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은 은퇴 후 연간 소득이 은퇴 직전의 4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주식과 부동산등 자산디플레시대에 은퇴 후 노후가 불안해지고 있다. 이는 미국이나 영국•일본 등 선진국뿐 아니라 홍콩•대만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그만큼 우리의 은퇴 준비가 크게 미진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 같은 사실은 다국적 자산운용업체인 피델리티자산운용이 서울대 은퇴설계지원센터와 공동으로 2인 이상 근로자가계를 대상으로 은퇴준비지수를 산출한 결과 밝혀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부부가 함께 기대수명까지 사는 것을 전제로 최근 5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ㆍ예적금 금리ㆍ채권수익률 및 대출금리와 지난 15년간의 코스피지수 평균 상승률이 적용됐다.
이번 조사 결과 근로자가계는 퇴직 전 연간소득이 현재가치로 환산할 경우 평균 4067만원(60세 은퇴기준)인 것으로 추정됐다. 은퇴 후 희망하는 소득은 은퇴 직전 소득의 62%(목표소득대체율)인 2530만원이었지만 실제 예상되는 은퇴 후 소득은 41%(은퇴소득 대체율) 수준인 1667만원에 불과했다.
이 같은 은퇴소득대체율은 미국(58%)•독일(56%)•영국(50%)•일본(47%)•홍콩(43%)•대만(43%)보다 낮은 수준이다. 연령대별로는 50대의 은퇴준비가 가장 저조했다. 50∼59세의 목표소득 대체율은 63%로 ▲40∼49세 63% ▲30∼39세 62% ▲20∼29세 59%와 비교해 높은 편에 속했다.
반면 50대의 은퇴소득대체율은 35%로 40대(41%)•30대(47%)•20대(42%) 등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낮았다. 고령화 사회 진입과 고용 불안으로 은퇴 이후 생활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은퇴준비에 대한 인식은 크게 부족하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2008년 7월 14일)인 `2008년 은퇴 가이드`에서도 미국의 7700만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노후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고유가 지속으로 인해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신용위기와 주택경기 침체ㆍ증시 하락이 맞물리며, 은퇴자들이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전후 세대인 베이비부머들에게 붙여진 `나만 아는 세대`라는 뜻의 `미(Me) 제너레이션`이 `가난한 세대(Poor Me Generation)`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부를 축적하는 데 뛰어났지만 부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필연적으로 불행한 노후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급변하는 투자환경에서 안정적인 노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은퇴 전략을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끝없이 오를 거라 기대하는 부동산가격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주택 ‘다운사이징’
무엇보다도 대저택에서 편안한 노후를 꿈꿨던 이상을 버리고 암울한 경제현상을 직시하고 소형주택으로 옮겨 타야 한다. 큰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받았던 대출이자와 관리비와 세금 부담만 줄여도 어느 정도 여유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다. 한국도 베이비부머들의 본격적인 은퇴시기를 맞게 되면 중•대형보다 상대적으로 소형주택의 가격상승이 더 좋을 수 있다.
은퇴 이후, 주택 매도보다 역모기지제도 활용하라
노인 7명 중 1명은 역모기지 제도를 이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역모기지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생계비에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했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만 65세 이상 노인 9724명을 대상으로 한 ‘역모기지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0.9%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전체의 13.8%는 ‘역모기지를 활용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역모기지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선 ‘생계비에 사용하기 위해’(59.4%)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여생을 여유롭게 살기 위해’(26.4%), ‘의료비에 사용하기 위해’(5.8%), ‘상속할 필요가 없어서’(2.7%) 등이었다.
