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경찰, 왜? ①] "사명감 없이 시험성적만으로 뽑힌 철밥통 공무원일 뿐"
데일리안
이한나 기자
2021.11.24
경찰 현장대응능력ⓒ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층간소음 흉기난동 현장에서 경찰이 이탈하고, 전 남자친구의 스토킹에 시달리던 신변보호대상 여성이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 끝에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자질과 능력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명감 없이 오직 시험성적으로만 뽑힌 경찰들이 '안정적인 직업 공무원'에만 연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강한 위계질서 종용 등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들도 이같은 참변의 원인이 됐다고 비판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찰의 역할은 국민의 생명보전이 가장 큰 이유인데 기본적인 일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교육의 문제를 따지기 전에 공직자로서의 사명감과 직업 정신이 부족한 사람들이 특수 공직자가 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일침을 가했다.
공 교수는 그러면서 "경찰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직자로서의 사명감을 높이는 것인데 이런 동기의식이 약하거나 준비가 안된 사람을 공직자로 바로 근무를 서게하고 현장에 투입시키는 것 등이 시정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경찰의 이런 부실한 현장대응 문제는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의 경찰이 국민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의 직무에 과연 적합하고 직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생각해보게 된다"며 "무엇보다 경찰관 선발 채용과 훈련 교육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교수는 "경찰관을 선발·채용하고 훈련·교육하는 방식이 경찰 직무에 적합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고 채용 시험성적이 좋은 사람을 뽑고 있다"며 "결국 경찰도 또 다른 하나의 직업으로서만 경찰관을 우대 선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현재의 경찰관 선발제도가 ‘안정적인 직업 공무원’을 뽑는 제도로 변질돼 경찰의 사명감, 직업정신이 사라졌다는 얘기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경찰 조직의 강한 위계질서 분위기가 소극적인 대응을 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여러 업무와 연관된 인사고과와 실적에서 있어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순경에게 가장 고가 점수를 주고 높이 평가해야 하는데 이러한 보상체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상황과 여건이 이럴진대, 어떤 말단 조직이 어떤 동기를 가지고 현장에 출동해 자발적으로 일할지도 정부와 경찰이 생각해봐야할 것"이라며 "경찰 내부의 한정적이고 강한 위계질서로 구조화된 체계 속에서 강제 배정된 인력은 현장 대응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보신주의도 존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현장대응능력ⓒ게티이미지뱅크
경찰이 새로 도입된 범죄대비 시스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지난 22일 현장 대응력 강화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지역경찰과 신임 경찰관 교육체계 개편, 장비 실용성 강화와 사용 훈련 강화, 법 제도적 기반 확충, 매뉴얼 개선 등 종합적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범죄 피해자의 신변보호를 내실화하기 위해 스마트워치 위치확인 시스템을 개선하고 '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대책'을 현장에 안착시키는 한편, 스토킹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의 재범차단과 실질적 격리를 위한 대책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매뉴얼 개정으로만 바뀔 문제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이윤호 교수는 "현재 대응매뉴얼 자체가 잘못됐다. 예를 들어,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스마트워치를 차는 등 피해자가 생활의 제약을 받아 가며 노력하는 환경에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찰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공 교수는 "TF에서 나온 방안 대부분이 이전부터 거론돼 왔던 것"이라며 "매뉴얼을 잘 만들어도 체계적으로 도입이 안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문제도 결국 내부적으로 공직 사명감에 대한 의지가 굉장히 약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매뉴얼이 계획적으로 잘 짜여졌다 해도 현장에서의 움직임이 없다면 소용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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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dailian.co.kr/news/view/1055507/?sc=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