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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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수상 작품방   스크랩 제4회 웹진 《시인광장》신인상 당선작 -김도언, 허 민
최영화( 2기) 추천 0 조회 82 15.01.06 11:4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제4회 웹진 《시인광장》신인상 당선작 -김도언, 허 민

 

<<김도언>>

 

 

<1>-4시와 5시 사이 Wee클래스에서 열일곱 살의 몽타쥬 작업을 하다-김도은

 

 

  우현의 몽타쥬 (닉네임: 갈치)

 

  음성 녹음 87번은 리셋이다 ‘난 아침마다 갈치 이빨을 칫솔로 닦는다’

 

  몽롱해진 소리 사이로 새벽 갈치들이 모여 든다 17번 소리 작게 끊어지고 숨소리 끝은 스크래치

난다 꼬리에 대롱거리는 은빛들, 움칠거리며 입속으로 넣는다

 

  세면기엔 바다가 없어 ? 누군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난 이빨을 닦으려고 했던 게 아니었어 빛

이 필요했지 은빛 비늘들이 떨어진 세면기 속, 꼬리가 흔들릴 때 마다 호흡이 잘려 나갔어 난 입을

벌려 칼을 넣고 머리를 잘라냈어 은빛들은 지워져 버렸지 난 이제 바다로 돌아갈 수 없어 마법이

풀리지 않을거야

 

  바다 냄새, 미역 사이로 내 꼬리들이 미끄러지던 시간들...

  잘려진 머리가 어디로 갔을까?

 

  상준의 몽타쥬 (닉네임: 뼈)

 

  내 뼈들이 감옥에 있다

 

  17번째 뼈가 검은 박스에 옮겨진다 박스에 갇인 뼈들은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다 딱딱딱 따

닥 따닥 ...웃음소리는 높낮이가 없다

 

  엄마가 뼈 없는 닭을 배달시킨다

  금요일이면 내 뼈들은 검은 박스에 갇혀 뼈 없는 닭과 함께 집 찾기 놀이를 한다

  뼈와 닭들이 내 험담을 시작한다 ‘그 자식은 신사가 되지 못할거야’ 라고

  난 신사의 품격을 갖췄다고 거들먹 거렸지만 뼈들은 자꾸 떨어져 나간다

  난 검은 박스를 지우고 싶다 손을 움직일때 마다 마법에 걸리게 한다

 

‘검은 박스에 갇힌거지 ?’내 뼈들은 그걸 말해주지 않는다 뼈없는 닭들조차도 내가 갇힌 것을 알려

주지 않는다

 

  난 감옥에 갇힌 내 뼈들을 찾을 수 있을까?

  뼈 없는 닭들이 배달되는 금요일을 버릴 수 있을까?

 

  예인의 몽타쥬( 닉네임 :꽃님)

 

  꽃님이 이빨이 모두 빠져 버렸어요

  치과 선생님이 ‘아무래도 임플런트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꽃님이 말했어요 “난 이제 열일곱 살이예요! ”

  치과 선생님이 자꾸 무언가를 적었어요 꽃님은 치과 선생님의 펜을 따라 말했어요

 

  나비를 따라가고 싶었어요

  발 뒷꿈치에 묻은 바다모래 냄새를 맡고 싶었어요

  소라색 장미도 궁금했어요 로즈마리 향이 어떻게 나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타잔처럼 소리치고 싶었어요 “아~ 아~ 아~”

  노란물방울 우산을 펴고 하루 종일 비를 맞고 싶었어요

  보리밭 길 옆 철조망에 걸려 있는 내 옷핀을 찾아보고 싶었어요

  옷핀에 꽂힌 구름 한점, 둥근 시간을 열바퀴 돌고

  햇빛 조각이 물위에 보석처럼 빛나는걸 보고도 싶었어요

  드릴에도 솜털이 나는지 지칠때까지 들여다 보고 싶었어요

  모자속에 코끼리가 있는지 없는지 들여다 보고 싶었어요

  보아뱀이 코끼리랑 이야기 하는걸 엿듣고 싶었어요

  앨리스가 사는 나라에도 가고 싶었어요

  열일곱살에 잃어버린 꽃님의 이빨들은 어떻게 할까?

