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모봉, 태을봉 넘어 천주교 성지로
1. 일자: 2021. 12. 4(토)
2. 장소: 수리산
3. 행로와 시간
[성문고(07:47) ~ 관모봉(08:28) ~ 태을봉(08:50) ~ 수리산성지 갈림(09:26) / 잣나무숲(09:47) ~ 최경환 성지(10:08) ~ 병목안(10:36) / 7.34km]
수리산에 왔다. 바위 전망대 위에 서니 남동쪽으로 일출의 여운이 감지된다. 걸음이 빨라진다. 관모봉에서 바라보는 아침 풍경은 막힐 게 없다. 멀리 저녁에 모임이 있는 잠실의 모습도 선명하다. 산이 섬이 되어 지평선 위를 흐른다. 망설이다 집을 나서길 잘했다.
태을봉에 올라 전망대를 찾는다. 의왕 왕송호수 뒤로 빛내림이 목격되고 가야 할 수리봉이 우뚝 서 있다. 날은 흐리지만 대기가 청명해 멀리까지 목격된다.
걱정했던 병풍바위 구간에는 계단 우회로가 생겼다. 거친 바위를 돌아든다. 다시 긴 계단을 내려선다. 수암봉이 보인다. 산 능선에는 겨울의 흔적들이 하나 둘 등장한다. 깊게 낙엽으로 덮인 길을 걷는다. 벌써 12월이니 세월은 참 빠르다.
갈림에 선다. 최경환 성지라는 이정에 이끌려 길을 튼다. 수리산 둘레길이 길게 이어진다. 여기는 어디, 낯선 길에 호기심이 돋는다. 잣나물 숲이 넓게 이어진다. 그 상승감이 시원하다.
산길은 끝이 나고 도로가 나타난다. 버스가 다니는 병목안까지는 꽤 멀다. 택시를 부른다. 오지 않는다. 무작정 걷는다. 계곡을 따라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아주 오래 전 이곳으로 하산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병목안으로 가는 길이 길게 느껴졌었는데….
최경환 성지를 둘러본다. 십자가를 멘 예수님이 성모 마리아를 만나는 모습이 새겨진 조각 앞에 선다. 한참을 바라본다. 믿음이라는 건 멀리 있지만 부재는 아니다.
병목안에서 집에 가는 버스에 오른다. 겨울 햇살이 따스하게 길에 내려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