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비디오가 개인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음식물이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비유될 수 있는가? 문화적으로 맞지 않는 음식물이 있듯이 문화적으로 충격을 주는 영화나 비디오가 있는가? 연소자 관람 제한은 기성 세대가 젊은 세대를 위한 책임을 이행하는 방법인가?
영화나 비디오가 개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음식물이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 둘은 분명 차이가 있다. 나쁜 음식물을 먹으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리 신체와 음식물사이에서의 반응에 의해 우리에게 영향을 주지만 영화나 비디오는 그 속에 우리 정서에 악영향을 줄지도 모를 요소가 들어있다 하더라도 거기에 영향을 받을지 안 받을지는 순전히 우리의 ‘의지’에 달린 것이다.
좋은 음식물을 먹고도 체해서 크게 고생할 수도 있고 상한 음식을 먹고도 아무 탈이 없을 수도 있지만 영화나 비디오가 우리에게 주는 영향에는 적어도 음식물의 경우와 같은 불확실성은 없는 것이다.
영화나 비디오의 영향은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영화나 비디오를 보고 ‘선택해서 받아들이는 것’일 뿐이다.
또한, 문화적으로 충격을 주는 영화나 비디오에 대해서 그러한 ‘충격’이 우리에게 전혀 해로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문화적인 충격을 주는 음식, 예로서 우리의 개고기 문화를 서구에서 비판하는 것이나 힌두교인 들이 보는 소고기 문화는 충격과 함께 혐오감을 주는 것이지만 영화나 비디오는 그것을 만든 감독과 제작자들이 일부러 그런 의도를 갖고 만들지 않은 이상 그 ‘충격’속에는 ‘신선함’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문화적으로 새로운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나 비디오에 대해 걱정하는 건 기성세대들―그러한 영화나 비디오에 대해 연령제한을 주장하는―의 기우에 불과한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거북이를 먹든 도마뱀을 먹든 그것이 싫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만 보면, 영화나 비디오가 우리에게 전혀 무해한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는데, 우리의 논지는 그런 것이 아니다.
정리를 하자면, 영화나 비디오가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은 순전히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고, 그러한 개인의 선택사항을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연소자들에게서 그 해악을 판단할 기회마저 빼앗는 것은 명백한 월권 행위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