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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빙하, 영원한 얼음은 없다 … 해수면 상승이 주는 경고 |
▲ 최근 NASA는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서부 남극의 빙하가 붕괴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사진 속에는 파인 아일랜드(Pine Island), 웨이츠(Thwaites), 헤인즈(Haynes), 스미스(Smith), 콜러(Kohler) 빙하 등이 보인다.
남극대륙 얼음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서부의 남극 빙하가 녹고 있다. 지난 12일 라이브사이언스닷컴(www.livescience.com)은 「서부 남극 빙하들의 심각한 붕괴(Catastrophic Collapse of West Antarctic Ice Sheet Begins)」를 주의 깊게 다뤘다. NASA의 과학자들은 40년 간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막대한 양의 서부 남극 빙하가 붕괴하는 모습을 시뮬레이션했다. 이 붕괴는 오래전부터 우려해 왔던 도미노 효과의 시작이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상관없이 모든 빙하의 붕괴가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
남극 반도는 적어도 반세기동안 급속히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유럽의 서쪽 남극 대륙은 30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 동안 꾸준히 더웠다. 이에 따라 남극의 얼음이 녹기 시작했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남극 얼음이 아래쪽부터 녹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변화하는 대기 패턴은 서부 남극 빙하의 아래쪽 물이 따뜻해졌음을 믿게 했다.
한때 과학자들은, 북극과 달리 남극은 너무나 추워 얼음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라센A, 라센B 빙붕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떨어져 나갔다. 이 빙붕은 남극 종단 산맥을 기준으로 동서로 나뉜다. 지대가 높아 건조하고 추운 동쪽과 달리, 서쪽은 얼음판이 해수면보다 낮은 바닥위에 있다. 그래서 빙붕이 바다로 떨어져 나갈 염려가 있었던 것이다(『지구를 생각한다』, 김수병 외 지음, 해나무, 2009).
대기 패턴의 변화가 바로 그 증거
캘리포니아대 빙하학자이자, 캘리포니아 주 파사디나의 나사 제트추진 연구소의 연구 저자 에릭 리그놋(Eric Rignot)은 “이들(서부 남극) 빙하들은 수십 년 심지어 다음 세기가 올 때까지 계속해서 붕괴할 것이고, 우리는 이것을 막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서부 남부 빙하의 큰 부분이 사라졌으며 이는 다시 되돌릴 수 없다”라고 경종을 울렸다. 붕괴는 연속으로 일어날 것이며, 결국 서부 남극 빙하 전체를 위협한다.
리그놋과 그의 동료들은 레이더간섭계와 같은 위성관측으로부터 서부 남극의 거대한 빙하와 분열하고 있는 거대한 빙산으로 알려진 파인 아일랜드(Pine Island) 빙하, 그들 이웃인 웨이츠(Thwaites) 빙하의 공통된 붕괴 원인을 밝혔다. 또 다른 것들로는 헤인즈(Haynes), 스미스(Smith) 그리고 콜러(Kohler) 빙하가 있다. 리그놋은 “가장 현저한 특징 중의 하나는 이들이 거의 동시에 반응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기후 온난화와 연관된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서부 남극에서 붕괴하는 빙하들의 미래를 예측한 두 논문이 저널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즈 앤 사이언스(Geophysical Research Letters and Science)>지에 실렸다. 한 연구는 지역의 거대한 빙하들을 40년 동안 추적한 직접관찰법으로부터 얼음의 붕괴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다른 연구는 정교한 컴퓨터 모델에 의지해 서남극의 얼어붙은 강에 있는 웨이츠(Thwaites) 빙하의 붕괴를 예측했다. 두 연구는 어떠한 극적인 날씨변화가 찾아와도 붕괴는 멈추지 않는다는 공통된 결론을 내렸다.
