합니다. (화성표면으로부터의 복사 방출량은 절대온도의 4제곱에 비례한다고 가정)
산술적으로 볼 때 화성 본체보다 더 더욱 거대한 반사경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입니다.
물론 화성의 기온이 올라가면 드라이아이스가 녹아 대기압이 증가하고 얼음이 녹아 수증기도 일부 만들어질 것이므로 이들의 온실효과로 인해 실제로는 이것보다는 작은 규모의 반사경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반사경의 면적밀도가 제곱미터당 0.1킬로그램 정도이고(이것보다 훨씬 얇게도 만들 수 있으나 수십년이상의 내구성을 고려한다면 이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봄) 가로세로 1천 킬로미터 크기라고 가정하면(화성표면으로 입사되는 전체 태양복사의 36분의 1정도를 받는 면적임) 그 총 질량이 1억톤이나 됩니다.
이정도 규모의 구조물을 우주에 건설한다는 것은 가까운 미래엔 결코 불가능할 것입니다.
대도시의 도심에 존재하는 고층건물들은 각각 수만톤에서 수천톤 정도의 무게를 지니며, 이런 건물들을 수천개 합쳐봐야 천만톤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1억톤(물론 실제로는 이것보다는 훨씬 커야함) 규모의 구조물을 화성 궤도에 건설한다는 게 얼마큼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화성 표면에 인공적으로 대기를 조성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아무리 표면의 기온이 높아졌다 한들 지구표면의 170분의 1에 불과한 희박한 대기는 생명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화성의 극관과 지하에 드라이아이스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대기압을 지구와 같은 수준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한 모 다큐멘터리 에서는 ('생명 그 영원한 신비' 9편임)화성표면에 대규모로 공장을 지어 대기중으로 기체를 방출한다는 설정이 나오는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우선 행성의 대기라는 것 자체가 규모가 상당히 큽니다. 지구 대기의 경우 총 질량은 대략 5천 조톤 정도입니다.
화성의 경우 그 크기가 지구보다 훨씬 작긴 하지만 표면의 중력이 약하므로 1기압의 대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약 3500조톤이 필요합니다.
한편 인류가 대기중으로 방출하는 기체들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이산화탄소일 것입니다.
지금 현재도 전세계의 자동차, 항공기, 화력발전소, 공장등에서 계속해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은 과거 수백년전부터 계속되어 왔습니다.
그결과 지구대기중의 이산화 탄소농도는 약 100ppmv정도 증가했습니다.
이 증가된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질량으로 환산하면 거의 9천억톤에 육박합니다. (이산화탄소 증가분의 상당부분을 해양이 흡수했기 때문에 실제로 이보다는 다소 많은 양을 인류가 방출했을 것임)
그러나 이것도 화성에 1기압의 대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체의 양의 3천9백분의 1에 불과 합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화력발전소와 공장과 주택등에서 사용하는 보일러, 그리고 선박과 항공기, 자동차의 엔진등 이산화탄소 배출원들의 총 용량과 맞먹는 대규모의 공업시설을 만들어 수십년간 가동시킨다 한들 수천분의 1기압정도의 대기를 조성할 수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지구의 경우 화석연료를 태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지만 화성에서는 무엇을 원료로 대기를 구성해야 하는지도 문제임)
따라서 화성에 이러한 시설을 만들어 대기를 조성한다는 것은 상당히 비현실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능성중 하나는 혜성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가끔씩 뉴스등을 통해서 수년에 한번꼴로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밝은 혜성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 혜성들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 아주 가끔씩 나타나는 대형 혜성들로 실제로는 육안으로는 관측이 불가능한 작은 혜성들이 이들보다 훨씬 많습니다.
지난 2005년 한해사이에 관측된 혜성은 무려 총 234개로 이중에서 163개가 태양관측위성 SOHO의 코로나그래프를 통해서 발견된 것들 입니다.
위의 그림이 SOHO위성의 코로나그래프로 관측한 모습으로 오른쪽 아래에 두개의 혜성이 보입니다.
코로나그래프는 태양 본체를 가리개로 가려 태양 주변의 코로나를 관측하는 장비로 위 그림에서 커다란 둥근 원이 태양을 가리는 가리개이고 그 안쪽의 흰색 원이 태양 본체를 나타냅니다.
한편 코로나그래프는 그 시계가 태양의 주변 지역으로 한정되며, 따라서 SOHO위성이 발견한 혜성들은 모두 태양에 아주 가깝게 근접했거나 태양에 충돌한 혜성들로 국한됩니다.
따라서 태양계의 지구형 행성 영역으로 접근하는 혜성들의 전체 수는 이보다도 훨씬 많을 것입니다.
이들 소형 혜성들은 그 직경이 수km 급으로 헬리혜성이나 2000년의 헤일-밥 혜성등과 같은 수십km 급의 혜성의 수천분의 1정도의 질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혜성들의 질량은 수십억톤 규모이며, 장주기 혜성의 경우 이중 80%정도가 물의 얼음이고, 나머지 20%는 대부분 일산화탄소 및 이산화 탄소입니다. 기타 메탄, 암모니아, 규산염질 암석등도 존재하나 이들은 한자릿수 퍼센트나 그 이하의 질량비로 함유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 소형혜성들 외에도 수년에 한번정도의 빈도로 수십킬로미터 크기의 대형 혜성들도 지구형행성 영역으로 들어오므로 이들을 통해서 연간 총 수조톤 규모의 물과 이산화탄소및 일산화탄소를 공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의 궤도를 변경시켜 화성의 적도부근의 저궤도에 진입시킨 뒤 서서히 증발시켜 그 구성물질을 화성의 대기에 공급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화성의 표면에 1기압의 대기를 조성하는데는 수천년이 소요되지만 대기압을 현재의 두배로 증가시키는데는 20년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습니다. (혜성을 통한 공급만을 가정, 극관을 녹여 공급되는 이산화탄소까지 감안하면 훨씬 짧은 기간이 소요됨)
무엇보다 공장을 만들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기체를 공급하는 방식에서와 같은 초 대규모의 공업시설이 필요없습니다.
화성의 궤도에 반사경을 띄우고 극관을 녹여 대기에 이산화탄소를 공급하고, 여기에 혜성을 이용한 추가적인 대기의 조성까지 더해지면 100년 정도면 화성의 표면에 이끼와 같은 식물이 생존하는 것이 가능해 질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우주에 대규모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수억톤에서 수십억톤까지 나가는 거대한 반사경을 화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올리고, 수만톤에서 수십만톤의 추진력을 갖는 궤도제어장치를 수십개씩 혜성의 표면에 착륙시켜 그들의 궤도를 화성쪽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런 작업을 해야 하는 혜성이 많게는 연간 천개정도나 됨)
따라서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세기에는 불가능 하리라고 봅니다.
미래의 우주의 개발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진행될지 알 수는 없으나 화성의 본격적인 테라포밍은 다음세기에도 시작되기 힘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한들 하루아침에 화성의 환경을 지구처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테라포밍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해서 지구만큼, 혹은 지구보다 더욱 쾌적한 환경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지구가 점차 살기 힘든 환경이 되어가기 때문에 화성을 지구와 같은 환경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화성을 테라포밍하는데 필요한 것 보다 훨씬 적은 기술과 자본, 그리고 노력만 있어도 지구를 환경파괴로부터 구해내고 좀더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행성을 지구처럼 바꾸는 것 보다 지구를 지구답게 유지하는 것이 먼저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