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반전의 비법
조엔 롤링
왜 하필 내 인생은 이렇게 꼬였을까? 왜 내겐 운조차도 따라주지 않는 걸까? 이렇게 한탄하고 있다면 작가 조앤 롤링의 사연을 들어보라. 직장 잃고, 이혼하고, 빈털터리 싱글맘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던 조앤 롤링. 이렇듯 막다른 길에서 탄생한 마법사 이야기가 바로 전 세계 판매 부수 1위를 차지한 책 <해리 포터>다. 피폐한 싱글맘이 세계 최고 부호 작가로 등극하는 마법 같은 반전에 숨어 있는 법칙 3가지.
태어나서 처음 쓴 소설 한 권으로 가난한 싱글맘은 세계 출판계의 기록을 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정부 생활 보조금 11만 원으로 살림을 꾸리던 그가 3백조 원 이상 번 부호가 되었다. 작가 조앤 롤링의 삶은 그가 쓴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보다 더 판타지 같다. 돈도, ‘백’도, 운도 없었던 그에게 인생의 대반전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반전의 법칙 1
막다른 길에선 과감히 딴 길로 가라 대학 졸업 후 조앤 롤링의 삶은 실패와 방황의 연속이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다. 다만 그가 남다른 점은 그때마다 우물쭈물하지 않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불문학을 전공한 뒤 비서로 취직했지만, 뭔가 끼적거리며 공상에 잠기는 습관 때문에 해고되었다. 사무직이 적성에 맞지 않음을 깨닫고 돌연 포르투갈로 넘어가 영어 교사가 되었다. 이곳에서 한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남편은 경제적 책임감은 없으면서 폭력을 일삼는 사람이었다. 그는 결혼 13개월 만에 망설임 없이 이혼을 결심했다. 그리고 빈털터리로 영국에 돌아와 정부 생활 보조금을 받으며 근근이 살았다. 기저귀 값이 없어서 어린이 옷가게 탈의실에 비치된 무료 기저귀를 가방에 쑤셔 넣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어느 날 삶을 포기할 생각에 수면제를 집어 들었다가 딸이 우는 통에 정신을 차렸다. 두려웠다. 그는 이때도 방법을 강구했다. 신경정신과에 찾아가기로 했다. 의사는 심각한 우울증이라고 진단했고, 글을 다시 써보라는 처방을 내렸다.
조앤 롤링은 일기 쓰듯 노트에 소설을 썼다. 의사 말대로 그는 활력을 찾았다. 사실 그에겐 오래전부터 글을 써오던 노트가 있었다. 몇 년 전 기차를 타고 가던 중 처음 구상한 해리 포터 이야기를 노트에 차곡차곡 적었던 것이다.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공동묘지를 찾기도 했다. 망자들의 인생을 상상하며 마법사들의 특이한 캐릭터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이 노트를 본 동생의 권유로 그는 해리 포터 이야기를 책으로 낼 결심을 했다. 아이가 있는 엄마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다. 분유 값조차 없는 처지에 대개는 마트 점원으로 취직할 생각부터 하는데, 그는 글을 택했다. 선택의 기로에서 그는 학창 시절 제일 잘했던 게 무엇이었는지 돌아봤다. “작문이었어요. 제가 쓴 이야기를 낭독하는 걸 좋아했어요.” 딸도 지키고 돈도 벌기 위해서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밀고 나갔다.
반전의 법칙 2
표적을 향해 무섭게 몰입하라 전업 작가로서 원고에만 매진하기로 결심한 뒤 그의 일상은 달라졌다. 매일 오후 딸을 유모차에 태워 공원으로 나갔다가 딸이 잠들면 곧바로 단골 카페로 갔다. 유모차를 옆에 세워둔 채, 에스프레소 한잔을 시켜놓고 글을 썼다. 변변한 집필실도, 아이를 봐줄 보모도 없었지만 그의 몰입은 무서웠다. 좁은 카페에 발이 묶여 있으면서도 그의 상상력은 마법의 빗자루처럼 자유롭고 환상적인 고공 비행을 했다.
드디어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완성되었다. 8만 단어에 이르는 긴 원고를 복사할 돈조차 없어, 어디선가 얻은 구식 타자기로 직접 두 번 타이핑했다. 이 무명 작가의 글은 출판사 12곳에서 거절당하고 마침내 13번째로 블룸스버리 출판사에 의해 빛을 보게 되었다. 당시 계약금은 고작 2천 달러(2백60만 원)였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서양에서 오랫동안 전해오던 마법사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소설이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흔한 모티프를 풍부하고 자유로운 발상으로 펼쳐낸 것은 조앤 롤링의 탁월한 재능이었다. 이 재능은 학창 시절 고집스럽게 탐독한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비롯되었다. 신화적 이야기에 대한 열망으로 그와 관련된 책을 모두 섭렵할 정도로 그의 몰입과 집념은 강했다.
반전의 법칙 3
궁극의 마법, 연민의 상상력을 가져라<해리 포터> 시리즈가 성공을 거둔 뒤 그는 새로운 사랑을 하고, 다시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았다. 그리고 세상에 두루 가치 있는 일도 찾아 나서고 있다. 그리고 신작 <음유시인 비들 이야기>의 수익금 전액인 6백50만 달러(84억 원)를 자신이 설립한 자선 재단 칠드런스 하이 레벨 그룹에 기부했다.
남들은 그의 인생을 두고 성공이라 부르지만, 그는 그저 꾸준히 성장해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가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 한 연설에서 그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여러분께 마법의 두 단어를 알려드립니다. 바로 ‘실패’와 ‘상상력’입니다. 저는 이혼, 실업, 가난 등 엄청난 실패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두려워하던 실패가 현실이 돼버렸기에 오히려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가장 밑바닥을 경험한 것이 새 인생을 세울 단단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인생은 성공한 일의 목록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 행복해집니다.”
그리고 그는 상상력의 중요성을 전했다. “상상력은 혁신의 원천인 동시에 직접 경험하지 못한 타인의 경험에 공감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제가 런던에 있는 국제사면위원회 본부에서 일했을 때 세계 각국에서 고문당한 사람,억울하게 사형당한 사람들의 사연을 접했습니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얼마나 사악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보고 들었습니다. 반면 타인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평생 만나본 적 없는 어려운 이들을 구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었습니다. 지구 상의 어느 생물과도 달리 인간은 경험하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상상력입니다.” 소년 해리 포터가 자기보다 강한 악한 마법사에 맞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자신보다 힘없는 존재의 처지를 헤아리는 상상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타인의 고통을 껴안는 연민의 상상력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궁극의 마법이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조앤 롤링표 판타지의 비밀은 바로 이것이었다.
인간에게는 경험하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바로 타인의 고통을 껴안을 수 있는 연민의 상상력이다. 그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궁극의 마법이자, 조앤 롤링표 판타지의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