 

  강솔의 몽타쥬 (닉네임: 미친소)

 

  시간을 사고 싶은 날들이 생겼어요 용돈을 모아 살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죠 내 주머니속 교

통카드에 13000원 이 들어있어요 다른 시간들을 기웃거려 보죠 난 가격의 흥정도 못해본 채 주머

니 속 교통카드만 만지작 거려요

 

  시간이 바람에 날려 가는 것 같았어요 2학년 8반 마루바닥 틈새에도 시간은 끼여 있어요 내 노란

머리 사이에 네시오분이 염색되어 있어요

 

노을이 지는 운동장 한 귀퉁이에서 셔플을 추며 컨버스 신발로 시간을 밟았어요 비트 강한 일렉트

로닉 음악, 노란 머리카락 사이를 헤집을땐 시간을 사야 될 일도 없고 시간을 잃을 일도 없다고 느

꼈죠 미쳐버릴 것 같은 시간이면 어김없이 누군가 내게 미친소라 불러주었어요 발바닥에서 단내

가 날 즈음 주황색 컨버스를 벗어 던지고 붉은 노을에 발을 담갔죠 왼쪽 발은 홍단, 오른쪽은 비 광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양말의 짝을 맞춘다는 것은 내가 사고 싶은 시간을 살 수 없는 신호라고 생

각했어요 맞추고 싶지 않은 양말짝, 시간을 사야되는 시간, 귀밑 머리카락 끝으로 매달린 시간을

내가 찾은 시간이라고 말하면 안될까요

 

  안나의 몽타쥬 (닉네임 :고슴도치)

 

  고슴도치는 오후 네시 담벼락 아래 웅크린다 시멘트 벽돌 담장 위, 깨진 유리병 조각이 박혀있다

담벼락 귀퉁이 흰색 분필로‘고슴도치 벙어리’씌여 있다

 

  담벼락에 꽃을 그리면 줄기 그리기 전, 꽃봉오리 사라진다

  고슴도치는 햇살에 눈을 흘기며‘꽃내도 못 맡았는데 숨기면 어떻게 해’

 

  양갈래 머리 가르마 속 땀방울, 꽃봉오리가 된다 고슴도치는 마술사가 될 거라 하고 누군가는 갓

난아이 지능이라 말한다

 

  고슴도치는 혼잣말을 한다

  ‘난 벙어리 아니다 사람들이 말이 많아졌을 뿐이야 ’

  고슴도치는 하늘을 본다 ‘난 햇살 너 하고도 말할 수 있어 ’

 

  햇살이 말한다 고슴도치 널 담벼락에 세워두고 햇살 물 들여줄게 네 몸이 금빛으로 물든걸 보면

모두들 널 바라 볼 거야‘

 

  고슴도치가 말한다 ‘모두들 날 이상한 벙어리라고 말하지 않을까?’

?

<2>-302호 빨강상담실-김도언

 

-애착장애로 인한 선택적 함구증 아동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

  1

  공룡 내 머리 속에 발자국을 낸다 꼬리가 보이면 난 8배속 빠르기로 말을 쏟아낸다

 

  “공룡언제저알을깰까궁금하구나 이제저알을깨면어떨까하는데 네생각은... 그래네가아직더

기다려야한다면기다리지뭐 그래도너무오래알속에있으면힘들지않을까 애기공룡이......”

 

  공룡, 다시 알 속으로 들어 가버린 날, 동굴 벽에 더덕더덕 배릿한 시간이 붙고 햇살 내음이

동굴 안으로 스며든 날, 공룡은 알을 열곤 꼬리를 내민다

 

  고장난 시계를 뉘 만졌을까? 외바늘을 공룡이 돌렸을지도 몰라 토끼와 돼지는 공룡의 허락

없이는 풀밭에서 뛰어놀 수 없지 난, 토끼와 돼지에게 솜사탕을 줘보지만 내 말은 듣지 않는

 

  공룡, 다시 문을 연다 난 8배속으로 말한다

  “밖이추운가보구나 얼굴이파래졌네 난네가오길한참기다렸다 ”

 

공룡, 모른 척 하곤 축구공 시계 바늘을 돌린다 난 4배속으로 말한다

 

  “오늘은 너랑나랑 바뀌는 거야 난 공룡이고 넌 나야 괜찮아 걱정마 내가 네 알을 품어 줄게

어쩌면 알이 추울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어 내가 도와줄게 괜찮지?”

