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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장에서 박종성 회장님을 만났습니다. 기타 연주자로 나오셨다는데 정말 반가웠습니다.
인터넷 상에 떠도는 글에 각 나라의 중산층을 비교한 것이 있다. 그 중 프랑스 중산층의 기준은 5-6가지로 열거했는데, 제2외국어 구사 능력과 더불어 자신이 좋아하는 한 가지 이상의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 있다. 물질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우리와 너무 비교되는 것이어서 부럽기까지 했는데, 중산층이 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암튼 나도 악기 하나 멋지게 다루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고, 그래서 최근 50이 넘어 시작한 악기가 대금이다.
춘천에 대금 동호회가 하나 있는데 바로 춘천대금소리사랑동호회다. 우리 회원들 중 누군가 이번 춘1000인 음악회에 신청을 했고, 회원들 일부가 참여하게 되었다. 이 대회가 시작된 지 벌써 몇 년이 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막연하게나마 참여는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회원 누군가가 단체로 신청을 해 주어서 설렘괴 기대를 갖고 참여하게 되었다.
악보는 이미 홈페이지에 미리 올려 놓은 것을 늦게야 6월 중순경 출력을 했고, 곡명도 그때 알았다. 그런데 문제는 국악기인 대금이 서양 음계와 일치하지 않기에 최대한 서양 음계에 맞추어야 하고, 홈페이지에 올린 악보도 3가지나 되어서 어떤 악보로 해야하며, 또 어떤 음으로 시작해야 되는지 그 기준이 되는 음을 알 수 없어 편곡자인 김차성씨를 직접 찾아가기까지 했다. 그런데 양악기도 악기마다 같은 도(do)라고 해도 음정의 높이가 모두 같지 않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그래서 섹소폰도 알토 섹소폰과 테너 섹소폰이 다르고 바이올린과 첼로도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나마 피아노를 기준으로 음을 잡아야 하니 거기에 맞추어 대금의 시작음을 잡고 양악보를 출력하여 다시 음표 밑에 국악음을 일일이 적어 회원들에게 나누어 주는 작업을 했다. 연주할 곡이 무려 열댓 곡은 되어서 이들을 모두 채보하느라 이틀이 걸렸던 것 같다. 그래도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도, 그리고 대금동호회도, 우리 국악기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연주회에 국악기는 우리 대금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물어물하다 연습은 약 3주간밖에 못했는데, 몇곡은 대금으로 불 수 있는 최고음을 내야하는 곳이 있어 불기가 쉽지 않았다. 대금은 어디서나, 심지어 아파트에서도 불 수 있을 만큼 소리가 작은 편이라 연습하는 장소는 별로 문제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대금으로 불기에는 좋은 곡이 아니라 원래 노래가 가진 정조를 잘 표현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리고 대금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아리랑과 강원도 아리랑도 양악기를 중심으로 편곡된 것이라 그 맛을 내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조금은 아쉬웠다. 그러나 1000명이 넘는 악기 소기 속에 대금 4개의 소리는 얼마나 적은 소리였을까를 생각하니 여럿 가운데 나를 드러내기보다는 여럿이 함께 어울린다는 것이 좋은 것이지 거기서 두드러진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사실 이번 연주회에서 짜릿한 감동을 맛본 것은 연습할 때였다. 연주회 당일보다 한 주 전 7월 4일 문화예술회관에서 연습할 때였다. 각 악기별로 몇 명의 대표자들이 모인 첫날 연습에서 지휘자의 소개와 인사, 그리고 진행 전반에 대한 안내가 있을 후 첫곡을 연습할 때였는데, 첫곡으로 만남을 선택했었다. 아마 이곡이 쉽고 전체적인 흐름과 조화를 맞추기 위한 배려였으리라. 대금으로 다른 악기들과 협연을 한다는 생각으로 기대가 컸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 대금 소리가 다른 악기들과 잘 어울리는 것을 느꼈다. 첫 몇 마디를 연주하는 동안 다른 악기들과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는지를 유심히 들으며 연주를 했는데, 모든 악기가 이렇게 하나의 노래를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고, 그 순간이 짜릿한 감동이었다. 전체적으로 빠르기와 분위기를 지휘자의 의도에 따라 연주하며 전체적인 프로그램 안내와 흐름에 대한 해설을 들으며 연습을 잘 마쳤다. 물론 악보가 제각각이어서 잘 준비되지 못한 연습이긴 했지만 연주회 당일에 1시부터 다시 연습한다고 하여 미진한 것은 그때 하기로 하고 연습을 마쳤는데 아무래도 아리랑이 제일 못마땅했다. 대금으로 잘 불어야할 노래가 한 옥타브 낮추어 불어야 하는 등 대금으로 불기에는 적당치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한 주간 열심히 집에서 연습하며 11일 연주회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연주회날이다. 오전에는 학교를 한번 둘러보고 왔는데 마침 그날이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이라 한낮에 호반체육관으로 가는 길은 턱턱 숨이 막힌다. 체육관 앞 현관에서 대금 동호회원들을 만나 함께 등록을 하고 T셔츠를 받아 갈아입고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꽤 많은 연주자들이 각자의 악기를 들고 지정된 곳에 자리를 잡느라 분주하다. 곳곳에 아는 얼굴들이 보인다. 동창들도 몇 명 있고, 각종 모임이나 직장에서 만났던 반가운 얼굴들이 여기 저기 보인다.
