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산 정상에서, 왼쪽부터 상고대, 메아리, 자연, 버들, 가은, 온내, 김전무, 대간거사, 스틸
영, 우보, 신가이버
동위(冬威)
눈이 아직 녹지 않고 있다. 땅이 얼고 물이 얼고 만상(萬象)이 입을 다물고 거의 생기를 내지
않는다. 모래 언덕의 소나무를 헤치고 가던 발걸음이 들에 나오니 북풍이 매섭게 머리카락을
날린다. 스틱을 쥔 손이 곱다. 하늘에는 언 구름이 가득 퍼져가고 눈에 보이는 산과 들은 한결
같이 메마르고 또 메마르다.
--- 도쿠토미 로카(德富蘆花), 『자연과 인생』에서
▶ 산행일시 : 2013년 2월 23일(토), 맑음
▶ 산행인원 : 13명(버들, 자연, 스틸영, 드류, 김전무, 대간거사, 더산, 온내, 메아리,
신가이버, 우보, 가은, 상고대)
▶ 산행시간 : 8시간 43분
▶ 산행거리 : 도상 13.7㎞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시간별 구간(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7 : 52 - 횡성군 서원면 석화리(石花里) 약사전교 가기 전, 산행시작
08 : 20 - 306m봉
08 : 56 - 458m봉
09 : 36 - 안부
10 : 06 - 607m봉 오른쪽 봉
10 : 55 - △724m봉
11 : 30 ~ 12 : 09 - 매남재 가기 전 헬기장, 점심
12 : 57 - 매봉산(응봉, 682m)
13 : 55 - △612m봉
14 : 08 - 안부, 새울재
14 : 40 - 574m봉, 무덤
16 : 02 - 524m봉
16 : 15 - △387.8m봉
16 : 35 - 횡성군 서원면 압곡리(鴨谷里) 압실 서원초교 압곡분교, 산행종료
1. 매남재 가는 길
▶ △724m봉, 매남재
축척 5만분의 1인 영진지도로 우리나라 남한은 642장이다. 대체 얼마나 대한민국 지도를 살
펴보았으면 이런 절묘한 산행코스를 발굴해냈을까? 그저 감탄할 뿐이다. 상고대 님의 회심의
역작이다. 횡성 서원면(書院面)은 이리천(二里川)이 멀찍이 해자(垓字)로 흐르고 동네 뒤는 매
봉산을 중앙 둔 산줄기가 너른 품으로 빙 둘러 있다. 마치 학이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산세다.
우리는 비상하는 학의 우익을 산행기점으로 잡는다. 인죽골과 자골 사이로 솟은 능선이다. 약
사전2교 가기 600m 전 들판을 가로질러 산자락에 붙는다. 초입 사면은 가시덤불이 기세등등
한 인적 드문 야산이다. 능선 마루금으로 올라서도 가시덤불은 잡목과 합세하여 극성이다. 동
위(冬威)는 여전하다. 대기가 차디차다. 그래서일까? 눈을 보호하려고 모처럼 마련한 선글라
스인데 김이 자주 서려 오히려 눈을 버리지나 않을까 의문이다.
완만한 오름길 발걸음 차곡차곡 축적하여 306m봉. 한 방에 날려버린다. 북사면 눈길 엄청 가
파르게 떨어진다. 오늘 산행패턴의 예고이자 서막이었다. 얕은 눈은 눈대로 미끄럽고 낙엽은
꽁꽁 언 땅이나 얼음을 은폐하여 미끄럽고 봉봉을 오르고 내리는 굴곡 또한 매우 심했다. 오
름길은 봄날이다. 팔 걷어붙인다.
가파름이 잠시 수그러진 410m봉에서 첫 휴식한다. 탁주 입산주 자청하여 메아리 대장님 짐
덜어드린다. 내리막은 눈길이다. 얕은 눈이어서 더욱 미끄럽다. 458m봉을 가시덤불 헤치기
성가셔 오른쪽 사면으로 길게 돌아 넘는다. 외길. 468m봉 넘고 쭉쭉 내리다 양쪽 골짜기 바짝
가까이 안부에서 멈춘다. 마루금 잇는 산등성이가 묘하다.
산을 새로이 간다. 등로는 일직선으로 뻗었다. 숨이 차면 뒤돌아 첩첩설산 감상하며 삭힌다.
발아래 실개천으로 보이는 이리천, 깊은 인죽골도 가경이다. 인적이 뜸한 곳이라서 등로 주변
에 고사리가 흔하기도 하거니와 굵다 못해 숫제 고사목이다. 느긋하던 등로는 기침(起枕)하는
듯 점점 일어선다. 607m봉 연봉 즈음해서는 거의 수직사면이다. 허벅지 뻑적지근히 오르고
607m봉 연릉. 여태 지나온 길 얼른 살펴보고 동진(東進)한다. 눈길이다.
△724m봉 오르기가 되다. 눈길 헛걸음질이 잦아 힘들게 간다. △724m봉. 묵은 헬기장이다.
매봉산 보다 높으면서도 이름을 갖지 못한 건 아무래도 산의 놓임새 때문이 아닐까 한다. 서
원 남향으로 볼 때 오른쪽으로 너무 치우쳤다. 매봉산을 머리로 할 때 △724m봉은 우익이고,
새울재 가기 전 △612m봉은 좌익이다. 어렵게 판독한 삼각점은 312 재설, 76.8 건설부.
왼쪽 사면으로 보이는 옥스필드 골프장이 설원으로 조용하다. △724m봉 오른 터수로 길게
내린다. 매남재 가기 전 너른 헬기장. 양광 따스하여 점심 먹기 명당이다. 긴 휴식시간이기도
하다.
