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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일요일에도 일하러 다닐때가 많기에,
오늘처럼 형광등을 켜지 않아도 환할만큼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살을 즐기며
책 읽는 시간이 참 좋아요.
머릿속에 들어있던 것들 다 비워야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그리고, 나가서 하나라도 행동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사실 책에 그리 의존하진 않습니다만...
허전한 빈 공간을 채워주는데 참 좋은 벗이 되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아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참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문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야 별 매력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이 상상력 사전에 붙은 부제처럼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어떤 관점들을 제시해주는
그의 글들은 더 나은 '앎'으로 나아가는 항해에 길잡이가 되어주곤 하거든요.
사전이라 틈날때 그냥 들춰보려고 했지만 역시 재밌어서,ㅎㅎ
아마 오늘 다 읽을 것 같아요.
중간에 참지 못하고 몇 꼭지 소개하려고요.
먼저 그가 얘기한 상대성에 대해 볼까요?^^
* 상대성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따라서 상대성조차도 상대적이다. 따라서 상대적이지 않은 어떤 것이 존재한다.
그 어떤 것이 상대적이지 않다면, 그것은 당연히 절대적이다. 따라서...
절대적인 것은 존재한다.
--절대적인 것은 뼈대를 이루고, 상대적인 것은 살과 다양한 표피를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체(體)와 용(用)의 이치를 파악하려면 두 관점을 모두 다 견지해야겠지요.
*정신권
대뇌의 좌우 반구는 저마다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
왼쪽 뇌는 모든 것을 숫자로 분석하면서 활동하고,오른쪽 뇌는 모든 것을 형태로 분석하면서 활동한다.
(말하자면, 왼쪽 뇌는 디지털 방식으로 기능하고,오른쪽 뇌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기능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일한 정보를 놓고, 좌우 반구는서로 다르게 분석하며 때에 따라서 정반대의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무의식의 담당자이자 조언자인 우반구가 꿈을 매개로 삼아
의식담당자이자 실행자인 좌반구에게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때는 오로지 우리가 잠잘 때 뿐일 것이다.
그것은 부부 사이에서 뛰어난 직감을 가진 아내가
아주 현실주의적인 남편에게 자기 의견을 넌지시 비치는 것에 비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생명권>이라는 말을 지어낸 러시아 학자 블라디미르 베리나드스키와 프랑스 철학자 테야르 드 샤르댕에 따르면,
여성적인 뇌인 우반구는 또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정신권에 선을 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 능력이다.
정신권이란 대기권이나 전리층처럼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일종의 거대한 구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비물질적인 구름은 인간의 오른쪽 뇌가 발산한 모든 무의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베르그송이 신이라고 부른 총체적 인간 정신, 위대한 내재적 정신 같은 것도 어쩌면 그것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상상하거나 발명한다고 믿고 있지만,
그건 따지고보면 우리의 오른쪽 뇌가 정신권에서 퍼 온 것이다.
그런 뒤에 오른쪽 뇌가 한쪽 뇌에 정보를 전달하면, 정보가 하나의 생각으로 틀이 잡히고 구체적인 행위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 가정에 따르면, 화가나 음악가나 소설가는 결국 성능 좋은 전파 수신기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기들의 오른쪽 뇌로 집단적인 무의식에서 정보를 퍼 올리고,
그것을 한쪽 뇌로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서,
정신권에 떠도는 개념들을 구체적인 작품으로 형상화해 내는 것이 아닐까.
-- 저는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역시 저명한 작가의 이름을 대고 설명해야 사람들이 알게 된다는 슬픈 현실. ㅋㅋ
얼마 후에 생협에서 클래식 가이드란 주제로 간단한 강의 및 토크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사실 음악 자체만으론 제가 소개할 깜냥은 아닌 것 같고, 대신 모든 예술 작품의 영감의 원천인 이런 정신 작용에 대해
먼저 얘기하고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조르다노 브루노
1584년에 조르다노 브루노는 <우주와 세계들의 무한성에 관하여>라는 책을 썼다.