 

  공룡의 축구공 시계바늘, 내 유선乳線사이를 감돈다

  풀밭에 공룡 발자국이 찍힌다 난 공룡의 꼬리에다 손을 얹는다 심장이 따가웁다

 

  2

  공룡은 내 꿈속에서 뛴다

 

  토끼, 돼지와 축구공 시계를 가지고 논다 날 보자마자 공룡, 숨을 멈춘다 난 2배속으로 말한

 

  “공룡 네가 있는 동굴로 난 들어갈 수 없었어 내 몸이 움직이지 않았어 공룡 너가 날 기다리

고 있다는 사실이 힘들었어.... 네가....나오기만 기다렸지 그동안 넌 동굴 속에 있다는걸 알면

서도 모른척했어 동굴 안에서 시계바늘을 찾고 있다는 걸 몰랐어......”

 

가늘게 끊어지는 내 목소리, 소리없이 울음 우는 공룡 토끼와 돼지는 풀밭을 뛰고 공룡은 얼

굴을 두손으로 감싼채 뒹굴고

 

난 공룡에게 다가간다 공룡의 흐느낌 커질때 내 몸, 흔들리고 가슴에 만져 지는 응어리 젖이

돈다 공룡, 울음을 멈춘다 눈속에 잃어버린 축구공 시계바늘이 보인다 그 바늘 천천히 움직일

때마다 공룡, 눈을 잡고 뒹군다

 

  자지러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난, 깜짝 놀란다 공룡이 내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가!

  “공룡, 너 울때마다 시계바늘이 멈췄었구나”

 

  난 정속으로 말한다 

?

?<3>-F 32*-김도언

 

   

  난 양귀비꽃이 그려진 우산이 없어 나갈 수 없다 빨강색 여행 가방안엔 십센티미터가 넘는 구

두가 가득하다

 

  허정신과 약봉지, 빨간색 몇 겹의 밑줄, 수없이 찍힌 빨간점,

  웃음치료=눈물치료 라 적힌 명함 한 장

 

  “ 나야 ” 가 전화선을 자른다

 

  1405호 나야의 달팽이 집은 틈을 내기 전 부서진다 ‘ 나야 ’ 의 얼굴 그림자 사이로 바람이 빠져

나간다 내 그림자, 허우적거린다 시간의 엔터키를 잃은 날엔 ‘ 나야 ’의 시간 속으로 끌려간다 열

일곱 이후의 시간은 구석구석 여자를 숨기고 밤마다 허정신과 약을 털어넣게 만든다

 

  ‘나야’의 구두 이십센티 높이, 뒷굽엔 양귀비가 그려져 있다 내 주름치마 안으로 들어간다

 

  얼굴은 사라지고 목만 남는다 목만 남은 사진은 다음날 화장실에 붙는다 ‘나야’의 눈알이 여덟

개라는 걸, 눈 속 동공이 모두 빨강이라는 걸 아는 이는 나 밖에 없다 모자 속에서 난 나야가 하

는 짓을 훔쳐본다 모자를 벗으면 눈이 멀어버려 볼 수 없다 나야는 눈알을 훔칠 필요가 없다 훔

치다 흠씬 두들겨 맞아 죽는 날도 있다

?

  ‘나야’는 빨간루즈가 묻은 블라우스를 즐겨 입는다 누군가 얼룩이 묻었다고 손가락질 하자 그

의 손가락을 잘라 화분에다 심는다 ‘나야’ 뒤뜰엔 손가락 화분이 수북하다 사람들은 얼룩이라고

말하지 빨간루즈라 말하지 않는다

?

  ‘나야’가 비로서 내가 되는날, 온몸에 돋아난 바늘이 몸을 찌른다 여행 가방안으로 사람들이 줄

지어 들어간다 ‘나야’의 말에 의하면 죽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밤마다 종이를 잘라 믹서에 넣는다 책속의 사람들이 아우성이다 칼날에 어지럽다며 갸르륵 웃

는다 내 시간은 늘 헐떡이다 울어버린다

 

  꿈 속, 나야는 자궁속에 물고기를 키운다 밤이 되면 내 목을 통과해 바다로 돌아간다 그 자리,

여섯 살 작은 여자 아이 들어선다 바닷물색 낯빛을 한 그 아이, 울음 운다

?