무대를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관악기, 왼쪽에는 현악기가 배치되어 있었다. 관악기 파트에는 섹소폰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최근 섹소폰 붐이 일어 많은 사람들이 섹소폰을 즐기는데 그 연주자들을 보니 대부분 50대가 넘은 사람들 같다. 반면에 왼쪽의 현악기 파트는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들이고 바이올린이 많았다.
각자 연습 시간에 연습을 하는데 김차성씨를 만났다. 음이 잘 맞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다행히 그날 가르쳐준 대로 연주를 하니 음정이 다른 악기와 잘 맞아서 연주를 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았다. 다만 너무 높은 고음은 내기 어려워 한 옥타브 낮추어 불러야 하는 곳이 3-4군데 있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이는 아직 대금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크게 괘념치 않기로 했다.
연습 중에 MBC 기자가 다가왔다. 대금이 좀 신기했나? 악기에 대한 질문과 소감을 묻는데 카메라를 들이대니 준비되지 않고 생각지 않은 인터뷰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생각나는 대로 몇 마디 얘기하고 마쳤는데 어수선하고 소란한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되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대금에 대한 홍보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대금을 함께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연주회장에 와보니 이번 연주회의 리더는 윈드 오케스트라였다. 지휘자가 그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연주회를 이끌어 가며 총체적인 지휘를 하고 있었다. 1,000인 음악회라고 하지만 지원자는 1,300명이었다고 하는데, 당일 연주회 자리에는 1,000명이 좀 못 온 것 같았다.
4시 반쯤 경품 추첨을 하고 드디어 5시부터 연주가 시작되었다. 첫곡은 개선행진곡이었는데 대금으로 부르기에도 무난한 곡이었다. 경쾌하고 씩씩하게 잘 연주했다. 관악과 현악이 함께하다 나뉘기도 하는데 색소폰이 100여명이 넘어 전체를 색소폰 소리가 지배하는 듯했다. 그래도 나의 대금 소리를 최대한 들으며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하며 또 지휘자의 의도에 따르려고 지휘자를 자주 보며 열심히 연주했다. 실수 없이 하려고 했는데 무난하게 잘 분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좀 틀려도 드러나지 않는다. 객석까지 대금 소리가 들릴 리도 없고, 심지어 지휘자에게도 대금 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을 것이다. 다만 전체적인 조화만 잘 이루면 되는 연주회인 것을.
두 번째 곡은 사랑으로였는데 높이 올라가는 곳은 대금으로 불기가 여의치 않아 그 부분은 한 옥타브 낮추어 불었다. 독주가 아니기에 그냥 즐기는 마음으로 불었다. 연주자보다 관중이 좀 적은 것이 흠이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악기를 가지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다음은 동요메들리였는데 신나게 연주했다.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도 있고, 동요의 그 순수함을 노래한다는 것 자체도 즐거웠다. 앞으로부터 어린음악대까지 모두 7곡인데 이것을 연습하는 동안 어린음악대의 가사가 자꾸 뇌리에 맴돌았다.
