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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간 2008년 3월 20일~ 3월 22일 / 독서번호 914
임영신 지음 / 소나무 펴냄 (2006)
나 이제 내가 되었네
여러 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네
나는 이리 저리 흔들리고 녹아 없어져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네
나 이제 내가 되었네
- 메이샤튼
- 16p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늘 여자와 아이들입니다. 1991년 걸프전 이후 경제봉쇄로 여성들은 영양결핍과 빈혈에 시달리고 이라크 아이들의 25%가 2.5kg 미만의 저체중아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도 달마다 5~6천 명씩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수십만 명의 아이들이 간단한 약이 없어 죽어갔고, 걸프전 폭격의 결과로 암과 백혈병, 기형으로 무거운 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교육은 이미 파괴되었고, 그들의 삶은 미래마저 빼앗아가려는 전쟁의 전야에 있습니다.
만나는 이들마다 제게 아이들은 어떻게 하고 그곳에 가느냐고 묻습니다. 저는 어쩌면 제 아이들을 위해 그곳에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평화를 어떻게 지키는지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그 아이들 또한 평화로운 땅에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 것입니다. - 26p
“티그리스가 참 아름답지요? 이 땅과 강은 이렇게 평화롭고 고요하지만 저 하늘은 그렇지 않아요. 하늘을 한 번 보세요. 저기 밝은 별이 보이나요? 저건 별이 아니에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을 감시하고 있는 미군의 정찰위성이에요.” - 35p
샬람, 샬람…앗살라 말라이쿰….
평화를, 평화를…부디 당신에게 평화를….
- 41p
“바스라에 처음 도착해서 왜 이 사람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느냐고 물었지요? 비행기를 타고 오며 봤나요? 이 도시 바깥에는 아무 것도 없어요. 이곳을 벗어나면 바로 광야에요. 사람들은 떠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떠날 곳이 없는 거예요. 여기서 살아내야 하는 거예요. 아니 그냥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여기가 고향이니까, 이라크 사람이니까….”
- 44p
“다시 전쟁이 온다 해도, 폭탄이 쏟아진다 해도 이 강가에 와서 물을 끓이고 차를 마실 거예요. 전쟁이 우리들의 일상을 바꾸어 놓을 수 없다는 걸 그들이 볼 수 있도록. 우리가 전쟁보다 강한 일상을 가졌다는 걸 볼 수 있도록.”
그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를 뒤로 하고 돌아오며 생각합니다. 전쟁은 죽은 이와 죽인 자의 피로 물들며 저 강물과 함께 지나갈 것이며 저 핏물이 지나간 강둑에서 그는 한 잔의 차를 끓이고, 그의 아내는 밥을 짓고, 그의 아이들은 뛰어 놀 것이라는. 역사는 흐르는 강물이 아니라 그 강변에 집을 짓고 일상을 살아가는 자의 것이라는 한 역사학자의 말을 기억해 봅니다. - 49p
그가 아무리 떠나라고 하여도 죽인다 하여도, 그 땅을 그 집을 떠날 수 없는 2천 4백만 내 이라크 어머니들, 아버지들, 내 아이들…. 물러설 곳도 나아갈 곳도 없는 그들을 두고 국경을 넘으며 버스는 밤새도록 흐느낍니다.
1천 킬로미터 그 먼 길, 바그다드를 떠나며.
- 63p
CNN의 뉴스 속에서는, 우리가 만났고 우리가 떠나왔던 그 이라크 사람들을 결코 만날 수가 없습니다. 단지 그들이 말하고 싶어 하는 것, 이라크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도망치고 내전을 일으키며 혼란에 빠져들기를 원하는 그들의 의도된 뉴스만을 들을 뿐입니다.
그들의 뉴스 속에는 ‘사람들’이 아니라 ‘전쟁’만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이라크에 관한 뉴스를 듣고 있는 지금, 우리는 뉴스가 아니라 그들을, 그들의 삶을 만나고 싶습니다. 저 국경 너머 그들이 이 전쟁을 어떻게 겪어내고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이 아침도 심장에 손을 얹고 ‘샬람’하며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있을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입니다.
- 65p
제3국을 위한 난민촌을 뒤로 하고 이라크 난민을 위해 설치되었다는 UNHCR의 캠프를 찾았습니다. 그곳에 있는 것은 난민이 아니라 텅 빈 텐트들, 그리고 거센 사막의 바람 소리뿐입니다. 커다란 본부 텐트를 찾아 들어서니 요르단인 대표가 저희를 맞아줍니다. 40여 명 정도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그곳에서 난민을 기다리고 있고, 유니세프에서 보내준 의약품들이 텐트 안에 그득히 쌓여 있습니다.
