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홍성흔(27)이 총각 딱지를 뗀다. 동시에 '꽃미남' 탈출도 선언했다. 결혼식(12월 14일)을 정확히 닷새 앞둔 지난 12월 9일 홍성흔-김정임(30) 커플과 만났다. 홍성흔은 결혼 준비를 열심히 한 듯(?) 많이 화사해진 모습이었고 CF모델 출신의 김 씨는 단아한 새 신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홍성흔은 사랑이 커질수록 팬들이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사랑을 키워가며 얻고 잃은 것에 대해 두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첫 만남 체육복 차림 헉!
#1. 첫 만남
2001년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던 때. 현대와의 4차전을 앞두고 숙소인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머물던 홍성흔은 로비에서 우연히 당시 모델활동을 하던 김정임 씨가 소속됐던 회사에서 일하던 지인을 만난다. 김정임 씨의 사진을 건네받은 홍성흔. 만나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즉석에서 김 씨가 불려나왔다. 하지만 홍성흔 앞에 나타난 김씨의 모습을 막 찜질방에서 나온 붉은 얼굴에 추리닝 차림. 홍성흔은 '확 깼다'.
홍성흔(이하 홍)=그 때 왜 그렇게 성의가 없었는지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부모님을 모시고 찜질방에 갔다가 끌려 나왔다는 말에 오해가 풀렸다.두 번째 만났을 땐 어디다 시선을 둬야할지 모를 만큼 예뻤다.
김정임(이하 김)=첫 만남 때 성흔씨는 좀 차가워 보였지만 참 바른 청년같았다. 나 보다 나이도 어리고 해서 남자로 만남을 계속하기 보다는 좋은 청년이 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2. 팬들의 반란이 시작되다.
만남이 잦아지면서 인터넷에 '홍성흔이 여자랑 함께 있는 모습을 봤다'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매체에도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던 지난 해 여름. 홍성흔의 아파트로 한 아주머니가 자신의 딸을 데리고 찾아와서 무작정 만나 달라고 했다. 홍성흔이 내려가자 아주머니는 '우리 딸과 밥 한 끼 먹자'며 맞선 제안을 했고 홍성흔은 '만나는 사람이 있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이 사건 후 둘의 만남은 기정사실화 됐다.
홍=정말 당황스러웠다. 팬들의 마음이 어떤지 알 것도 같았다.
김=다른 남자였다면 이런 일이 있은 후 많이 실망했을 거다. 하지만 난 성흔씨를 믿었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팬들의 반란은 거세졌다. 김 씨의 휴대폰에 협박전화나 메시지가 걸려오는 건 물론, 일부 팬들은 운영하던 팬클럽을 없애겠다고까지 했다. 그리고 전국에 지부가 있던 팬클럽이 지난 해 차례대로 없어지더니 지금은 대전과 부산만 활동을 하고 있다.
홍=지난 해에 정말 팬들이 떨어져 나가는 걸 피부로 느꼈다. 내 팬들이 다른 선수의 팬클럽에 앉아 응원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 봤다. 팬 클럽도, 팬 사이트도 많이 없어졌다. 아마 야구 실력보다는 외모나 파이팅에 끌린 팬들이 많았나 보다. 앞으론 정말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
김= 안타까웠다. 하지만 성흔씨가 잘 해낼것이라 믿는다. 더 인정받는 선수가 되도록 옆에서 도와주겠다.
#3. 사랑이 깊어지다.
2001년 두산 우승의 영광 속에 만나기 시작한 둘은 2002년 팬들이 사라지는 아픔을 겪었고, 올 시즌엔 부상이라는 시련이 닥쳤다. 그럴수록 사랑은 더 깊어졌고 지난 4월 홍성흔은 이벤트를 열어 김 씨에게 정식으로 프로포즈를 했다.
홍=프로포즈 이벤트는 그냥 이벤트일 뿐이었다. 이전부터 자연스럽게 서로 결혼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김=마찬가지다. 결혼에 대한 아무 의심 없이 자연스럽게 결혼식장 예약까지 하게 됐다. 요즘 성흔씨 아버님이 조금 편찮으신데 빨리 낳으셨으면 하는 마음 뿐이다.
#4. 미래를 함께하다.
12월 14일 결혼식을 올린 후 둘은 일주일 정도 홍콩과 발리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다녀와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까지 한 달간 홍성흔은 바짝 피치를 올려 몸을 만들 예정이다. 김 씨 역시 전지훈련 등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
홍=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꽃미남' '쾌남아' '오버맨' 등 야구 외적인 별명들을 떼어 내고 싶다. 내게도 '공격형 포수' 혹은 '해결사' 같은 야구와 관련된 수식어가 붙도록 내 색깔을 내고 싶다. 물론 이 모든 건 팀 성적이 좋다는 전제 하에서 이루고 싶다.
김=앞으로 10년간은 성흔씨 뒷바라지에만 전념할 생각이다.성흔씨가 메이저리그나 일본에 진출할 때를 대비해 영어와 일본어 공부도 하고 있다.(웃음)
아이디 하나 더 만들려고 주민번호 물었는데… 흑흑 울음… 세상 연상이면 어때요
홍성흔의 평생 반려자가 될 김정임 씨는 부산의 인제대학교를 졸업하고 CF모델로 활동해 왔다. 나이는 홍성흔보다 세 살 많은 30살. 둘 사이의 믿음이 확실해 진 데에는 연상의 나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홍성흔은 김 씨를 만난 후 처음 4개월 가량은 자신과 동갑내기인 76년 생으로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인터넷 게임을 하던 중 홍성흔은 아이디를 하나 더 만들고 싶어 김 씨에게 주민등록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김 씨가 울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홍성흔은 그 때 '느낌이 이상했다'고 했다. '한 살(연상)은 괜찮다'고 했지만 울음 소리는 더 커졌고, '두 살이면 어떠냐'는 말에도 그치질 않았다. 결국 '세 살이냐'고 하자 울음을 멈췄다. 그 때 홍성흔은 딱 30초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부터 남녀 관계로 만나왔는데 이제와서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며 김 씨를 위로했다.
김 씨는 '속이려 하진 않았지만 나 때문에 상처받길 원치 않아 말하지 않았다. 그 때가 2002년 전지훈련을 떠나기 직전이었는데 전지훈련에 가 있는 동안 전화로 사실을 알리고 헤어지려 했다. 하지만 성흔씨의 말 한마디로 난 마음을 더 활짝 열었고, 결혼 상대가 될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첫 만남부터 약간의 어긋남이 더 가깝게 이어준 둘 사이. 아마 앞으로 평생을 함께 하면서 생길지도 모르는 작은 어긋남들이 이들을 더 굳건히 맺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