  난 나야의 시간을 쫓다 엔터키를 찾는다 가끔씩 양귀비그림 우산을 들고 내 꿈으로 오는 나야

 

  꿈이 시작 된지 삼일 뒤 1405호의 나야는 미이라가 된 여섯 살 여자아이를 뱃속에 둔 채, 빠져

나왔다

 

  나야 집 1405호 앞에 적힌 ‘달팽이집갈이 해요 Help ~ !"라는 메모 쪽지

 

* F32 우울증 에피소드(대인기피 동반)?

?

<4>-고흐-김도언 

 

 

  1

  흰 시간위로 백스페이스 두드린다 검은선, 눈만 깜빡이고 열여덟 어느날 그와 마주앉아 끊어

진 이야기, 그 사이로 초록 압생트 병이 기운다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난 초록색 잠에 빠져 든다

벽지에 묻은 노란 얼룩 한 점, 내 눈꼬리를 잡는다 거꾸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난 둥근 손잡이에

잠을 묻힌다

 

  2

  공간에 갇힌 초록 바람, 눈가를 맴돈다

 

  벽시계 졸고 있고 3을 가리키던 바늘 내 눈동자를 찌른다 갈증 난 주전자, 비명을 지른다 초록

바람이 돌고 잘라진 내 귀 속으로 시계울음이 들어와 갇혀버린 시간을 끓인다 초록색 압생트 한

모금에 멈춰진 시계바늘을 녹인다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벽시계가 비린 살맛을 끌고 간다 바닥에 내려앉은 초록의 심장,

새벽세시에 멈춘걸

 

  3

  혈관을 타고 흐르는 초록, 소리를 삼킨다. 숨과 숨 사이를 지나 심장을 두드린다 말없는 심장은

소리를 내고 초록에 묻은 노란 숨들이 녹아 압생트에 갇힌다 초록 바람이 노란햇살 한모금을 유

리병에 담는다 초록창 사이로 연두가 피어나고 열여덟 처녀를 바람에 실어 보낸다 난 여전히 초

록 압생트에 갇힌걸

 

  4

  초록에 물든 발, 날아간 열여덟 순정, 휘청이는 시간앞에 멎는다 압생트 목에서 마른침 삼키는

소리 들려오고 열여덟 북향 창 노란색 눈물이 방 모서리에 고인다 밤마다 나를 끌어당기는 초록

창으로 쏟아질 햇살, 시간을 빗겨 간다 잃어버린 열여덟, 아를*의 노란방 침대에 가득하다 코끝

에 묻은 햇살 한 모금으로 노란강은 흐른다 창 바람은 가끔씩 내 입술에 시간의 껍질을 실어다

나르고, 나비들은 라일락 냄새를 유기遺棄한다

 

  5

  탁자 위 압생트, 첫 번째 잔으로 창을 채색하고 그를 기다린다 채색된 침묵으로 압생트의 두 번

째 잔이 채워진다 말을 건넬수록 숨을 멈추는 압생트, 그 세 번째 잔을 채우고 열여덟 북향창이

나비를 따라 갔는지 묻는다

 

  노란 벽을 타고 그의 눈에 초록 시간이 젖어들 때 햇살 한 점 내려앉아 내 가슴으로 초록바람이

스미고 네 번째 압생트 잔, 채워진다 압생트에 갇힌 초록바람 소리, 청아하고 그 영혼 노랑으로

잠기고 압생트 여섯 번째 잔이 놓이고

?

*아를: 고흐가 사랑한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로 고흐그림의 배경이 된 곳?

?

<5>-?터미널케이스*에 갇힌 열일곱-김도언

 

????

  난 서랍을 열어요 마른 국화꽃잎이 붙은 상자가 놓여 있어요 연보라 국화꽃잎이 열두개인지

열세개인지 몇 번을 세어요 꽃잎이 마르기 시작해요

 

  상자속 노란색 한지, 곰돌이가 그려진 분홍편지지, 노란색한지는 줄이 없어요 긴 숨이 이어져

요 곰돌이가 그려진 분홍색 편지지엔 줄이 있어요 줄과 줄 간격이 너무 좁아요 곰돌이들은 줄에

꿰어져 대롱거리고 있어요 줄과 줄사이는 점점 좁혀지는것 같아요 줄과 줄사이에 내가 있어요

윗줄은 내려오고 아랫줄은 올라가요

 