벌써 559명의 난민이 그곳을 머물다 갔다는 제3국 난민 캠프와는 달리 이곳 캠프에는 이라크 난민이 단 한 사람도 온 적이 없다고 합니다. 왜 이라크의 난민들이 오지 않냐고 묻는 내게 그가 말합니다.
“당신이라면 그 집과 고향을 떠나 이 사막의 텐트에 오고 싶겠어요? 여기서 우리가 보는 것은 전쟁을 피해 도망 나오는 난민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이라크로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전쟁을 맞이하기 위해 돌아가는 이라크인들 뿐이에요.”
그랬습니다. 지난 일주일 간 요르단을 통해 5천여 명의 이라크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폭격 속의 조국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지난 월요일에는 무려 백 대의 차가 이라크를 향해 떠났다고 합니다. 집중 폭격이 시작되었을 그 월요일, 이라크 사람들은 그 폭격 속의 가족을 향해 더욱더 먼 길을 떠난 것입니다. - 73p
도심지가 가까워질수록 교전을 했었던 듯 수많은 이라크 장갑차들이, 무기들이 길가에 널부러져 있습니다. 아부 그레이브를 지나 바그다드에 다다르자 도시 곳곳에는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폭격으로 폭파된 통신부, 외교통상부, 방송국, 대통령궁…. 그런데 수많은 교전의 흔적,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 믿기지 않을 만큼 깨끗하고 말끔한 건물이 있습니다. 석유부의 건물입니다.
치안이 유지되지 않아 병원조차 열지 못해 수많은 사람들과 집과 거리에서 죽어갔지만 병원조차 지켜주지 않았던 미군. 박물관도, 전기시설도, 심지어 고아원마저 폭격하면서도 그들이 그토록 안전하게 지켜온 석유부를 지나며 이라크 기사는 말합니다.
“석유가 축복인지, 재앙인지 모르겠어요.” - 79p
그 마당 한켠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땅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주저앉아 손으로 흙더미를 파헤치다 순간 무언가를 찾은 듯이 손은 더 다급하게 움직입니다. 그리곤 두 손으로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립니다. 그가 들어 올린 것은 흙먼지로 뒤덮인 한 아이의 얼굴….이미 부패하기 시작하는 아이를 파헤쳐서라도 자신의 아이를 찾아야 하는 어머니의 심정이란…. 통곡조차 하지 못한 채 아이의 시체를 찾을 때까지 누구인지도 모를 시체를 만지고 확인해야 하는 부모들의 소리 없는 오열이 마당을 흐르고 또 흐릅니다.
다시 땅을 파고 형상마저 사라져가는, 거인처럼 부풀어버린 시체들을 묻는 이시칸 병원의 마당. 그 마당 곁의 건물에서는 총과 폭탄에 다치거나 다를 잃고 팔을 잃은 어린아이들이 이 마당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매일 실려 오는 저 시체를, 잘린 다리를 가방에 들고 들어서는 사람을, 총에 맞아 온몸이 피범벅이 된 채 들어서는 소녀를, 머리가 깨져 뇌가 흘러나오는 참혹한 모습을, 아동 병원의 마당에 부려지는 이 참혹한 죽음들을, 전쟁의 결과들을….
그 한켠에서 엄마의 젖을 먹고, 피를 수혈받아야 하는 어리고 어린 생명들에게 이것이 전쟁이라고, 이것이 너희들이 다만 이라크에 태어났기 때문에 감당해야 할 생의 첫 기억이라고 어찌 말해야 할까요…. - 92~93p
베트남전 당시 미군은 최소한 아이들을 죽이지 않았어요. 미군이 아이와 여자를 보호하고 지나가면 한국군은 여자들을 강간하고 살해하고 아이들을 우물에 빠뜨려 생매장을 시키며 지나갔지요. 그들이 자라나 베트콩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그 씨를 말려야 한다며 보이는 모든 아이들을 그렇게 죽여 갔습니다. - 126p
전쟁을 위해 일한다면 전쟁이 여러분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평화를 위해 일한다면 평화가 여러분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자신들의 미래는 자신들의 손으로 지금 선택해야 합니다. - 127p
아이들을 벌거벗은 채 뛰어놀고, 여인들은 길에 누워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습니다. 담장 위에 있는 벌거벗은 여자아이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 카메라를 드는데 곁에 있던 한 할머니가 사래질을 하며 고함을 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화를 내며 돌을 집어 던지기까지 하십니다.
