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드로잉 번개팅으로
토요일 1박2일 소양 김용만시인댁에 다녀오다
이곳에서 전주가기가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어서
시간차도 안맞고 고민하다 ktx역에 가서 사정을 말하니
오송까지 가면 오송역에서는 전주가는게 있다며
오는 표까지 친절하게 끊어 준다
그렇게해서 김천,여수,상주에서 온 길손들
전주역에서 만나 명희차로 소양을 가다
명희한테 말로만 듣던 김용만시인댁을 다 가보게 되었다
낮은 돌담으로 둘러싸여있는 담장이 여간 정겨운게 아니다
마당을 들어서는 순간 모든게 정갈하다는 느낌이다
사진으로 금송과 소나무를 보고 집을 샀다고 하는데
고개가 끄덕여질정도로 금송이 명품이다
거기다 아들이 만든 테라코타 장식소품들 아기자기하다
심심당과 같은 산골인데 이곳은 산골이라는 느낌이 들지않다
그 유명하다는 집뒤편 돌담밭을 다들 올라가는데 가파라서 못가고
이튼날 안주인을 따라 대문을 나와 빙둘러 가보니 마치 고원의 유적지같다.
이터가 이다음에 용만시인님 유적지로 등재되는것은 아닌지...
여기저기 둘러보고 부산에서 주말이라 오신 안주인도 동참해
그림을 6시간 정도 빡세게 집중해서 그렸다
워낙 목말라있던터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재밌게 그렸다.
펜으로 직접 그리는 것은 처음 그려보는데
연필하고 다르게 팬은 지을수가 없으니 집중해서 그려야 한다
저녁때가 되어 밭에서 금방 뽑은 싱싱한 채소와 구운고기에
명희가 가지고 온 와인을 한잔씩 곁들어 맛나게 저녁을 먹고
다시 그림 삼매경,자기의 소지품을 안보고 그리기인데
매일하는 묵주기도 묵주가 들은 작은 지갑이 전혀 다른 지갑이 그려졌다
내가 늘 사용하는 것들인데 전혀 생각이 안난다며 다들 어이없어했다.
이러니 몽타쥬라는것도 맞나 싶은 생각도 든다
밤10시쯤 끝나고 게스트룸으로 들어와 자는데
밤에는 심심당 황토방 구들장이 그리웠다
몸이 이미 구들장에 길들여졌나보다
이튼날 아침에는 용만시인의 위봉산 능선 산책길을
소양이(강아지이름) 데리고 가다가
여친 봉숙이와 합류하니 둘이 좋아라
봉숙이는 이리저리 뒹글고 좋아서 어쩔줄 몰라한다
다리들고 쉬하는 개만 보다가 개가 앉아서 쉬를 하는 것을 처음 봤다.