  난 가방속에 있어요 가방안감에 그려진 곰돌이들이 내 몸 위로 기어 다녀요 가끔은 내 겨드랑

이에 숨어 간지럽혀요 내가 웃으면 엄마를 알아본다고 해요 엄마가 모르는 것이 있어요 곰돌이

는 원래 아주 작은 벌레였어요 곰돌이는 자꾸 커지는 것 같아요 가방의 지퍼가 열리면 곰돌이는

재크의 콩나무를 타고 숲으로 돌아갈거예요

 

엄마가 가방을 메고 건물들 사이로 뛰고 있어요 내 다리가 마구 흔들려요 엄마가 뛰고 나도 뛰

었나봐요 가랑이 사이가 저려와요 난 입안에 주먹을 넣어요

 

  난 흔들 바구니에 누워 있어요 엄마가 흔드는 우유병에서‘피익’소리가 나요 180ml를 먹어야 해

요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아마도 엄마는 중얼거릴 거예요 두 숨씩 한 번에 쉬어야 할 때도 있어

요 땀과 우유와 침이 섞여 목에 걸리면 얼굴이 터질 것 같아요 엄마가 소리 질러요 내 빨간 얼굴

을 보며 엄마 입은 커졌다 작아졌다 해요 엄마 눈동자가 내 얼굴에 떨어져요 난 그때마다 재크

의 콩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요 오를때마다 내 다리가 흔들려요 난 눈을 감은 채 두 손으로

입을 막았어요

 

  난 책상 앞에 있어요 눕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예요 오른팔이나 왼팔을 귀에 붙이고 머리를 두

어야 해요 각도가 틀어지면 침이 흘러 도형이 일그러지고 알파벳끼리 엉켜 버리는 수가 있어요

반대편으로 누워도 입은 자꾸 벌어져요 꿈에서 난 뛰고 있지만 제자리예요 난 또 오줌을 싸버렸

어요 난 꿈을 잭크에게 맡기고 뛰기 시작해요 서둘러 콩나무를 잘라야 해요 손이 움직여 지지

않아요 어디로 뛸지 몰라요 잘려진 콩나무가 하늘로 이어졌어요 난 콩나무를 타고 올라 갔어요

엄마가 소리를 질렀거든요

 

  난 윈도우XP 앞에 있어요 스페이스를 누를때마다 재크, 오른쪽으로 뛰어요 엄마는 노크하지

않아요 내 XP 에서 뛰고 있는 잭크를 버튼 속에 밀어요 엄마는 내 머리를 만지며 주문을 외어요

주문이 길어지면 잭크가 뛰쳐나오려 해요 난 스페이스를 눌러요 엄마의 주문과 주문사이 멀어

져요 버튼뒤에 밀려 들어간 잭크, 뛰쳐 나오고 내 입은 퓽--퓽---퓽 총을 쏘아요 난 재크와 바

위와 바위 사이를 건너뛰고 콩나무를 타고 내려와요 누군가 내 뒤를 쫓고 있어요 난 버튼을 눌

러요

 

  난 엘리베이터 앞에 있어요 콩나무를 타고 도착한 곳이예요 숫자를 찾았어요 1 위에 20 이 있

어요 그다음 21예요 1과 20사이의 숫자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잭크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잘라낸

콩나무는 또 어디로 갔을까요 난 엘리베이터에 안에 있어요 발이 떨어지지 않아요 등이 무거워

요 돌아볼 수 없어요 목 돌리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엄마를 불렀어요 소리가 나오지 않아요 어떻

게 소리를 질러야 하는지 잊어버렸어요 재크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엄마도 오지 않아요 엘리베

이터 안에서 난, 다리가 저려와요 언제쯤 문이 열릴까요

 

  난 줄과 줄 사이에 있어요 줄을 끊을지, 줄을 밀어낼지, 머리를 흔들었어요 한줄이 두줄이 되었

다 두줄이 한줄이 되네요 소릴 질러보려고 해요 줄과 줄사이에 등을 구부린 곰돌이 한 마리가

있네요 재크도 어디선가 왔어요 콩나무를 타고 줄사이를 걸어오고 있어요 땀이 흐르기 시작했

어요 오줌이 흐르고 있어요 난 신음소리를 냈어요

 

엘리베이터문이 열렸다 닫혔다 해요 난 없어져버린 2부터 찾기 시작했어요 3을 불렀어요 그다

음엔 4..5...........7,8,9 줄과 줄사이에 10, 11...15....20

 

*터미널 케이스(Terminal Case) :자살 시도 직전, 극도의 감정적 혼란과 충동적 행동을 보이는

단계

?