‘~ 우리들은 어린 음악대 동네 안에 제일 가지요.’ ‘~ 구경꾼은 모여드는데 어른들은 하나 없지요.’ 가사가 재미있다. 그런데 기분이 묘하다. 이것을 메들리로 편곡한 김차성씨가 의도적으로 이 곡을 맨 뒤에 넣었나? 우리 끼리 즐거워 부르는 음악회, 춘천시 안에서는 제일 가고, 구경꾼은 별로 없는 음악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을. 그러나 편곡자가 그렇게 생각했건 안 했건 이런 생각 자체도 즐겁다.
세 곡 연주 후 중간에 성악가 민은홍과 오성룡씨가 노래를 하는데 두 사람이 나와서 부르는 노래지만 좌중을 휘어잡는다. 체육관이 쩌렁쩌렁 울린다. 성악가답다. 연주자 1000명뿐만 아니라 관중까지 짜릿한 감동을 맛본다. 내가 연주하는 것도 즐겁지만 또 이렇게 수준 높은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큰 기쁨인가!
다음은 김호란 분이 색소폰 독주를 했다. Hey Jude였는데 이곡은 색소폰 연주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곡 중의 하나란다. 이곡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진짜 실력자란 뜻일텐데 정말 수준급 연주를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더구나 후렴구는 우리도 같이 불었는데 수준 높은 연주에 우리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나도 수준 높은 연주자가 된 듯한 착각에 잠시 빠져 보았다. 현재 내가 태금으로 낼 수 있는 최고음 ‘황(㶂)도 있는데, 잠깐 지나가는 음이라 잘 불 수 있어 굳이 한 옥타브 낮추지 않아도 좋았다. 아마도 색소폰을 부는 사람들이라면 ‘아, 나도 저 정도는 불어야 되지 않을까’하는 도전감을 주기에 충분한 연주였다고 본다.
다음 곡은 ‘내 나이가 어때서’였는데 이곡은 온 국민의 애창곡이 되었다고. 늙은 사람만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각각 자기 나이에 맞게 이곡을 나름대로 해석하여 부른다고 한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늙은이의 한스런 푸념처럼 들리기도 했는데 이젠 익숙해져서인지 지금 내 나이에 맞는 노래란 생각도 든다. 평소 부르던 것보다 한 음 높아 악을 써서 부르는 듯한 느낌은 드는 것은, 내 또한 나이 먹는 것에 대한 거부의 몸부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지막 곡은 강원도 아리랑, 아리랑이었는데 오늘의 하이라이트란다. 강원도 아리랑이 끝나고 아리랑이 이어지는 중간에 사물놀이 애드립이 있었다. 젊고 힘 있는 청년들 십여 명이 힘차게 북을 두드린다. 박력 있는 북소리에 절로 힘이 난다. 북을 치는 연주자들의 손놀림의 현란함도 현란함이지만 힘찬 근육이 오히려 눈길을 끈다. 7-8분 가까이 힘찬 북을 치다 다시 아리랑을 연주하는데 산꼭대기에 올랐다 이제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감정을 경험케 한다. 절정에서 하강하는 감정의 정리가 아리랑 곡조와 함께 잔잔히 이어진다. 아리랑의 곡조가 몇 번의 변주를 통해 마지막에는 다시 높아지는데 대금으로도 연주가 쉽지 않다. 편곡자의 의도대로 감정을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 피날레는 아리랑으로 잘 끝을 맺었다.
사회자가 나와 정리 멘트를 한 다음 다시 청하지도 않은 앵콜, 아니 은근히 청한 앵콜곡으로 만남, 소양강 처녀를 연주했는데 관중들에게 노래로 따라하도록 유도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1시간 남짓 진한 여운을 주며 감동적인 연주가 끝이 났다. 1000명이 내는 소리에 내 소리는 1000분의 1만큼 기여했을까? 그러나 내가 느낀 감동과 보람은 결코 1000분의 1이 아니고 1000 그 자체였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으로 좋은 기회를 베풀어 준 춘천시음악협회와 각종 후원단체에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이 행사가 계속된다면 주위에 널리 알려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연주자로, 그렇지 않은 사람은 관중으로라도 초청하여 함께 즐기고 싶다. 정말 내년이 기다려진다.
첫댓글 축하 드립니다. 좋은 공연 하셨네요.. 늘 멋진 모습이세요.. 저도 악기를 하나 배워할텐데.. 그래야 중산층에 턱걸이라도..ㅋㅋ 바쁘다는 것 보다는 게으름이 문제겠죠??
아하,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날 반가웠어요
저는 부족한 실력으로 1,000인의 물결을 타고 흘러 흘러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