만 45세 이상~만 65세 미만 장년층 5087가구에 대한 조사에선 31.4%가 역모기지제도를 활용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역모기지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에 살면서 그 주택을 담보로 노후생활 자금을 연금형식으로 받는 제도를 말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한 `2008년도 주택연금 수요실태조사`만 보더라도 전국 만 60~84세의 일반 노인 가구를 대상으로 표본면접조사를 한 결과, 17%가 주택연금 가입의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수치를 토대로 현행 주택연금 가입조건 충족여부, 미국의 공적 역모기지제도 운영추이 등을 고려한 예측모형(BASS 모델)을 통해 주택연금 잠재수요를 산출한 결과 주택연금 누적 이용건수는 2013년에 1만가구, 2022년에 10만가구를 넘어선 뒤 2024년에는 14만4729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주택을 상속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여전히 강해 아직까지 일반 노인가구의 주택연금 가입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중의 하나가 `주택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서`라는 답변이 39%(중복응답)로 가장 많았으며, `주택연금 월수령액이 기대에 못 미쳐서`(38.3%), `노후생활에 필요한 돈을 확보해서`(22.8%)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대한민국 노인가구의 전체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너무 높아 유동성이 떨어지고 있다. 노인가구의 72.9%가 집(주로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자가 점유율이 장년가구(62.8%)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부동산 특히 주택과 같은 고정자산에 묶어 있으면 아무래도 현금 유동성이 떨어져 현재생활을 위해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 기댈 수 밖에 없어 편안한 노후를 위해 고정자산을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
역모기지 가입자들에게 재산세 감면 및 등록세 면제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65세 이상 고령자 역모기지 지원방안' 도 확정됐다. 특히 일부 금융기관에서 역모기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금융기관의 경우 주택가격과 금리변동, 계약자의 장수(長壽) 등 위험부담으로 종신상품 취급을 기피하고 고령자는 만기 이후 강제퇴거 등을 우려해 이용을 기피, 활성화가 미흡해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키로 했다.
따라서 노후자금을 위해 주택을 매도하기보단 고령화 사회의 노후대책 중 하나인 역모기지를 이용하면 재산세와 등록세 등 지방세를 감면 받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역모기지 공급과 관련한 세제지원도 시행된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노인의 3분의 2가량은 자녀와 따로 살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와의 동거의향’을 묻는 질문에 39.4%가 ‘따로 거주하겠다’고 했으며, 27.7%는 ‘가까운 거리에 따로 거주하겠다’고 답했다.
만 65세 미만 장년층이 향후 노인이 됐을 때 자녀와 따로 살고 싶다는 비율이 82%임을 감안하면, 향후 자녀와 따로 살고자 하는 추세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조사자료를 토대로 볼 때 은퇴를 앞둔 분들은 더욱더 고정자산인 주택과 토지 비중을 줄이면서 고정 임대소득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는 게 좋다.
쉽게 풀어보는 역모지론
☞'역모기지 (reverse mortgage)' 이란
: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특별한 소득원이 없는 고령자에게 주택을 담보로 사망 시 또는 주택이전 시까지 노후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연금 형태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 같은 자격요건에 충족된 역모기지 신청자는 주택가액의 범위 내에서 종신으로 매월 연금을 받게 된다.
☞역모기지론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 부부가 모두 65세 이상이며 1가구 1주택이어야 한다. 기준시가가 6억원(시가 7억2000만~7억5000만원) 이하인 집만 해당된다. 또 해당 주택에 실제로 1년 이상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
☞홀로 살고 있는 노인의 경우도 역모기지론 가입이 가능하나
: 배우자가 없는 노인도 1가구 1주택과 기준시가 6억원 이하의 조건만 갖추면 된다.
☞1가구 다주택자는 역모기지 가입할 수 있나
: 1가구 다주택지만 기준시가가 6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을 가진 노인은 역모기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역모기지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은 얼마나 되나.
: 65세 이상 주택 보유자 중 1주택자 등 역모기지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77만 가구로 추정된다. 정부는 미국 등의 사례에 비춰볼 때 이 중 2%(1만5000명) 정도가 가입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매달 지급금액은 얼마나 될까
: 매달 지급받을 수 있는 금액은 담보로 맡긴 주택가격과 가입연령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6억원 집을 만 70살에 맡기면 매달 198만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같은 집을 만 65살에 맡기면 186만원으로 줄어든다. 3억원 집을 갖고 있는 고령자가 이 상품을 이용하면 가입연령에 따라 월 수령액이 △65살 93만원 △68살 107만원 △70살 118만원 등으로 차이가 난다. 월 수령액은 5년마다 집값 재평가를 통해 조정된다.
☞역모기지론을 이용한 절세방안은 없나
: 연간 종합소득이 1200만원 이하인 자에 한해 역모기지 대상 주택 중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 이하 및 주택가액(과세기준) 3억원 이하의 주택에는 재산세 25% 감면된다. 주택가격(과세기준) 3억원 이하인 경우 역모기지 근저당 설정에 대한 등록세(설정금액의 0.2%) 도 면제된다. 지방교육세(세액×20%) 도 함께 경감된다. 아울러 역모기지 대출이자비용에 대해서도 연간 2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