<6>-?창을 버린 새-김도언

? 

 

길 잃은 새 어딘가로 향한다..

몸 속 쪼아대는 빛의 관통을 철커덕, 새는 한 번 죽는다.

회색날개 자줏빛 소파에 묻는다.

어디선가 새를 부르는 신호, 창으로 쏟아지는 빛 여울, 눈동자 속으로 스며 흩어진다.

회색창을 열자 그림자 몇 점 서성인다.

밑 없는 구멍, 알 수 없는 깊이, 철커덕 새는 두 번 죽는다.

물이 흐르고 햇살 녹아내려 세상이 맑다

미로는 나가지 않아도 되는 재미, 철커덕 새는 세 번 죽는다.

새는 어디에선가 다시 눈을 뜬다.

사십칠호 문이 열리고 가슴에 뿌리 내린 나무

하얀 달빛을 먹는다

?

?

【김도은 시인】

 

*2010~MBC 문화센터 수필강좌 수강.

*2011년~ 대구 교대 시 수업 수강.

*2012~ 현 동리목월 문학관 심화반 수강.

?

?<<허 민>>

 

 

<1>-환타-허 민

?

태어나 본 세상에서 지금이 가장 아름답다면

 

못 견디겠다,

기어코 삼킬 테니까

 

그건 아마 11월에 다섯 시 무렵?

신호등 너머 멀리 보이는 태양이 주홍빛으로 물들었으니까

그 빛을 반사하고 있는 건물의 유리창 한쪽이

아이의 뺨처럼 홍조를 띠며 반짝였으니까

 

그 때는 아마 아이었을 거야

빨대를 꼽고 아니면 그냥 유리병인 그대로

훌쩍훌쩍 환타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을 테니까

주홍빛 환타병이 투명해지는지도 모르고

붉은 옷을 입고 잠든 채

간절한 붉은 누각의 꿈처럼

세상의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 때는 아마 낙엽이 떨어지고

그 때는 이미 초겨울이고

딱딱한 감들은 오렌지 빛깔로 무럭무럭 익어갔으니까

 

쉼표처럼 띄엄띄엄 이어지던 시골길의 가로등 아래선 불투명의   아름다운 날숨들이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주황은 어두운 길로 가기 위한 빛으로 찬란했다

붉은 피가 점점 딱딱하게 검은 자국으로 말라가는 것처럼

무언가 바뀌는 중이라고

저녁이 바뀌고 태양이 자라고

하루가 저물고 신호가 곧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언제나 주황

언제나 투명한 유리병 속의 환타처럼

 

그 이름이 좋았다

크리스마스 특선영화에서나 나오는 산타 같이

 

나는 환타를 마시는데

냄새나는 양말을 걸어놓기도 했는데

주홍빛 감은 흔들리고 수명이 다 된 가로등은 요양원의 할머니처럼 언제나 깜빡거리고

모든 삼킬 수 없는 직전은 왜 항상 저리도 붉거나 또 환타처럼 늘 환상적일까!

 

그 때는 모든 오래된 것들이 좋아서

붉은 모란 같은

낡은 옛 담요*를 덮고

오래된 동요의 늘어진 테이프를 저녁마다 듣고

오래된 교회의 소녀가 나오는 꿈을 기다리거나

스프에 범벅된 라면부스러기를 먹으며 밤길을 걸었네

그런 내게 환타는 언제나 새로우면서도 낡은 음료수,

시골 잔칫집에서만큼은 실컷 얻어갈 수 있었던

아름다운 병맛! 그 소화가 되는 맛이라니

 

데굴데굴 굴러가는 환타

쏟아지는

 

모든 치명적인 사고들의 기적처럼

주홍빛 잎사귀들의 기침처럼

주홍, 주황, 주홍글씨의 이야기들처럼 환타! 적인

너를 마시는 나는

 

노을을 바라보며 가로등은 빈 유리병을 바라보며 우듬지에 매달린 까치밥 하나가 마지막 잎새

처럼 달랑달랑, 데구르데구르 굴러가는 낙엽 색깔 하나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칙칙폭폭 붉은 구름 열차를 타고

