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걷고 싶은 날 너그러이 호젓한 경희궁길로 가자
Part2. 골목 안 맛집&멋집
성곡아트뮤지엄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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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곡미술관 야외조각공원에 있는 '오아시스 드림'(박현선씨 작품). '성곡아트뮤지엄카페' 카페라떼. 왼쪽부터 |
성곡미술관이 경희궁길의 하이라이트라면 성곡미술관의 하이라이트는 야외조각공원에 있는 카페 '성곡찻집'(성곡아트뮤지엄카페)이다. 실제로 미술관 관람보다 차 한잔 하기 위해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분위기·커피 맛 좋아 단골들의 지지가 그야말로 대단하다. 본관·별관으로 나뉘어 있는 카페는 실내라 하더라도 두 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어느 곳에 앉아도 후회 없다.
야외테이블이나 테라스는 늘 자리경쟁 심한 곳.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 아래 앉아 차 한잔 하다 보면 세상 걱정이 다 사라지는 듯하다. 7~9월에만 판매하는 팥빙수와 녹차빙수가 유명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것이 커피다. 달마이어 원두를 사용하는 커피는 향이 유난히 구수하다. 미술관장 집에서 직접 구워내는 월넛쿠키(3개 2000원)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커피는 5000~6000원, 아이스커피류는 6000~7000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명절 당일 휴무). 문의(02)736-3993
커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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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한 향의 핸드드립커피, '커피스트' |
성곡미술관 맞은편에 있는 로스터리 커피 전문점(Roastery Shop).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마니아층 탄탄한 곳으로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등에서 커피전문가과정을 강의하는 커피전문가 조윤정(38)씨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약 14가지 로스팅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이 집에서 커피 한잔 마시려면 약간의 인내는 감수해야 한다. 골목 어귀에 있는 15평 규모의 작은 카페지만 전 좌석이 언제나 만원을 자랑하기 때문에 자리 나기를 기다리는 건 필수.
또 고압에서 원액을 짜내는 방식의 에스프레소보다는 거름종이에 물을 부어 흘러 내리게 하는 방식의 드립커피가 주종목이기 때문에 주문 후 최소 5~10분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좀 느려도 커피의 은은한 향과 구수한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원두 자루에서부터 앙증맞은 커피잔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커피관련 소품들로 꾸민 인테리어는 구경할 것 많아 커피가 나올 때까지 지루함을 잊게 한다.
조그만 테이블이 놓인 야외테라스는 날씨 좋은 날 운 좋아야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자리 경쟁 상당히 심하다. 단골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는 이디오피아 요가체프(5000원). 여름엔 카페인이 거의 없는 더치아이스(5500)가 인기다. 브라질 세하드 5000원, 케냐AA 6000원, 인디아 몬순 말라바 5500원. 추후 커피 리필은 브랜드커피로만 가능하다. 구수한 커피와 함께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넣어 바삭하게 구워낸 빠니니(햄치즈 6500원, 치킨카레 7000원)도 꼭 맛볼 것! 영업시간 평일 오전 11시~오후 10시, 일요일 정오~오후 8시(명절 당일 휴무). 문의 (02)773-5555
나무가 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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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가 있는 집'의 곤드레나 물밥 |
순박하고 소담스러운 강원도식 상차림을 만날 수 있는 곳. 가게 이름처럼 나무가 있는 뒤뜰에 앉아 정겹게 이야기 나누며 한끼 해결할 수 있다. 인기메뉴는 얼큰 두부조림(2인분 2만원)과 곤드레나물밥(9000원), 메밀전병(1만원) 등. 곤드레나물을 넣고 뚝배기에 푹 쪄낸 곤드레나물밥은 들기름을 넣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간장 넣고 슥슥 비벼먹으면 반찬 없이도 한 그릇 '뚝딱'. 곁들여 나오는 밑반찬은 시골밥상 그대로다. 10년째 한결 같은 맛의 비결은 변함없는 재료에 있다.
콩이나 나물은 주인 고봉학(47)씨의 고향인 강원도 영월에서 직접 공수해 온다. 곤드레나물은 강원도 인제 점봉산 것만을 고집한다. 두부조림에 들어가는 두부 역시 하루에 2번 뒤뜰 가마솥에서 간수를 넣어 직접 만들어낸다. 하얗게 끓여낸 담백한 맛의 콩비지탕(5000원)이나 뚝배기 청국장도 인기 메뉴다. 여름엔 김치말이국수와 콩국수(7000원)도 잘 나간다. 최근 옆건물에 현대적 감각의 해물한 정식 전문점 '봄봄'까지 확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10시(명절당일 휴무). 문의(02)737-3888
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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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의 푸짐한 한정식 저녁코스 |
대저택 사랑방에 앉아 한 상 근사하게 차려진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미당으로 가보자. 문 연지 11년 된 한정식집으로 인근 황우촌과 더불어 경희궁길 음식점 중 비교적 오래된 곳으로 손꼽힌다. 정₩재계 인사들의 단골집으로도 유명한 만큼 음식 깔끔하다. 9개의 방은 각각 별실로 꾸며져 있어 조용히 식사를 즐기기에 좋다. 상견례 장소나 귀한 손님 대접하기에도 부족함 없다.
메뉴는 오직 한정식 하나. 너른 창 너머 마당이 내다보이는 방 안에 앉아 담당 서버가 내오는 코스별 한정식 요리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푸짐하다. 총 5번 상차림이 바뀌는 저녁코스는 생선회, 우렁이쌈, 삼합, 떡, 잡채, 전, 굴을 시작으로 구절판, 닭찜, 다슬기탕, 북어찜, 킹크랩찜, 장어구이, 대하구이 등 상다리 휘어질 정도로 굵직한 메뉴들을 선보인다.
맛도 빠지지 않는다. 샐러드드레싱에서부터 밑반찬에 이르기까지 오직 천연조미료만을 사용한다. 냉동음식 대신 가급적 제철음식 위주로 메뉴를 구성한다. 요리사들이 전부 전라도 출신이라 전라도 음식이주를 이룬다. 기본 재료는 모두 전라도에서 공수해오며 채소는 양평 직영 농장에서 나는 것만으로 사용한다. 1년에 7번, 제철음식에 따라 메뉴 내용이 바뀐다.
단, 제공되는 메뉴만 보자면 가격(점심코스 3만원, 저녁코스 7만원, 10% 부가세 별도)대비 분명 훌륭한 코스다. 하지만 이 집은 담당 서버가 약 2시간에 걸쳐 코스요리를 서비스해 주는 만큼 계산시 인원수 외에 1인분에 해당하는 비용을 봉사비로 추가해 받고 있다. 인근 한정식 전문점 한마당(02-732-3339)도 이 집 주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영업시간 점심코스 정오~오후 2시, 저녁코스 오후 6시~10시30분(일·공휴일 휴무). 문의 (02)732-8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