한때 도미니크회 수도사였다가 환속한, 나폴리 출신의 이 철학자는 그 저서에서
우주는 무한하며 지구는 만물의 중심이 아니라 태양의 둘레를 돌고 있고
태양은 수많은 별들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외계 생물과 우주의 다양한 차원이 존재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와 더불어 인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묘사한 닫힌 우주에서 광대하고 무한한 우주로 넘어가게 된다.
조르다노 브루노는 유럽을 두루 다니며 가르침을 펼쳤다. 그는 비상한 기억력을 지니고 있었다.
교회법과 민법의 2만 6천 구절을 암송할 수 있었고,
성서에서 발췌한 7천개의 문장과 오비디우스의 시 천 편을 외우고 있었다 한다.
그 타고난 기억력 덕분에 그는 유럽 도처의 강의실에서 천재로 통하였고, 어디에서든 수학과 천문학과 철학을 기꺼이 논하였다. 또 뛰어난 언변과 풍부한 교양으로 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어떤 인간도 배척하지 않는 사랑의 종교를 주장하였고,
코페르니쿠스의 견해를 옹호하였으며,
종교적이거나 세속적인 일체의 도그마와 '신성한 무지','신성한 어리석음','학위를 가진 바보들','가련한 현학자들'을 조롱하였다. 하지만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가톨릭 교회는 1592년에 그를 구속하게 하였다.
그는 스물두 차례나 고문을 당하면서도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그는 로마 광장에서 화형을 당하였다. 형리들은 그가 화형 장작더미에 올라가서조차 무한한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을까 저어하여 그의 혀에 못을 박았다. 그가 감옥에서 작성한 유서는 개봉도 되기 전에 발기발기 찢어졌다. 그의 이단적인 견해가
퍼져 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로부터 33년 후, 비슷한 재판관들 앞에서 비슷한 재판이 열렸을 때, 갈릴레이는 자기 말을 번복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르다노 브루노가 받은 보상은 망각이고 갈릴레이가 받은 보상은 영예이다.
-- 이런 일이 요즘도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저만의 망상일까요?
* 욕설
욕설들의 어원을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욕설들의 어원은 종종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결 덜 모욕적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이디오 idiot (백치): 그리스어 이디오테스 idiotes에서 온 것으로 <특별하다, 남과 다르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에서 나온 <이디오티슴 idiotisme>이라는 말은 어떤 언어의 고유 어법을 가리킨다.
엥베실 imbecile (바보): 라틴어 임베킬루스 imbecillus에서 온 말. 이는 다시 지팡이를 뜻하는 라틴어 바킬룸 bacillum에서 나온 것. 따라서 <임베킬루스>는 지팡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앵베실이란 지팡이를 사용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걸음걸이가 불안한 사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외부의 도움을 빌리지 않는 독립적인 사람이다.
스튀피드 stupide(멍청이): 라틴어 스투피두스 stupidus에서 온 말. <놀라운 일을 당해서 어리둥절하다>는 뜻. 그러니까 스튀피드란 모든 것에 놀라고 모든 것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세파에 닳고 닳아서 모든 것에 흥미를 잃은 사람의 반대인 셈이다.
-- 우와, 욕설의 어원을 알고 나니 진정으로 한결 위로가 되는군요!!^^
* 협동, 상호성, 용서
1974년에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토론토 대학 교수 애너톨 래퍼포트는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발표한다.
타인을 상대로 행동하는 방식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것은 1) 협동, 2) 상호성, 3) 용서이다.
다시 말해서 한 개인이나 조직이나 집단이 다른 개인이나 조직이나 집단을 만날 때
먼저 협동을 제안하고,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서 자기가 받은 만큼 남에게 주는 데에서 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상대가 도움을 주면 이쪽에서도 도움을 주고 상대가 공격을 하면 똑같은 방식과 똑같은 강도로 반격을 가한다.