사막에서 루돌프 낙타를 난타하며 아주 아주 느릿느릿 건너오는 황사바람 같은

아이를 마구 때려서 마구 정다운,

술 취한 산타를

타들어가는 유성의 주홍빛 꼬리를

주홍빛 머리카락을 가진 긴, 긴 그림자의

소녀, 여인을, 어머니를, 주름진 할머니의 주홍빛으로 반짝거리는 심장 하나를

 

톡 쏘는 인생의 어떤

피로 물들어가는 총알 하나를

그리하여 지평선이 지워지는 검은 밤

세상의 모든 새가 검은 새로 변하는 캄캄한 하늘

그 아래 다 자라기 직전의 아이가 부르는

검고 검은 노래를

 

환타의

목 긴 유리병이 부르짖는

목 타는 초원의 끝없는, 휘이휘이

휘파람 소리를 

 

* 유종인 시, <오래된 담요> '붉은 모란 옛 담요'에서

 

 <2>-시월-허 민

  

   

그때 막 시월이라는 열차가 들어온다

 

도착하지 않기 위하여 출발하는

화물칸의 모서리가 있다고

 

그 모서리의 차가운 감정들이

높은 산 캄캄하고 깊은 터널과 사랑에 빠진다고 치자

낙엽이 수북한 레일이 덜컹덜컹 흔들리고

오래 달릴수록 목적지에 닿는다는

거침없는 착각도 하면서

 

가을나무들은 소라껍데기처럼 여리고 단단히

지금 저 대지의 저물어가는 바다 깊은 곳을 향해

영영 도착하지 못할 회오리처럼

닻을 올린다고 치자

꽝꽝

점점 단단해지는 맨땅에 구멍을 뚫고

나사못처럼 타들어간다고

 

그리하여 노랗고 붉은 불꽃들이 허공에 번쩍번쩍 튀어오르고

점점 가을이라는 흔들림은 격렬해지고

열차는 이제 막 귓가를 스쳐간다고 치자

 

하얀 입김의 증기가

칙칙폭폭

나사못처럼

시리디시린 스크류처럼

네 달팽이관 속으로 긴 여행을 출발했다고 치자

 

깊어지는 가을이라고 치자면

끝없이 사라지는 것이어서

나의 손가락은 허공을 미끄러지는 단풍잎처럼

아직 도착하지 않은 감정이 남아있다고 꿈꾸면서

 

그렇게 가을이라는 열차의 밤은

낮이라는 레일 위를 미끄러지는

잠들지 못한 사랑이어서

그렇게 반복할 뿐 끝내 없는 역들을 지나친다고 치자

 

그렇게 약속했다 하자

가을은

시월이라는 몸짓은

 

<3>-지에게-허 민

 

 

  겨울엔 G와 농담을 한다, 밤새 음소거를 한 케이블 채널을 틀어놓고 수화기 너머 우리만 아

는 은밀한 언어의 자세로. 복잡한 한낮을 잠시 밀어두고. 너는 가볍지, 행복하지 않니? G와 나

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매일 밤 우리는 진지하게 농담을 했다. 때론 누워서. 때론

앉아서. 때론 아무런 형태도 없는 無의 자세로. 舞의 입술로. 어떻게 지만 생각하냐. 그러나 가

끔 우리는 겨울의 백지 위에 쓴다. 어린 시절 국어사전에서 자지나 보지 따위를 찾아보던 비

밀스런 호기심으로. 만지지 마, 지지야 아가, 그래, 알지, 먹었지? 그렇지! 눈 쌓인 너의 백지

위에 쓰는 것처럼. 번진다. 나는 지연이나 지혜라는 이름이 지겹구나. 그래서 너를 G라고 할

게. 나는 너의 지, 땅과…에…또 뭐가 있을까? 그리고 나를 지워요. 잊어요. 세상에서 가장 가

벼운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 위 가장 무거운 흰 눈이 툭툭 떨어질 때 지구가 지고 하루해가 지

고 네가 세상에 지고 내가 네게 질 때, 우리는 무게를 지우고 각자 매일 속이 쓰려. 지각하지

않기 위해 더 빠른 세상으로 지고 있는 짧은 해의 우리는 각자의 동지처럼. 지. 지에게. 나에

게. 너에게. 뭉클한 행복이란 느낌. 눈물이 났다. 깍지를 낀 손가락으로. 가자, 지구로. 집으로.