2. 산행 들머리인 석화리 들판
3. 남쪽 사면의 눈은 녹았지만 등로는 얼어 있다
4. 지나온 468m봉
5. 607m봉 옆 봉우리 오르면서
6. 607m봉 옆 봉우리 오르면서
7. 우리가 가야 할 마루금
8. 지나온 산릉, 앞은 468m봉
9. 인죽골
10. 멀리 용문산이 희미하다. 그 양쪽으로 백운봉과 천사봉이 보인다
11. 등로
12. 더산 님
13. 매남재 가기 전 헬기장, 선두는 점심 준비 중
▶ 매봉산(응봉, 682m)
매남재 주변은 벌목지대다. 건너편 매봉산이 준봉이다. 벌목지대 벗어나면 눈길 가파른 오르
막이 시작된다. 굴참나무 붙들어 매달리다시피 하여 오른다. 다섯 피치로 오른다. 세 피치 오
르면 매봉산 전위봉이고 네 번째 피치는 뚝 내렸다가 그 추동으로 들입다 오른다. 첫 번째와
다섯 번째 피치가 오르기 고약하다.
매봉산 정상. 항공장애등과 등불 밝힐 태양열 집열시설이 있다. 정상표지판에 웬 새 그림이
있기에 무슨 새일까 한참 궁리하다가 압곡리에 천연기념물 248호라는 ‘백로와 왜가리 번식
지’가 있음을 상기하고 백로인 줄 알아챈다. 동진은 계속된다. 오를 때는 엎어지고 내릴 때릴
때는 자빠지기 부지기수. 아이젠을 차고 나서야 진정한다.
△612m봉에서 새울재로 내리는 길은 독도유의 구간이다. 통통한 능선 버리고 냅다 오른쪽
사면으로 내려야 한다. 마루금은 골로 갈듯 한껏 엎드렸다가 벌떡 일어난다. 574m봉 오르기
전 연병장만큼 너른 헬기장에서다. 김전무 님의 혜안으로 칡덩굴로 오인하기에 족할 더덕줄
기를 대여섯 개나 발견하고도 포획한 것은 겨우 한 수였다.
이 작업하는 틈에도 길 저축하고자 쉬지 않고 나선 몇몇 일행(버들 님, 자연 님, 온내 님 등)은
574m봉에서 직진하지 않고 오른쪽 지능선으로 빠져버렸으니 여느 때 같았으면 표정 관리할
즐거운 일이 가뜩이나 더딘 걸음 분투하는 그들이고 보면 아쉬운 일이다. 가파른 사면 트래버
스 하여 주등로로 복귀하는 것도 만만하지 않았으리라.
오후 들어 하늘에 구름이 바쁘게 몰려다니더니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능선에는 강풍으로 불
어댄다. 다행이 그 끝은 무디다. 우르르 쏟는 발걸음에 차이는 낙엽이 어지럽게 흩날린다. 고
개 숙이고 봉봉을 넘는다. 522m봉에서 방향 틀어 남진한다. 오늘 산행에 처음 나온 온내 님이
힘들어 하신다. 탈출로는 없다. 양쪽 사면은 낭떠러지 수준이다. 가은 님과 상고대 님이 번갈
아 가며 후미를 맡지만 내 이럴 줄 알았다며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524m봉 내리는 길은 그야말로 급전직하로 뚝 떨어진다. 스키장 슬로프 코너링에 눈발 날리
듯 우리 갈지자 행보에 낙엽 날린다. △387.8m봉 오르기 전 안부에서 후미는 오른쪽 사면으
로 내리고 나머지는 직진한다. △387.8m봉. 삼각점은 415 원주, 1985 복구. 아까부터 압곡리
정월대보름 척사대회 곁들인 풍악이 골골을 울린다. 그 박자에 발맞춘다.
당초 선 그은 산행코스를 착실히 밟는다. 소나무 숲길 내달아 서원초교 압곡분교 근처로 내리
고 8번 도로에 다다라 하이파이브 한다.
14. 매봉산
15. 매봉산 오르는 길
16. 매봉산 오르는 길
17. 매봉산 지나 △612m봉
18. △612m봉의 벌목한 북쪽 사면
19. 하산 길
20. 날머리인 압곡리 들판
첫댓글 상고대님 회심의 역작이다! 라는 말씀에 절대 공감이며
상님의 아티스티적 감각은 외면키 어려운 유혹였슴다^^
아.....이런..이런 못간 아쉬움이 찐하게 남는다는~~~
멋진사진....즐감합니다
드류님 산행기에 인물사진이 많아지고 있는 건 무슨 변화일까요?^^
줄지어 진행하는 사진도 아주 좋습니다
맨뒤에 '미운오리쉐이'는 뉴~~구~~~? 뭐하는걸까요?ㅋㅋ
인물사진이라고 해보았자 겨우 두 장, 단체사진과 더산 님 뿐입니다. 나머지는 풍경사진입니다.
맨 뒤의 미운오리쉐이는 자수하지 않으면 모르겠습니다.
혹시 더덕 보고 좋아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드류님의 산행기들을 읽어보았습니다만, 직접 다녀온 산행기를 접하니 더욱 명작임을 느낍니다.
산행기를 읽고서야 제가 이렇게 멋진 곳을 다녀온 줄 알았습니다.
감사히 잘 읽고, 새로이 산행의 감동 느끼고 갑니다.
앞으로도 함께 산행하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날 온내 님이 막판 힘들어 하신 건 초반에 오버페이스 하신 건 아닐까요?
그저 내 걸음으로 갈 일입니다.
즐거웠습니다.