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제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보고
스타워즈 시리즈 7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봤다. 입소문을 타고 스타워즈 드림을 일구는 듯하다. 스타워즈 마켓팅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하다. 벼룬 것도 아닌데, 시간이 나서 빈 시간에 할 걸 생각하다보니 떠오른 게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거였다. 잘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만에 제대로 된 블럭버스트 영화, 비주얼로도 볼 게 많고, 메시지도 풍부하고 아우라가 장난이 아닌 영화를 만난 기쁨이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하는 메시지가 느껴져서 좋았다. <매트릭스2 리로디드>를 볼 때 이랬던 느낌이다. 이 영화는 각성제이다. 이 영화가 주는 각성효과가 대단한 것 같다. 그 각성효과가 무엇인지 내가 느낀 바를 세 가지 정도로 짧게 나눌까 한다.
첫번째로는 스타워즈에 대한 추억을 각성시킨다. 10년의 시간만에 돌아온 스타워즈는 과거의 명성을 저버리지 않았다. 한솔로와 츄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묘한 “응답하라” 느낌이 물씬~! 레아 공주 나왔을 때 역시 추억 돋았다. 핀(존 보예가 분)이 포(오스카 아이삭 분)와 함께 타이 파이터를 가동실킬 때, X윙이 출격할 때, 레이(데이지 리들리 분)가 유물처럼 버려져 있던 밀레니엄 팔콘을 가동시킬 때… 나 역시 자연스레 스타워즈 팬이 되는 느낌이었다. 디즈니사가 루카스 필름을 인수하게 된 배경 속에 존중과 오마쥬(찬사)가 고스란히 영화에 묻어났다. 3PO, R2D2의 등장은 그 정점으로 봐진다. 덕후(일본 애미메이션 매니아를 부르는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변형시킨 명칭) 취향을 고스란히 저격했을 뿐 아니라 스타워즈를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든 거부감없이 빨려들도록 곳곳에 세밀하게 배치해둔 비주얼만으로도 즐거웠다. 추억에 대한 각성은 우리를 흥분시킨다. 그때의 감성으로 돌아가는 그 느낌은 좋음을 넘어서 때로는 감사하다~! ^^
두번째로 다음 세대를 각성시킨다. 무슨말인고 하니 한 세대가 지난 다음 세대가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다스 베이더를 잇는 악역으로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 분)이, 깨어난 ‘포스'로 제다이를 찾아나서는 레이(데이지 리들리 분), 무엇보다 이 일들이 진행되도록 시발점을 놓게 된 핀(원래는 존 보예가 분)은 다음 세대를 상징한다. 아직 여물지 않은 이들, 그런면에서 볼 때 이 영화는 성장영화의 궤를 따른다. 이들은 고민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이번 영화가 갖는 장점이자 흡입력으로 작용한다. 이 시대는 이미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정점을 찍고 침몰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한 가운데 새로운 희망은 결국 다음 세대가 어떠하냐로 이어짐을 영화는 묵직한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다. 이들이 보이는 자신만 아는 세대라는 오명에서 스스로 벗어나면서 자신들에게 지워지는 무게를 감당해내는 것이다. 다음 세대는 다음에 일할 세대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자신의 역할을 알 때 바로 일할 수 있는 이들이다. 이들 역시 한 주체가 될 이들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 영화는 희망적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흥분했던 한 이유는 이들의 열정과 고민, 두려움과 우정, 가능성을 보면서였다. 그 메시지가 나를 각성시켰다.
세번째로는 우리의 마음을 각성시킨다. 그 각성은 선과 악이라는 것이 분명한 실체라기 보다는 선택의 문제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얼마든지 누구든 선인이 될 수도, 악인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선인이 될지, 악인이 될지를 선택해야한다. 그러한 선택의 기로에 선 이들은 젊은이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인류의 미래는 달라진다. 피하고 싶고 나와는 상관없다 여겨지는 우주의 평화, 그러나 그것이 실은 내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할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전혀 상관없던 떠돌이(레이), 퍼스트 오더 아래 있던 병사에서 도망자 신세가 된 이(핀), 제다이의 포스를 훈련받았으나 악에 져서 악에 이용당하는 이(카일로 렌) 등을 보고 있자면 우리의 삶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나는 지금 또한 내 삶에서 정치와 역사 앞에 어떤 선택을 하는가 묻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묘하게 나를 각성시킨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우리의 포스를 각성시킨다. 이는 우리를 과거의 이야기 속으로 편입시키지만 그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은 다음 세대인 우리라고, 아니 지금 여기서 이 땅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 모두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 각성제가 선물로 주어져서 각성 한번 제대로 한다. 다시 한번 더 보라고 해도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