그 아이가 할머니의 손녀딸이었던 모양입니다. 가난한 인도의 한 풍경으로 바라보았던 그 아이가 할머니에게 누구보다 귀한 존재라는 것을 할머니가 던지시는 아픈 돌 속에 깨닫습니다. - 141p
타밀타이거의 병사들은 지금도 동북부의 어느 숲에서 총을 들고 군사훈련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싱할라 사람들이 테러리스트라 부르는 타밀타이거 속에는 타밀의 여인들이, 타밀의 아이들이,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는 아름다운 여자와 청년들이 이 고통과 아픔의 역사 속에서 저마다의 생을 밀어가고 있습니다. 타밀의 원수인 싱할라의 군인들이 그렇듯 잘린 다리로 재활병원에서 잃어버린 생을 살아가고 있듯이. - 148p
내가 죽어가는 아이 앞에서 카메라 대신 눈물을 흘린다면 나는 저널리스트로서의 내 길을 포기해야 해요. 한 조각 빵으로 내 양심을 달래는 대신 스스로에게 잔인할 만큼 차갑게 카메라를 죽음 위에 들이대면서 진실을 길어 올리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여기에 서서 저 총구 앞에, 저 죽음 앞에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으면 얻을 수도 알릴 수도 없는 이 참혹한 현실을 담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 152p
평화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
평화가 길입니다.
- A. J. 머스트 -
- 156p
한국과 일본에선 90%의 과학자들이 무기회사를 위해 일하고 있어요. 90%의 지식인들이 이익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일에 참여하고 있어요. 이 시스템으로는 평화로 갈 수가 없습니다. 평화는 눈에 보이는 그런 이익을 만들 수는 없지요. 때문에 사람들은 이익을 위해 전쟁을 택합니다. 전쟁은 구조적 폭력으로부터 옵니다. - 165~166p
하루에도 몇 건씩 사건과 사고들이 터져 나오는 바그다드, 그 하루 이틀 뒤면 미군은 바트장 잔당이나 후세인의 세력들을 체포했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10시 Conference Palace에서는 미군 언론 담당자가 어제 하루 몇 명의 미군이 죽거나 다쳤는지, 혹은 몇 명의 범인이 잡혔는지 보도 자료를 외신에 제공합니다. 그러나 바그다드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은 그 사건들의 행간, 10여 명의 범죄자를 체포하기 위해 100여 명 이상의 이라크인들을 영장도 없이 검거하고 있는 의도된 침묵, 그들이 말하지 않는 점령의 그늘이었습니다. - 194p
제가 이라크에서 보아야 하는 것은 이렇듯 말할 수 없는, 혹은 말하지 못하도록 학살당하는 분노와 슬픔의 기억이었습니다. 그 기억에 대한 귀 기울임, 고통의 나눔 없이 우리는 평화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 201p
위험이요? 위험하죠. 하지만 군인들도 위험하잖아요. 전쟁을 위해서는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이상하게 평화를 위해서 일한다면 그 위험한 일을 왜 하냐고 해요. 참 이상하죠? 전쟁을 위해 죽는 것 보다는 평화를 위해 살다가 죽은 게 더 멋지지 않나요? - 203p
우는 것으로 평화가 오진 않아요. 그러나 타인의 고통에 울 수 있을 때, 평화는 시작돼요.
- 208p
언론인들이 방탄차량에 방탄조끼에 헬멧까지 쓰고 땅 한 번 디디지 않으며 안전한 곳을 골라 다닐때, 그들은 방탄조끼 대신 그들의 평화 티셔츠를 입고, 빨간 모자를 쓰고, 걸어서 이라크 사람들의 집에, 학교에, 시장에 가 그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아이들을 돌볼 뿐이었습니다. - 208~209p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정직하게 묻는 것이라고.
‘정직한 물음, 정직한 대답’
- 227p
깊은 사색, 땀 흘리는 노동을 하다가도 밤이면 삶의 고민으로 흐느끼기도 하는 이 아름다운 청년들. 그들이 긴 생에서 이렇게 머물 곳이 있다는 것이, 그들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 세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을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다행한 일인가요, - 229p
“우리가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은 기도이며 가장 깊은 행동은 경청입니다.” - 234p
“공동체의 가장 큰 유혹은 ‘우리’를 세워가는 것입니다.”