살아있는 동물들은 다 자기가 편안자세를 취하나보다
돌아와 아침먹고 11시까지 마당에서 용만시인님 집을 스케치하다
마당에서 단체사진도 찍고 소양을 나왔다
전주에 왔으니 제대로 된 전주비빔밥은 먹고 가야한다며
한국관을 가니 삼십분을 기다려야 한다해서
상주에 영옥샘은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시고
기다렸다 전주비빔밥을 먹었다
서울서 먹던 전주비빔밥이 아니다.제대로 대접받는 기분
전주역에서 명희는 가고 이민숙시인은 여수로
나는 다시 전주에서 오송 오송에서 김천으로
심심당 구들방에 누웠다
이명희시인 덕분에 목말라하던 그림을 그리고
조영옥선생님 그림엽서도 받고
상주에 영옥 그림샘을 알게되어 좋았고
유명하다는 김용만시인집 뒤 돌담밭도 보고
소중한 시집을 받아왔다
『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 / 김용만 -삶창
지게
-김용만
지게가 사라지고
어깨가 허전해지면서
불행이 시작되었다
지고 다닐 수 있을 만큼의 거리
지고 다닐 수 있을 만큼의 무게
지고 다닐 수 있을 만큼의 크기가
사라진 것보다 더 큰 불행은
어깨에 아무것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품을 모르는 시대
가난을 모르는 시대
무슨 외로움이 있어
한 줌 사랑을 얹겠는가
자꾸 호미 자루가 빠졌다
-김용만
자꾸 호미 자루가 빠졌다 어머니는 빠진 구녁에 침
을 뱉어 돌팍에 탕탕 내리치곤 했다 자리만 남은 빠진
구녁은 깊고 쓸쓸했다 강 건너 앞산 밭은 경사가 심해
아래를 바라보면 어지러웠다 호미질은 아래에서 위
쪽으로 했다 어머니의 손은 언제나 빠르고 거침없었
다 나는 심심하면 강물을 내려다보거나 가망 없을 산
너머를 그리워하다 밭가 돌을 굴리곤 했다 따라 구르
는 작은 돌과 흙무더기가 재미있었다 구르다 멈춘 돌
멩이 앞에는 늘 강물이 아득히 흘렀다 그리고 얼마 후
그 밭 한 귀퉁이에 흰 명꽃이 피곤했다 어머니는 보자
기를 허리에 두르고 해마다 듬성듬성 목화송이를 모
아 두 누이를 시집보냈다 서리가 내리면 어머니의 한
해 농사는 늘 그렇게 가난하게 끝나곤 했다
귀향
-김용만
평생 그리던 시골집 하나 사놓고
덜컥 아팠다
속살이 타버린 줄도 모르고
하루를 못 버티고 다들 떠난
마찌꼬바 용접사로 삼십여 년 살았다
노동이 아름답다는데 나는 신물이 났다
살 타는 냄새를 맡았다
저 대문 활짝 열고
찾아올 동무를 위해
일찍 등불 걸어야지
저 허청엔 닭장을 지어야지
첫닭이 울면 어두어둑 비질을 하고
동네 한 바퀴 돌아야지
뚝뚝 지는 능소화 꽃잎을
아침마다 주워야지
잉그락불 같은 채송화를 마당 가득 심어야지
불 끄면 마당 가득 쏟아지는
별들을 소쿠리에 담아야지
새들이 오래 놀다 가는
바람의 집을 지어야지
시하고는 거리가 먼 옆지기도 시인의
시를 읽어주니 좋으네 좋다 한다
그림과 다정한 사람들 그리고 소양의 햇살과 바람
행복하고 머리가 맑아지는 소양에서의 1박2일이었습니다.
#아모르파티#새들은날기위해울음마저버린다#조영옥선생님그림엽서#소양김용만시인댁#드로잉번개팅#돌담밭#금송
유명하다는 김용만시인의 집뒤 유적지같은 돌담밭
집을 사게 만든 금송
첫댓글 페친 김용만 시인의 시와 집을 마음속으로만 그리워 했는데, 풍경님은 그 가운데 풍덩 빠졌다 오셨네요.
게다가 좋은 벗들과 함께하면서 드로잉까지...사진으로 남은 풍경에 저까지 정겹고 흥겹습니다^^
폐친이시군요.인연이 거기까지 닿아 엉겁결에 다녀오게 되었어요
소양에 있는 시인의 집을 보고 왜 소양소양 하는줄 알겠더라구요.
오랜 벗들과 함께 충만하고 가득한 시간이었어요^^
오메 조영옥 선생님!
그리고 용만 시인님!
누님 잘 계시지요?
용만시인님은 그렇다치고
오메 조영옥선생님을 아시는감요
지는 산골생활 잘하고 있지만
설매시인은 어찌 지내시는지요?
@풍경 어릴 때 부터 잘 압니다.
훌륭하신 분!
@설매 그렇군요.그렇게 훌륭하신분인줄 몰랐어요
상주에 계신다는데 다시 뵐 기회가 있으면 설매님도 동참하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