각자의 지역으로. 지스팟으로. 했는지. 안했는지. 단지 나를 느꼈는지. 너를 찾았니? 우리를

지우는, 남은 건 오직 가벼운, 가여운 웃음뿐이었는지.

 

 <4>-生에게-허 민

 

  

명상 박물관 앞

안내표지판을 수줍게 숨긴 11월의 은행나무와

그 나무들의 이야기가 끝없이 펼쳐지는 노란 은행나무길의 저 너머까지

바람을 맞으며 지켜보았다

우수수 떨어지면서

기꺼이 아름답게 쓰여지는, 쓰러지는

노란 잎들

노란 잎들의 마지막을

 

제가 키운 무게를 한 번도 짊어져본 적 없는 풍경은

저토록 아름다울 수 없고

다시 또 그 빛나는 공중을 내려놓지 않은 자

기필코 행복할 수 없어서

 

눈부심을 버리는 눈부심

미풍의 허공 같은, 그런 나무를 닮은 사람 만난 적 있어서

 

오랜 전생처럼

낯익은 바람결을 따라 져 내리는 동반자의 미소가

내 캄캄한 그림자 위로

노란 심장과 같이 떨어져

 

닿았다

 

세상의 모든

최소한의 존재들이 밟고 내려오는 無의 계단들을 따라

 

내가 쓰고 싶은

보이지 않는

우리의 노랗고 먼 문장들이

 

<5>-크로스-허 민

 

 

크로스를 아세요?

철로처럼 나란히 달리는 그런 거 말고

엉뚱하게 가로질러 꼬여버리는 엑스 자의 바느질 같은

싹둑싹둑 자르는 가위 같은 밤을요

 

반대편에서 짝다리를 짚으며 껌을 씹는 밤이에요

바로 세우면 도시의 캄캄한 밤을 밝히는 붉은

신성한 십자가 같기도 한

그러나 x 모양으로 굴러다녀야 좀 제맛인 문자들을,

제발 옳지 않도록!

일부러 틀리는 문(門)의 출구를요

 

너를 아세요?

 

매일 저녁 지그재그로 운동화 끈을 매고 온 너와

갈지 자로 걸어가던 밤들을

신이 뿌려놓은 소금마냥 별들이 서성이던

별똥의 빗금이 가로지르는

실패한 것들의 아름다움을요

 

서로의 몸을 횡단하며 나누던 밤의 체위들을

어긋나며 돌아서던 별과 이별의 나날들을

아세요,

그렇게 단단하게 묶이던 가는 실들을

 

벌어진 자국을 꿰맬 때, 검은색 크로스를 따라

두 가지 종류의 시간들을 교배시켰다

아무는 게 아니라

흉터는 크로스의 문양을 따라 처음의 화려함을 버리고

소박한 마음으로 무럭무럭 자라났지, 보이지 않게

 

와, 그거 아세요?

 

네가 보일 때

너의 신발이 보일 때

말하지 마세요, 너의 리본이 지금 막 풀어졌다고

이 밤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가 너의 얼굴 위로 크로스를 때리며

눈물과 마구 마구 뒤섞였다고

 

대신 아무 말 없이

무릎을 꿇고

젖은 땅 위로 숨을 쉬기 위해 올라온 지렁이들의 춤사위처럼 흐물거리는 너의 끈을

아주 아주 촌스러운 옛날 방식의 무늬로

꼭 조여 맨 x자 형태로

두 손가락으로

귀여운 발을 바라보며 크로스의 수갑을 묶을 뿐!

 

너의 발목을 아세요, 그 가는 발목과 밤의 골목들을

거기에서 가로지르며 터져나오는

봄밤 골목나무의 백치 같은 사상과

서로의 등을 감싸 안는

크로스의 입술을

크로스, 크로스처럼 부드러운

혀의 발음을

 

뚜벅뚜벅 조용히 침묵을 나누던

발의 음악들을 아세요?

 

그 밤을 아세요? 아세요, 아실 겁니다

내가 너의

운동화 끈을 말 없이 묶어주었으니

하나의 시간이 또 다른 시간을 단단히

감싸 안았으니

 

 

【허 민 시인 】

 

*1983년 강원에서 출생.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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