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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백령도를 가다
지난 13일은 송도시니어기자단 정기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함께한 기자들에게 "이 가운데 누가 백령도를 가 본 적이 있습니까?" 라고 물어 보았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여남은이나 되는 기자들 가운데서 그 곳을 가 본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었다. 한 사람이 대청도까지 낚시하러 간 적은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원래 인천 사람도 아니고 제일 나이가 많은 사람인 내가 그 모임에서는 백령도를 다녀온 유일한 사람이라는 말이 된다. 이만하면 지난 주 나의 3박4일 동안의 백령도 여행이 얼마나 의미가 있었는가가 입증이 된 셈이다.
그렇다. 인천 지역 사람이라고 해서 누구나 백령도며 연평도 등 서해 5도를 갔다 왔다고 볼 수는 없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꼭 가야 할 볼일이 있거나 일부러 마음을 먹지 않으면 그런 섬들은 찾기란 쉽지가 않은 곳이다.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에 속해 있는 백령도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228km, 쾌속선으로도 4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다. 또한 백령도는 북한 황해도와는 직선 거리 10km이며, 북방한계선(NLL) 접경지역으로 남북간 군사적 대결로 인한 긴장과 불안이 끊이질 않고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수려한 경관 및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어 관광개발의 적지로 꼽히고 있다. 백령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기가 맑은 곳이며 5개의 천연기념물과 1개의 명승지가 있다고 한다.
흰 날개(翎)를 펼치고 힘차게 비상하는 따오기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하여 백령도라 불렀다고 한다. 또 백령도는 갈매기가 많은 섬으로 갈매기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특히 5월은 갈매기가 알을 낳고 부화하는 번식기라 해안가 어디를 가도 알을 품고 앉은 갈매기들 모습을 쉽게 볼 수가 있다. 바다 하면 갈매기요 갈매기 하면 출렁이는 푸른 파도와 낭만을 떠올리게 되는 건 인지상정이 아닐까. 난간에 기대서서 뱃전에 부서지는 하얀 물보라며 하늘을 선회하는 갈매기들을 바라보자 설운도의 노래 "갈매기 사랑"의 노랫말이 떠오른다. "갈매기야 갈매기야 인천항 갈매기야, 내 청춘이 흘러가도 너는 아직 그대로구나, 수많은 무역선은 오고 가는데, 내사랑 그 님은 언제쯤 올까"
제주 마라도가 우리 국토의 남쪽 끝이라면 백령도는 북쪽 끝이다. 위도상으로 37도 53분이라니 38선 남쪽 서해상에 위치한 섬, 백령도는 아직 때가 묻지 않은 비경을 간직한 신비의 섬이기도 하다. 인상 깊었던 곳은 '사곶천연비행장'과 가까이에 있는 '콩돌해안' 등이었다. 특히 사곶해변은 인천상륙작전 때 비행기가 실제 이착륙을 한 곳으로 세계에서 단 두 군데밖에 없는 특이한 지형의 해변이라고 한다. 그밖에도 아름다운 해안의 기암절벽은 형제 바위, 장군 바위, 코끼리 바위, 사자 바위, 용트림 바위 등의 이름으로 기기묘묘한 형상들을 연출하고 있어 그야말로 빼어난 절경을 이루고 있다. 백령도의 자연경관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내가 본 바로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섬 가운데 하나가 백령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해안 휴전선(DMZ)보다 훨씬 북쪽에 위치한 백령도가 우리 영토로 되어 있다는 사실은 오늘날 경제수역으로서의 영해의 가치나 안보상의 중요성으로 볼 때도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백령도에는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만행으로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희생된 46명의 해군 용사들의 호국영령을 기리는 위령탑이 우뚝 세워져 있다. 위령탑이 있는 곳에서 천안함이 피격된 지점은 2.5km에 불과하다. 몽금포타령에 등장하는 황해도 장연군 '장산곶' 까지도 17km밖에 되지 않으며, 맑은 날은 심청각에서도 황해도 해안이 훤히 보인다는데 공교롭게도 이번 여행기간 동안은 안개로 북녘 땅을 육안으로 바라볼 수가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시쳇말마따나 '사람은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번에 백령도를 처음으로 찾은 것이 나로서는 평생을 통해 얻은 값진 수확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근자에 이르러서는 북한 당국이 하루가 멀다 하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서해 5도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등의 전쟁 위협을 가하는 시점이라 더욱 그러하다. 그로 인해 요즘은 백령도를 찾는 관광객의 수가 평소보다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여객선 운임도 크게 할인이 된 상태이다. 백령도 여행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안보관광차원에서 볼 때 지금이 적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인천항에서 매일 왕래하는 2,000톤급 정기여객선이 있어 접근이 한결 쉬워졌다. 그런데 섬 여행시는 뜻밖의 기상조건으로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미리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이다.