다가올 재앙
최근 발행된 사이언스 저널에는, 다음 세기 해수면의 상승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실렸다. 워싱턴대 응용물리연구소의 빙하학자이자 연구를 이끈 저자 이안 요힌(Ian Joughin)은 “몇 세기 후, 해수면 수준은 꽤 적당히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에 따르면 지난 40년 동안 보인 빠른 붕괴는, 다가오는 수십 년 내에 해수면 상승이 현세기 해수면 상승을 초과해 2100년까지 90cm를 넘을 것으로 보았다. 만약 모든 서부 남극이 녹으면 해수면은 3.3m에서 4m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과학자들은 이제 겨우 대기 속에서 일어나는 탄소의 변동추이에 기여하는 바다의 역할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든 것이 정지돼 있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 『6도의 악몽』(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세종서적, 2008)에 따르면, 기후 변화는 엄연한 현실이다. 현재 지구 평균기온은 0.8도 오른 상태이다. 우리는 현재 아슬아슬한 티핑포인트에 놓인 것인지도 모른다.
북극대기행 다큐멘터리(제2편 지구온난화, KBS, 2004)에서 캐나다 천연자원부 빙하학자 프리트 코에너(Fried Koechner)는 “모든 증거를 종합해서 보면 얼음 속에서부터 상당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빅토리아대 기후학자 앤드류 위버(Andrew Weaver)는 “기후 변화는 지구가 생성된 이래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핵심적인 질문은 우리의 활동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이다”라고 주장했다.
1880년 300ppm이었던 CO₂의 양은 20세기 중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오늘날 연간 70억 톤을 방출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가 흡수할 수 있는 CO₂수용량은 연간 20~30억 톤에 불과하다. 지구는 온실효과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대기에 방출된 CO₂일부를 숲과 바다에 저장한다. 숲의 식물들은 광합성을 통해 CO₂를 흡수하고 저장하지만, 수명이 다해 죽을 때 다시 대기 중으로 배출한다. 바다에서는 광합성을 하는 식물성 박테리아가 탄소를 저장한다. 또한 유공충이나 임편모조류와 같은 바다 미생물들이 탄소를 흡수해 몸의 골격을 만든다. 하지만 바다가 너무 많은 CO₂를 흡수해 산성으로 변하면, 이 미생물들의 외피와 골격이 녹아 CO₂를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세계에서 기후 변화가 가장 명확하게 감지되는 지역은 북극 서부의 맥켄지 밸리, 남극 반도, 시베리아 북극이다. 북극은 지구기후시스템(한쪽에서 자극을 주면 거기에 반응을 하는 것)의 일부이다.
또한 북극은 독특한 해류 시스템을 갖고 있다. 북극해의 기온과 담수에 변화가 생기면 균형 있는 해류 순환이 깨진다. 그리고 해류의 속도가 느려지고 엄청난 기후 변화가 일어난다. 바다는 전 지구적인 해수 순환을 통해 세계 기후를 조절한다. 북대서양의 차갑고 짠물은 가라앉아 적도로 이동하고, 적도 부근의 뜨거운 물은 극지방으로 이동한다. 이때 극지방의 물은 뜨거운 물로 인해 열을 잃고 증발해 차갑고 짠물이 된다. 과학자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극지방에 육지의 물이 들어와 염분 농도가 낮아지면 바닷물이 가라앉지 못해 해수 순환이 멈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놀랍게도 최근 수십 년 동안 북대서양 극지방 바닷물 염분 농도가 줄어들었고, 1957년 이후 전 지구적인 해수흐름이 30% 줄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영구동토층과 CO2문제
또 다른 문제로는,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고 얼음에 대한 햇빛의 반사율이 떨어진다. 그리고 얼음이 녹아 얼어있던 영구동토층(영원히 얼어 있는 땅)이 드러나 녹을 가능성이 있다. 이곳은 이전에 살았던 식물들과 유기물들이 자원으로 변해 얼어있는 곳이다. 또한 이곳에 묻혀있는 CO₂양은 현재 대기에 있는 CO₂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지구상에 영원한 얼음은 없는 것일까. 남극 빙하의 붕괴에 대한 예측은 아직 정확하진 않다. 하지만 그 징후와 원인이 인류를 재앙의 길로 끌고 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