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섬기기가 한국인과 한국말 죽인다 |
|
잘못된 교육정책... ‘기러기 아빠’, ‘가짜학위 외국인 강사’ 판쳐 |
|
이대로 논설위원
|
|
20일자 한겨레신문에 " 50대 기러기 아빠가 단칸방에 혼자 살다가 숨진 지 5일 만에 발견되었다."라는 기사가 있었다. 또 뉴질랜드의 오클랜드로 아들딸에게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혼자 간 엄마(오과부)가 엇나간 사랑을 해서 말썽이 되고 있다는 기사와, "가짜 학위 영어강사가 판친다."는 기사가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모두 잘못된 우리 교육정책과 환경에서 나온 부끄러운 일들이었다.
그런데 21일자 신문에 교육인적자원부가 경제특구에 있는 중, 고교에서 영어로 수업을 하는 영어 공용어화 계획을 발표했다는 기사를 보니 아침부터 내 입에서 거친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한국말과 한국을 죽이려고 작정한 자들이 판치고 있으니 ..."라는 말과 함께 한숨이 나온다.
깨끗하고 바른 제 나랏말로 국어 교과서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교육정책 공무원과 정부가, 학생들에게 국어 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 정부가, 지나친 영어 섬기기로 국민이 영어 열병에 시달리게 하는 정부가, 멀쩡한 젊은 엄마 아빠를 '오과부', '기러기 아빠'로 만들어 외로움에 몸부림치다 죽게 하는 정부가, 한국말을 외국말에 죽게 만드는 정부가, 그 영어 섬기기 열병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지나친 영어 섬기기로 교육이 멍들고, 우리말이 더럽혀지고, 우리 얼이 빠져서 나라가 흔들려 쓰러지니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들어 겨레말과 겨레 얼을 살려 나라를 다시 일으키는 계기로 만들자고 많은 국민이 호소해도 듣지 않는 정부가 한국말과 한국인 교육을 망칠 정책만 자꾸 내놓고 있다. 국제화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며,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며 김영삼 정부가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영어 조기교육을 시행했고, 김대중 정부 또한 설익은 영어 공용어 정책을 내세웠다. 언 듯 보기에 그럴듯한 말이다.
그런데 그게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게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뿌리가 튼튼하지 않은 나랏말을 병들게 하고, 큰 나라 섬기는 사대근성, 식민지 근성을 되살렸다. 지나친 영어 교육열로 학원비, 해외 영어 연수비 등 사교육비를 더 들게 만들었다. 학교 교육, 공교육을 더 엇나가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 노무현 정부는 특별한 몇 사람과 외국인을 위해 특구를 만들고 영어를 공용어로 하겠다고 한다.
도대체 교육부 장관과 영어 선생들은 무엇 하기에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영어 교육에 수백 억 원을 들여서 '영어 마을'을 만들어 영어 교육에 나선단 말인가? 무엇 때문에 집집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영어 학원과 영어 연수에 돈을 바쳐야 한단 말인가? 중, 고등학교와 대학에선 무엇을 가르치고 얼마나 못 가르쳐서 학원으로 외국으로 애들을 내몬단 말인가? 누가 멀쩡한 아빠를 홀아비로 만들고, 엄마는 생과부나 술집 접대부로 만든단 말인가? 왜 외국인과 대기업과 일부 국민만 혜택을 받는 영어 특구와 영어 마을을 만들어 그에 들어가지 못하는 더 많은 국민을 섭섭하게 만든단 말인가? 이 모두 누구를 위해 누가 하는 짓거리들인가?
정부와 외국인, 대기업, 일류대학, 그리고 언론재벌이 한 통이 되어 특수층을 위해 하는 일들이다. 저들이 기러기 아빠를 죽게 했고, 오과부가 외로움에 몸부림치다 엇나가게 만들었고, 가짜학위 영어 강사가 판치게 만들었고, 애들이 학원과 사교육에 시달리게 만들었고, 한국말을 병들게 만들었고, 한국 얼을 시들게 만들었다. 정부는 대통령, 장관, 공무원들이 있는 곳이다. 대기업과 언론재벌, 일류대학은 돈 많고 많이 배운 특수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저들은 온 국민과 나라를 위한답시고 특수층과 일부 국민, 외국인만 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영어를 배워야 하고 잘하면 좋다. 학생들이 영어를 잘 하려면 중,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의 질을 높이고 교육 환경을 먼저 개선하여 중, 고교 영어 교육을 잘하면 된다. 그래야 모든 학생이 골고루 영어를 잘 할 수 있다.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를 공용어로 해도 온 국민이 아무 불편이 없고 힘들지 않고 부작용이 없다면 해도 좋다. 그런데 그런 준비와 환경도 안 되었고,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외교나 통상 협상을 하는 공무원이나 회사 상사원이나 영어를 제대로 하라. 모든 학생에게 영어에 능통하는 걸 강요하지 말라. 자격 없는 외국인 강사들을 데려다 황제 대접을 하지 말고 외교 협상이나 무역 상담이나 제대로 하라. 사회와 수학, 과학까지 영어로 가르친다니 딱하다.
온 국민이 영어를 잘 해서 나쁠 게 없지만 다 잘할 필요가 없다. 지금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넘친다. 국어를 제대로 못하고, 과학과 기술공부, 직업훈련을 제대로 받은 사람이 적은 게 더 큰 문제다. 영어를 공용어로 한다고 잘 사는 게 아니다.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필리핀, 인도, 파키스탄을 봐라. 어제 필리핀에서 온 불법 노동자가 불에 타 죽었는데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한다. 영어 잘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너무 불쌍하고 가슴 아프다. 제발 영어 강박감과 환상에서 벗어나자.
미국의 한 주가 되고 싶거나 미국 거리의 영어 잘하는 거지꼴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영어를 잘해야 할 사람들이나 제대로 잘 하게 하라.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회사 사장, 교수, 언론인이 되려는 사람 들, 외국인을 많이 만나고, 외국 책을 많이 봐야 할 사람이나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국민들을 잘 살게 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일반인은 중, 고교 영어 시간만 제대로 가르치고 그들이 생활하는 데 아무 불편 없게 해주기 바란다. 영어 공부에 드는 시간과 돈을 과학기술 공부와 훈련에 보탰으면 좋겠다. 우리가 영어에 바치는 예산과 노력, 시간을 줄이고 외국인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는 데 나누어 쓰면 좋겠다. 지금은 동남아에 불고 있는 한류와 한국말 교육 바람을 더 부채질하는 데 힘을 쓸 때이다.
이대로 참말로 논설위원은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1967년 동국대 국어운동학생회 창립 초대 회장 1990년 한말글사랑겨레모임 공동대표 1994년 민족문제연구소 후원회 조직위윈장 1997년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2000년 한글세계화추진본부 상임이사(현) 2004년 한글날국경일 제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사무총장 2005년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 사무총장
|
|
|
|
2005/10/21 [12:26] ⓒ참말로 | |
첫댓글 영어를 몰라도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정작 필요한 이는 그 관련업무 종사자 몇명일 뿐입니다. 한데 온 백성들이 영어를 능란하게 하라 함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일어를 국어라 하였던 것과 무엇이 다른지 정말 혼이 나간 자들의 소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