- 236p
너희에게 평화를 두고 가며, 내 평화를 너희에게 주노라.
- 요한복음 14:27
- 239p
이상하지요, 이라크에서도 요르단에서도 길 한 번 잃은 적 없이 온갖 곳을 드나들며 많은 이들을 만났건만, 모든 교통통신 수단이 발달된 유럽에서 저는 이토록 자주 길을 잃고, 곤경에 처하며 헤매고 있으니 말입니다. - 245p
프랑스 소비자 운동 단체들은 ‘소비는 투표다’라는 슬로건 아래 그들의 삶을 지배하는 다국적 기업의 제품에 배인 제3세계 노동자들의 고혈 대신, 깨끗하고 정직하게 만들어진 공정 무역 상품들을 사용하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 247p
무언가 자신의 생을 지속하게 하면서도 세상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서.
…
그러나 아직 전체 무역량의 1%도 안 될 정도로 공정무역의 불씨는 작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을 해도 가난의 굴레를 헤어나올 수 없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지구 위에 살아가는 이웃의 삶을 염려하는 마음이 공정무역의 씨앗입니다. 세상의 변화란 그런 마음이 쌓여야만 이루어지는 것 아닐까요. - 249p
여행은 이렇듯 뜻밖에 깊은 만남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그래요. 여행은 이렇듯 계획하지 않은 만남이 있어 아름다운 것 아닐까요.
…
결국, 그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그 도시가 지닌 건물들이 아니라 거기에 깃든 사람들,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결일 테니까요. -252p
북한을 평화의 마음으로 안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합니다. 독일의 흡수통일 과정에서 독일 전문직 여성 80%가 공적 탁아 시스템의 붕괴로 직업을 잃고 실업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세계화와 자본주의기 함께 밀려오며 동독이 서독의 내재적 식민지가 되어버린 냉엄한 현실에 대해 듣습니다. 북한 정부의 반대로 북측 여성들을 초청하지 못해 끝내 중국교포들을 초청하는 것으로 대신해야 했던 우리들의 오래고 깊은 단절에 대해 듣습니다.
그 단절을 넘어서 만들어 갈 수 있는 평화의 길에 대해 서로에게 묻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던 반제 포럼에서의 날들. 냉면 한 그릇 먹으러 베를린의 북 대사관에 오가던 유학생들을 줄줄이 체포했던 동백림 사건부터 지난 해 송두율 교수 체포 사건까지. 조국이 안겨준 것은 외면과 냉대, 심지어 체포와 구금의 기억일 뿐이건만 이들의 삶 속에서, 저는 오히려 그분들 가슴 속에 와 있는 통일을 보았습니다. - 255p
43킬로미터의 베를린 장벽이 관통하던 도시 베를린에는 베를린 장벽을 넘다가 군인들에 의해 사살된 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담은 하얀 십자가들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
어디에도 희망만 있거나 절망만 있는 곳은 존재하지 않겠지요. 이렇게 희망과 절망은 공존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가 봅니다. - 257p
“히틀러는 광인이 아니었습니다. 음악과 미술을 사랑했고, 채식주의자였으며, 검소하게 살았던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나치에 동조하고 협력했던 독일 사람들 또한 당신과 나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히틀러가 유태인들을 배제했듯이 당신이 히틀러와 나치의 행동을 ‘그들만의 광기’였다고 기억한다면 그것은 당신 안의 나치즘을, 당신 안의 배타주의를 그들에게 떠넘기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라고. - 259~260p
수백 명의 죽음은 수만 명의 죽음이라는 열매를 낳는 산술을 우린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 증오의 덫에 걸려든 사람들은 누군가에 의해 시작된 전쟁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 모두가 죽을 때까지 죽고 죽이는 일을 계속 하게 되는 것이 전쟁의 끝이라는 것도….
그 깨달음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평화지대 선언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우리가 지금 전쟁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가 서로를 죽이게 될 거예요.
- 264p
우리가 그 전쟁으로 잃은 가장 큰 것이 있다면 그것은 ‘관계’였습니다. 전쟁 전에는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은 물론 결혼을 하기도 했던 가톨릭과 무슬림 주민들이, 세 번의 전쟁을 겪으며 깊이 갈라지고 분열되어 서로를 증오하게 되었으니까요.
…
“관계 맺는 것은 저항한다는 것이다.”
- 266~267p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가네
베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 2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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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근래 읽은 책 중 최고의 책이다. 읽는 내내 울컥거리는 마음을 달래느라 혼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