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월성동->북부정류장(9:20am)->태백(2:45pm)->예수원. 8시경 집을 나서니 초가을비가 처적처적 내린다. 출근길이라 앱으로도, 길거리에서도, 택시를 잡을 수가 없어, 일단 버스를 탔다. 중간쯤 내려 연결버스를 기다리는데 12분 뒤에 온단다. 버스든 택시든 먼저 오는 것을 타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버스오기 직전에 용케 택시를 잡을 수가 있었다. 행선지를 말하니 택시기사가 시큰둥하다. 만원넘는 먼거리 손님을 기대했던 것일까? 비오는 출근길이라 교통체증이 심하다. 운전하던 기사가 뒤를 힐끗 보며, 어디 가느냐고 묻는다. 강원도 간다고 했더니 뭐하러 가느냐고 캐묻는다. 요사이도 콜택시를 부를수 있는지, 서로 동문서답 하다가... 도 닦는 이야기를 조금 끄집어 내었더니, "씨바, 묵고 살기도 힘든데 도는 무슨...". 맞는 말씀이라고 맛장구를 쳐가며 오는데, 내 속을 가만히 보니, 화가 있음을 알수 있다. 하지만 나도 쌍시옷 섞어가며 좀 뱉고나니 후련한 면도 있다. 비도 오고 그리 번잡아 보이지도 않는 주차장 안으로 들어갔으면 좋으련만, 바깥의 큰길에 내려주면서 걸어들어가라고 한다. 나온 요금보다 천원을 더 주었다. 터미날안으로 들어가 표를 사니 약25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허름한 정류소 건물을 한바퀴 돌작정으로 반대편 문으로 갔는데 8순할매가 시내버스 어디서 타느냐고 주변사람들에게 묻고있다. 모두 건성으로나 나무라듯이만 대답해쌌는데, 가까이 가서 내가 도와드릴일은 없는지 살피는중 할머니는 다른 출구로 나가신다. 내가 가서 자식에게 줄 양인듯한 곡식자루를 들어드리며 따라 오시라고 하고 우산을 꺼내 바쳐드렸다. 물으니 교통카드는 있으시단다. 자주 대구를 오가시는 모양인데, 세상이 자꾸 달라지고 연세가 있으셔서 햇갈리셨나 보다. 매일 어머니를 보고 있는 내 상황이 오버랩 된다.
버스가 세시간을 넘게 달려 고한이라는데를 경유했는데, 차안에 탄 열댓명의 손님이 몽땅 다 내리삐는게 아닌가? 둘러보니 나혼자 밖에 없어 깜짝놀라 기사양반에게 태백 가는차 맞느나고 물으니 맞다고 하는데, 왜 사람들이 이 작은도시에 다 내리느냐고 물으니, 카지노 손님이란다. 자리를 운전석 가까이로 옮겨 말을 들어보니, 이곳이 그 유명한 폐광을 개발해서 카지노로 만든 정선이라는 곳이란다. 남은 30분을, 큰 버스를 나혼자 대절한듯, 기사양반과 얘기하며 오는데, 입담이있는 양반이다. 카지노에 몇백은 예사고 몇억 잃은 사람들도 많이 보았단다. 어떤 놈팽이는 버스비가 없어서 버스 계단에서 무릎을 꿇고 태워달라고 빌기도 했단다. 대구가서 버스비를 부쳐준다고 해서 태워주었더니, 깜깜 무소식이었는데, 어느날 또 버스를 타더라는 것이었다. 양심은 있었던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외면을 하더란다. 돈잃고 술이 곤드래가 되어 타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승객의 안전을 위해 경찰에 연락하여 강제 하차를 시킨단다. 우째 대구서 태백가는 고속-그것도 우등이 매시간마다 있어서, 그렇게 왕래가 많은가 했는데... 태백에 내리니 시간이 두시간 정도 남았다. 미리 예수원가는 차 타는 곳을 알아보고 있는데, 웬 서양 젊은이 하나가 큰 가방을 앞에 놓고 터미널에서 프린트물을 열심히 조사하며 서있어서, 언듯 보아도 헤매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수 있었는데, 내 차 타는데를 확인해 놓으며 한바퀴를 다 돌아왔는데도 매표입구를 서성이는 모습이다. 무슨 도움이 필요한가 했는데, 그친구 창구로 가서 부산가는 차값이 얼마인지 영어로 물으니, 직원이 엉뚱한 대답을 해서 내가 도와주었다. 내친김에, 무슨일로 왔는지, 내가 도와줄일은 없는지 물으니, 아니나 다를까 AirBnB로 예약한 집에를 못 찾고 있단다. 폰을 보니 예약된 집 주소와 집주인이 알려준 위치가 다르고 버스를 타고 오라는데 어디서 어떻게 타는지, 택시를 타도 돈이 좀 될수도 있는 것 같이 보인단다. 내가 집주인하고 통화해봐 줄까하고 물으니, 좀 생각하더니, 자기는 다음 행선지인 부산으로 가는게 나을 것 같단다. 여기온 목적은 특별히 있는가고 물으니, 원주와서 치악산 등반하고, 강릉과 삼척 거쳐 왔는데, 여기는 그냥 들렀고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했다. 마침 부산에 예약한 집에서 오늘도 잘 방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면서 부산으로 가겠단다. 부산행이 오후3시라, 나랑 비슷한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태백 거리도 둘러보고 점심도 같이 먹자고 제안했더니 그러자고 한다. 이친구는 이스라엘에서 온친구인데, 군복무마치고 대학에 복학하는중 방학을 이용해 여행왔단다. 터미날을 나오니 태백시가지가 구름낀 뒷산을 배경으로 예쁘다고 사진을 찍는다. 태백기차역을 둘러보고 점심먹을 만한 곳을 살피는데, 이친구는 채식주의를 너머서 Vegan(절대채식주이자)란다. 여기서 비건음식을 먹기가 불가능한데... 고기만 건져내고 먹으면 안되겠냐고 물으니까, 해 보겠다고 한다. 한 짬뽕집에 들러 요리를 다 한 후에라도 고기 다빼고 해 줄수 있느냐니까, 못한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가 고기 다 건져내고 먹겠다고 해도 할머니가 깐깐하게 고개를 흔든다. 개업한지 얼마안되어 보이는 김밥식당이 있어. 들어가 채식주의자가 먹을만한게 있는지 물으니까, 계란 없는 비빔밥 먹으면 된다고 해서, 길건너 있는 Tom을 오라고 손짓해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이친구 전공이 정치학이란다. 이렇게 여행하는 것이 참 좋은 경험을 쌓는것이라 대견하다고 해 주고, 세상의 모든 분야를 깊이있게 이해핳수록 더 훌륭한 정치가가 될 것이라고 해 주었다. 잘 음미하는 둣 했다. 2시반에 내 버스르 타면서 좋은 여행되기를 바란다고 하며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