그러고 나서는 상대를 용서하고 다시 협동을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1979년에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는 살아 있는 존재처럼 행동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것을 가르는 일종의 토너먼트를 주최하였다. 이 대회에는 한 가지 제한 규정이 있었다.
어느 프로그램이든 다른 프로그램과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하위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로버트 액설로드는 이 토너먼트에 관심을 가진 동료들로부터 14개의 프로그램 디스켓을 받았다.
각 프로그램에는 저마다의 행동법칙이 있었다(행동 암호가 두 개의 라인으로 된 가장 간단한 것부터 1백여 개의 라인으로 된 가장 복잡한 것까지). 승부는 어느 프로그램이 가장 많은 점수를 축적하는가로 판가름나게 되어 있었다.
어떤 프로그램들은 가능한 한 빨리 다른 프로그램에 접근하여 그 프로그램의 점수를 빼앗은 다음 상대를 갈아치우는 것을 행동 규칙으로 삼았다. 또 어떤 프로그램들은 다른 프로그램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혼자 해나가려고 애쓰면서 자기 점수를 지키는 쪽으로 나갔다. 그런가 하면 어떤 것들은 <남이 적대적으로 나오면 그만두라고 경고하고 나서 벌을 가하는> 방식이나 <협동하는 척하다가 기습적으로 배신하기> 같은 방식을 행동 규칙으로 삼았다.
모든 프로그램이 다른 경쟁자들과 각각 2백 차례씩 대결을 벌였다. 그런데 다른 모든 프로그램을 이기고 승리를 거둔 것은
협동-상호성-용서를 행동 규칙으로 삼은 애너톨 래퍼포트의 프로그램이었다. 그보다 훨씬 더 놀라운 사실은 협동-상호성-용서의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들 속에 놓이게 되면 처음에는 공격적인 프로그램들을 상대로 점수를 잃지만,
결국에는 승리를 거두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다른 프로그램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한다는 점이다.
이웃한 프로그램들은 그 프로그램이 점수를 모으는데 가장 효율적이라는 점을 깨닫고 마침내 똑같은 태도를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이 장기적으로 보면 협동-상호성-용서의 원칙이 가장 이로운 행동 방식임이 드러난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직장 동료나 경쟁자가 우리에게 어떤 모욕을 가할 경우 그것을 잊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같이 일하자고 그에게 계속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에 가서는 이 방식이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이것은 단지 선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이익이 걸린 문제이다. 컴퓨터 공학은 무엇이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가를 입증해 주고 있다.
- 요즘 제가 활동하는 생협 안에서 겪은 작은 경험이 이 글을 더욱 확신하게 해주네요.
미래와 외계를 배경으로 한 영화 <파이널 판타지>나 <아바타> 같은 것들도
이렇게 공격보다는 포용이 궁극의 해법이라는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지요.
분명 인간이 중요하게 여겨온 덕목들은 언제 어디서나 변함없이 가치가 큰 것들인데, 실행하기가 왜 이리 어려운 것일까요?
윤리 교육은 뒤로 한채, 등수 세우기에만 여념이 없는 사회와 학교를 보노라면 슬픕니다.
힘 닿는 데까진 그리 안되도록 해봐야겠지요...
첫댓글 ㅠ.ㅠ. 책 제목은 흥미로웠는데 내용은 왜케 어려운거에요?
이디오 idiot의 뜻이 특별하다, 남과 다르다 라는 것만 알고 가는 걸로 만족해야겠어요;;
책을 보면 그냥 재밌게 볼만한 항목도 많아요. 그래도 베르베르가 수집하는 과학적 지식들은 인문 철학으로 다리를 놓는 것들이니, 그 자체로 몸집 불리기 위한 궤변같은 과학보단 낫거든요. 그나저나 그 욕설에 관한 항목 보고 혼자 얼마나 웃었나 몰라요.^^ 예전엔 만화도 있었는데 요즘도 나오나 모르겠네요. 만화는 누구 줘버려서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