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둘이 택시를 몬다. 하나는 개인택시, 하나는 회사택시. 그들과 만나 술한잔 기울일 때 어김없이 빠지지않는 술자리 안주거리가 사회문제로 일컬어지는 택시업계의 여러가지 고질적인 문제들. 입아프게 얘기나눠봤자 솔직히 결론은 없다. 이래이래 변해야된다라는 정당성의 문제는 전반적 시스템의 문제와 그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전체 모두가 옴짝달짝 묶여서 살아가야 하는 예정된 (비참한)운명론의 얘기로 결말맺기 일쑤다.
따라서 매번 변화의 목소리야 높지만 그때마다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는 택시업계의 변하지 않는 환경을 생각할때면 그 환경에서 버텨야하는 개인의 각오만이 홀로 분투할 따름. 우리가 현장에서 직접 만나야 하는 일선의 택시기사의 불친절이 제일 먼저 저주해야할 상대지만 그 택시기사들도 (앞으로 뒤엎어버리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는) 시스템에 묶여 움직일수 밖에 없으니 그 화살을 그들에게 돌리는 것도 별 의미도 없고, 하루 12시간을 차 안에서 갇혀사는 친구들을 생각하면 주말에 모임이 있으면 일찍 자리를 파하고 언능 집에 오거나 왠만큼 버틸 거리면 야심한 시각에 도저히 택지를 못잡으면 집까지 터벅터벅 걸어오는 편이다.
어제 새벽 1시에 벌어진 일. 항상 그런것처럼 일본사람이 왔다. 숙소인 호텔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 택시를 탈라고 호텔 위치를 물어왔다. 지도를 검색해보니 거리는 2km정도에 택시요금은 기본요금정도 나올거라 말해주니 감사하다며 음료수며 과자며 바리바리 사주더니 나갔다. 그러고서 한 30분 지났나. 밖에서 아직도 택시를 못잡고 빌빌대는 그들이 보였다. 딸과 엄마 같았는데 엄마되는 사람은 다리가 불편한지 아까부터 다리절고 있는 것이 약간은 마음에 걸렸다.
30분동안 있어도 가고자 하는 택시가 없더란다. 물론 그들 손에는 호텔 주소와 약도가 그려진 지도가 들려 있었으니 택시기사도 가고자 했다면 능히 데려다 줄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지인으로서 순간적이며 본능적으로 택시기사는 가뜩이나 야심한 시각에 장거리손님을 비롯한 돈 되는 손님이 아니라면, 오바마대통령이나 그 할머니라도 근거리를 뛰는 외국인은 절대 안 태울것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쩔쩔매는 그들에게 인간적인 도리상 무언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모범스런 국민으로 관광한국을 대표한다는 마음..................................은 개뿔이다. 엿바꿔먹어.
미안하다. 알다시피 한국택시들은 야밤에 가까운 거리는 잘 안가는 습성이 있다. 니네들이 좀 이해해줘라. 그렇게 한마디하고 택시를 잡아줄까하고 생각했지만 나도 자리를 비울수는 없는지라 그들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한국사람인 나도 솔직히 이 시각에 택시잡기는 참 힘들다, 피곤할텐데 산책하는 기분으로 슬슬 걸어가라, 걸어서 15분정도 시간이 걸린다라고 얘기해줬다. 다행히도 지도에서 가리키는 호텔까지는 (대로변 기준으로) 직진해서 좌회전 그리고 직진 후 우회전인지라 그닥 어렵진 않았다. 잠깐 낭패한 표정을 지은 그들은 이내 알았다는 듯 다시한번 고맙다라는 말을 건네며 내말 처럼 호텔을 향하여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쳤는지 아니면 원래 불편한지는 모르겠으나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아줌마를 보는게 내심 마음이 아팠다. 뭐 어떻하겠는가. 한국에 왔으니 한국법을 따라야지. 그들이 돌아가서 한국택시 졸라 신발같다라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얘기하는건 나중 일일 것이다.
사실 짐바브웨나 콩고나 파푸아뉴기니등등은 가본적이 없어서 그들 택시는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여지껏 일본가서 기본요금거리 간다고 뺀찌먹은 택시는 없었다고 생각된다. 뭐 그렇다고 한국택시만 졸라 신발같고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택시 옐로캡도 엄청 악명높기로 세계적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한국택시만 악명높다고 뭐라 댈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에 다시한번 요금인상이 예고됐다. 업계관계자와 담당부처에서는 매번 요금인상을 계기로 서비스가 한층 업그레이드되며 기사의 복지가 향상되고 이는 승객들에게 편안한 이용을 가능케할수있다고 개거품을 물고 입에 침도 안바른 개소리를 한다. 일반 승객과 (내 친구들을 포함한)일선의 택시기사들은 그들의 이구동성이 개소리임을 또한 뻔히 안다. 요금인상의 혜택이 전혀 승객과 택시기사들에게 돌아가지도 안을뿐더러, 관광한국을 드높이 외치며 외화벌이에 몰두해서 천문학적인 쌩돈을 관광객유치에 퍼부으면서도 잠재적인 안티코리아를 만드는 이따위 것들은 과연 모든 기술은 러시아 것이며 태극기하나 붙였다고 국산로케트이라고 개소리를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겉만 번드르하고 정작 중요한 인프라쪽에선 안티코리아를 만드는 현행 택시업계. 여러가지 고질적인 문제자체도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둘러대면 별반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정책을 만들고 나아가 집행을 하는 이유는 보다 향상되고 보다 쾌적한 환경으로 인하여 모두가 윈윈할수 있다라는 희망을 만들어 나갈수 있기 때문이다. 뭐 어떤것이든 나와 너와 우리가 아닌, 딴 색휘들의 배만 불려주는 시스템이라면 그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작동케하는 사회는 별 소용없다. 무너질수밖에 없다. 로마가 그랬듯, 조선이 그랬듯. 쪼금씩쪼금씩. 난 그렇게 믿는다. 역사책에 나와있으니.
아무튼 이번 국가고시 시험문제에 관광한국의 문제점을 말하라고 하면 이 경험을 문제삼아 일장연설을 해볼까 다짐하고 있다.
첫댓글 수익분배구조와 서비스마인드가 바뀌지않으면 요금이 올라가도 누구하나 반기는이가 없겠죠? 택시회사간부들 빼고는 말이죠 불친절하고 비싼 택시 누가 좋아할까요?일본택시문화가 익숙해졌거나 일본택시를 타본사람들은 한국택시가 얼마나 불친절한지 느낄꺼라생각듭니다 공항이나 터미널에서 조차도 손님이 짐을 다 실어야하고 짧은거리는 인상팍 쓰고 길 모르는것같으면 돌아가고,,,,
근데 지방은 더 불친절해서 차라리 수도권이 그나마 나은편이구나 라고 절실히 느낍니다
기본요금이나 주행요금이 더 올라도 기사분들이 친절하면 요금이 조금 더나오더라도 기분좋게 내겠지만 서비스마인드는 그대로라면 택시요금도 아깝고 기분도 더럽죠
그러게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