우리나라에는 무인도를 합해서 크고 작은 2천 수백여 개의 섬이 있다는데 백령도는 그 중 8 번째로 큰 섬이라고 한다. 주민의 수는 대략 4,000여 명이고, 군인(해병대)이 5,000여명. 거기에다 연중 섬을 찾는 관광객 등을 합하면 10,000여명의 사람이 백령도에 상주하고 있는 셈이다. 초등학교가 두 개, 학생 수가 200여 명인 중,고등학교도 하나씩 있다. 상당한 크기의 담수호인 백령호가 있어 생활용수와 농업용수가 풍부하다. 수도 꼭지에서 받아 그냥 마셔도 될 만큼 수질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오염되지 않은 토양은 비교적 비옥한 편이고, 한 해 벼농사를 지으면 주민이 3년을 먹을 양식이 된다고 한다. 주민 대부분이 나이 든 사람들이라 모내기와 수확은 주로 군인들의 몫이 되고 있다고 한다. 백령도에 근무하는 장병들의 평상시 주된 임무가 대민봉사활동이다. 그래서 이곳 해병 여단장은 백령도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주민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들 한다.민과 군이 혼연일체로 하나가 된 지역이 있다면 그 곳이 바로 이 평화의 섬, 백령도가 아닐까.
지난 9일 1박2일의 여정으로 서울덕산산악회회원 47명이 보무도 당당하게 연안부두에서 쾌속선 하모니 플라워(Harmony Flower)호에 승선했을 때만 해도 날씨는 더없이 화창하고 좋았다. 그러나 그날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다음날 일정이 끝날 무렵까지도 계속됐고, 결국에는 짙은 안개로 여정이 이틀이나 연장이 되는 난처한 상황으로까지 발전했다. 처음 하루 연장이쯤이야 다수 회원들에게는 전화위복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았고 희희낙낙하기까지 했으나, 또 하루를 더 채류해야하는 난감한 사태에 직면했을 때는 망연자실한 표정들이 얼굴에 역력했다. 고진감래다. 따라서 이번 백령도 여행이 결과적으로는 우리 덕산회원들 모두에게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길이 남을 값진 여행이 되었으리라.
2013. 05. 15. 인천 송도에서/草雲 ------------------
♧ Traveling is another form of r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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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교수님... 피곤은 풀리셨는지요? 이 글을 읽고 나니 새삼 백령도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정말 잊을래야 잊을수 없는 백령도 입니다.
교수님 잘모시지못해 죄송했습니다 추억 오래 간직하세요
아닙니다. 부회장님,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주지 못해 오히려 죄송할 뿐입니다.
날씨로 인한 의외의 상황 발생으로 집행부 여러분이 크게 고생하셨습니다.
그러나 회원 전원이 사고 없이 무사 귀환하였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결과가 좋았기에 회원님들 모두에게 후회없는 여행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우리 덕산회원 한 분 한 분이 이번 백령도 여행 기간 중 보여주신 높은 협동심과
봉사 정신에도 경의를 표하며 아울러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